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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 한국경제의 숨은 해법 '해석수준'이론 아시나요?

경불진 이피디 2019. 2. 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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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풀기 힘들 것 같이 보이는 어려운 일이 눈앞에 놓이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포기하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이 일을 어떻게든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돋보기를 들이대기도 하고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고민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머리에 쥐만 나고 포기하기 십상이죠. 그런데 못해먹겠다고 포기한 후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젠 더 이상 못하겠다고 포기했더니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머리를 싸매고 돋보기까지 들이대며 달려들었을 때는, 아무리 용을 써도 보이지 않던 해법이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나 여기 있었는데하고 손을 흔드는 경우, 애청자 여러분들 중에서 경험했던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이런 놀라운 일을 일컫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해석수준 이론이란 것인데요.

 

 


심리학자 트롭(Trope)과 리버먼(Liberman)이 주창한 이 이론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같은 사건, 사물, 인물 등에 대해 시간적 거리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후속되는 판단, 태도, 행동 등이 바뀌는 현상.’ 알 듯 말 듯 하죠. 예를 들어보면 좀 더 이해가 쉽겠죠. 두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1) 2~3일 후에 해외여행을 간다면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나요? 2) 6개월 후에 해외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나요? 똑같은 질문이지만 시간적 거리 차이(2~3일 후 vs. 6개월 후)만 존재하죠. 이럴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대부분 2~3일 후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여권 챙기기, 호텔 및 비행기 예약 등 구체적이고 수단 관련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면 시간적 거리가 6개월 후로 먼 거리가 되면 흐뭇하게 여유 잡으면서 휴식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즉 같은 휴가라고 하더라도 시간적 거리가 가까우면 구체적이고 과정에 초점을 두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시간적 거리가 멀면 주요하고 본질적이고 상위개념의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앞서 해결책 찾는 것과 뭔 관계가 있냐고 하시는 분들 계실텐데요. 해석수준 이론에서 같은 사건, 사물, 인물 등에 대해 시간적 거리에 따라 다르게 생각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시간적 거리 뿐만 아니라 물리적 거리에 따라서도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좀더 주요하고 본질적이고 상위개념이 보인다는 것이죠.

 

 

즉 문제에서 시간적은 물론 공간적으로도 멀리 떨어질수록 좀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 심리학 실험 결과 같은 문제라도 실험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는 정보를 줬을 때 더 창의적인 답변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도 있죠. 아무리 해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동료들과 머리도 식힐 겸 강원도나 제주도에 가서 놀다 오자고 했는데 갑자기 해결책이 보이는 경우. 또는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예를들어 재무적인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와는 전혀 관련없는 인문학 강사를 초빙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해결책을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희가 경제방송이지만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잘 갖다 붙인다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아무튼 멀리 떨어질수록 해결책이 잘 보이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트롭(Trope)과 리버먼(Liberman)은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문제를 더 단순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더 단순하다는 것은 더 본질적인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본다는 것이죠. 따라서 꼬인 문제, 멀리 떨어져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고들 하죠. ‘해석수준 이론정말 그럴싸하지 않나요?

 

 

