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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때문에 '슈가쇼크' 온다

경불진 이피디 2019. 12.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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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구촌이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자연재해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꼽습니다. 지구가 너무 뜨거워져 태풍이나 허리케인도 과거와 다르게 강력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유엔 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UNISDR)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기후 재난의 발생 빈도는 점점 더 잦아지고 있습니다. 20052014년 사이에 발생한 기후재난이 평균 335건에 달합니다. 이는 앞선 10(1995~2004)보다 14%포인트 증가한 것이며 19851994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기후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0조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물러오는 재앙은 자연재해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백종원 씨가 좋아하는 설탕은 물론 우리아이가 좋아하는 오렌지, 어른들이 좋아하는 커피도 먹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본격적인 식량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끔찍한 주장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알파고가 활약하는 21세기에 먹을 것이 없어 고통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 있을까요.

 

로이터 통신은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인용해 세계 식량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유가 폭락으로 지난해 크게 하락했던 세계 식량가격이 올 들어서는 지난 7월 잠시 하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설명입니다. 곡물 육류 유제품 유지류 원당 등의 가격을 종합해 산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8월 전월보다 1.9% 상승한 165.6으로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낸 것에 이어 9월에는 170.9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8155.1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10%나 상승한 수치입니다.

 

이같은 식량가격지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놀랍게도 백종원 씨의 사랑 설탕입니다. 지난해만해도 170선 대를 오르내리던 설탕가격은 올 들어 급등하기 시작해 9월에는 무려 304.8을 기록했습니다.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왜 이렇게 설탕가격이 급등했을까요. FAO는 이상기후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사탕수수의 주요 산지인 브라질에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브라질에 서리가 내리면서 사탕수수를 너무 이른 시기에 수확해 사탕수수 수확량이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19%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또 전 세계에서 사탕수수를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인도에서는 폭우로 인해 수확에 차질을 빚고 있답니다. 세계 1·2위 산지가 모두 이상기후로 인해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슈가쇼크(Sugar Shock)’ 현상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슈가쇼크는 설탕을 많이 먹어서 쇼크가 왔다는 것이 아니라 선물시장에서 설탕재고 부족으로 거래가 중지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설탕은 뉴욕 국제상품거래소(ICE) 선물시장, 런던 ICE 선물시장 등에서 국제적으로 거래되는데 실제로 2010년 전 세계는 슈가쇼크로 몸살을 알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인도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설탕재고가 급락하자 선물시장에서 설탕을 살수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죠. 당시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설탕을 매점매석하는 일부 도매상이 생겨나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학습경험 때문이지 최근 G2로 급부상한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말 최근 5년간 중국의 설탕 수입량 급증과 관련해서 조사에 나서겠다고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슈가 쇼크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우리 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설탕만이 아닙니다. 오렌지 주스와 커피원두 가격도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우선 오렌지 주스 가격 상승은 오렌지 최대 산지인 브라질의 이상기후와 두 번째로 큰 산지인 미국 플로리다에 퍼진 감귤녹화병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플로리다는 이번 허리케인으로 초토화됐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커질 듯합니다. 이에따라 최근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냉동 농축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0%가 넘게 올랐습니다.

 

원두가격도 주요 커피 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이상기후 때문에 급등하고 있죠. 아라비카 원두의 경우 최근 뉴욕선물시장에서 파운드당 1달러60센트선으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의 발달로 한없이 내릴 것만 같았던 설탕·커피·오렌지 가격이 급등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2010년 마트에서 설탕이 사라졌었던 황당한 경험을 또 할 수도 있다니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일부 선진국과 거대 농업기업들이 식량전쟁에 대비한 발 빠른 움직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 독일 제약사인 바이엘이 세계 최대 농화학기업 미국 몬산토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몬산토는 1995년 유전자변형식물(GMO) 상업화에 세계 처음으로 성공한 종자·농업기업으로 세계 종자시장의 43%, GMO 종자시장에서는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이엘은 제약이 주력이긴 하지만 전 세계 농약판매의 17%를 담담하고 있죠. 이번 합병 덕분에 바이엘은 바로 전 세계 종자와 농약 부문 모두에서 세계 최대 업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글로벌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합병에 합의했습니다. 또 지난 1월에는 중국 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가 종자 분야 세계 3위인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했습니다. 1년도 안되는 사이에 글로벌 3대 종자회사가 모두 다국적기업에 인수합병(M&A)된 셈입니다. 그동안 전 세계 농업을 지배해온 6대 종자회사(몬산토.신젠타.바이엘.듀폰.다우케미컬.바스프)3개 회사로 재편되는 것이죠. 이것이 뭘 의미할까요. 글로벌 3대 종자회사가 자칫 전 세계 농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글로벌 3대 종자회사 뒤에는 미국·중국·독일이라는 세계 3강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우케미컬·듀폰을 앞세운 미국, 바이엘을 내세운 독일과 함께 중국 화공집단공사도 본격적인 식량전쟁 채비에 들어간 셈이죠.

