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삐삐·공중전화·카세트테이프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본문

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삐삐·공중전화·카세트테이프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경불진 이피디 2023. 5. 16. 19:36
반응형

이거 알면 아재 인증.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죠. 추억의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나오는 과거의 유물에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나도 이젠 아재네란 소리를 내볕기도 하고요. 여행을 떠나는 자녀들에게 전화하라는 말을 좀 재미있게 했다가 그게 뭐여요란 타박을 듣기도 하죠. 아재들은 전화하라는 제스처를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펴고 전화하는 모양을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쓰니 손바닥을 다 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가 좀더 거슬러 올라가 전화 다이얼 돌리거나 TV채널을 돌리는 모습을 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죠. 과거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접했을뿐 실제로 그런 전화나 TV를 써본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녀들이나 후배들과 이야기하다가 말문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던 적도 많으실 것입니다. 그렇게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가득하고요. 그런데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더군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변신을 해서 우리 주변을 아직도 든든히 지키는 것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것들일까요? 이들이 살아남은 비법은 도대체 뭘까요?

첫 번째.

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영화 접속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유니텔이라는 PC통신을 통해 사랑을 키우는 연인의 이야기였는데요. 그런데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추억의 물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삐삐’. 이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있었죠.

 

하루종일 한석규를 기다리던 전도연이 공중전화에서 음성을 남깁니다. 그리고 삐삐를 본 한석규가 전도연의 이 메시지를 확인하죠.

 

이제 난 다시 혼자가 되겠죠.. 당신처럼.. 언젠가 그랬죠? 다시 만날 사람은 꼭 만난다는 걸 믿는다고요. 이제 그 말 믿지 않을래요. 오늘 당신을 만나서 이 음악을 함께 듣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 두 사람 사이로 그 유명한 음악이 흐르죠. ‘A Lover's Concerto’. 그런데 얼마전 자녀들이랑 이 영화를 같이 봤는데 아들이 잘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왜 저렇게 불편하게 연락하냐는 거죠. 카톡하면 되는데···. 당시에는 카톡이 없었어라고 해도 아이들은 믿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더 신기한 것이 딸의 이야기. ‘저 조그만 것이 신분증이야?’ 삐삐를 모두 차고 다녔다는 저의 설명에 대한 황당한 질문이었죠. 아이들은 한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추억돋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요즘 우리 아재들도 삐삐를 보기 힘들잖아요. 응급실 의사나 소방관 등이 쓰긴 한다고 하는데 일반인들 중에는 거의 없죠. 하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삐삐를 거의 매일 같이 쓰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게 뭔소리 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삐삐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삐삐, 즉 무선호출기는 미국의 발명가 알프레드 그로스가 1949년에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선호출 기술을 바탕으로 워키토키의 초기형태로 개발됐다고 합니다. 이후 1962년 벨 시스템이 시애틀 세계 박람회에서 벨보이 무선 호출 시스템으로 개량했다고 하고요.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대중화되지 않고 서울 부산 등에서 의사, 군인, 국가기관 요원 등 소수의 직종이나 특수 직종에만 사용했는데요.

 

그러다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전국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요. 1997년 시티폰이 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어났습니다. 시티폰은 발신만 가능한 휴대용 전화기로, 삐삐로 호출받으면 시티폰으로 전화하는 식으로 많이 사용했죠. 특히 ‘8282’는 빨리빨리, 1004는 천사, 1010235는 열렬히사모 등 삐삐 용어까지 생겨났죠.

 

하지만 1990년 후반 휴대폰가 대중화되면서 삐삐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는데요. 이제는 사용자가 거의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삐삐는 멸종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멸종은커녕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는데요. 공룡이 조류로 진화한 것처럼 말이죠.

 

덕분에 우리가 치킨을 먹듯이 삐삐도 여전히 쓰고 있다는 데요. 바로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꼭 있는 진동벨 또는 호출벨. 바로 이것이 삐삐가 진화한 것이라는데요.