이름만큼이나 수준이 달라 보이죠? 그런데 갑자기 해석수준이론을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보수언론과 야당에서 우리경제가 곧 망할 것처럼 떠들어댑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있고 빈 사무실도 늘어난다고 강조하죠. 폐업 관련 산업만 호황이라고 난리를 칩니다. 이틈을 타 대기업들도 어렵다고 난리를 치고 있죠. 이명박근혜 때는 비즈니스 프랜들리라 기업하기 좋았는데 문재인 정부들어 법인세 올리고 노조들이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하기 점점 힘들다고 아우성이죠. 일단 대기업 이야기만 잠시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지난해 전경련이나 경총 등 경영계는 경제 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죠. 소비·투자 위축과 고용지표 악화, 수출 부진 등으로 경기 침체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잖아요. 실제로 손경식 경총 회장은 11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기 살리기'에 정책의 방점을 찍어달라는 요청했고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신년사에서 현재 한국경제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1990년대 일본처럼 장기 참체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얼마 전 2018년 영업이익 전망치 상위 20개 기업(금융권 제외)을 공개했는데 이들의 영업이익은 총 1287159억원의 영업이익에 달했습니다. 이는 이는 전년도 영업이익 상위 20개 기업의 영업이익 총액(1165974억 원) 대비 무려 121185억 원 증가한 액수죠.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반도체 실적 덕분에 각각 영업이익 626474억원과 222005억 원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SK(62301억 원), POSCO(56210억 원), LG전자(31033억 원), SK이노베이션(393억 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현금을 쌓아놓고선도 기업들이 어쩐다고 했죠. 이 돈을 풀지 않은채 은행 빚을 더 얻는다고 지난 방송에서 말씀드렸잖아요.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흉내만 내면서 기업하기 힘들다고 한탄만 하고 있는 셈이죠. 저희가 예전 방송에서 이야기한 태업의혹이 증명되는 것 아닙니까. 돈 잘 버는 대기업, 재벌들이 이렇게 태업을 하며 돈줄을 죄니까 중소기업과 자영업, 서민들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죠. 상류에서는 단비가 내려 수자원이 풍성해졌는데 대기업·재벌들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거대한 댐을 떡하니 만들어놓으니 하류에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서민들은 마실 물도 없이 고통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보수언론과 자한당은 최저임금 탓만 하고 있는 것이고요. 전우용 역사학자도 이렇게 비판하더라고요.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관련 기사를 쓰려면 당연히 저임금 노동자 생활이 얼마나 나아질 지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은 최저임금 인상 소식 다음에, 곧바로 자영업자 어렵다는 얘기를 쓴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중소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으로, 관련 기사를 쓰려면 당연히 자영업자가 받을 혜택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은 카드 수수료율 인하 소식 다음에, 곧바로 카드사 경영 악화 얘기를 쓴다. 정부 정책에 의해 사정이 나아지는 사람들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고, 불만을 품은 사람들에 관해서만 침소봉대해서 보도하는 게 지금의 한국 언론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경제사정이 앞으로 계속 나빠질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는 한국 언론들이야말로, 경제 위기를 촉발할 주범이다. 지금 한국 경제를 망하는 길로 이끌려 하는 건, 바로 언론이다.”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이 사이다처럼 쏟아내셨네요.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이런 지적도 이젠 입만 아플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지적하고 호통을 쳐도 보수언론이나 자한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거든요. 소귀에 경읽기 같은 답답함이 넘쳐납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해석수준 이론을 이용해 볼까 합니다. 어차피 이야기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좀 더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지는 것이죠. ‘꼬인 문제는 멀리 떨어져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해석수준 이론의 가르침에 따라 지금부터 멀리 떨어질까 합니다.

 

 

그럼 어디까지 떨어질까 하면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만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 있죠. 호주나 사우디 등도 있지만 미국도 10시간이 좀 넘게 걸리잖아요. 그래서 직접 미국으로 가서 한국의 경제문제를 바라볼까하는데요. 하지만 아쉽게 저희가 돈도 없고 시간도 없잖아요. 직접 미국에 가기는 힘들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통해 우리 경제를 비취볼까 합니다. 마음만은 미국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서요. 최근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업체인 CBRE가 놀라운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이상기류가 뚜렷하다는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창고 건물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치솟는 반면 전통적인 상가 건물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 대도시의 창고 건물 공실률이 최근 4.3%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년래 최저치라고 합니다. 따라서 창고 건물의 신축 프로젝트가 활발하지만 치솟는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라는 군요. 늘어난 수요에 창고 임대료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전통 상가 시장은 한파가 거세다는 군요. 주요 도시 곳곳에 텅 빈 매장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특히 시어스와 본 톤, JC 페니 등 대형 소매 업체들이 영업점 폐쇄에 나서고 있어 상황을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미국 소매업계의 영업점 폐쇄 규모는 총 14500만 평방피트에 달했는 군요.

 

 

