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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문]볼커 vs 버냉키, ‘미친 물가’ 막을 해법은 누구에게?

경불진 이피디 2022. 6. 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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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요즘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3% 수준이던 물가 상승률이 불과 두 달 만에 5%대에 진입했습니다. 그것도 시장에서는 5.1% 상승률을 예측했는데 0.3% 포인트나 더 오른 5.4%를 기록했습니다. 5% 돌파는 무려 139개월 만입니다.

 

물가가 이렇게 오른 이유는 더 이상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먹거리는 물론이고 기름값과 외식비, 공과금까지 월급 빼고는 다 오르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연휴 기간 외식을 했거나 집에서 가족 모임을 하셨던 분들은 다들 놀라셨을 것입니다. 원래 예상했던 비용보다 적어도 1.5배는 더 들었기 때문이죠. 돼지고기 파티도 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미친 물가는 어디까지 오를까요? 이게 중요한 이유는 생활물가와도 관련이 깊은데다 기준금리와 매우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현재 물가를 잡지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거죠. 따라서 미친 물가는 어디까지 오를까요?’란 질문은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려야 금리가 잡힐까요?’란 질문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이걸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힘들겠죠. 다만 과거의 역사를 통해 예측해보는 것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과연 물가 상승기에는 어느 정도까지 올랐고 기준금리가 얼마나 올라야 물가 상승세가 잡혔는지를 보면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언제쯤 꺾일지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오늘 꼬꼬문 시간에는 과거 물가와 금리의 역사를 알아볼까 합니다. 특히 미국 연준을 이끌었던 두명의 인물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를 통해 교훈을 얻어볼까 합니다.

 

국제금융센터의 미국의 통화긴축 사이클 비교 분석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가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은 1979년 이후 7번 금리 인상 행보를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상은 8번째가 되는 거죠.

 

아무튼 앞서 7번중 주목할 것은 두차례입니다. 1979~1981년과 2004~2006년인데요. 두 번 모두 고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 많이 나오는 용어인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처음 등장했던 1979년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11%까지 치솟았습니다. 급기야 19803월에는 최고인 14.8%에 도달했습니다. 1976년 초 5%를 밑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세배가 넘게 뛴 것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중동사태가 원인이었습니다. 이미 1973년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세배가 넘게 뛴 상태에서 1979년 이란혁명까지 터졌습니다. 19804월 유가는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뛰어올라 배럴당 39.5달러를 찍었죠. 그러자 모든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연준은 초강수를 띄웁니다. 당시 연준의장은 폴 볼커. 토요일이었던 1979106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기준금리를 인상을 발표했는데요. 얼마나 올렸을까요? 요즘은 0.5% 포인트 빅스텝만해도 난리가 나죠. 그런데 당시에는 빅스텝 8번을 한꺼번에 하는 4%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기준금리는 단숨에 15.5%로 뛰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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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문]볼커 vs 버냉키, ‘살인적 물가’ 막을 해법은 누구에게?

최근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은데···. 미국은 물론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도 빅스텝 중. 이에 소환되는 두 인물. 폴 볼커와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상반된 정책의 결과는? ◆너 그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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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어땠을까요? 볼커 전 의장의 과격한 긴축으로 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18% 가까이 수직상승했습니다. 주식과 집값이 폭락했고 기업들의 파산이 잇따랐습니다. 1980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0.3%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에는 그것도 부족했습니다. 볼커는 1981년 기준금리를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21.5%까지 올렸습니다. 1981년 경제성장률은 2.3%로 반등했지만 1982년 다시 2.1%로 추락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맹비난했죠. 하지만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인플레 파이터볼커의 의지가 강력했습니다.

 

기업이 파산해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빚더미에 앉게 된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워싱턴으로 향했습니다. 201의 장신이었던 볼커는 늘 권총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위협에 시달렸죠. 그래도 볼커의 물가와의 전쟁 의지는 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3년간의 고통스러운 긴축 끝에 점점 반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돈들이 금리를 좇아 은행으로 향했고,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니 물가도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석유 증산이 이뤄지면서 원유 가격이 급락, 2차 오일쇼크가 막을 내린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1980314.8%까지 올라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824%까지 내려왔죠. 볼커 의장의 당시 과격한 금리 인상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장기간 경기팽창이 펼쳐질 수 있게 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볼커 의장은 2018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오늘 1달러로 살 수 있는 만큼을 내일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근본적인 의무라고 주장했습니다. 통화당국자들이 새겨들을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2004년에는 어땠을까요? 이 당시 물가상승률은 생각보다 높진 않았습니다. 3% . 이정도면 견딜만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연준의 버냉키 의장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24개월에 걸쳐 4.25%포인트를 올렸는데요. 1%였던 기준금리가 20065.25%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죠. 물가상승률이 3%였는데도 왜 금리를 올렸을까요?

 

문제는 부동산에 있었습니다. 미국의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에스엔피(S&P)케이스-실러 지수가 매년 15% 가까이 오르고 있었거든요. 2002년에 처음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한 이후 2006년까지 추세가 이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집값이 올랐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원인제공자는 바로 연준입니다. 9·11테러로 경제가 위축되자 소비를 늘리기 위해 금리를 사상 최저인 1.0%로 내렸는데요. 그 영향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했던 것이죠. 그래서 서둘러 기준금리를 올렸는데요. 이 때 버냉키는 미국 경제를 연착륙 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거품을 급격히 빼는 경착륙이 아니라 금리를 천천히 올리면서 거품을 서서히 빼내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거죠.

