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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생계비대출’이 서민들의 마지막 동아줄? 1000만원 ‘기본대출’은 어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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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생계비대출’이 서민들의 마지막 동아줄? 1000만원 ‘기본대출’은 어때?

경불진 이피디 2023. 4. 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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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불경기. 대형마트마저도 손님이 없이 영업시간을 줄이는 이때 대박인 난 곳이 있다고 합니다. 경불진 두 피디가 운영하는 경불진몰이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고요. 바로 소액생계비 대출. 신용도가 낮거나 연체 이력이 있어 제1금융권은 물론 제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리기 힘든 분들에게 급전을, 그것도 당일 빌려주는 제도죠. 그래서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인기가 너무나 씁쓸해 보입니다. 말로는 서민의 편이라고 나발을 불면서 정작 서민들을 대하는 오만한 우리 정치인들의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이유는 다들 짐작하실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나서서 어려운 서민들의 생활에 숨통을 트여줬다고 호들갑을 떠는 소액생계비 대출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른 정책 금융 상품과 달리 현재 금융사에 연체 중인 대출이 있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허들이 매우 낮다는 거죠. 그런데 그만큼 한도도 낮습니다. 낮은 정도가 아니라 아쉽기까지 합니다. 대출한도가 최대로 해도 겨우 100만원. 그런데 그것도 한꺼번에 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최초 5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하게 상환하면 추가 대출을 해줍니다. 그래서 100만원이 된다는 건데요. 최저임금으로 받을 수 있는 한달 월급의 절반도 안되는 돈을 6개월에 나눠서 빌려주겠다니 정말 어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가 정부에서는 이런 설명을 합니다. 병원비나 등록금 등 상담원이 납득할 만한 사유를 제시한다면 처음부터 100만원까지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고요. 상담원이 납득할 만한 사유가 도대체 뭔가요? 연기를 잘하라는 건가요?

 

게다가 상담원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에는 대출도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잖아요.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을 정도로 어려운 분들이라면 하루하루 생계에 쫓겨 시간이 부족할텐데 굳이 대면 상담을 받으라고 강요합니다. 비대면은 안된다는 거죠. 그래서 전국 46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직접 방문하라는 건데요. 그래서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대전에서 서울로 기차 타고 왔다는 분까지 계셨죠.

 

그런데 왜 이렇게 할까요?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런 설명을 합니다.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민간 자선단체 케이스 등을 살펴보니 비대면으로 빌려주면 90%가 갚지 않지만, 대면으로 하면 70~80%가 상환을 하기 때문입니다.”

 

돈없는 서민들이니 띄어먹을 가능성이 많아 얼굴보고, 관상보고 빌려주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누가 잘 갚은 사람인가.’ 5000만원이나 5억원도 아니고 겨우 50만원 빌려주면서 말이죠.

 

기분이 더럽더라도 그렇다고 칩시다. 이 말 그대로면 대면으로 빌려주기 때문에 70~80%는 제대로 상환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러면 이자도 저렴해야 정상이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죠. 이자가 무려 연 15.9%나 됩니다. 무슨 고리대금도 아니고 말이죠. 법정최고이자율이 20%인데 겨우 4.1%포인트 적습니다. 물론 온라인 금융교육을 이수하고 이자를 잘 갚으면 연 9.4%까지 낮아진다고는 하지만 현재 제1금융권 대출이자는 4%. 너무 높죠.

 

그런데 정부와 언론들은 이래도 빌리는 사람이 줄 섰다고 강조합니다.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또는 전화(서민금융콜센터 국번 없이 1397)로 상담 예약 신청을 받았는데 무려 25144명이나 신청했다고요. 한 때는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고 조기 마감될 정도로 신청이 폭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자가 비싸도 빌릴 사람은 다 빌린다는 거죠.

 

그래서 첫 1주일만에 35억원이 넘게 대출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350억원도 아니고 35억원. 1주일 동안 대출을 받은 사람이 겨우 5499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앞서 설명한 대로 소액생계비대출은 비대면이 안되잖아요. 그러니 하루 인원이 제한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접수자들은 거주지로부터 2~3시간이 걸리는 지역의 센터에 방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명품도 아닌데 겨우 50만원 빌리려고 오픈런까지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힘든 분들이 많다는 거죠.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이런 이야기를 쏟아내죠.