 

자칫 앞서 언급했던 설탕·오렌지·원두 생산 감소가 인류의 주식인 쌀·밀 등 곡물의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식량전쟁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늦어도 2050년에는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인구감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인구증가가 걱정입니다. 유엔전망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이면 100억명 까지 늘어납니다. 이런 엄청난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식량 생산이 현재보다 70% 이상 늘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경지면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빠른 도시화와 함께 지구온난화 때문이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살펴보면 1인당 경작가능 면적이 19700.38에서 20500.15까지 절반이상 감소합니다. 농업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100억 인구를 먹이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경지면적이 줄어든데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급증하면서 2020년부터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올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김용 세계은행총재도 다보스 포럼에서 “10년내 물과 음식 부족으로 식량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식량 전쟁이 벌어졌을 때 가장 위험한 나라 중의 하나로 대한민국이 꼽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까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대에서 올라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죠. 특히 밀 1.2%, 옥수수 4.1%, 32.1% 등으로 식량 안보를 걱정할 만한 지경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고 활동하는 힘의 원천인 칼로리(열량) 자급률을 보면 더 심각합니다. 곡물, 육류, 채소, 과일 등 음식물의 하루 섭취량을 칼로리로 환산했을 때 국산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인 칼로리 자급률은 우리나라가 42%OECD 꼴찌입니다. 특히 1위를 기록 중인 호주의 163%에 비해서는 4분의 1에 불과한 수치죠. 뉴질랜드·캐나다·덴마크·네덜란드·프랑스·미국 등 100%를 훌쩍 넘는 선진국과도 비교하기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칼로리 자급률 100%는 어떤 이유든 해당 국가가 외부 세계와 차단돼 완전히 고립되더라도 먹고 사는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100% 이하는 자치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부족한 식량이야 외국에서 싸게 수입해 먹으면 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입은 가능할지 몰라도 싸게는 힘들어 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나몰라라는 태도입니다. 해운업·조선업 위기 때에는 그렇게 호들갑을 떨더니만 몰락하는 국내 농업에 대해서는 사양산업이니 당연하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농민들이 서둘러 떠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정부 예산은 13%나 늘었는데 농업관련 예산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6%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같은 푸대접에 경지 면적은 5년 새에 9.6%나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 경제정보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2015년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인 109개 국가 중 26위에 그쳤습니다. 세계 12위 경제규모와 비교하면 저조한 순위죠. 세계적인 식량전쟁이 벌어지면 자칫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와 여당은 대풍으로 쌀이 남아돈다며 농지를 해제할 작정입니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듯 지방자치단체와 농민의 판단에 따라 농업진흥지역을 과감히 풀고, 해제되는 농지는 공장이나 물류창고, 교육·의료시설 등을 지을 수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와 여당은 대풍으로 쌀이 남아돈다며 농지를 해제할 작정입니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듯 지방자치단체와 농민의 판단에 따라 농업진흥지역을 과감히 풀고, 해제되는 농지는 공장이나 물류창고, 교육·의료시설 등을 지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 2월까지 전국 농업진흥지역의 10%, 서울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10의 규제가 해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농지가 해제된다면 누가 좋아할까요. 쌀 생산이 줄어 쌀 가격이 올라가니 농민들이 좋아할까요. 쌀가격은 국내 생산량보다 수입량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해 쌀초과 생산량이 대략 35만톤인데 올해 수입된 쌀이 41만톤에 달합니다. 무려 6만톤이 오버한 셈이죠. 따라서 농지를 줄인다고 국내 쌀가격이 당분간 오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따라서 농지가 해제된다면 박수칠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농지 소유주들이죠. 농지를 소유한 사람은 농민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서울을 비롯해 대도시 근교 등 이번 농지해제가 거론되는 지역 대부분 농지는 외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롯데, GS 등 일부 대기업들도 농지를 상당부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30대 그룹 계열사 1065곳이 보유한 여의도 284배에 달하는 토지 면적중 무려 15.9%131가 농경지입니다.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농경지를 30대 그룹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들 중에는 LG 등 농업분야에 진출한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농업과 상관없는 비업무용으로 농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농지해제로 추진으로 대기업들은 농지로 묶여있어 오르지 않던 땅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선물받을 셈입니다. 기업프렌들리라더니 대기업들에게 큰 선물을 한 셈이죠. 바꿔 생각하면 쌀값 폭락을 빌미로 대기업들이 농지해제를 로비했다는 의심도 듭니다. 이는 수실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됐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적극 동조했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 같습니다.

 

식량전쟁이란 책으로 펴낸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농지 전용을 풀어 집을 짓고 공장 등 다른 용도로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시는 농지로 쓸 수 없다정부가 강조하는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120만톤의 쌀을 비축해야 한다면 쌀 재고 문제는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상이변으로 전세계 설탕, 오렌지, 커피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세계적인 농업기업들이 미국·중국·독일의 힘을 바탕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는 설명을 드렸습니다. 빠르면 2020, 늦어도 2050년에는 본격적인 식량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말씀드렸고요.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정부는 딴나라 이야기인 듯 오히려 농업을 홀대하고 있습니다. 쌀값 안정을 요구했던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쏜 것처럼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그동안 땅투기 해놓은 농지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라는 선물을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받고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발발 10여년 전에 율곡 이이는 10만 양병설을 주장했습니다. 선조가 율곡 선생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면 임진왜란과 같은 끔찍한 고통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전국농민회연맹 등 많은 농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들의 외면 속에 힘겨운 처지죠. 식량전쟁이 곧 닥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율곡 선생의 10만 양병설을 외면했다가 당했던 고통을 400여년 만에 또 반복될 것 같아 두렵기만 한 마음에 이번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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