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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헷갈리는 규제```포지티브? 네거티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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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헷갈리는 규제```포지티브? 네거티브?

경불진 이피디 2019. 12. 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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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정의는 규칙이나 규정에 의해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음입니다. 이를 풀이해 보면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서로가 지켜야 하는 약속이죠. 그래서 나라마다 규제를 두는데요. 두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포지티브 규제네거티브 규제’.

 

그럼 앞서 언급했던 열거주의와 포괄주의 중 어느 것이 포지티브 규제, 네거티브 규제와 연결될까요? 살짝 헷갈릴 수 있습니다. 일단 열거주의는 잘 모르겠지만 포괄주의는 무엇인가를 포괄한다는 의미일 것 같잖아요. 아무래도 열거주의보다는 긍정적인 의미인 것 같죠.

 

또 포지티브(positive)는 의미나 어감이 긍정적이죠. 이에 반해 네거티브(negative)는 부정적 의미에 어감도 부정적입니다. 따라서 긍정은 긍정끼리, 부정은 부정끼리. 즉 열거주의는 네거티브, 포괄주의는 포지티브와 연결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아닙니다. 정반대로 연결해야 해요. 이유를 설명 드릴께요. 열거주의는 할 수 있는 것을 열거하는 것입니다. 열거된 것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다 금지한다는 뜻이죠. 반면 포괄주의는 모든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절대 안되는 것만 금지하는 것이죠.

 

‘포지티브 규제’는 할 수 있는 것들만 나열하고, 언급되지 않은 모든 것을 금지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네거티브 규제는 원칙적으로는 모든 것을 허용하되 절대 안 되는 예외사항만 명시해 금지하는 방식이죠.

 

따라서 열거주의는 포지티브 규제, 포괄주의는 네거티브 규제입니다. 살짝 헷갈리시죠. 아마도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단어 자체가 갖는 태생적 의미 때문일텐데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정적 의미를 갖는 네거티브가 억제를 의미하는 규제와 만나 긍정의 의미가 된 것입니다. 즉 부정과 부정이 만나 긍정이 되는 셈이죠. 반대로 긍정을 의미하는 포지티브는 부정적인 규제와 만나 부정의 의미로 바뀌는 것입니다. 긍정과 부정이 만나니 부정이 되는 것이고요. 이젠 이해하실 수 있죠?

 

 

예를 들어보면 더욱 이해하기 싶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도 포지티브·네거티브 규제, 열거주의, 포괄주의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인 교통 표지판입니다. 우리나라는 비보호 좌회전이나 유턴은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만 할 수 있죠. 표지판이 없는 곳에서 좌회전이나 유턴을 하면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이게 뭘까요? 앞서 언급했던 열거주의, 포지티브 규제입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다 우리나라처럼 포지티브 규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미국의 경우는 어떤지 아세요. 미국은 모든 곳에서 좌회전이나 유턴이 가능합니다. 즉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곳에만 금지 표지판을 세워놓습니다. 따라서 금지 표지판에 있는 곳에서는 좌회전이나 유턴은 불법이죠. 따라서 미국은 포괄주의, 네거티브 규제입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여러분은 열거주의, 포지티브 규제를 선호하시나요? 아니면 포괄주의, 네거티브 규제를 선호하시나요? 아마도 포괄주의, 네거티브 규제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네거티브라서 부정적인줄 알았는데 듣고보니 오히려 긍정적이니까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부정의 부정이니 긍정이니 당연히 난 긍정 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네거티브 규제를 선호하는 분들은 앞서 언급했던 좌회전, 유턴 상황 때문에 더 생각이 굳어졌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경험이 많은데요.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유턴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런데 서울 같은 곳은 버스 전용차선까지 있어서 유턴하는 곳을 찾기 힘들죠. 족히 1km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턴장소에 가도 마찬가지죠. 유턴을 하기 위해 차가 쭉 늘어선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신호도 엄청 짧아 한번에 유턴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길 한번 잘못 들어섰다가 10분이상 허비하는 경우도 많죠. 그럴 때면 짜증이 나지 않기가 힘들죠. 미국처럼 네거티브 규제라면 유턴도 편하게 할텐데.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없는지 확인한 후 유턴하면 되잖아요. 이런 점에서도 네거티브 규제가 훨씬 효율적으로 보이죠.

