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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맞는 거야···입맛따라 달라지는 통계 본문

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도대체 뭐가 맞는 거야···입맛따라 달라지는 통계

경불진 이피디 2023. 6. 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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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했던 말이라는 사실 다들 아실 것입니다. 이 말처럼 통계는 믿을 것이 못된다고 여기시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경불진에서 늘 강조하다시피 통계, 즉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숫자를 임의대로 모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죠. 숫자만 나와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요. 문제는 통계를 가지고 장난치는 시도를 그냥 나두면 안된다는 점입니다. 자칫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통계는 조작하려는 의도가 없는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숫자 그 자체에 담긴 의미를 스스로 해석해보려는 노력도 필요하고요.

 

오늘 최근 우리사회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놓고 있는 통계 조작 의혹을 까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중국 대체하는 수출 호조국은 미국·인도·호주”(세계일보)
中 수출 막혀 무역수지 고전하지만…"수출선 다변화" 전화위복(뉴스1)

 

최근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줄면서 거시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있죠. 6월들어서도 10일까지 수출액이 1527100만달러. 1년 전보다 1.2% 늘어나긴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언론들이 수출 바닥을 다졌다고 보도했죠. 하지만 조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6.0%나 감소했다는 사실을 아마 다들 아실 것입니다.

 

특히 이 기간 무역수지는 141000만달러나 적자.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있는데요. 올들어 누적 무역수지 적자액은 무려 2884700만달러.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달러)60.4%에 해당하는 수치죠.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이렇게 무역이 안된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잖아요.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처럼 인구가 많아서 내수위주로 바꿀수도 없고요. 당장 미래 먹거리까지 걱정일 수 밖에 없는데요. 이런 우려가 끊이질 않자 이상한 보도가 나옵니다.

 

()중 수출 감소로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미국, 호주, 베트남 등지로 수출선이 다변화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는거죠. 정말 긍정적일까요?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소리를 할까요?

 

이는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대중국 수출부진과 수출시장 다변화 추이 분석 보고서'에 담겨있는데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중 무역 구조가 변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탈중국 현상은 2021년부터 가시화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탈중국 발언 이전부터 있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중국 외 시장 수출 증가율은 202126.7%로 중국 수출 증가율(22.9%)을 추월했다고 강조합니다. 지난해 중국 수출이 4.4% 감소하는 동안 중국 외 시장 수출은 9.6% 증가했다는 거죠.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는 중국 외 수출이 6.8% 감소한 반면, 중국 수출은 29.8% 급감했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수치상으로 이 주장에 틀린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팩트는 맞지만 사실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몇가지 팩트를 나열하면서 정작 중요한 팩트를 가려버렸다는 점이 문제죠.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요? 이 보고서의 주장처럼 중국 수출 증가율이 2021년에는 22.9%였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면 2018, 2019, 2020년은? 14.1%, -16%, -2.7%였습니다. 그리고 중국 외 수출 증가율은 7.5%, 8.3%, -6.4%. 2019년에도 마이너스긴 하지만 중국 외 수출증가율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2021년부터 중국 외 수출 증가율부터 커졌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죠.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보면 이해하기 쉬울텐데요. 투잡을 하는 직장인이 본잡에서 300만원, 투잡에서 200만원으로 벌고 있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알바로 안정성이 낮은 투잡 비율이 40%로 너무 높죠. 그런데 이 직장인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본잡을 75%를 높이고 투잡을 25%로 낮췄습니다. 그런데 본잡은 그래도 300만원, 투잡에서 100만원. 비율은 안정적으로 변했죠. 하지만 전체 수입은 어떻게 됐나요? 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줄었잖아요. 이걸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앞서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도 바로 이점입니다. 정부가 불안하다고 주장하는 중국 수출 비중이 줄어든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수출액을 볼까요?

 

1월에서 5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2530억달러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928억달러. 따라서 올들어서만 387억 달러나 줄었죠.

 

그런데 지난해 같은 기간 중국 수출은 683억달러에서 497억달러 186억달러나 감소했습니다.

 

그럼 비중이 늘어났다는 미국은 어떨까요? 같은 기간 451억 달러에서 456억 달러로 겨우 5억 달러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미국에서 5억 달러 늘었지만 중국에서 186억 달러 까먹고 전체적으로 387억달러가 줄었는데도 수출선 다변화라고요. 긍정적이니 안도해도 된다고요. 참 기가 막히죠.

 

***그나무상

 

만들어진 진실이란 책을 소개할때고 언급했듯이 거짓말 잘하는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다보면 모든 것을 거짓말하지는 않죠. 일부 진실을 이야기한 후 거짓말을 살짝살짝 섞어 넣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잘 속기 때문이죠.

따라서 통계보고서나 뉴스를 접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보고서나 뉴스에 언급한 통계는 대체로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더 중요한 데이터는 언급하지 않죠. 감추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불진에서 늘 강조하듯이 통계는 반드시 원본 데이터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 발표한 연구소나 언론의 성격에 따라 혹시 감추고 있는 것은 없을지 유심해 살펴봐야 하고요.

https://youtu.be/w70hvs9XZHY

두 번째

 

잠실 14억·은마 17억...‘드디어 바닥’ 서울 아파트 사들인 외지인들(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하락률 1위→ 올해 13주 연속 상승… ‘집값 롤러코스터’ 탄 세종(조선일보)

 

최근 부동산 바닥론을 전하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끊임없이 하락할 것 같았던 부동산 가격이 대출금리 인하로 바닥을 딛고 일어서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서서히 거래량도 늘어나고 집값이 올라갈 조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세계일보는 대대적 규제 완화·금리 안정에 청약 훈풍줍줍도 광풍이라고 전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지난주 뉴스원에서 의미있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동안 경불진에 끊임없이 강조해온 집값 띄우기의 실체를 분석한 기사인데요. 수상한 집값 띄우기라는 시리즈 내용을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기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례 하나.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194(3)는 지난 42660억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지만 한 달 만인 524일자에 거래 취소 신고됐다.

