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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나서 죄송합니다” 투자전문가들이 반성문 쓰는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3. 1. 1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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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이겨내는 투자를 위해 리서치에 과한 몰입을 했고 이는 투자 자체의 안정성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최소한의 회복이라고 생각되는 2배 수익을 빠르게 달성하는데 회사의 명운을 건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게 뭔소리일까요? 한때 미국 밈(Meme) 주식으로 꼽히며 급등했던 게임스톱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던 머스트자산운용 김두용 대표가 쓴 반성문입니다.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수익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걸 반성하며 심기일전하겠단 뜻인데요.

 

최근 이처럼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증권업계의 꽃이라 불리는 투자 전문가들이 반성문을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대세까지는 아니고요. 하지만 투자실패를 하고 투자자들에게 많은 손실을 안겨도 나몰라라 해왔던 과거와는 달리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사례가 하나둘 생겨난다는 것은 바람직해보이긴 합니다.(물론 손실이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이 했을 수도 있지만요) 게다가 전문가들의 반성문을 통해 우리도 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배울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반성문을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앞서 반성문의 일부를 소개한 머스트자산운용의 김두용 대표.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 지난 2006년 설립 이후 2020년까지 27%애 달하는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는데요. 특히 성장주 중심의 공격적인 해외투자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유명합니다.

 

하지만 지난 6일자 투자레터에서 2021년에 2%에 그쳤던 수익률이 지난해에는 급기야 56%로 폭락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야말로 반토막난 것이죠. 한마디로 10년 동안 번 돈을 1년만에 다 까먹은 것입니다. 이건 개미투자자들의 패턴과 비슷하지 않나요. 10번 벌다 한번에 다 날려먹는 패턴.

 

하지만 이상하죠. 개미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분석을 통해 투자했을 텐데 왜 이렇게 손실이 났을까요? 김 대표는 이렇게 반성합니다.

 

“해외 크로스 체크를 통해 국내 투자를 실수없이 더 잘하고 국내 투자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고자 2017년부터 시작한 해외 상장 주식 투자 중 일부 장기성장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많은 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손실을 낸 구체적인 이유로 4가지를 꼽았는데요.

 

  • 첫째,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등 매크로 경제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악화했다
  • 둘째, 금리상승으로 인해 장기성장기업의 주가 하방 변동성이 심해졌다
  • 셋째, 단단할 것이라 생각했던 기업들조차 매크로에 의해 펀더멘털 영향을 받았다
  • 넷째, 일부 리서치에서 잘못된 해석을 했다.

 

실제로 이런 잘못들 때문에 머스트자산운용은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씨(Sea Ltd), 럭셔리 쇼핑몰 운영사인 파페치(FTCH),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인 카바나(CVNA) 등 단 세 종목으로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79%를 채웠다고 합니다. 2020년도까지만 해도 이런 성장기업 투자가 높은 수익률을 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 종목들이 지난해 반토막 났습니다. 뒤늦게 지난해 3분기 말에서야 단일 종목 비중이 10%를 넘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지만 때가 늦었다는 거죠.

 

한마디로 과거의 성공에 취해 변화를 읽지 못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입니다. 이 때문에 머스트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5일 기준 2361억 원. 지난해 초 6123억 원에 비해 3분의 1 토막 났습니다. 지난해 초 6000억 원대 초반으로 머스트자산운용과 비슷했던 씨비알이인베스트먼트와 페블스톤자산운용은 8000억 원대로 늘었고 그로쓰힐자산운용 역시 6500억 원대로 불린 것과 대조적이죠.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599333?ucode=L-cYlmqQUB 

 

[이피딕 픽]“손실나서 죄송합니다” 투자전문가들이 반성문 쓰는 이유는?

최근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의 반성문이 화제인데···. 성장주 중심의 공격적인 해외투자로 유명한 머스트자산운용의 김두용 대표, 언론에도 자주 출연하는 신영증권의 김학균 리서치센터장

www.podbbang.com

 

김 대표는 포트폴리오를 대폭 조정하고 투자 손실 회복에 회사의 명운을 걸겠다고 다짐했는데요.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요?

 

왜냐면 이번 반성문이 처음은 아니거든요. 지난해 6월 수익률이 폭락하기 시작하자 보낸 투자레터에서 김 대표는 짧게는 1, 길게는 2~3년 이상의 시선에서 볼 때 투자 포트폴리오의 단단함과 내재된 잠재 기대 수익률은 부족하지 않다매크로가 좋아져야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있고, 오로지 독립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그 소수의 기업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선별성에 몰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이건 반성문이라고 보기 힘들죠. 내 투자 전략은 틀리지 않았다고 오히려 항변한 것 잖아요. 그러면서 성장주 위주의 소수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집했다가 손실을 더 키웠고요. 이는 개미들의 실패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죠. 손실이 커지기 시작하면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방에 회복하겠다고 몰빵했다가 더 큰 손실을 보게 되는데요. 너무나 비슷하다는 거죠.

 

이제 자신의 실패를 반성했으니 한방 유혹에 빠지지 말고 차근차근 회복하길 바랍니다.

 

유명 애널리스트의 반성문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TV 라디오 유튜브 등 각종 채널을 통해 시장을 전망했던 전문가로 익숙한 신영증권의 김학균 리서치센터장, 아마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텐데요.

 

김 센타장이 지난해 장을 마감했던 1229‘2022년 나의 실수라는 반성문을 공개했는데요.

 

김 센터장은 4가지를 잘못했다고 반성했습니다.

  • 첫 번째, 긴축의 장기화 가능성을 간과했다
  • 두 번째, 부동산 가격 상승은 영원할 줄 알았다
  • 세 번째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지속가능성 간과했다,
  • 네 번째 지정학적 리스크를 계측할 수 없었다

 

김 센터장은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서는 종종 경험할 수 있었지만, 경제 행위나 정책 의사결정까지도 일단 한 쪽 방향으로 경도되면 관성과 가속도로 표현되는 자기강화의 과정이 나타난다는 점을 2022년에 실감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변곡점을 맞추려 하는 것보다는 일단 만들어진 추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처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자성을 한다고 밝혔죠.

 

재미난 점은 김센터장 혼자만 반성을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이죠. 서정연, 엄경아 등 10명의 소속 연구원들도 반성문에 동참했는데요. 자발적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박소연 연구위원은 중국의 자존심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채권전략을 담당하는 조용구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에 기반한 전망의 한계를 절감했다, 항공업을 담당하는 엄경아 연구위원은 항공사들이 해운사처럼 될 줄 알았다고 반성했더라고요.

 

왜 이렇게 함께 반성했을까요?

 

그 이유에 대해 김 센터장은 때로는 맞추고, 때로는 틀리고 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일이라면, '틀린 것' 혹은 '틀리고 있는 것들'을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지나간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이가 전망을 잘할 수 있을까. 우리가 '2022년 나의 실수'를 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반성하는 모습이 반갑고 긍정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다만 이런 반성문은 한번으로 그쳐야겠죠. 내년에도 또 반성문을 쓰지 않도록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승전보를 쓸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애청자 여러분들도 지난해에 대한 반성문을 한번씩 써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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