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3위를 탈출한 SK, 10·20년 전 순위는?

SK 최태원 회장

 

Q. 얼마 전 SK가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 순위’에서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최태원 회장이 '만년 3위' 꼬리표 뗐다고 하고요. 그런데 과거의 대기업 순위는 어땠을까요?

 

A. 최태원의 반란. SK가 대기업 집단 만년 3위에서 한 단계 뛰어올랐다고 하죠.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분석한 결과, SK 자산규모는 270조7470억원으로 2020년까지 2위였던 현대차(250조140억원)보다 20조7330억원 많다고 합니다.

SK의 자산이 1년 전에 비해 31조2170억원(13.0%) 늘어난 데 반해 현대차는 3조9300억원(1.6%)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거죠. 특히 SK하이닉스가 순위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는데요. 반도체 시장 활황으로 SK하이닉스의 자산은 전년(64조710억원) 대비 11조3329억원(17.7%) 늘며 대기업 집단 계열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2011년만해도 SK하이닉스는 연간 2000억원이 넘는 골치덩어리 적자기업이었습니다. 망하는 회사를 왜 사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고요. 그런데 SK하이닉스가 화려한 부상을 하면서 SK그룹을 무려 16년 만에 지긋지긋한 3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줬다니 정말 미운오리새끼가 백조로 변신한 것과 같죠.

 

그럼 1위는 어딜까요? 물어보나마나 삼성. 3위는 SK에 밀려난 현대자동차가 차지했고요.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농협이 10위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세계, 한진, KT, CJ, 두산, LS, 카카오, 부영, DL, 미래에셋까지가 20위고요.

 

아시아나를 인수한 한진이 지난해보다 2계단 올라 12위,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그룹이 26계단이 상승해 2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 눈에 띄네요. 또 카카오가 1계단 올라 17위, 네이버는 3계단 올라 24위를 차지했고요.

 

그럼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2012년 순위는 어땠을까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가 있는데요.

 

1위는 역시 삼성입니다. 그런데 2위는 한국전력, 3위 한국토지주택공사, 4위 현대자동차 그리고 5위가 현재 2위를 차지한 SK였네요. 그리고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국도로공사, 한진, 한국가스공사, 한화, KT, 두산, STX, 한국석유공사, 한국수자원공사, CJ 순입니다.

 

10년 전에는 공사가 상당히 윗 순위를 차지했죠. 그리고 역시나 5위에서 2위로 상승한 SK가 눈에 띄고요. LG, 롯데, 포스코, GS도 두 단계씩 나란히 올랐습니다. 특히 14위였던 한화가 7위로, 20위 였던 CJ는 14위로 급상승했고요.

 

좀 더 거슬러 가볼까요?

 

2002년 순위는 삼성, 한국전력, 현대, LG, SK, 현대자동차, 한국전기통신, 도로공사, 한진, 포항제철, 롯데, 주택공사, 토지공사, 금호, 한화, 두산, 수자원공사, 쌍용, 가스공사, 현대정유까지 2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년 동안 공사 빼고 일반 재벌 중에 새로 10위권에 진입한 기업은 아예 없고요, 20위까지 넓혀 봐도 카카오가 유일합니다. 페이스북, 테슬라 등이 새롭게 등장하는 미국과는 다른 모습이죠.

 

또 일반 재벌 중 STX, 금호, 쌍용을 빼고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는 그룹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재벌체제가 굳건하다고 봐야 할까요? 활력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재벌 순위 변화만 보더라도 재벌공화국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닌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