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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꼬꼬문]있는지도 몰랐던 ‘산유국 지위’ 잃을 수도 있다?

경불진 이피디 2022. 5. 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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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출처 kiss7

지난 토요일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KBS ‘세계는 지금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경제제재로 폐점을 앞둔 맥도날드와 달러를 뽑을 수 있는 ATM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마트에는 생필품이 동나는 상황이 전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딴판이었죠.

 

모스크바 글로벌통신원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경우 물품 부족 현상은 전쟁 초기에만 잠깐 있었을 뿐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도 않고 있다고 합니다. 또 침공 이후 글로벌 기업의 철수로 실업난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실업대란도 없다는 군요. 게다가 3월 초 한때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0루블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최근 들어 70루블대를 기록하며 침공 개시 전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 덕분에 전쟁을 일으킨 푸틴에 대해 반감을 느끼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올해 1월에는 69%였던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율이 4월에는 82%까지 상승했다는 군요.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푸틴이 아직까지 쫓겨나지 않은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오늘 꼬꼬문 시간에는 푸틴이 건재할 수 있는 이유와 우리나라에 주는 교훈을 살펴볼까 합니다.

 

일단 문제의 정답부터 알아봐야 하겠죠, 푸틴이 건재한 이유가 뭘까요?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24일 방송 우크라이나 사태 촉발한 바이든과 푸틴의 머릿속은?’에서 언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석유. 당시 러시아는 석유라는 막강한 무기를 바탕으로 서방의 제재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 이유는 푸틴이 가즈프롬 등 러시아의 석유회사를 재국유화하면서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석유 산업이 러시아 GDP의 무려 25%에 달할 정도죠. 러시아 정부예산의 10%를 가즈프롬이 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쟁 초기에는 가즈프롬 천연가스의 주요 수입국인 독일 등 동유럽 국가들이 경제제재에 들어가면서 러시아 경제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푸틴의 머릿 속에는 제재를 언제까지 할 수 있나 보자란 생각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한 석유협회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석유 생산 1위는 미국, 2위는 사우디인데 3위는 놀랍게도 러시아입니다. 전통적인 산유국인 이라크나 UAE보다도 2배 이상 생산합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막히면 국제 유가가 급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한 상태고요.

 

그래도 러시아가 석유를 수출하지 못하면 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요?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는 주로 유럽으로 수출됐습니다. 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을 통해서죠. 그런데 우크라나이 전쟁 이후 이 가스관은 막혔다 풀렸다는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럼 생산한 나머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는 어디로 갔을까요? 나중을 대비해 비축했을까요? 그랬다면 러시아 경제가 흔들렸겠죠. 마트에 생필품이 사라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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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문]있는지도 몰랐던 ‘산유국 지위’ 잃을 수도 있다?

[꼬꼬문]있는지도 몰랐던 ‘산유국 지위’ 잃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 제재로 러시아 경제 혼란이 가중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생필품 보급이 원활하고 환율도 안정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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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석유 수입국가가 어디일까요? 2020년 석유 순 수입량을 살펴보면 중국 1041 b/d로 단연 1위입니다. 그 다음이 396 b/d인 인도, 328 b/d인 일본, 그리고 4위가 257b/d인 한국이더라고요. 인구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석유 수입량이 엄청나죠. 아무튼 세계 석유 순수입 1, 2위 국가가 눈에 띱니다. 중국과 인도. 그런데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중국과 인도가 참가했을까요? 일단 미국과 경쟁중인 중국은 아니겠죠. 그래서 동유럽으로 향하던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상당량이 중국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가스프롬은 1~4월 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 각국에 대한 수출량이 같은 기간 27% 줄어든 가운데 중국의 수입량은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러시아의 우랄산 원유는 32 가격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이 덕분에 러시아는 석유 재고를 처분해서 좋고 중국도 싼 값에 살 수 있어서 좋고 누이좋고 매부좋고인 상황이라는 거죠. 중국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 대폭 늘리기 위해 극동 지역 가스관 공사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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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인도는 어떨까요? 인도도 러시아산의 저가 공세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두 달간 러시아에게 무려 4000만 배럴을 주문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샀던 양해 2배에 달한다는 군요.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산 석유를 사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당장 경제난이 닥친 인도에는 씨알도 안먹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러시아보다 싼 석유를 달라는 거죠.