 

사례 둘. 강남구 청담동양파라곤 전용 224(10)도 지난 42668억원에 중개거래돼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으나 615일 현재까지 소유권이전 등기는 설정되지 않고 있다.‘

 

뭔가 이상하죠. 무려 60억이 넘는 거래가 한달만에 취소되거나 등기가 되지 않고 있다니···. 그런데 이런 사례를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강남 3구 신고가 계약(올해 3~5월 체결) 9건의 등기 여부를 추적했지만, 이 중 실제 등기가 이뤄진 건 2건에 그쳤다고 합니다. 오히려 취소된 거래도 있었다는 거죠.

 

이런 거래들은 올해 상반기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 거래량이 반등하자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뤄져 집값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했던 것들입니다. 집값 바닥론의 근거였던 거죠.

 

하지만 정작 이들 거래 대부분 소유권 이전 등기는 이뤄지지 않았다니···. 뭔가 냄새가 심하게 나죠.

 

물론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허위 거래로 간주할 수는 없습니다. 현행법상 매매 후 언제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십수 년이 지나도록 등기 치지 않는 부동산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부동산 계약이 체결되면 30일 이내 거래신고를 하도록 규제(위반 시 과태료 부과)하고 있습니다. 거래가 취소되면 3개월 내 신고해야 하고요. 그런데 위장·허위 거래의 겨우 과태료를 내더라도 취소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것이 많기 때문이죠. 이런 위장·허위거래의 경우는 당연히 등기도 하지 않겠죠.

 

https://youtu.be/VHpv5hEjqxY

따라서 이런 위장허위거래가 많다면 실수요자들은 억울하게 당할 수도 있습니다. 집주인 맘대로 부르는 '호가'에 당하지 않도록 '실거래가'를 확인하는 건 어느 정도 일반화됐죠, 하지만 앞서 설명처럼 등기 없는 허위·위장 거래로 가격만 띄어놓으면 그냥 당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실제 등기 여부까지 추가로 챙기면 좀 더 정확한 시세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해 왔습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오는 7월부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기 정보도 함께 표기해 '집값 띄우기'를 위한 부동산 시세 조작을 막는다는 방침이라는데요. 일단 아파트 거래부터 시범적으로 시작한 뒤 아파트 외 주택 등으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할려면 빌라나 다세대도 같이 하지 왜 미적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언론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부동산 통계 중 하나가 국토부 산하기관인 부동산원의 주간통계입니다. 지난 618일에도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62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오르며 4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런데 여기에는 뭔가 큰 허점이 있습니다. 일단 아파트 거래라는 것이 앞에 언급했던 것처럼 3개월 내에 취소도 가능한 장기 계약이 특징인데 주간단위 거래가 의미 있을까요? 취소한 것도 반영될까요?

 

게다가 발표되는 수치가 0.03%, 0.04% 등 소수점 둘째자리 변화가 대부분입니다. 주간 변화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0.03%면 도대체 얼마가 변한 것일까요?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이라고 쳐도 30만원 오르고 내린 것입니다. 0.04%40만원. 기가막히죠. 아파트 거래할 때 “10억원 너무 비싸니 99970만원으로 30만원 만 깎아주세요라고 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따라서 이런 변화는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3000만원 4000만원 변화도 아니고 이런 미미한 수준의 변화를 지수 상승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거죠. ‘서울아파트가격 평균 30만원 올랐다고 하면 눈하나 깜짝할 사람이 있을까요?

 

https://youtu.be/z99yQjIVWDI

그런데 언론들은 0.03% 서울 아파트가격이 오르면서 4주연속 상승세라고 전합니다. 기가막히죠.

 

따라서 주간데이터 발표보다는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월단위나 3개월 단위 통계가 더 유용하다는 거죠.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 중 하나인 케이스-실러지수는 뉴욕, 시카고 등 주요 20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산출됩니다. 그런데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부동산원의 통계와 달리 3개월 혹은 월 단위로 발표되죠.

 

여기에 더 큰 차이도 있습니다.

 

한국 부동산원은 직원 300여 명이 표본주택의 변동상황을 분석해 내부시스템에 입력하면 해당지사에서 검증작업을 거치고 본부 주택통계부에서 확인해 최종 시세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매주 통계를 내야하는데 요즘처럼 거래가 뜸하면 어떻게 할까요?

 

없으면 없는대로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죠. 실거래가와 호가를 섞어 사용한다고 합니다. 주간 통계 작성할 때 거래가 없으면 인근 유사 단지의 실거래나 호가를 활용한다는 거죠.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호가는 매도자, 즉 집주인이 집을 팔 때 부르는 가격입니다. 집주인과 매수자가 합의해 실제 거래한 실거래가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죽 호가를 적용할 경우 통계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할까요? 지나치게 짧은 조사 기간때문입니다. 주간 발표를 위해 부동산원은 매주 화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조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 주 목요일 주간 아파트 동향을 발표하죠. 당장 지금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가 신고도 한 달이 소요되는 데, 관련 통계를 일주일마다 내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혼란만 초래한다는 거죠.

 

***그나무상

 

통계를 볼 때 기간도 살펴야 합니다. 앞서 부동산 통계처럼 장기간 이뤄지는 것을 억지로 단기에 맞춰 발표하다보니 부정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말하기는 좋죠. 지난주 부동산이 얼마나 빠졌어, 올랐어. 제목 달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런 통계에는 절대 속으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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