 

진동벨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가 삐삐와 같다고 합니다. 과거 삐삐를 만들었던 리텍은 삐삐가 점차 사라지면서 어려움에 빠졌다는데요. 이 때 미국 출장길에서 진동벨을 보며 무릎을 쳤다고 합니다. 삐삐를 진동벨로 진화시켜자. 그래서 2004년 아웃백을 시작으로 베니건스, 롯데리아 등에서 진동벨을 도입하기 시작하고, 2006년에는 카페에 공급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는데요. 특히 사용처에 따른 맞춤형 기능과 디자인으로 제작하고 있다는데요. 실제로 요즘 호출벨에는 영상까지 나오죠. 덕분에 리텍은 국내 고객사만 2만 곳이 넘으며 현재 호출벨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삐삐 전성기 시절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kOM9jWXfQkM

둘째

 

최근 공중전화 사용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젠 공중전화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죠. 10년 전만 해도 14만대가 넘던 공중전화가 이제 3만 대도 남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하실 것입니다. 사용하는 사람도 없는데 아예 없애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실제로 공중전화를 이용하기 위해 연간 3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데요. 이건 돈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무선통신망이 단절되는 재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잖아요. 이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고요. 또 국민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신 복지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공중전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난이나 통신 복지를 위해 연간 300억원으로 날린다면 문제가 심각하겠죠. 하지만 이런 비난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죠. 왜냐면 공중전화가 우리 곁에 남기 위해 바쁘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혹시 이런 공중전화 보셨나요? 에어샤워 기계가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 코로나19 이후 등장했는데요. 파란색 버튼을 누르면요, 10초 정도 나오는 바람으로 옷에 묻은 바이러스를 살균할 수 있습니다.

 

또 공중전화 부스에 배터리가 차곡히 꽃혀있는 모습도 보신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저희 동네에도 있는데요. 바로 전기오토바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충전소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혹시 이런 사실을 아셨나요?

 

스마트폰 배터리는 다 됐는데 보조 배터리도 없어서 난감한 경우. 이럴 때도 공중전화를 찾아보면 됩니다. 모든 부스는 아니지만 일부 부스에서는 보조배터리를 빌려주거든요. 대여 후 3분 이내에 반납하면 무료. 이후에는 30분당 500분의 비용이 붙고요. 24시간 내 반납하지 않으면 배터리 가격 전체를 내야 합니다. 단 배터리를 가질 수 있다고 하고요. 급할 때는 유용하겠죠.

 

이 밖에 공중전화 부스에 ATM를 설치해 돈을 뽑을 수 있고 공기질을 측정할 수 있는 부스도 등장했습니다. 1인용 사무공간이나 자동심장충격기 보관소, 공공도서관의 책을 빌려주는 공중전화 부스도 있다는 군요.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겸하는 공중전화 부스는 전국에 약 1700개나 된다는 군요. 누가 이렇게 신박한 아이디어를 냈을까요?

 

공중전화 관리업체 KT링커스라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이색 부스 개수를 늘리는 공중전화의 진화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조만간 택배를 부치다 던지 낮잠을 자는 것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후지필름 자기 테이프 / 후지필름

세 번째

 

학창시절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했던 카세트테이프. 열심히 녹음했는데 너무 자주 들어서 늘어지거나 테이프가 잘못 감겨서 짜증났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아재인증. 요즘은 카세트테이프를 보기 힘들기 때문이죠.

 

음악은 DVD, MP3를 넘어 이젠 스트리밍이 대세잖아요. 누가 카세트테이프에 음악을 저장하려 할까요? 따라서 카세트테이프는 이젠 멸종했다고 봐도 될 듯한데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카세트 테이프가 아직도 현역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센터입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쓴다고?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 뉴스 등에 데이터센터가 나오는 장면에서 커다란 원반이 돌아가는 모습을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 원반이 바로 카세트테이프와 같은 원리인 자기테이프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죠. HDD를 넘어 요즘은 PC에서도 SSD를 쓰잖아요. 그런데 왜 자기테이프를 아직도 쓸까요?

