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2020년12월27일 '힘이 나는 칼럼'(전투서 져도 전쟁에선 이길 수 있다!!) 본문

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2020년12월27일 '힘이 나는 칼럼'(전투서 져도 전쟁에선 이길 수 있다!!)

경불진 이피디 2020. 12. 27. 09:33
반응형

우울한 연말, 과거에 읽고 많은 힘을 낼 수 있었던 글들을 공유합니다.

이 칼럼들을 읽으시고 우직하고 강직하게 코로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시길```

전투에서는 져도 전쟁에서 이기는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종필의 제5원소] 지금 우리 싸우고 있음을

 

지금 우리 싸우고 있음을

[이종필의 제5원소]

www.hankookilbo.com


실현가능성은 올바른 방향에 종속되는 변수이다. 동쪽으로 가는 길이 막힌다고 서쪽으로 차를 돌리면 정동진의 눈부신 일출을 결코 대면할 수 없다. 지금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단 하나의 문제도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 채 후손들에게 계속 물려주게 된다. 

 

일본 아베 정권이 수출규제를 시작하자 지금까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과거사 문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 중 하나가 과거사 문제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아베 총리 본인이 수출규제의 이유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과 위안부 합의안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다 전략물자의 북한 밀반출이라는 안보이슈로 슬그머니 말을 돌렸다. 누구나 다 예상했듯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 위반을 염두에 둔 결과일 것이다. 그마저도 명확한 증거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일본에서 전략물자 관리가 허술했음이 드러나 아베 정권의 처지가 곤궁해졌다.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왜 국내 일각에서 우리가 먼저 과거사 문제를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이다. 과거사 문제로 수출을 규제했다면 이는 명백히 WTO 위반이다. 아베도 이걸 알기 때문에 대놓고 말을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한일 과거사에 대한 아베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 그걸 이유로 수출규제에 나선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가 외교를 잘했니 못했니 말하기 전에 우선 아베 정권의 부당한 수출규제부터 당장 해제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 반도체 산업이 다 죽게 생겼으니 우리 정부가 빨리 강제징용자 손해배상이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정치문제로 자유무역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WTO 체제를 우리 스스로가 부정하는 짓이다. 왜 우리가 먼저 나서서 WTO 정신을 거스르면서까지 아베 정권의 속내에 장단을 맞춰야 하나? 과거사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이다. 마땅한 이유 없이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 일본의 행위 자체가 잘못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본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국민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자 자존심이나 반일감정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이른바 ‘항일 망국론’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분들은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 ‘냉정하게’ 자존심과 반일감정을 접고 일본과의 협상에 나서라고 한다. 아직은 일본에 맞설 때가 아니라고 한다.

이분들이 말하는 망국이란 반도체 산업 붕괴로 촉발된 한국경제의 붕괴이다. 그걸 막기 위해 과거사 문제에서 어떤 양보를 할 수 있을까? 일본은 여전히 식민지배가 정당했다는 전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강제징용 손배 판결은 일본 식민지배의 부당함과 직결된 문제다. 그러니까 ‘항일 망국론’을 요약하면 한국 경제가 붕괴하는 걸 피하기 위해 일제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인정해 주자는 말이다. 부당하게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 국민의 사정은 좀 모른 체 하자는 말이다. 국가의 존재이유는 국민의 인권과 생명을 지키는 게 아니라 경제발전이었던 모양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 않고 반도체 산업에 있다고 헌법 제1조2항도 고쳐야 할 판이다. 지금의 망국을 피하기 위해 과거의 더 큰 망국을 인정해 주자! 그렇게 되면 헌법을 고쳐 군국주의로 부활한 일본이 훗날 다시 우리를 침략하더라도 그 또한 정당행위가 될 것이다. 반도체 살리자고 후손들의 주권까지 우리가 지금 미리 포기하는 꼴이다. 망국을 더 큰 망국으로 돌려막자는, 참으로 기가 막힌 논리이다.

실현가능성도 많이 거론된다. 불매 운동 한다고 별 영향이 있을까, 지금 우리가 발버둥 친다고 일본을 이길 수 있을까, 

 

100여 년 전에도 비슷한 말들이 있었다. 이토 한 명 죽인다고 일본이 망할까, 만세운동 한다고 우리가 독립할까, 언제 군대를 키워서 일본군에 맞서나, 의병이 무슨 나라를 구했나 등등. 선조들이 총칼 들고 심지어 맨주먹으로도 일제에 맞섰던 것은 당장 일본군을 몰아낼 수 있다는 실현가능성이 높아서가 아니었다. 단 하루를 살아도 일본군의 노예가 아니라 독립국가의 자주적인 국민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세상 읽기] 대한민국
실현가능성은 올바른 방향에 종속되는 변수이다. 동쪽으로 가는 길이 막힌다고 서쪽으로 차를 돌리면 정동진의 눈부신 일출을 결코 대면할 수 없다. 100년 전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너무나 좋은 환경에서 일본에 맞서고 있다. 목숨을 걸고 비장하게 전장에 나서는 수준도 전혀 아니다. 정부는 원칙과 정도를 지키며 세계 여론에 호소하고 국민은 냉정하게 불매 운동하는 지금의 역할분담은 최소한의 점잖은 저항일 뿐이다. 삼성이 망할 지경이면 나부터 나서서 모금운동이라도 할 생각이다.