 

그래서 일까요? 국제석유 시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러시아의 석유 판매수입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지난해보다 오히려 50% 증가했다고 합니다. 미국과 영국이 수입을 금지한 후 많은 국제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석유 매입을 기피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이후에도 하루에 산유량 중 500만 배럴이 넘는 원유와 원유를 정제한 산출물을 포함해 800만 배럴을 날마다 평균적으로 팔아왔다고 합니다. 이를 월간 수입으로 모으면 200억 달러(25조원)에 육박한다는 거죠.

 

이 때문에 EU의 조셉 보렐 외교위원장은 지금까지 EU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으로 지원한 것이 10억 달러 정도인데 지금 러시아는 석유, 가스 등 에너지를 유럽에 팔면서 하루 10억 달러를 쓸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젠 푸틴이 건재한 이유가 석유라는 설명이 이해되실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군과 민간인은 물론 러시아의 수많은 병사가 죽어가는데도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석유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입을 무기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군수물자를 생산해 전쟁을 장기화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우리나라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죠. 지난 주말 주유소 가셨던 분들은 놀라셨을 것입니다.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보다 높은 주유소가 한두곳이 아니더라고요. 특히 경유가격이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는 기름을 넣으려는 자동차가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도 보이고요. 이럴 때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설움을 한껏 느끼게 되죠. 인류사에 남을 만한 전쟁을 일으킨 푸틴과 러시아는 석유의 힘 덕분에 경제 위기를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우리도 석유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산유국이란 사실 아시나요? 에이 말도 안돼, 뻥치시네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영화 7광구

 

2004711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울산 남동쪽 58의 짙푸른 바다에 떠있는 동해1’ 가스전 해상 플랫폼에서 바다 속 3,000에 있는 천연가스와 컨덴세이트(초경질유)를 뽑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순수 우리 기술로 발견해 6년 만의 개발 끝에 결실을 본 것이죠.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하루 5천만입방피트(LNG 환산시 1,000t). 전체 매장량은 울산·경남지역 34만가구가 15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16억달러어치. 별도의 정제과정 없이 바로 차에 넣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고품질 초경질유인 컨덴세이트도 하루 1,200배럴씩 생산했습니다. 190만배럴 규모의 매장량을 돈으로 치면 약 11천만달러어치입니다. 비록 중동의 오일달러에 비유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를 산유국 대열에 올려놓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문제는 이 동해 가스전이 지난해말 고갈됐다는 점입니다. 이미 지난해 1231일 이후 시추는 중단됐죠. 동해 가스전은 그동안 4500만배럴의 가스와 초경질원유를 공급해 줬다고 합니다. 동해 가스전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을 찾지 못한다면 그간 유지해온 산유국의 지위를 잃을 전망이라는군요. 산유국 지위를 잃게 되면 무슨 손해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강점인 유전개발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군요. 중동 산유국들은 비산유국을 국제입찰이나 유전개발 사업 참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끼리끼리 놀게 되잖아요. 또 인접 국가인 중국과 일본이 모두 산유국 지위를 가지고 있는 데 반해 한국만 비산유국이 된다면 에너지 외교에서 밀릴 수 있다는 군요.