 

“50만원 없으면 죽었을지도생계비 대출 첫날, 서민들은 울었다(조선일보 23.03.28)

 

무슨 드라마 찍나요? 물론 당장 돈이 급한 사람의 심정을 몰라서 이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50만원도 생명줄 같은 돈이겠죠. 그런데 이 50만원을 쥔 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정말 연 15.9%의 고금리로 그것도 상담까지 받아야 빌려주는 정부에게 고마움을 느낄까요? 아니면 겨우 50만원 빌리려고 이 고생을 시키는 것에 울분을 토할까요?

 

그런데 오늘부터 소액생계비대출이 다시 진행된다고 합니다. 오는 7일까지 사전예약을 받는 다는 건데요. 하지만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에서 대출 상담 날짜 예약에 성공해야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군요. 하루 상담인원은 겨우 1200. 선착순으로 자른다는 거죠. 그런데 정부 목표는 10만명이라고 합니다. 하루 1200명씩 도대체 얼마나 길게 하려는 걸까요?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669435?ucode=L-cYlmqQUB 

 

[이피디픽]‘소액생계비대출’이 서민들의 마지막 동아줄? 1000만원 ‘기본대출’은 어때?

최근 소액생계비대출이 대박 났다고 하는데···. 오늘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하지만 불편한 시각도 많은데 그 이유는? 이재명 대표가 ‘기본대출’을 언급한 이유는? 차이점은? ◆9월부터 창원,

www.podbbang.com

 

게다가 선착순에 들면 당장 돈을 빌려주는 걸까요?

 

오늘부터 시작되는 소액생계비 대출도 당장이 아니라 5월 첫 주에 돈을 준다고 합니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한데 지금은 아니고 한 달뒤에 돈을 줄께라는 겁니다. 그동안은 알아서 버텨라는 건가요?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지금 서민경제가 코로나 때보다 더 나쁘다고 하잖아요. 고물가에 고금리 폭탄으로 하루 버티기가 힘들다는 하소연도 쏟아지고 있고요. 올들어 전기료, 가스비, 난방비가 일제히 최대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서민음식이었던 냉면과 치킨이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고급음식이 돼 버렸죠. 냉면 한그릇에 2만원, 치킨 한 마리에 3만원씩 하니 감히 서민들이 엄두나 낼 수 있나요?

 

그래서 차리라 코로나 때가 더 나았다는 이야기도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다들 기억나실 것입니다. 코로나로 고통받던 2020. 어려운 가운데서도 전국민이 소고기도 먹고 가구도 바꾸고 했잖아요. 바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받은 덕분인데요. 코로나 때 받은 재난지원금은 오픈런을 시키거나 선착순으로 자르지도 않았죠. 따로 상담받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받는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재난지원금 받으라고 오픈런해라, 선착순에 들어라, 상담받으라는 스트레스는 주지 않았던 것이죠. 그 덕분에 우리가 전세계에게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었고요.

 

그럼 코로나보다 더 심하다는 하소연이 쏟아지는 지금은 왜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나요? 정부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논의조차 하지 않나요? 민생 대책이라면서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에 생수를 보내자는 정말 신박한이야기만 내놓고요.

 

다행히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공약이었던 기본대출을 다시 거론했습니다. 다들 기억나실 겁니다. 모든 성인에게 ‘1000만원 한도대출 제공을 의무화하고 이를 국가가 보증하자는 거죠. 기본소득의 전 단계로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용도가 나빠도 일정한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자는 철학에서 나온 대책인데요. 상담을 받거나 선착순을 뛰거나 오픈런을 할 필요없이 말이죠.

 

이 대표는 금융이란 특정 개인, 기업,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국가 정책의 소산이기에 그 혜택은 모든 이들이 최소한 일정 부분을 함께 누릴 필요가 있다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저리·장기로 빌릴 수 있지만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고리의 이자를 부과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아마도 경불진 두피디가 쓴 경제시그널을 읽으신 듯 합니다.) 그러면서 고액을 하자는 게 아니라 사회가 합의 가능한 수준까지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 좋은데 재원이 어디 있느냐 하실 수 있는데요.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무려 185000억원입니다. 1000만원씩 무려 185만명에게 빌려줄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죠.

 

게다가 정부가 반도체 살리겠다면서 ‘K칩스법을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법인세를 깎아주는 금액도 4조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이 돈이면 1000만원씩 40만명에게 빌려줄 수 있네요.

 

어떠신가요? 겨우 100만원씩 10만명 정도에게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보다 훨씬 도움 되지 않을까요?

 

오늘은 여전히 서민들을 차별하는 소액생계비 대출의 불편한 진실과 함께 이를 대처할 수 있는 기본대출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경제는 경제논리로만 봐야 한다는 말과는 달리 정치 철학이 얼마나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투표를 잘해야 한다는 경불진의 주장에 다들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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