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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받는 노벨과학상을 못받는 진짜 이유는? 마태효과란?

경불진 이피디 2019. 12. 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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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받는 노벨과학상을 못받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노벨상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이 기부한 유산 3100만 스웨덴 크로나를 기금으로 삼아 제정된 상입니다. 1901년부터 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의학, 평화 5개 분야에 상을 수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을 맞아 만든 상으로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리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입니다. 상금을 노벨재단에 기탁하는 조건으로 노벨상에 포함되긴 했지만 여전히 태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리, 화학, 경제학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생리의학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문학은 스웨덴 학술원,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 노벨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노벨이 사망한 1210일 열리는 시상식도 달리 열립니다. 생리의학, 물리, 화학, 문학, 경제학 분야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각각 개최됩니다. 이는 노벨재단이 설립된 1900년 당시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한 나라였다가 1905년 분리된 데 따른 것입니다. 분리되면서 노르웨이가 평화상을 가져갔습니다.

 

 

노벨상은 수상자 발표 당일 노벨재단입니다. 당신이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라는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당사자마저도 수상 여부를 알지 못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합니다. 심사위원도 비밀입니다.

 

노벨상 상금은 각 분야 당 800만 크로나(102500만원)로 분야별 수상자가 다수일 경우 이를 나눠 갖게 됩니다. 노벨재단은 전세계 경제위기로 기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2년부터 상금을 기존 1000만 크로나에서 800만 크로나로 대폭 줄였다고 합니다.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73번의 노벨상이 수여됐으며 공동수상자를 포함한 전체 노벨상 수상자는 874명의 개인과 26개 단체 등 총 900명에 달합니다. 놀라운 점도 있습니다. 가문을 넘어 국가적인 영광인 노벨상을 거부한 사람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무려 6명이나 되는데요. 장 폴 사르트르가 1964년 문학상을, 레득토 베트남 전 총리가 1973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의 평화상 공동 수상을 자발적으로 거부했습니다. 또 독일의 리하르트 쿤(1938년 화학상)와 아돌프 부테난트(1939년 화학상), 의사 게르하르트 도마크(1939년 생리의학상)는 당시 나치 정권이 수상을 금지했죠. ‘닥터 지바고로 유명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도 1958년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정부의 압력에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한편 최연소 수상자는 2014년 평화상을 받은 말라라 유사프자이로 당시 17살이었습니다. 최고령 수상자는 200790세의 나이에 경제학상을 받은 레오니트 후르비치입니다.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은 미국 스탠퍼드와 UC버클리로, 각각 18명의 수상자가 이 두 학교 출신입니다. 비운의 후보도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정신과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2번이나 생리의학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모두 무산됐습니다.

 

평화상·경제학상을 제외한 노벨 과학상을 배출한 국가는 지금까지 28개국에 달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국가가 받은듯하나 1979년 파키스탄 이래로 25년만인 2004년 이스라엘이 신규 노벨클럽에 가입했을 정도로 폐쇄적이기도 합니다. 100년째인 2000년까지 노벨 과학상은 미국(199·42.4%), 영국(70·14.9%), 독일(61·13.0%) 3개국이 무려 70.3%를 독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같은 독식 현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2001~2015년 동안 미국의 비중은 51.8%로 급증했죠.

 

특히 노벨 과학상의 독식 현상은 국가만이 아니라 개별 연구기관에도 적용됩니다. 미국 하버드대(20), 캘리포니아공대(16), 스탠퍼드대(16)는 다섯번째로 노벨상을 많이 배출한 국가인 러시아(15)보다도 많습니다. 미국이 세계 최고 국가로 꼽히기는 하지만 이처럼 독식할 정도로 기초 과학이 강할까요.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은 노벨상 후보자의 선정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노벨상은 전 세계의 수백·수천 명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스웨덴 왕립과학원(물리·화학상)과 카롤린스카 의대(생리·의학상) 노벨위원회가 최종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기존 노벨상 수상자들의 추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1972년까지 미국 노벨상 수상자 92명 가운데 48명이 노벨상 수상자를 스승이나 선배로 뒀습니다. 이들 48명은 모두 71명의 수상자 스승 밑에서 연구했죠. 스승과 제자 계보가 다섯 세대까지 연결된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노벨상에도 마태효과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성경 마태복음의 구절에서 출발한 마태효과는 갈수록 심화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입니다. 따라서 노벨상도 받았던 나라, 수상했던 기관에서 계속 휩쓰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마저 빈익빈부익부 현상에 휩쓸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씁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3년 연속 노벨 과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합니다. 그럼 일본이 받는데 우리나라는 노벨 과학상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이유가 뭘까요. 혹시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지적이 눈길을 끕니다. 네이처는 한국 과학자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로 정부 투자 대비 낮은 연구 성과 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한국은 범국가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했다고 네이처는 분석했습니다. 한국이 이미 2014GDP 대비 R&D 예산이 4.29%로 예전까지 가장 많았던 이스라엘(4.11%)을 앞질렀다는 것이죠. 노벨상 강국인 미국과 일본의 2014R&D 예산 비중이 3%, 4%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투자입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2017년에는 R&D 투자 비율을 5%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금액 면에서 따져도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는 605억 달러로 미국·일본·중국·독일·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연구진이 내는 논문 수는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1.22%에 불과한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네이처는 분석했습니다. 이는 2014년 기준 중국의 7분의 1정도며 영국, 독일, 일본의 절반 수준입니다.

