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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진실

가난한 구단이 우승할 수 있을까요?

경불진 이피디 2019. 7. 2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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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머니볼

 

“가난한 구단이 우승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건 그거야 난 변화를 일으키고 싶어.”

 

야구 마니아라면 아마 누가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영화 머니볼에 브래트피트가 열연했던 빌리 빈 단장의 말입니다.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뉴욕양키즈 114457768달러(1339억원) 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39722689달러(464억원)라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당시 두 구단의 엄청난 연봉차를 보여주는 숫자죠.

 

프로스포츠인 야구는 돈으로 말합니다. 높은 몸값을 지불해 슈퍼스타급 선수를 영입할 수 있고 우승도 가능해지죠. 당시 뉴욕양키스는 1996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1998, 1999, 2000년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의 제국이라 불리는 구단이었습니다. 2001년에는 김병현 선수가 활약하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긴 했지만 돈으로 쌓은 악의 제국의 명성은 무시무시할 정도였습니다.

 

반면 뉴욕양키즈 연봉의 3분의 1에 불과한 오클랜드는 나름대로 선전해 2001년에는 서부 디비전 2위를 차지했긴 했지만 뭔가 아쉬웠죠. 구단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태에서 벗어난 혁신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이버메트릭스 등장

 

빈 단장이 숨은 진주 같은 선수를 찾아내는 데 활용한 묘책은 바로 세이버메트릭스였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야구통계학입니다. 당시만 해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적인 야구인의 경험과 직관에 의해 선수들을 기용했던 것과 달리 수학과 통계학으로 야구경기 기록을 분석하고 그 기록의 의미를 해석하는 기법이죠.

 

세이버메트릭스란 개념을 처음 내놓은 것은 빈 단장이 아닙니다. 30년도 전인 1977년에 빌 제임스가 출간한 야구 개요를 통해 알려진 개념입니다. 야구에 관한 전문적인 책을 쓸 정도면 야구에 정통한 관계자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빌 제임스는 야구에 관한 어떤 전문적인 커리어도 없는 아마추어였습니다. 시골마을 통조림회사 창고경비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애정이 유달리 남달라 자신만의 독특하고 혁신적인 야구에 대한 생각을 책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초본을 쓰고 여러 출판사를 접촉했습니다. 당연히 퇴짜만 맞았죠. 하는 수 없이 직접 복사하고 제본해 책을 제작합니다. 지역신문에 사비로 광고도 냈죠. 당시 총 75부가 판매됐다고 하네요. 하지만 빈 단장이 세이버메트릭스를 재발굴하면서 빌 제임스 야구 개요도 다시 각광받았다고 합니다.

 

◆세이버메트릭스 지표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드실 겁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하는데 기존에도 통계가 쓰이지 않았냐는 점이죠. 기존 통계와 세이버메트릭스는 어떻게 다를까요.

야구에서의 기록은 처음부터 경기의 일부였습니다. 스코어카드를 붙잡고 마지막 아웃을 잡을 때까지 모든 플레이가 기록되죠. 이런 기록은 비교적 단순하게 홈런·삼진·타율 기록을 통해 강타자, 강투수, 정교한 타자 정도를 구분하는 데 좋은 척도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야구 스탯(STAT)클래식 스탯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 기록들은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잠실처럼 넓은 구장에서 친 홈런과 목동구장에서 친 홈런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또 삼진을 많이 당하지만 안타를 많이 치는 선수와 삼진을 덜 당하지만 출루율이 높은 선수도 차이가 큽니다.

 

이같은 차이점을 보안한 것이 세이버메트릭스입니다. 대표적인 지표가 OPS(On base percentage Plus Slugging percentage)입니다. 쉽게 말하면 타자의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수치죠. 단순 타율이나 출루율보다 타자의 실력을 더 정확하게 분석한 데이터로 평가받는 지표입니다.

실제로 빈 단장은 소위 유명선수라고 칭하는 홈런과 안타를 잘 치는 타자 대신 OPS가 높은 선수만 골라 팀을 꾸렸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팔꿈치 부상으로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고 있던 스캇 해티버그입니다. 스캇 해티버그는 유명선수도 아니었으며, 홈런은 물론 장타율, 타율 어느 것 하나 뛰어난 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스트라이크존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선구안 덕분에 출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죠. 덕분에 20002003년까지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2002년엔 메이저리그 최다승(103)을 거뒀습니다. 특히 2002년 오클랜드는 14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20연승이라는 최대 이변이자 혁신을 만들어냅니다.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에는 OPS만 있는게 아닙니다.

타석 당 득점 기대치를 뜻하는 wOBA(Weight On Base Average)OPS의 문제점을 보안한 지표입니다. OPS는 장타율이 출루율에 비해서 과대평가됩니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단순하게 합치기 때문에 홈런은 단타의 4배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wOBA는 이를 보안하기 위해 무척 복잡한 공식을 계산해야 합니다. 계산법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볼넷은 0.7, 단타는 0.9, 홈런은 2.1 정도의 가중치를 보입니다. 하지만 구장 특성에 따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죠.

