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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거액 벌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바보’들이 박수받는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3. 7. 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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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 시간과 돈을 들여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연이은 실패에 좌절도 많이 했죠. 하지만 하늘이 그동안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준 걸까요? 드디어 원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당장 특허만 출원하면 그동안의 고통을 한꺼번에 보상받고도 남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죠.

 

애청자 여러분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요? 일단 엄청나게 기쁘겠죠. 이젠 평생 놀고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생길테고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내가 연구한 것에 특허를 출원하면 해당 제품의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용자가 제한될 수도 있고요. 내 연구 결과를 소수만 맛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데 무슨 상관이야 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게 사람 목숨과 관련 있다면요. 갈등을 느낄 수 밖에 없겠죠.

 

그래도 특허를 포기한다는 생각까지는 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동안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과 돈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잖아요. 이런 보상도 없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연구에 매달릴 이유도 없겠죠.

 

그런데 세상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착한 바보도 있습니다. “이에 말도 안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지금부터 착한 바보들의 행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이야 소아마비를 걱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매년 5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그야말로 공포의 질병이었습니다. 이 병에 걸린 어린이 200명 중 한 명은 팔이나 다리가 평생 마비된 채 지낼 수밖에 없는데요. 1921, 39살이었던 루스벨트 대통령도 소아마비를 앓고 하반신 장애를 얻었을 정도였죠.

 

미국만이 아니죠.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까지 매년 약 2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기도 하였답니다. 그런데 이 수는 195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감소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4년 이후로는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이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피츠버그대 바이러스연구소장이던 소크 박사가 백신을 개발한 덕분인데요. 당시 공식 기자회견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기자가 소크 박사에게 질문했습니다. “이 백신의 특허권은 누가 가지게 되나요?”

 

그러자 소코 박스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는 거죠.

 

글쎄요, 사람들이겠죠. 특허권은 없어요. 태양에도 특허권이 없잖아요.”

 

만약 소크 박사가 특허권을 내고, 제약회사에 이 백신을 팔았다면 큰돈을 벌 수 있었을 겁니다. 수백억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크 박사는 이 백신을 만드는 법을 그냥 공개했어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쉽고 값싸게 백신을 구할 수 있었죠.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도 더 이상 소아마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이 이야기는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코로나 백신으로 화이자, 모더나가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모으자 가난한 국가만이라도 소크 박사처럼 무료로 백신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죠. 그런데 실제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코르베백스란 이름의 백신을 들어보셨나요? 아마 드무실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접종되지 않는 백신이거든요. 하지만 인도 등 저개발국에서는 이 백신이 맹활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면 이 백신을 개발한 베일러 의대 피터 호테즈, 마리아 보타치 교수가 착한 바보소크 교수를 존경했거든요. 코로나를 종식시키기 위해선 특허를 풀어 최대한 많은 곳에서 백신을 생산해 저소득 국가에서도 백신을 같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거죠. 그래서 과감히 백신에 대한 특허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코로나가 전문가들의 우려와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빨리 종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만일 화이자, 모너나처럼 수십조원 돈을 챙겼다면 인도나 아프리카 등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엄두도 못냈을 것이고, 그랬다면 변이가 계속 생겨 아직도 인류가 코로나 공포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호테즈, 보타치 두 교수님을 인류를 구한 착한 바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착한 바보가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일까요?

 

미국보다 더 심한 천민자본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비난까지 받는 우리 기업계에 몇 안되는 존경받는 기업이 있죠. 그 중 대표가 바로 유한양행일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유한양행이 유한양행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또 바보같은 일을 벌였다는 건데요. 유한양행이 벌인 바보같은 짓이 뭘까요?

 

폐암은 최근 위암보다도 흔해졌지만, 생존율은 여전히 40%도 안 되는 병입니다. 안 그래도 치료가 어려운데 치료제마저 비싸 환자들을 더욱 힘들게 했는데요.

 

그래서 올해 초 국회 국민청원에는 폐암의 첫 치료에 표적치료제의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가장 발전된 치료제가 너무 비싸 환자가 실제 처방받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얼마나 비싸길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건강보험 적용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연간 무려 7000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재벌이 아니고서는 집안이 휘청거릴 수 있는 금액이죠.

 

그래서 해당 청원 동의를 5만명 넘게 받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3월부터는 실제 건강보험 적용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됐다는 군요. “정말 다행이죠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지만 아직 남은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폐암의 표적치료제는 2000년대 초반을 시작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유한양행의 렉라자로 대표되는 3세대까지 발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다른 치료가 실패한 뒤에만 이 약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군요.

 

아무래도 너무 비싸기 때문에 좀 저렴한 치료부터 하는 것인 듯 한데요.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죠. 더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 값싼 치료부터 하고 실패하면 비싼 최신 치료를 하라고요. 그러는 사이에 병세가 악화되고 죽으면 어쩌나요? 따라서 표적치료제를 만드는 두 회사에게는 돈 벌 기획에 아직 열려 있는 셈입니다. 3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시장을 두 회사가 나눠먹기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유한양행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렉라자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때까지 무상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이죠.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처방하길 희망하는 전국의 2·3차 의료기관이면 모두 무료를 준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환자는 수천만원의 약값을 아낄 수 있게 된 셈이죠. 덕분에 3000억 시장은 잠시 포기하는 것이고요.

 

물론 일각에서는 경쟁약인 타그리소와의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만일 다른 제약사라면 이런 의심도 충분히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유한양행은 다르죠.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라는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정신으로 지금도 잘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 박사님은 우리사주라는 개념이 없을 때 노동자들에게 먼저 주식을 나눠주고 돌아가실 때도 가족이나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다 환원하셨죠. 이 때문에 스스로 재벌 되길 포기한 바보 CEO’로 불기도 합니다. 덕분에 유한양행은 20년 연속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이름을 당당히 올리고 있죠.

 

하지만 좀 걱정되지 않나요? 수천억원을 이렇게 쉽게 포기하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요. 그런데 유한양행 주가는 어제도 올랐습니다. 특히 630일이후 6거래일째 내리다가 렉라자 무료화가 발표된 어제 오히려 1.77%가 올랐습니다. 주식투자자들도 유한양행이 유한양행했다고 평가한 덕분 아닐까요?

 

바보 같으면, 착해 빠지면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바보같은 우직함은 복리 저축이고 돈만 쫓는 얍삽함은 영끌 갭투자라고요. 남들이 고통 받건 말건 나만 잘 살면 되라는 생각에 빠져 영끌 갭투자한다면 순간적으로 큰 돈을 만질 수는 있지만 결국 이런 행동이 대출이자처럼 쌓여 나를 갉아 먹게 된다는 거죠. 반면 바보같은 우직함은 복리적금처럼 처음에는 쌓이는 줄도 모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온 일생일대의 행운보다는 서서히 늘어나는, 다 같이 잘사는 행복을 선택한 바보(?)들에게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경불진 두피디도 이런 바보들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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