문제는 올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거죠. 의류 업체 갭과 익스프레스, 빅토리아 시크리트의 모기업인 L 브랜드가 영업점을 일부 폐쇄할 뜻을 밝혔고, 극심한 경영난으로 파산 위기로 내몰린 유통업체의 매장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미국 77개 대도시의 상가 건물 공실률은 9.0%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는 7년래 최고치라는 군요. 특히 미국 전역의 상업용 건물 공실률은 10.2%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빈 사무실이 늘어나니 상가 건물의 임대료는 하락세라는 군요. 이런 변화의 이유가 뭘까요? CBRE는 아마존을 필두로 전자상거래가 소매 업계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이 이제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이용한다는 것이죠. 한시간씩 차를 몰고 대형 몰에 가서 장을 보던 미국 국민들이 집에서도 편하게 아마존만 터치해도 장을 볼 수 있으니 굳이 힘들게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여기에 더 재미난 이유도 있습니다. -오프라인 소비자들의 상이한 성향도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무척 재미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쇼핑 시즌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이들의 환불은 8%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반면 온라인·모바일 쇼핑객의 환불은 30%에 달했다는 거죠. 이런 환불 차이가 부동산에 어떻게 영향을 줄까요? ‘리버스 로지스틱스란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바로 환불 상품 취급 물류 센터를 뜻합니다. 오프라인보다 환불률이 높은 온라인 쇼핑에 특성상 환불 상품만 취급하는 물류 센터가 따로 필요하다는 것이죠. 또 이렇게 환불된 제품을 리퍼 등으로 다시 판매하는 것이 미국에서 활발하잖아요. 이렇게 환불을 취급하는 리버스 로지스틱스는 이미 미국 전체 물류 시설 신규 공급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이같은 추세는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성장과 함께 더욱 강해질 전망이라고 CBRE는 장담하고 있습니다. 재미있죠.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증가가 부동산 시장의 판도도 바꿔놓다니요. 일반 매장 수요는 줄어드는 대신 창고, 그중에서도 환불 상품을 취급하는 창고가 늘어난다니 의외죠. 그런데 우리나라도 비슷하지 않나요. 요즘 웬만한 상가에는 빈 매장이 한두개씩은 보이죠. 저희가 있는 건물에도 벌써 몇 달째 임대인을 찾고 있고요. 반면 고속도로를 조금만 나가도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어놓은 대규모 창고가 보이잖아요. 이런 창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이미 미국과 비슷하게 전통적인 상가 건물은 파리를 날리고 있고 창고 건물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합니다. 도심에 건물을 가진 건물주님들. 앞으로 수요가 점점 줄어들면서 빈 매장이나 사무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임대료 올릴 생각만 했다가는 어떻게 될까요? 건물 전체가 빈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인천 떡볶이 가계 건물주처럼 상생의 차원에서 임대료를 지금이라도 낮춰야 하지 않을까요? 미국의 사례를 보면 명확하지 않습니까. 뉴스를 검색해보니 부평역 지하상가 점포주들도 최근 임대료를 낮췄다고 하던데 이런 트렌드 변화에 현명히 대비하는 모습이죠. 이 분들도 해석수준 이론의 가르침에 따라 멀리 미국에 가서 현실을 바라보신 것을 아닐까요?

 

 

하나라도 물건을 더 팔기 위해 별짓을 다하는 기존 업체와는 다른 길을 가서 성공궤도에 오른 업체도 있습니다. 물건을 팔기 위한 마케팅에 집착하지 않고 한참 떨어져서 바라본 결과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인데요. 아무것도 안 팔아서 더 많이 파는 매장으로 불리는 가구업체 버로우가 주인공입니다.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죠. 아무것도 안 팔았는데 어떻게 더 많이 팔 수 있을까요?

 

 

일단 버로우는 2016년 설립된 벤처기업입니다. 소파를 파트별로 박스 몇 개에 담아 10분 안에 조립할 수 있는 모듈형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죠. 밀레니얼세대의 이케아라 불리며 창업 1년 만에 1900만 달러(210억원)의 투자를 받아 화제를 모았죠. 그런데 버로우가 이런 투자보다 더 화제를 모은 것은 지난해 8월 뉴욕에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 덕분이었습니다. 지상 1, 지하 1층짜리인 이 매장에는 판매를 위한 공간은 매우 적습니다. 그 마저도 문을 열고 들어오면 마주치는 짧은 통로가 전부죠. 나머지는 휴식, 놀이, 시청 공간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휴식 공간에는 아늑한 집처럼 벽난로에 양탄자가 갈려있어서 고객들은 집에 있는 것처럼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낮잠을 자도 됩니다.

 

 

재미난 것은 소파에 앉아 빈둥거리고 있으면 버로우 직원들이 공짜 커피를 가져다 줍니다. 말 그대로 편하게 집처럼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죠. 또 놀이 공간에는 소파 앞에 스크린과 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소파에서 뒹굴뒹굴하는 모습을 셀프 동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죠. 시청공간이 더 재미납니다. 커다란 스크린을 벽에 걸어놓고 영업시간내내 영화와 드라마를 틀어줍니다. 특히 이 공간에는 영화관처럼 빨간색 소파가 있죠. 게다가 직원들은 와인이나 맥주를 날라주며 더 놀다가라고 권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공짜 커피와 맥주를 마시면서 몇시간이고 눌러 앉아 있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죠. 그런데 너무 이상하죠. 이렇게 해서 소파는 어떻게 파는 걸까요? 또 버로우는 땅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닐텐데 매장은 왜 낸 것일까요?

