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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른 GDP의 모든 것

경불진 이피디 2019. 2. 1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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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면 내년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전망하는 기사가 쏟아집니다. GDP성장률이 높아지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환호하고 낮아지면 경제가 나빠진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GDP성장률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중요한 대접을 받을까요.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한 나라 안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에 의해 일정 기간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 가격으로 평가한 것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국민 경제 전체의 생산수준을 파악하는데 주로 사용됩니다. 다른 나라와 경제 규모를 비교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쉽게 이야기하며 그 나라 경제 성적표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은행에서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공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GDP성장률을 가능한 한 높게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정부나 국채 기관에서 발표하는 GDP성장률 전망치는 대외기관이나 외국전망치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인 이유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지난해 GDP는 1조 5,302억 달러(1,730조 3,985억 원)로 세계 12위 입니다. 1위는 미국으로 19조 3,906억 400만 달러로 우리나라의 12배에 달합니다. 2위인 중국의 GDP12조 2,377억 47만 9,375달러로 우리나라의 9배정도입니다.

 

GDP가 해당 국가 영토 안에서 만들어진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포함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생산한 사람이 외국인이든 우리나라 사람이든 국적에 상관없다는 이야기죠. 예를들어 영국 축구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성용 선수의 소득은 우리나라 GDP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기성용 선수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서 소비도 영국에서 많이 하고 세금도 영국에 주로 냅니다. 한국사람이지만 영국 경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죠. 반면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블랑카의 소득은 우리나라 GDP로 계산됩니다.

참고로 국적에 따라 소득을 평가하는 것은 GNP(국민총생산)인데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왜 GDP 증가률이 경제성장률과 동일하게 읽힐까요. 한 나라의 경제력이나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개선됐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GDP 이외에도 국제수지, 외환보유액, 재정규모 등 여러 가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표들은 경제의 한 단면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의 국제수지는 엄청난 흑자라고 해서 국제수지 엄청난 적자국인 미국보다 경제수준이 훨씬 높다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종합적인 경제수준을 살피는 데는 GDP가 유용한 셈이죠.


이 때문에 GDP성장률은 정부 경제 계획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예산안을 짤 때 GDP성장률 전망치에 맞춘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문제는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수치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이같은 전망 오류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습관적으로 전망치를 과장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기재부가 2007~2012년 산정한 GDP 성장률 평균 오차는 무려 2.33%포인트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GDP가 약1666조원이니 단순 계산으로 약 388조원의 GDP가 허공에 날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보다 앞서 이명박 정부의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강국), 박근혜 대통령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도 허황된 전망이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습니다.

 

물론 살아있는 생물같은 경제의 성장률을 정확히 맞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사실입니다. 투자·수출·수입·물가·환율·금리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하는데다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파급력이 막강한 블랙 스완의 변수도 수시로 튀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전망의 오차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고 예측치 또한 수시로 수정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교통정보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내비게이션이 새 경로를 재계산해 알려주듯이 경제 성장률도 수시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국내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전망치가 이처럼 실제와 격차가 크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도착예정시간도 제대로 못 맞히는 실망스러운 내비게이션과 다를바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뭐하러 많은 돈을 들이며 경제전망을 하느냐는 전망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게 설정되는 바람에 세수펑크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2013년 세수결손액은 85000억원을 기록했으며, 2014년엔 사상 최대 규모인 109000억원을 냈습니다.

이 때문에 내년에 초·중등 교육에 써야할 지방교육재정 16000억원을 중앙정부에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방교육재정은 세수실적과 연동돼 있어 해마다 정산을 해야 하는데 장밋빛 경제전망으로 미리 많이 줬다가 나중에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혔다며 토해내게 한다는 말입니다.

이뿐 만이 아니라 정부의 발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민간 기업들의 사업 계획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재미난 사실이 또 있습니다. 경제성장률 못지않게 많이 나오는 경제용어가 잠재성장률입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기술을 동원해 GDP을 물가 상승의 부담 없이 성장시킬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노동과 자본이 늘거나 생산성이 올라가면 잠재성쟁률이 상승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죠. 이 때문에 성장률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잠재성장률도 한국은행 등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행은 20134월 이후 잠재성장률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2014년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한 ‘474’ 비전의 핵심이 잠재성장률 4%인데도 말입니다. 잠재성장률 목표를 발표해 놓고선 정작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도대체 무슨 까닭 때문일까요.

 

최근 경제가 급속히 활력을 잃으면서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발표한 잠재성장률 전망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올해 3.66%에서 20203.15%, 20252.64%, 20601.29%로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OECD 평균보다도 훨씬 가파른 수준이죠. 일각에서는 이미 잠재성장률 마지노선인 3%가 무너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잠재성장률 수치가 너무 낮아 발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은은 요지부동입니다. 2010~2012년의 잠재성장률이 3.6~3.7% 수준이라고 밝힌 이후 함구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최근 “3년 주기로 적용될 중기 잠재성장률을 산출하기 위해 각종 대외 변수를 적용한 모형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28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미래성장산업을 발굴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잠재성장률이 얼마인지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상황입니다.