당장의 실현가능성만 따졌다면 민주주의도, 과학문명도, 조선의 독립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단 하나의 문제도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 채 후손들에게 계속 물려주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비록 힘은 없었으나 그런 부끄러운 역사를 지금 우리에게 물려주지는 않았다. 나는 그 높은 뜻을 후대에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역사의 기억 속에 기해년 조국의 모습을 한 획이라도 뚜렷하게 새겨 넣고 싶다.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이종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

 

▶[세상 읽기] 대한민국 100년, 청산 없는 역사 / 김누리

 

 

[세상 읽기] 대한민국 100년, 청산 없는 역사 / 김누리

김누리중앙대 교수·독문학 2019년은 역사적인 해이다. 2·8독립선언, 3·1혁명, 상해임시정부 수립이 모두 100주년을 맞는다...

www.hani.co.kr

2019년은 역사적인 해이다. 2·8독립선언, 3·1혁명, 상해임시정부 수립이 모두 100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이 자주독립운동의 불길을 타고 먼 타국에서 탄생한 지도 한 세기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거쳐온 지난 세기는 실로 참혹한 시대였다. 근대사의 온갖 모순과 갈등을 우리처럼 첨예하게 겪은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식민지배, 냉전과 분단, 전쟁과 군사독재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는 그대로 제국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 근대의 모든 이념이 서로 부딪히고 뒤엉킨 역사의 현장이었다.

지난 100년의 한국 현대사를 돌아볼 때 가장 놀라운 점은 가혹한 역사가 빚어낸 수많은 비극에도 불구하고 과거가 제대로 청산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처럼 과거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가 또 있을까? 일제 고등계 형사가 해방 이후에도 독립투사를 심문하는 나라, 일본군 장교가 해방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그것도 모자라 그 딸까지 대통령으로 삼는 나라, 파시스트 친일파가 만든 노래를 ‘애국가’라고 부르는 나라 ― 이것이 대한민국이다. 친일 과거청산과 관련해서 보면 해방 공간에서 친일파가 민족주의자를 제압한 ‘반민특위’ 무장해제가 역사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인 분수령이었다.


문제는 친일의 과거만이 아니다. 양민학살의 과거, 군사독재의 과거, 사법살인의 과거, 고문범죄의 과거, 어용학문의 과거 ― 무엇 하나 제대로 청산된 적이 없다.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노덕술, 송요찬, 박정희, 양승태, 이근안, 갈봉근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에 감돌고 있는 미묘한 악취의 진원이다. 특히 친일의 역사, 독재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신문을 펼쳐보라.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간첩조작 사건, 5·18 망언 등은 모두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서 발산되는 일상화된 악취다.

과거청산은 사회개혁의 전제조건이다. 과거청산 없이는 사회개혁도 없다. 독일의 경우를 보라. 독일의 68혁명은 ‘과거청산 혁명’이었고, 이를 통해 독일은 ‘과거청산의 나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것이 70년대 전면적인 사회개혁의 든든한 토대가 되었다. 우리의 경우 촛불혁명의 열기가 이리도 쉬이 사그라진 이유는 독일과는 달리 정치혁명이 과거청산 혁명으로 한발짝 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청산은 또한 국가발전의 동력이기도 하다. 독일은 철저한 과거청산을 통해 국제적으로 도덕적 권위를 회복했고, 국내적으로 사회적 정의를 구현했다. 이것이 국가발전의 발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과거청산의 부재로 인해 국제적으로 도덕적 권위를 인정받기 어려웠고, 국내적으로는 냉소주의와 허무주의가 팽배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는 거대한 무력감과 패배주의의 뿌리는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 닿아 있다.

새로운 100년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는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뿜어내는 ‘백년 동안의 악취’를 걷어내는 일이다. 더 이상 과거청산을 유예할 수 없다. 법원, 검찰, 경찰, 국정원, 국회, 학교 등 사회의 각 영역에서 과거에 대한 단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냉철한 평가 작업은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를 둘러싼 투쟁은 미래를 향한 투쟁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한국 민주개혁 세력의 거듭된 실패는 바로 ‘과거 투쟁’ ‘역사 전쟁’을 방기한 데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