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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일까? ‘디지털 진주’일까?

경불진 이피디 2024. 3. 1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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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이 또다시 몰려오고 있죠. 2022년 초에는 16000달러(2100만 원)까지 떨어졌는데요. 올해 들어 쭉쭉 오르기 시작하더 사상 처음으로 7만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기세가 대단한데요. 작년에 비하면 약 250%가 올랐고, 최근 1달 동안에만 50% 넘게 오른 거예요.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1억 원을 돌파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다들 짐작하실 것입니다. 실물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금융상품인 주식·채권과는 다르게, 암호화폐는 그런 연관이 없어서 예측이 힘들지만, 최근 상승에는 짐작할 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금융상품으로 승인한 것이 결정적이었죠. 그 뒤로 지금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73억 달러, 우리 돈 10조 원대 투자금이 들어왔고, 이 자금이 비트코인 매수세의 원천이 됐습니다. 같은 기간 새로 공급된 비트코인 물량의 4배를 넘는 규모이니, 다른 이유가 없다면 가격 오를 여건으로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다음 달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도 시장은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해 복잡한 문제를 풀고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는 과정을 '채굴'이라고 부르고, '채굴'이 시장에 새로운 비트코인을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반감기는 풀어야 할 문제가 어려워지는 시기를 뜻하는데, 그때마다 가격이 올랐다는 과거의 반복된 경험, 데이터가 시장 강세를 이끌고 있다, 시장 내부 분석입니다.

https://youtu.be/whHBBUVeiQE?si=Em67zNfANZRFqZxm

따라서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 오를까요? 오른다면 어디까지 오를까요?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의 욕망을 내다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점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얼마까지 오른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치고 사기꾼이 아닌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따라서 경불진에서 그런 전망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과거 사례를 통해 비트코인 광풍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 배워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재미난 역사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하는데요.

 

애청자 여러분들은 어떤 보석을 가장 좋아하나요? 다이아몬드, , 사파이어, 진주···,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 같은데요. 이중 보석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것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진주입니다.

 

진주는 지구상의 모든 보석 중 유일하게 생명체가 직접 만드는 것이죠. 고대 그리스인들은 번개가 바다로 들어갈 때 마가렛이라는 진주가 만들어진다고 믿었다고 하는데요. 서양 여자 이름으로 널리 쓰이는 마가렛의 뜻은 고대 페르시아어로 진주였다고 합니다. 인류는 자연에서 우연히 생기는 진주를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데요. 진주는 조개에 외부 균이 들어오면 여기에 일종에 방어막을 친 것이란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1세기 티아나의 아폴로니우스가 남긴 글에서 인공진주를 만드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아랍인들은 조개의 입을 벌린 다음 상처에서 액체가 흘러나올 때까지 뾰족한 도구로 조개를 찌르고, 이 액체를 굴려서 진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진주 모양이 타원형, 물방울형 등 다양하지만 완벽한 구체에 가까울수록 귀하게 여겨집니다. 조개를 이용한 음식을 먹다 보면 좁쌀 같은 진주가 발견된다지만, 보석의 크기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하는데요. 천연진주 한 알을 얻기 위해 대략 몇 개의 진주조개를 열어봐야 할까요? 무려 1만개 넘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어부가 잡은 조개에서 진주가 발견되면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하듯 큰돈을 벌 수 있었죠. 천연진주 가격이 왜 그렇게 비싼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실제로 진주가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는 데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와 관련된 내용을 기사로 보도했거든요.

1917, 미국 부유한 사업가의 젊은 아내 메이지 플랜트(Maisie Plant)는 까르띠에 진주 목걸이를 보고 한방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플랜트가 진주목걸이를 탐한다는 소식을 접한 피에르 까르띠에는 거래를 제한했습니다. 진주목걸이와 플랜트 부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바꾸자고 했는데요. 도대체 뭐랑 바꾸자고 했을까요? 금덩어리? 다이아몬드? 놀랍게도 부동산과 바꾸자고 했다는 데요. 그것도 뉴욕 맨해튼 5번가와 52번가에 있는 플랜트 맨션입니다. 당시 이 맨션의 가치는 100만 달러.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약 2400만 달러, 우리돈으로 316억 정도 하는군요. 엄청 비싸죠. 하지만 까르띠에 진주목걸이도 그 정도 가치를 지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플랜트 남편은 교환에 즉시 동의했다는 군요. 지금으로써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지만 당시에는 나쁜 거래가 아니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진주는 전 세계적으로 귀하게 여겨졌으며 종종 금이나 심지어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중했으니까요.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터졌습니다. 일본 기업가 미키모토 코키치가 양식 진주를 만드는 기술을 산업화한 뒤 1년전 이미 특허까지 냈거든요. 하지만 플랜트 부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죠. 미키모토는 양식진주 대량 생산에도 성공했고 천연 진주의 가격은 1920년대부터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진주가격은 회복되지 못했죠.