 


GDP 자체의 한계도 만만치 않습니다. GDP는 최종 생산을 기준으로 산출된 지표입니다. 따라서 중고차나 헌옷 직거래는 GDP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알뜰 시장 등이 활성화돼 서민경제가 나아져도 GDP는 변함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중개인 통해 거래했다면 GDP에 포함됩니다.

또 가사노동과 지하경제도 GDP에서 배제됩니다. 60만명이 넘는 가정주부와 2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지하결제가 GDP에서 빠진다는 이야깁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GNI(국민총소득)이란 지표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생산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입니다. 해외로부터 국민(거주자)이 받은 소득(국외수취 요소소득)은 포함되고 국내총생산 중에서 외국인에게 지급한 소득(국외지급 요소소득)은 제외됩니다. 기성용 선수의 소득은 포함되고 블랑카의 소득은 빠진다는 이야기죠. 이 때문에 GNIGDP보다 국민의 실질 소득이나 체감 경기를 반영한다고 평가보고 있습니다.

 

대체로 원자재 수입가격이 상승하고 원자재를 가공한 제품의 수출가격이 하락할 경우 GDP보다 GNI가 작아지게 됩니다. 예를들어 석유 10톤을 수입하기 위해 스마트폰 100대를 수출하면 가능했다고 가정할 경우 석유가격이 10% 오르면 스마트폰 110대를 만들어 수출해야 합니다. 국민 소득이나 삶의 질은 변함없는데 GDP로 계산하면 스마트폰 10대를 더 생산한 것으로 집계되죠. GDP만 뻥튀기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거나 원화가치가 상승해 실질 소득이 늘어나는 경우에는 GDP는 변함없지만 GNI는 늘어나게 되죠. 실제로 올 2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3% 늘어났지만 실질 GNI0.1% 감소했습니다. 이같은 감소는 4년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물론 GNI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가계, 기업, 정부의 소득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해 1인당 GNI는 무려 28180달러(2968만원)에 달합니다. 4인 가족 연소득이 12000만원은 된다는 계산이 나오죠. 하지만 이만큼 버는 가구는 얼마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1인당 GNI에서 가계가 가져가는 몫인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56%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2.6%(2012년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GNI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5.19%에 달합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8.21%)에 비해 7%포인트 가량 높은 최고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는 가계보다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만 살기좋은 나라라는 이야기죠. 물론 기업이 많은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헬조선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생각할거리가 많습니다.

참고로 PGDI는 세금·연금 등을 빼고 개인이 임의로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합니다.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가장 가까이 반영하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죠. 지난 2014년 1인당 PGDI15786달러(1626만원)입니다. 4인가구로 계산하면 약 6500만원 정도로 현실에 가까운 듯합니다.

 


경제 성적표를 따질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가수준입니다. 경제규모가 아무리 커져도 물가 올라가면 실제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살펴봐야 하는 지표는 GDP디플레이터입니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것입니다. 그럼 명목GDP와 실질GDP는 어떻게 다를까요. 실질GDP에 물가상승률을 더하면 명목GDP가 나옵니다.

 

그런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있는데 왜 GDP디플레이터가 필요할까요. 소비자물가지수가 상대적으로 몇 가지 상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데 비해 GDP디플레이터는 경제 전체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인플레이션과 비교할 때도 GDP디플레이터가 사용됩니다. 국가 간 인플레이션 차이를 통해 한 나라의 통화가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구매력이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인플레이션이 높은 나라의 통화는 그렇지 않은 나라의 통화에 비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수치화 되지 않는 삶의 질을 평가하려는 노력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OECD는 주거, 소득, 직업, 교육, 환경,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삶의 질을 가늠하는 더 나은 삶 지수2011년부터 발표하고 있습니다. OECD'2015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2015)에 따르면 한국은 11개 세부 평가부문 가운데 '사회적 연계'(Social Connections)에서 36개 조사대상국 중 꼴찌를 기록해 11개 부문을 모두 합친 전체 순위에서 한국은 27위에 그쳤습니다. 전체 1위는 호주가 차지했으며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덴마크, 캐나다, 미국 등이 차례로 뒤를 이으며 상위권에 포진해 있습니다.

국민총행복지수(GNH Gros National Happiness)라는 것도 있습니다. 심리적 웰빙, 건강, 생활수준, 시간사용, 공동체 활력도, 굿 거버넌스, 문화적 다양성, 생태학적 다양성·회복력 등 9가지 영역으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총행복지수는 세계 102위에 불과합니다. 경제적으로 선진국 문턱에 다가갔지만 실상 국민은 행복하지 않은 참 이상한 나라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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