 

따라서 그동안 대체 유전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 기쁜 소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얼마 전 SBS 뉴스가 서해 한중 잠정조치 수역에서 중국이 시추시설을 설치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잠정조치 수역이 뭘까요? 한국과 중국 간 해양 경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해역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 바다도 중국 바다도 아닌 일종의 공동 관할구역 같은 것이죠. 양국 어선들이 여기서 고기 잡을 수는 있지만, 구조물을 설치하는 건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이 잠정조치 수역에 석유 시추시설을 건설 중이라는 것을 지난 3월 중순쯤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이 우연히 발견했다고 합니다. 해저 대륙붕에 철골 기둥 세 개를 박아놓았고 상부에는 배로 끌고 다닐 수 있는 이동식 시추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군요.

 

문제는 이 지역은 우리가 설정한 대륙붕 2광구와 연결된 지역입니다. 오래전부터 한국석유공사와 산업자원부가 석유 매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으로 지목해 왔던 지점이죠.

 

석유는 깊은 분지가 있는 지형에 수십만 년 동안 퇴적물들이 쌓여 썩으면서 생깁니다. 따라서 분지가 깊으면 깊을수록 석유가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의 중간 지점에 깊은 웅덩이 형태의 분지가 있는데 우리는 '군산 분지', 중국은 '남황해 분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중국이 잠정조치 수역 내 건설중인 석유 시추시설이 바로 군산분지라는 군요. 그런데 이런 역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과거에 우리도 시추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5.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 석유공사가 사전 탐사를 끝낸 뒤 본격 시추를 추진했는데 결국 시추는 포기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중국이 워낙 거세게 반대했다고 하는군요. 잠정조치 수역 내에선 물고기만 잡을 수 있는 건데 왜 시추를 하려 하느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뒤 2008년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중국이 시추를 하다 틀킨 것이죠. 이번에 공사 중인 시추지점에서 북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습니다. 2008년 중국이 시추를 강행하자 석유공사는 산업자원부에 대응 시추를 추진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 공문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는 군요.

 

“중국은 시추를 하는데 우리만 외교마찰을 이유로 시추를 자제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해양경계 분쟁지역 내에서의 탐사 활동이 중국 측에 크게 뒤쳐질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외교부가 반대해 대응 시추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통령이 누군지 기억나시죠? 자원외교를 자랑했던 이명박입니다. 자원외교라고 하면서 인도네시아, 파나마, 카자흐스탄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놓고선 정작 우리 앞바다 석유 시추는 나몰라 했다니···. 돈 밖에 모르는 양반이 왜 그랬을까요? 자기에게 떨어질 떡고물이 없어보여 그랬을까요?

 

아무튼 2008년 당시 중국이 시추한 지점에서 석유가 발견됐는지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중국 과학원이 중국 국토자원부에 보낸 보고서에 탐사 결과에 대한 문구가 나옵니다.

 

계산된 석유, 가스의 추정 매장량은 약 20억 톤으로 중등규모 이상의 유전이라는 탐사 전망이 나왔다. 고속도로 10km 정도 건설할 자금만 투자하면 분명히 중대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억톤이면 현재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노르웨이에 묻혀있는 석유 매장량과 비슷한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14년이 지난 현재 중국이 다시 이 지역 석유시추공을 설치했습니다. 석유시추공은 단순히 원유 개발 기지일뿐 아니라 향후 영유권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의 움직임은 엄중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입니다. 외교마찰을 이유로 2008년에도 가만히 있었으니 이번에도 가만히 있겠다는 건가요? 중국에 대해서도 할말은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매우 궁금합니다.

 

그런데 더 문제가 심각한 곳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큰 대륙붕은 단연 7광구입니다. 1980년에는 가수 정난이·혜은이씨가 '7광구'라는 제목의 가요를 불렀을 만큼 국민적인 기대도 컸죠.

 

그도 그럴것이 1967년 UN 산하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미 국립해양연구소 애머리 박사 연구팀은 '제7광구에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달하는 천연가스와 50% 수준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2002년 3600만톤 이상의 가스가 매장됐을 것이란 탐사결과가 나왔죠.