 

실제로 오늘날 우리가 보석상에 만날 수 있는 진주는 대부분 양식진주입니다. 천연진주는 완전한 형태의 구()로 발견되기 어려운데요. 어딘가에 흠이 있기 때문이죠. 이를 셰익스피어는 '자연의 손이 남긴 얼룩'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미키모토가 양식진주에서 성공하면서, 오히려 울퉁불퉁한 진주를 채집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으며 이런 측면에서 그는 진주를 표준화한 셈입니다. 양식진주가 시장을 지배하지만 여전히 천연진주만을 찾는 소비자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천연진주의 채취량은 매우 적고, 유통되는 대부분은 골동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진주조개 채취를 위한 잠수 허가증을 쉽게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진주조개의 개체 수가 이미 위험 수위로 감소했으며, 양식진주가 발명되지 못했다면 진주조개가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양식진주가 천연진주를 살렸다는 정말 아이러니죠.

한편 1957년 메이지가 사망한 후 그녀의 까르띠에 목걸이는 경매에 나왔습니다. 100만 달러에 샀던 목걸이의 가격은 얼마에 낙찰됐을까요? 겨우 151000달러에 팔렸습니다. 물가를 감안해도 10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치는 가격이죠.

 

그럼 좀 궁금해지죠. 까르띠에 진주 목걸이와 교환했던 맨션 가격은 어떻게 됐을까? 2016년에는 랜드마크인 까르띠에 빌딩에서 5번가 두 블록 떨어진 비교적 규모가 작고 덜 알려진 부동산도 52500만 달러에 매각됐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안다면 플랜트 부부는 무덤 속에서도 화를 내지 않을까요? 부부 싸움을 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진주목걸이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일단 금과 가상화폐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둘 다 희소성이 특징이죠.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의 총량은 약 24만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젠가 고갈될 수 있기 때문에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도 부르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의 상당수는 만들 때 채굴이란 과정을 거치면서 희소성을 유지합니다. 예컨대 비트코인의 경우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사전에 설정돼 있습니다. 또 비트코인은 채굴이 다 끝날 때까지 4년 주기로 채굴에 따른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오도록 설계됐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엔 오는 4월 반감기가 되면 희소성이 더 강해진다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도 있죠.

 

주식, 채권과 달리 금과 가상화폐는 보유하는 대가로 현금 흐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주식은 배당이 나오고, 채권은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금이나 비트코인은 들고 있다고 배당이 나오거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신 가격이 오르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죠.

 

하지만 비트코인이 금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생활비 변화를 감안하면 1온스의 금은 2,000년 전 고대 로마에서 가졌던 구매력과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은 너무나 변동성이 크죠. 게다가 양식이 가능해진 뒤 가격이 떨어진 진주나 아이폰 등장 이후 사라진 블랙베리폰처럼 새로운 디지털 화폐의 등장으로 비트코인도 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디지털 금이 아니라 디지털 진주일 수 있다는 거죠.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창조적 파괴의 영원한 돌풍이라고 불렀던 혁신이 비트코인에게도 일어날 수 있잖아요.

https://youtu.be/8ids9PYFnpQ?si=Gm3kmfDojUFaCcxZ

새로운 비트코인 ​​ETF에 대한 투자 설명서가 모두 경고했듯이 새로운 디지털 통화가 등장하면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와 가치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은 몇 년 동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일 당장 갑자기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희소성과 고유성이 뛰어나긴 하지만 베팅을 한다면 가능한 소액으로 투자하고 위험을 분산하라고 월스트리트는 조언합니다.

 

애청자 여러분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조언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인데 무슨 소리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요. 비트코인 가격이 언젠가는 떨어질텐데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듭니다. 비트코인이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닐까?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고 있잖아요. 블록체인 시장조사 기관 룩인투비트코인(LookIntoBitcoin)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고래'(whale)라고 일컬어지는 비트코인을 1000개 이상 보유한 '큰 손'들의 고유 주소(unique address)2104개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1998개였던 지난 119일에 비해서는 많이 늘어난 숫자죠. 즉 비트코인도 탈중앙화 대신 그들만의 세계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요? 거래수단 대신 투기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가상화폐 투자자들조차 탈중앙화나 화폐로서의 효용에는 흥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으며, 오직 내가 소유한 비트코인을 누군가가 더 비싸게 사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비트코인을 둘러싼 뉴스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몰락한 진주목걸이처럼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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