 

결과가 어땠을까요? 연착륙은커녕 아예 착륙도 못할 뻔 했습니다. 바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이어졌거든요. 세계 최강 미국이 대공황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1970·80년대 볼커의 과격한 금리인상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성장하는데 성공하지만 2004년 버냉키의 금리인상은 부동산 버블로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버냉키가 최근 미 경제 방송 CNBC에서 현 연준 지도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실수가 있었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은 실패했지만 현 연준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소리를 했을까요?

 

그럼 이번 금리인상은 어떻게 될까요? 과거의 성공과 실패 교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연준의 파월의장은 어떤 판단을 할까요?

 

일단 현재의 상황은 1970·80년대와 비슷해 보입니다. 물가 상승세가 잡히지 않고 있거든요.

 

지난 2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유로존(유로 사용 19) 4월 생산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2%3(36.9%)에 이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가 폭등(전년 동월 대비 99.2%)에 식료품 가격 상승(11.2%)까지 겹치며 생산자물가가 상승했죠. 유럽의 식료품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유로존 출범(1999) 이후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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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10일 발표될 예정인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걱정되는데요.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6.3% 올라 40년 만의 최대폭이던 3(6.6%)보다 상승폭이 줄었죠. 따라서 5CPI가 전월보다 줄어든다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경기 바닥이 보인다는 거죠. 그러면 금리인상도 멈춰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시장에서는 돌연 '9월 금리 인상 중단설'이 제기됐습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지난달 24사이렌을 울리는 소방차도 예방 가능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교차로에서 속도를 줄인다9월에 금리 인상을 쉬어가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유럽의 물가 상승세를 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보이지 않나요? 그래서인가 연준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 2(현지 시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은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근거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 아래로 낮추기 위해 할 일이 여전히 많고, 필요한 일을 분명히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최우선 도전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6, 7월은 물론 회의가 없는 8월을 건너뛰고 9월에도 빅스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말 이례적으로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과 만나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최근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한책임이 연준에 있음을 확실히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이는 40년 전 재선을 노리던 레이건 대통령이 물가 급등세에 위협을 느껴 폴 볼커 당시 연준의장을 만났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레이건의 이야기를 들은 볼커가 급격히 금리를 인상하면서 물가를 잡았고 레이건도 재선에 성공했잖아요. 바이든도 파월에게 그렇게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면 앞으로의 미국 기준금리 향방이 보이지 않나요?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연말 2.5%보다 더 올라가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나요?

 

실제로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우리는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기대인플레이션을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5%까지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는 뉴질랜드는 물론 캐나다, 멕시코 등의 중앙은행들도 최근 한 달 사이 '빅스텝'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뉴질랜드가 2회 연속 빅스텝을 했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드렸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도 지난 1일 기준금리를 1.5%0.5%포인트 올렸습니다. 4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빅스텝 인상.

아시아경제 제공

 

멕시코 중앙은행도 지난달 12일 기준금리를 기존 6.5%에서 7%0.5%포인트 올렸습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고 이미 지난해 말부터 계속 0.5%포인트씩 인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멕시코 중앙은행 의사록에선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더 나아가 유럽중앙은행(ECB)7월 빅스텝을 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ECB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기준금리의 일종인 예금금리가 마이너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혀 7월과 9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죠.

 

이에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0.5%포인트 인상을 하면 ECB가 진지하게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보탰습니다.

 

그럼 한은의 발걸음도 빨라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이번 달 건너뛰고 7월에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7월 금통위는 당초 14일이었지만 13일로 앞당긴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연준이나 금통위 모두 1년에 8차례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문제는 우리는 이미 4차례 썼습니다. 미국은 3차례만 썼고요. 우리는 7, 8, 10, 11, 미국은 6, 7, 9, 11, 12월이 남았고요. 이 때문에 연말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연준은 614~15, 726~27일 회의를 할 예정이니 한은은 미국 연준이 6월 빅스텝을 하는 지를 보고 7월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됩니다. 문제는 현재 우리의 기준금리는 1.75%, 미국의 기준금리는 1%. 그런데 미국이 6월에 빅스텝을 하면 1.5%가 되기 때문에 우리와의 차이는 0.25% 포인트 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7월에 0.25% 포인트 올리는 베이스스텝을 고집했는데 미국이 또다시 7월에 빅스텝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두나라의 기준금리가 2%로 동일하게 됩니다. 이제 남은 카드는 우리는 8, 10, 11, 미국은 9, 11, 12. 그런데 한쪽은 베이비스텝, 한쪽은 빅스텝을 한다면 결과는 너무나 뻔하지 않나요?

 

물론 과거에도 금리역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0.5%포인트 미만의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가 0.5% 포인트 이상 되면 외국자본 이탈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죠. 따라서 한은이 7월이나 8월 중에 한차례는 빅스텝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특히 미친 듯이 올라가는 물가상승률 때문에 빅스텝으로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은 6, 7월에도 5%대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미친 물가를 정부에서 조절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해외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금리 인상말고는 없죠.

 

그런데 금리인상은 자칫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거든요. 민간자율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특성상 빅스텝 같은 금리인상은 달갑게 여겨지지 않을 것입니다. 서민들은 물론 기업들도 금리인상은 싫어하잖아요. 만일 7월에 금리를 동결하거나 베이비 스텝만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단단히 안전벨트를 매야할지도 모릅니다.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저금리를 고집하다가 사상 초유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부른 버냉키의 실패에서 봤듯이 우리경제가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을 할 수 있거든요. 설마 버냉키의 실패를 반복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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