 

바로 가성비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의 서버 역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읽기 위해 기업용 SSD를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모든 데이터를 SSD에 저장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따라서 여전히 하드디스크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데이터를 여러 번 백업할 용도라면 하드디스크마저도 비쌉니다. 그래서 개발된 지 반 세기가 넘었지만, 아직도 현역으로 활약하는 저장 장치가 자기 테이프입니다. 600~1000m에 달하는 긴 자기 테이프에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을 씁니다.

 

CD, DVD 같은 광미디어도 물론 저렴하지만, 테라바이트급 데이터를 저장하기 어려운 반면 현재 사용되는 자기 테이프 카트리지는 10TB 이상 데이터도 거뜬하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압축하면 더 많은 데이터 저장도 가능합니다.

 

물론 테이프를 감아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기 때문에 속도도 느리고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불러올 수밖에 없지만, 어차피 백업 용도라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기 테이프는 컴퓨터 기술의 태동기인 1950년대부터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로 널리 사용됐다고 합니다.

 

그럼 자기테이프는 누가 만들까요? 현재 소니, IBM, 후지필름 세 곳 밖에 없다는 군요.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이름이 있지 않나요? 바로 후지필름. 과거 코닥과 함께 세계 필름 시장을 양분했던 업체인데요. 코닥은 디지털화에 뒤쳐져 사라졌잖아요. 이젠 이름만 간신히 남아있는데요. 후지필름을 다르다는 거죠. 카메라 필름 시대가 저물자 대용량 자기테이프 개발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지필름은 2020년에 IBM과 함께 신소재를 이용한 580TB 급 자기 테이프 카트리지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기존 저장용량의 50배가 넘는 것이죠.

 

카세트테이프는 DVD, 하드디스크, SSD 등 신생 경쟁자가 등장할 때마다 사라질 위기에 빠졌지만 엄청난 저장용량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꿋꿋하게 살아남은 것이죠. 경쟁자인 코닥이 몰락의 길을 걸을 때 후지필름은 변신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고요.

https://smartstore.naver.com/kbjmall/products/7655180091

 

(경불진특가)다운워시+다운프루프 세트(사은품 샌들워시) : 경불진몰

[경불진몰] 경불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착한 쇼핑몰

smartstore.naver.com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여기서도 이렇게 되묻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역대 최악의 경제 위기로 서민경제가 박살나고 있는데 삐삐나 공중전화, 카세트테이프가 무슨 도움이 되느냐면서요. 물론 큰 도움이 안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삐삐, 공중전화, 카세트테이프의 생존 비법을 살펴보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빨리빨리를 외치는 시대에 이들은 오히려 느리게를 통해 살아남았거든요. 이게 뭔소리일까요?

 

시대가 변한다고 무조건 바꿔야 산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까지 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트렌트를 바쁘게 쫓아가야만 살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 때문에 자신의 개성마저 빠르게 버리곤 하죠. 그러다보면 결국 죽도 밥도 안되고요. 결국 사라지는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삐삐, 공중전화, 카세트테이프는 달랐다는 거죠. 트렌트에 뒤쳐졌다는 비난까지 받았던 자신의 장점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시켰습니다. 소위 존버정신을 지켰다는 거죠. 삐삐는 알람이라는 단순 목적을 특화해서 진동벨로 진화했고 공중전화는 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특성을 이색 공간으로 변신시켰고 카세트테이프는 느리지만 크고 저렴한 가성비로 승화시켜 데이터센터의 터줏대감으로 여전히 살아남았습니다.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삐삐, 공중전화, 카세트테이프의 느림의 미학, 존버정신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697258?ucode=L-cYlmqQUB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

경제뉴스가 연예뉴스만큼 편해지는 그날까지

www.podbbang.com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