 

'7광구'는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에 위치한 대륙붕입니다, 면적이 82000에 이르죠. 남한 총 면적 990008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7광구'의 정식 명칭은 '·일공동개발구역(JDZ).' ·일 양국이 1979년부터 2028년까지 50년간 해당지역을 공동 개발키로 협정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석유가 나오면 반반씩 나눠 갖자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조약이 발목을 잡아 30년 넘게 시추는 고사하고 탐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협정문에 한국과 일본이 반드시 공동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단서가 들어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단서도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영구적이 아니라 50년간 유지한다고 돼 있는데 6년 뒤인 2028년 만료됩니다.

 

여기서 일본의 꼼수가 나옵니다. 일본은 그냥 뭉개고 있다고 2028년 조약 기간 만료되면 조약을 폐기하고 국제재판으로 끌고 가서 혼자 다 개발하려는 속셈인 듯합니다. 걸핏하면 독도를 국제재판소에 끌고가려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독도와 다른 것인 국제 해양법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협정을 체결한 1970년대에는 대륙붕의 영유권이 그 대륙붕이 시작된 나라에 귀속된다는 '자연연장설'이 주류였습니다. 7광구와 일본 사이에는 깊이가 8000m에 이르는 오키나와 해구가 놓여있어 당시 일본으로선 대륙붕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1985년 리비아몰타케이스라는 국제 판례로 분위기가 반전됐죠.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준으로 바다영역을 갈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본과 가까운 7광구 대부분이 일본 해양영토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거든요.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건 오히려 우리나라가 된 것이죠. 그래서 우리 정부는 2년 전 우리 정부가 석유공사를 개발사업자로 지정하면서 우리는 7광구 개발하러 들어갈 테니 일본도 개발사업자를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조약에 따르면 양국이 반드시 같이 개발사업자를 지정해서 공동으로만 개발하게 돼 있거든요. 하지만 일본은 2년째 뭉개고 있습니다.

 

처음엔 핑계도 됐죠. 코로나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러니 좀 기다려 달라. 하지만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그냥 2028년까지 시간을 보내겠다는 의도인 셈입니다.

 

국제법상 만료되기 3년 전, 그리니까 2025년에 한국과 일본 양국은 조약을 연장할 건지, 종료할 건지 상대국에 통보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조약 연장을 원하겠지만, 일본은 3년 뒤, 2025년 바로 조약 종료를 통보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 우리 정부가 새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우리 단독으로 7광구를 탐사하거나 시추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4광구와 5광구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특히 7광구 경계면이 목표입니다.

 

석유공사가 개발 계획을 확정했고, 산자부도 관련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올해 안에 7광구 경계면에 탐사선을 보내 땅 속 석유구조를 살펴보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해역에 우리 탐사선이 들어가는 건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만약 7광구 경계면에서 가능성 있는 석유 구조가 발견되면 시추까지 할 작정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나서는 이유도 있습니다. 7광구 문제는 결국 국제 재판으로 갈 가능성이 높거든요. 우리입장에서는 협정 원칙에 부합하도록 뭔가 개발하려고 계속 노력했는데 일본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기고 협력하지 않은 것이라는, 재판에 대비한 일종의 실적을 쌓는 것이 유리합니다.

 

따라서 새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외교부의 역할이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계가 석유전쟁 몸살을 앓는 이 시기에 2광구와 7광구 모두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 줄 수 있잖아요. 또 중국, 일본과 마찰이 불거질 수도 있고요.

 

이번 마찰은 영토 문제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다른 문제는 몰라도 영토문제에서만큼은 조용하면 지는 겁니다. 조용하면 결국 뺏기게 되죠. 게다가 중국과 일본은 영토 외교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절대 조용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펼치는 외교 전략에 따라 석유 수입 세계 4위인 대한민국이 다시 산유국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계속 석유 한방울 안 나는 나라로 남을지가 갈릴 수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잘 해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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