 

이를 보안하는 지표는 wRC+입니다. 구장 특성과 리그 수준 등의 변수까지 고려해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계산합니다. 리그 평균을 100으로 뒀을 때 해당 선수가 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득점생산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밖에 타석당 타격능력을 측적하는 wOBA, 누적 타석에서의 타자의 결과를 보여주는 wRAA 등 다양합니다.

 

투수를 측정하는 세이버매트릭스도 있습니다.

WHIP(Walks plus Hits divided by Innings Pitched)는 투수가 맞은 안타 수와 허용한 볼넷(혹은 몸에 맞는 볼)의 수를 더해 총 투구 이닝으로 나눈 평균 수치입니다. 타자의 OPS와 비슷한 맥락으로 투수의 역량을 평균자책점보다 더 세밀한 수치입니다. 일반적으로 WHIP1.0 정도면 에이스 투수로 보며, 1.40 이상이면 투수의 기량이 좋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이라는 뜻입니다. 투수가 수비수들의 도움 없이 자신의 역량으로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지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BABIP(Batting Average on Ball in Play)인플레이 상황 시 타구 타율이라는 뜻입니다. 타자가 친 공이 경기장에 한번 이상 맞고 수비수가 그것을 잡아서 아웃으로 처리하는 인플레이상황에서 몇 번의 안타가 만들어졌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투수를 포함, 수비하는 입장에서 BABIP이 높다는 것은 인플레이 피안타율이 높다는 것이므로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정말 복잡하죠.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이버매트릭스를 조금 알아도 그 이상으로 보는 재미가 커집니다. 예를들어 클래식 스탯에서는 추신수와 이치로를 비교할 때 홈런이 더 많고 출루율이 높은 추신수는 힘과 선구안이 좋은 선수며, 통산 타율과 도루가 더 많은 이치로는 빠르고 정교한 선수라고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세이버매트릭스가 적용된 후에는 순수장타율과 통산 OPS가 높은 추신수는 파워와 득점기여도가 높은 타자고, 이치로는 컨택율이 높고 수비범위가 넓은 좋은 타자다라고 선수의 평가 방법이 달라졌죠.

 

또 세이버매트릭스는 기업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합니다. 예를들어 극심한 취업빙하기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인재를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홈런 잘치고 타율 높은 스펙 좋은 인재들은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대기업에게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겉만 번지르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회사에 도움되는 인재를 찾을 수 있는 OPSwRC+와 같은 지표를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의 지혜를 다를 야구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박철순 선수

◆야구와 연봉

 

한국 프로야구(KBO) 원년인 1982년 최고연봉이 얼마였는지 기억나시나요. 24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OB베어스의 박철순과 MBC청룡의 김재박 선수가 받았다고 합니다. 너무 적다고요. 하지만 짜장면 한 그릇에 500원 하던 시절이었으니 일반 직장인과 비교하기 힘든 거액이었습니다.

 

물론 같은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최고 연봉은 차이가 큽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마이크 슈미트는 연봉 150만 달러로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18억원 정도로 박철순·김재박보다 75배나 연봉이 많은 셈입니다.

1982년 일본 프로야구(NPB) 최고연봉은 세이부 라이온스 소속 아키야마 고지로 6500만 엔이었습니다. 박철순·김재박보다 30배나 연봉이 많았습니다.

 

KBO 최초로 신인으로 입단해 연봉 1억원을 돌파한 건 1993년 선동열이었습니다. 당시 MLB 최고연봉 선수는 바비 보니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620만 달러(76억원), NPB는 오치아이 히로미쓰(주니치 드래건스)25000만 엔(27억원)이었습니다.

 

2000KBO에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됐고, 본격적으로 고액연봉 선수가 속속 등장했습니다. 2005헤라클래스로 불렸던 심정수는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하며 당시 역대 최고액이었던 연봉 75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 해 MLB에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2600만 달러(320억원), NPB는 사사키 가즈히로(요코하마 베이스타스)65000만 엔(71억원)의 연봉을 수령했죠. 심정수와 비교하면 각각 43, 9.5배로 격차가 좁혀졌습니다.

 

그로부터 11년이 2016, KBO에서는 김태균이 연봉 16억원으로 1위고 MLB는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3400만 달러(420억원), NPB는 구로다 히로키(히로시마 도요 카프)6억 엔(65억원)을 받습니다. 그레인키는 김태균보다 약 26, 구로다는 약 4배 더 많죠.

 

이제 KBONPB는 적어도 최고 연봉 선수만큼은 격차가 많이 줄었습니다. 2015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일본은 한국보다 3배 정도 경제규모가 큰데, 프로야구 최고연봉 차이가 이제 양국 경제규모 차이 정도로 맞춰진 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MLB는 세계 최고의 시장을 자랑한다. 2015GDP 기준 미국 경제규모는 한국의 13배지만, 프로야구 최고 연봉선수는 26배나 더 받습니다. 양국 경제 규모보다 야구시장 규모가 2배나 더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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