 

실제로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규제 논쟁은 규제완화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민간에 허용해주고 금지할 것만 정하자는 것이죠. 즉 민간 자율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정부는 최대한 뒤로 빠지자는 것입니다. 이론적 토대도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거두인 하이에크는 작은 정부를 지향했습니다. 정부 규제는 점점 많아지고 불합리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원 배분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 것이죠. 정부기구의 비대화로 자원 낭비가 심해진다는 지적입니다. 즉 정부의 실패, 정책의 실패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힘을 줄여야 한다고 하이에크는 강조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복지정책 등에 돈을 너무 많이 푸느라 비대해진 정부를 다이어트 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하이에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곳이 있었죠. 바로 1980년대 레이건 정권하의 미국, 대처 정권하의 영국입니다. 이후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로 번져나가면서 거의 모든 국가에서 규제완화 이데올로기와 정책이 보급됐죠. 전세계적인 민영화 바람이 대표적이죠. 또 글로벌화랍시고 다국적기업이 마음대로 헤집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줬던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거의 모든 정권이 걸핏하면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이명박근혜는 있지도 않은 대못을 뽑겠다고 설쳤던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명박근혜가 언급했다고 하니 뭔가 문제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신자유주의가 주창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그래서 요즘은 규제완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습니다. 규제완화 대신 규제개혁이란 용어를 쓰죠. 문재인 정부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규제개혁입니다.

 

여기서 규제완화와 규제개혁이 뭐가 다른 지 궁금하시죠. 규제완화는 정부 규제의 철폐·완화또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통해 시장 경쟁의 실현을 목표하자는 것인데요. 즉 모든 정부 규제는 나쁜 것이 없애자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죠.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간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미국의 항공규제의 완화가 거대 항공회사의 합병을 용인하여 시장의 독과점화에 이어졌잖요. 국내에서도 KT가 민영화된 후 아현동 화재사건 같은 것이 벌어졌고요. 의정부 아파트 화재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도 규제완화의 아버지 MB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죠.

 

반면 규제개혁은 정부의 규제를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로 구별하는 것이죠. 그래서 경제적 규제에 대해서는 철폐나 완화를 추진하지만 사회적 규제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이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인정합니다.

 

그런데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가 어떻게 다를까요? 경제적 규제란 업종별로 설치된 참여·퇴출 제한이나 가격설정에 관한 규제를 가리킵니다. 이것에 대해 사회적 규제란 환경이나 상품의 안전기준,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확보라는 비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치된 조치를 뜻하죠.

 

경제적 규제는 원래 시장 메커니즘을 대신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실현하기 위해 설치된 것입니다. 대공황 이후 독점을 막기 위해 주로 등장했죠. 하지만 경제적 규제의 필요성은 기술의 진보나 경제활동 전반의 변화 등에 좌우됩니다. 따라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죠.

 

