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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평평론’과 상저하고···최태원 SK회장이 화난 이유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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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평평론’과 상저하고···최태원 SK회장이 화난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3. 7. 1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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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Behind the Curve)’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신 애청자분 계신가요? 아마 거의 없으실텐지만 뭔 이야기인지는 바로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한때 유튜브 등에서 유행했던 플랫 어스(Flat Earth)’ 즉 지구평평론이라는 황당한 이론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요. 말 그대로 지구가 평평하다는 황당한 이론이죠.

 

아니 인공위성이 날아다니고 달과 화성으로 우주선을 쏘는 시대에 이런 황당한 말을 믿는 사람이 과연 있느냐고 하실 수 있는데요.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이 다큐는 2019년에 나왔고 경불진에서도 2019년 관련 내용을 다뤘는데요. 지금도 유튜브 등에서 ‘Flat Earth’를 검색하면 콘텐츠가 올라옵니다. 물론 지금을 많이 줄었지만요. 그런데 왜 믿는 사람이 줄었을까요?

 

당시 다큐에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마크 서전트라는 지구평평론 광신도가 등장하는데요. 서전트는 스스로 지구가 평편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겠다며 실험을 하는데요. 구멍이 뚫린 판자 여러 개를 세우고, 레이저를 비춰 불빛이 구멍을 일직선으로 통과하면 지구가 평평한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이죠. 그런데 이렇게 될 리가 없잖아요.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실험에서 오히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해버렸거든요. 이러자 서둘러 실험을 끝내버리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더라고요. 혼란스러웠을까요? 아니면 부끄러웠을까요?

 

그런데 이런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는 용어가 있죠.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 더닝 크루거 효과는 코넬대 대학원생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크루거 교수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인지편향 실험을 통해 제안한 이론입니다. 실험을 해봤더니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없는 사람의 경우 자신을 오히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는데요.

 

한마디로 '빈 수레는 요란하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다고 볼 수 있죠. 문제는 요란한 빈수레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능력 없는 사람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충분히 탐지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변에서 틀렸다고 알려줘도 무시해버린다는 거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요.

https://youtu.be/7tTq4JwnDa4

갑자기 더닝 크루거 효과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우리 경제에 비슷한 현상이 너무나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떤 황당한 현상이 있을까요?

 

  • KDI “한국경제, 경기 저점 지나는 중”… 힘 받는 ‘상저하고’(세계일보)
  • 무역흑자 전환 성공…정부 "韓 경제 '상저하고' 전망 청신호"(뉴시스)
  • 추경호 "하반기 경제 나아진다... 中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파이낸셜뉴스)

 

제목만 보면 경제가 금방 살아날 것 같죠.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온 상저하고가 정말 들어맞을 것 같고요. 경기 저점은 이미 지났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유튜브 등도 경기낙관론을 설파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일단 맨 처음 기사부터 살펴볼까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 9일 낸 ‘7월 경제동향에는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의 감소폭이 축소되면서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고 있고, 서비스업과 고용 여건도 양호하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면서 근거로 반도체 업종 흐름을 꼽았습니다. 반도체 수출액의 전년 동월 대비 감소폭은 441.0%, 536.2%에 이어 지난달 28%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바닥을 다지면서 지난달 전체 수출액의 전년 동월 대비 감소폭도 6.0%까지 낮아진 상태라고 전합니다.

 

이 같은 KDI 분석은 하반기 경기가 좋아진다는 정부의 상저하고전망과 들어맞는다는 거죠.

 

그런데 희한한 점이 있습니다. KDI가 이렇게 상저하고를 자신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해야 정상이겠죠. 적어도 그대로 유지하거나. 하지만 KDI는 기존 1.8%에서 1.5%로 오히려 낮췄습니다.

 

더 재미난 것은 KDI의 경제분석을 참조했을 정부마저, 상저하고를 그렇게 주창하는 정부마저 지난 4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더 낮췄습니다. 너무나 황당하죠.

 

그런데도 현 정부의 경제수장인 추경호 부총리는 이런 황당한 소리를 이어갑니다.

 

“올해 성장률은 상반기 실적 부진으로 당초 예상보다 낮은 1.4%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IT 부문 경기 회복 등으로 성장세가 상반기 대비 2배 수준 반등할 것이다.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여 돌아보면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왔지만, 이제 그 긴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이 말 그대로라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9%로 추정되거든요. 그럼 하반기에 1.8%를 성장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일단 1.8% 성장이 가능한지는 차치해 놓고서라도 겨우 1.8% 성장을 놓고 하고라고 할 수 있나요?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하반기는 코로나로 인해 0.8%를 기록하긴 했지만 2017년 하반기는 3.6%, 2018년 하반기는 2.8% 2019년 반기는 2.4%, 2021년 하반기 4.2% 정도는 해야 하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왜 성장률이 1.4% 밖에 안될까요? 두 번째 기사와 연관있는데요. ‘무역흑자 전환 성공정부 "경제 '상저하고' 전망 청신호"(뉴시스)’