 

인구 대비 연구자 수에서 한국은 근로자 1000명당 연구자 12.84명으로 일본(10.19), 독일(8.54)에 앞섭니다. 하지만 2014년 한국의 논문 발표 수(72269)는 일본(114999), 독일(149495)에 크게 뒤지죠.

 

이유가 뭘까요. 네이처는 R&D 투자 대부분이 삼성, LG, 현대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에서 나온 점을 원인으로 짚었습니다. 산업계의 투자는 응용 분야에 국한돼 있어 특허 출원은 많아도 기초과학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4R&D 투자의 75%는 기업에서 이뤄졌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투자도 기초과학보다는 반도체, 통신, 의료 등 응용 분야에 집중돼 있는 상태죠. 여기에 시류에 심하게 흔들리며 줏대마저 없죠. 올해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 9단의 바둑 대결 직후 대통령이 나서서 인공지능에 2020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을 대표적인 예입니다. 네이처는 알파고 열풍이 불자 인공지능이 미래라며 곧바로 이 분야 투자를 늘리는 주먹구구식 대응이 과학자들의 사기를 오히려 꺾어놓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네이처는 이런 한계 때문에 한국의 많은 연구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조사한 결과 2008~2011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과학자 중 70%가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남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R&D 투자를 아무리 늘려도 연구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탓에 인재들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 거죠. 애국심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것은 이젠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도 있어 보입니다. 정부는 물론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도 목적과 목표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과학 연구를 통해 인류의 삶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적이 아닌 단지 노벨상을 받기 위해 과학 연구에 투자하는 목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이야기죠.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즐길 수 없이 그저 성과내기에 급급하게 됩니다.

 

국내 과학 연구 투자 결정의 거의 대부분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노벨상과 관계없는 분야는 지원을 받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과학자들은 정부 지원 과제에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는 연구가 거의 없다며 이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청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 과학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연배의 일본 교수들이 연구비를 걱정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연구비를 받기 위한 제안서를 쓰는 데 열정을 허비한다고 지적하기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오스미 교수처럼 효모 단백질의 생성과 노쇠현상, 그리고 노폐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무려 40년 동안 연구할 수 있을까요. 오스미 교수는 노벨상을 받기 전까지 일본 내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도쿄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했지만 오스미 교수는 도쿄대에서 정교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51세에 국립연구기관의 연구원 겸 교수로 옮겨야 했죠. 하지만 그는 그저 묵묵히 연구하고 연구 속에서 기쁨을 찾아 노벨상까지 받는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오스미 교수의 부인은 인터뷰에서 남편은 좀 대충 대충하는 이상한 사람이다. 칠칠치 못하게 적당히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실험이 잘 됐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남편은 호기심이 왕성해서 흥미가 생기면 다른 건 전혀 상관 않고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전형적인 연구자여서 연구가 시작되면 정신없이 연구만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오스미 교수도 남들과 경쟁하기는 싫다.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하는 편이 즐겁다오히려 도쿄대에 계속 있었더라면 노벨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죠. 노벨상을 받으려는 목표가 아니라 과학을 통해 인류의 행복을 높이겠다는 목적에 매진한 결과 노벨상은 받은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카이스트가 10년 내 상용화되지 않을 돈 안 되는 연구에 최장 30년간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카이스트는 지난달 19일부터 학부생과 교수들을 상대로 프로젝트 공모를 시작했는데, 연구과제는 현재 핫이슈가 아니어야 하며, 10년 안에 상업화하기 어려운 주제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고 합니다. 국내 과학계에서는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하네요.

 

프로야구 등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즐기다보면 상은 따라 옵니다.”

 

상을 받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고 열심히 운동했더니 각종 상도 받게 됐다는 설명이죠. 우리나라도 왜 이렇게 많이 투자를 하는데도 노벨상을 받지 못하냐고 타박할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에 즐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노벨상 계절이 지나가면 거의 모든 언론들이 왜 이번에도 우리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는지에 대해 힐난하고 나설 것입니다. 투자가 더 필요하다느니 정부의 노오력이 부족하다느니 하면서 말이죠. 국가적으로 투자해서 하루라도 빨리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야 한다고 부추길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과학자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연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지에 대한 세밀한 살핌도 있을까요. 노벨상을 받겠다는 목표에만 매달리면 영원히 노벨상을 받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즐기다보면 상이 저절로 따라올 수 있도록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합니다. 카이스트와 같은 역발상 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노벨상은 목표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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