반면 사회적 규제는 경제활동이 복잡해지고 확대됨에 따라 오히려 그 역할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옥시사태 같은 끔찍한 재앙이 닥치지 못하도록 미세먼지를 내뿜는 공장을 막기 위해 환경규제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죠. 따라서 규제혁신은 모든 것을 풀어주자는 규제완화와는 달리 경제적 규제는 풀어주되 사회적 규제는 강화하자는 의견입니다. 보다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참여형 규제혁신의 대표 플랫폼으로 규제개혁신문고도 만들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는 총 2631건의 국민건의를 접수해 처리하는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주요 사례를 보면 한옥마을 등 한옥체험시설의 경우 위생·안전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숙박업 신고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관광진흥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는 군요. 한옥체험시설은 대부분 도시 주거지역에 있지만, 숙박업 신고는 도시 상업지역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다수라는 건의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또 이발소·미용실에서 업무보조의 머리 감기도 허용됐습니다. 기존의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은 머리 감기를 이·미용사의 업무 범위로 규정, 면허소지자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 시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해 현실에 맞지 않았죠. 정부는 규제개혁신문고에 접수된 개선요구를 수용해 머리 감기를 이·미용사 보조 업무 범위에 추가하도록 지난해 10월 관련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요구르트 형 건강음료, 헛개나무·홍삼드링크 등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하는 경우 일반판매업 신고를 해야 하는 문제도 해결했다고 하네요. 정부는 구내식당의 특성을 감안, 식단에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일반판매업 영업신고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지난해 10월 유권해석을 내리고, 지자체에 안내했다고 합니다. 21세기에 이런 규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죠. 이명박근혜는 대못 뽑겠다며 그렇게 설쳤는데 이런 대못은 왜 나뒀을까요? 아무튼 규제개혁을 통해 이런 불합리가 이제라도 사라졌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참고로 규제에 대한 다른 시각 하나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신자유주의자들을 비롯해 대부분이 규제하면 경쟁을 제한한다고 생각하죠. 규제 때문에 산업발전도 뒤쳐진다고 여기고요. 그런데 재미난 보도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급 명차로 꼽히는 영국의 롤스로이스 이야기인데요. 롤스로이스가 202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 비행기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롤스로이스가 웬 전기 비행기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겠지만, 여기에는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롤스로이스는 고급 승용차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자동차 부분은 오래전 분리됐고 현재 주력 사업은 항공기 엔진 부분입니다.

 

롤스로이스가 다른 협력사와 함께 영국 글로스터셔 공항 인근에서 개발 및 제작에 들어간 이 전기 비행기는 전기 비행기 개발 프로젝트인 액셀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되는 것으로 750kW급 전기 모터와 배터리셀 6000개를 이용해서 최고 시속 480km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속도는 현재 상용 항공기와 비교해서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2017년 지멘스가 세운 전기 비행기 속도 기록인 시속 338km보다 빠른 것입니다.

 

그런데 롤스로이스가 전기 비행기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는 뭘까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항공 역시 환경 규제가 강합니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항공 부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75%, 산화질소 배출 90%, 소음 공해 6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트 엔진을 개량하고 초경량 소재로 항공기를 가볍게 만드는 것 이외에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즉 전기 비행기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강력한 환경규제가 없다면 롤스로이스가 전기 비행기 개발에 나섰을까요?

 

자동차도 마찬가지죠. 2009년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2025년까지 자동차 연비를 1갤런(3.78)당 최소 54마일(86.4)을 넘도록 하라고 자동차 업체들에게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2021년 이후로 갤런당 37마일까지로만 제한하는 것으로 후퇴시켰죠. “미국을 위대하게로 당선된 트럼프가 자동차를 다시 위대하게라며 자동차 산업 규제를 완화시킨 것이죠.

 

반면 유럽은 유로6등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있죠. 특히 이탈리아 로마가 2024년부터 디젤차의 도심 진입 전면 금지를, 프랑스 파리도 2024년부터 파리 도심에서 디젤차의 운행 금지를 추진중입니다. 더 나아가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 독일은 2030,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을 쓰는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죠. 한마디로 자동차산업의 규제를 높이는 것이죠. 이 덕분일까요? 친환경자동차 산업은 유럽이 이끌고 있습니다. 아우디의 경우 2019년 전기자동차 생산량이 전년대비 10,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전년대비 15배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친환경 자동차에서는 유럽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죠. 즉 환경규제로 인해 전 세계 친환경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유럽이 미국에서 빼앗아 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규제를 통해 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보수언론이나 자한당이 주장하듯 규제는 무조건 나쁜 것이란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youtu.be/JOrnEstm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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