 

 

버로우의 설명이 기가 막힙니다. 물건을 잘 설명하고 홍보해야 잘 팔린다고 배웠던 마케팅 기본 개념을 완전히 깨버리는 것이기 때문이죠. 버로우는 우리 매장에 온 고객들이 소파에 오래 앉아 있을수록 제품이 얼마나 편안한지 느낄 기회가 늘어난다고객이 매장에서 놀면서 공유하는 영상과 사진은 백마디 홍보문구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말 놀라운 역발상이죠. 실제로 미국의 한 기자는 이 매장에서 몇 시간을 보낸 다음에 만일 내가 소파를 산다면 버로우 것을 사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매장에서 놀았던 사진을 올렸더니 몇시간 만에 10명이 넘는 친구로부터 대체 어디냐는 메시지도 받았다고 합니다. 버로우의 역발상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이 기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던 군요. ‘온라인 시대에는 아무 것도 안파는 매장이 가장 많이 파는 방법이다.’ 마케팅에 집착하지 않고 해석수준 이론의 가르침처럼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니 저절로 판매가 이뤄진다는 것이죠.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국내 오프라인 매장들도 버로우의 해법을 참조해 보면 어떨까요? 이번에 멀리 인도로 가보겠습니다. 인도하면 인구대국이죠. 따라서 소위 사람값이 싼 나라입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도 좋지 않죠. 그런데 인도 벤처 스위기의 사례를 한번 들어볼까요? 우리나라의 배달의 민족과 비슷한 음식배달회사인 스위기는 현재 인도내 업계 1위입니다. 덕분에 기업가치가 벌써 33억 달러(37000억원)에 달해 벤처기업들의 꿈인 유니콘 기업의 호칭도 얻었죠.

 

 

스위기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법으로는 가장 먼저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레스토랑의 음식을 더 빠르고 편리하게 배달하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식당 주인들이 몸만 와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재료와 조리도구가 갖춰진 가상주방을 제공하는데 고객과 식당주인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빠르게 내놓은 것도 호평을 받고 있죠.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도 있습니다. 아무도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던 배달원들의 노력에 감사할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스위기는 배달원들을 중요한 파트너로 여깁니다. 그리고 배달원들을 히어로라고 부르죠. 단순히 호칭만 히어로로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인도의 다른 회사들과 달리 배달원들을 직접 고용하고 월급을 줍니다. 또 교통사고나 질병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험에도 가입시켜주죠. 그래서 창업당시 단 6명의 배달원으로 출발했었는데 4년여만에 6만명이 될 정도로 성장했죠. 이 덕분에 스위기 배달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특히 2018년 창업 4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광고시리즈가 눈길을 끄는데요. 광고에 등장하는 고객들은 배달원들에게 헬멧을 꼭 쓰도 다녀라고 걱정해주고 “20분만에 왔어요? 그렇게 서두리지 않아도 돼요라고 격려하기도 합니다. 또 배달원에게 감사의 초콜릿을 주는 꼬마도 광고에 등장하죠.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2000만건 이상 조회됐다는 군요. 스위기 관계자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자 히어로인 배달원들의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 이 광고를 만들었다우리의 히어로들이 스스로의 일을 가치있게 여기고 우리의 여정의 일부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석수준 이론의 가르침에 따라 멀리 떨어져서 비즈니스를 바라보니 고객들보다, 회사보다 함께 일하는 배달원들을 먼저 챙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달원들을 쥐어짜기 보다는 그들의 기를 살려주는 역발상도 할 수 있었고요. 최저임금이 올랐다며 알바생들을 적으로 만들려는 보수언론이나 자한당에서는 스위기의 사례를 뭐라고 할지도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과 인도의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해석수준의 이론처럼 좀더 주요하고 본질적이고 상위개념이 보이시나요? 창의적인 해결책도 발견하셨나요?

 

 

실제로 미국과 인도에 간 것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요. 경제가 어려워서, 경기가 나빠서 걱정이 많으신 애청자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주말에는 미국·인도는 아니더라도 좀 먼 교외로 나가 머리를 식히시길 권해드립니다.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도저히 풀리기 힘들어 보이는 문제도 의외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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