 

https://youtu.be/SUqh3fChDCc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 무역적자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 전망에 청신호"라고 평가했다고 언론들은 전합니다. 특히 산업부는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정보기술(IT)업황 부진, 불확실한 무역환경 등 3대 어려움 속에서도 대통령 이하 정부부처, 수출기업 모두가 원팀으로 노력해 달성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활약 덕분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활약하는 영업사원을 그냥 둬도 될지 너무나 걱정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일단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일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무역수지는 113000만 달러 흑자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정부나 언론의 주장처럼 과연 청신호일까요?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6.0% 감소한 5424000만 달러(715425억원), 수입은 1년 전보다 11.7% 감소한 5311000만 달러(7052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한마디로 수출이 늘어나서 흑자를 본 것이 아니라 수입이 크게 줄어서 흑자라는 거죠.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 대한민국에겐 불황형 흑자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중국 등 외국에서 원자재 등을 수입해서 가공한 후 수출하는 것이 우리 무역의 일반 패턴이잖아요. 그런데 수입이 크게 준다는 것은 우리가 수출하는 것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우리의 먹거리가 사라진다는 거죠.

 

그런데도 정부는 앞으로 6월 무역수지 흑자가 조기에 수출증가율 플러스 전환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범부처 수출총력지원 노력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합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요?

 

10일도 지나지 않아 들통났습니다. 지난 11일 관세청이 71~10일 수출입현황을 발표했는데요. 수출 133억 달러, 수입 15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14.8%(23억 달러), 수입은 26.9%(571000만 달러) 각각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감소했습니다. 특히 이 기간 조업일수(7)를 일평균수출액도 19억 달러로 전년(222000만 달러)대비 14.8%줄었습니다. 대통령 이하 정부부처, 수출기업 모두가 원팀으로 노력해 달성한 결과라더니 말이죠.

 

도대체 왜 이렇게 수출이 안 될까요? 7월 수출은 유럽연합(22.4%)과 인도(11.1%) 등으로의 수출은 늘었지만 중국(-20.6%), 미국(-9.0%), 베트남(-32.5%) 등은 감소했습니다. 탈중국하면서 수출 다변화를 한다고 했는데, 미국과의 동맹이 굳건하다고 했는데 중국은 물론 미국으로로 수출도 줄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우리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나라에서 보충할 수 있을까요? 유럽과 인도가 미국과 중국을 대처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가 세 번째 기사가 나오죠.

 

추경호 "하반기 경제 나아진다...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

 

추 부총리는 12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중국 시장은 굉장히 큰 시장이고, 반드시 우리가 공략해야 할, 그리고 활용해야 할 시장이라며 중국이 코로나 봉쇄 때문에 경기회복이 지연됐고, 스스로 생산하는 물건을 쓰기 시작한 만큼 우리가 13억 시장에 틈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지 마자 선언한 탈중국은 아니라고 강조한 셈인데요. 그런데 추 장관도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우리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굉장히 많이 보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이게 탈중국 선언과 뭐가 다른 가요?

https://youtu.be/kZLvsn8kLzs

그런데 3달만에 말을 바꾼 셈이죠. 이렇게 말을 바꾼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최태원 SK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2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엄청나게 쎈 발언을 했거든요,

 

“한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인 중국을 셧다운하고 다른 마켓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이 대체 가능한 시장이 아니다. 중국 시장을 잃어버리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내부 혼란이 온다.”

 

윤석열 정부의 탈중국 선언과는 정반대 이야기죠. 한마디로 아마추어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탈중국 선언했다가 우리 경제 다 말아먹는다는 것을 순화해서 표현한 것 아닌가요?

 

물론 추 장관이 하루 전 기조연설에서 중국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중국은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이라고 주장했지만 최 회장이 이런 강경발언을 한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르면 좀 가만히 있으라는 거죠. 지구평평론을 믿는 광신도들처럼 근거도 없는 상저하고는 제발 그만 외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탈중국 선언은 잘못됐다고 선언하고 시진핑 주석을 만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한국의 주요 공장들이 다 미국이나 중국으로 옮기지 않을까요?

 

이런 모습은 금융시장에서도 보입니다.

 

지난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가 증가세지만 관리 가능한 범위로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하죠. 가계대출의 추이를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예측해봤을 때 GDP 대비 가계대출의 성장 폭이 훨씬 더 적을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는 군요. 이어 새마을금고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역시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로 대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 부실 관리에 대해서도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창용 한은 총재의 생각은 다르죠.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7조원 증가하는 등 최근 3개월 연속 가계대출이 증가한 데 대해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지속적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면 금리 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서 금통위원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상반된 이야기죠. 그런데 누구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을까요? 이창용 총재는 IMF출신의 금융전문가입니다. 반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검찰 출신이죠. 금융수사 경력이 있다고는 하나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가 의심되지 않나요?

https://youtu.be/baeyYP0aSew 

***그나무상

 

위기일수록 자극적인 이야기에 끌릴 수 있습니다. 근거없는 음모론에 빠지기도 쉽고요. 하지만 그럴수록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현장에서 일해왔던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거죠. 무역에서는 그룹을 이끄는 총수가, 금융에서는 금융시스템을 지휘하는 총재가 그 누구보다 전문가가 아닐까요?

 

 

영화 돈 룩 업에서의 교훈처럼 어설픈 아마추어에 휘둘리지 말고 진짜 전문가의 견해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진짜 전문가를 골라낼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너가 먹여주기를 바라지말고 직접 자료도 찾고 통계도 확인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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