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캐즘과 티핑포인트, 그리고 콩코드 본문

경제 뒷이야기

캐즘과 티핑포인트, 그리고 콩코드

경불진 이피디 2019. 11. 15. 17:36
반응형

외신에서 초음속 여객기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미항공우주국(NASA)는 물론 에어버스, 록히드 마틴 등이 2020년대 초반 초음속기 운항을 목표로 엔진 등 주요 부품 설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군요. 조만간 전 세계 여행 시간을 대폭 줄여줄 초음속 여객기 시대가 머지않아 다시 열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제목은 2의 콩코드 프로젝트입니다. 콩코드는 1960년대 영국과 프랑스가 합작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입니다. 뉴욕-런던을 단 4시간대에 주파했죠. 기존 9시대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입니다. 이 덕분에 3배 가량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한때 대서양 상공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연비가 낮고 정비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2000년 기체 결함으로 인한 추락 사고로 113명이 사망하면서 초음속 여객기는 2003년 완전히 모습을 감췄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학자들은 콩코드가 시대를 너무 앞질러갔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완전히 대중화되기 전에 수요가 정체되면서 사장됐다는 이야기죠. 바로 캐즘의 늪에 빠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캐즘은 원래 지질학 용어로 크게 단절된 구간을 의미합니다. 199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제프리 무어 박사가 벤처 업계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면서 캐즘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이제 경제 용어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사전적 정의는 첨단기술이나 어떤 상품이 개발되면 초기시장과 주류시장으로 진입하기까지의 사이에는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현상을 거치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특히 첨단기술제품의 경우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얼리어답터)가 주도하는 초기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일반 소비자가 주도하는 주류시장으로 진입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기 때문입니다. 첨단기술을 보유해 성장성이 보였던 일부 벤처기업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쇠퇴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캐즘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세그웨이입니다. 미국 벤처업체 세그웨이가 2001년 내놓은 1인용 전동 스쿠터 세그웨이는 출시 당시 출퇴근 풍경을 바꿀 획기적 제품’ ‘인터넷 이후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5개월 동안 6000대 판매에 그치며 실패했습니다. 대다수 국가는 세그웨이가 너무 빠르고 부피가 크다는 이유로 인도에서 운행을 허용하는 법규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2003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세그웨이를 타다 넘어지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TV의 개그 소재로 전락했습니다.

 

위성 이동전화 벤처인 이리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리듐은 780상공의 저궤도 통신위성들을 이용해 전 세계를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는 최초의 범세계 위성휴대통신 서비스였습니다. 1989년 추진 당시 미국의 모토로라를 주축으로 일본, 러시아, 대만, 중국, 한국 등 세계 15개국 47개 주요 통신 업체들이 투자에 나서 1997년까지 72개 위성을 발사했죠.

그러나 서비스 개시 1년 후 모토로라는 이리듐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개인형휴대통신(PCS) 디지털 기술이 순식간에 아날로그 시장을 대체하면서 기존 지상 기지국을 이용해 더욱 싼 가격에 글로벌 음성통화가 가능한 로밍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리듐을 지원하는 단말기는 3500달러에 달했으며 통화료 역시 분당 47달러로 매우 고가였습니다. 결국 1999844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갚지 못하고 프로젝트는 폐기됐으며 총 손실은 94억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애플도 캐즘으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습니다. 1993년 애플이 출시한 세계 최초 PDA 뉴턴 메시지 패드는 7인치 크기에 흑백 터치스크린을 장착했습니다. 일정관리는 물론 메모 송수신, 팩스 전송, 펜을 이용한 직접 필기 기능 등이 탑재된 매우 혁신적인 제품이었죠. 그러나 1998년 단종됐습니다.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 갔다는 것이 문제였죠. 당시 소비자들은 PDA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초기 판매가격(699달러)이 비싼 것도 문제였습니다. 물론 애플을 이후 이를 극복하고 아이패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캐즘을 극복하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부릅니다. 티핑포인트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상황이 처음에는 미미하게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모든 것이 한순간에 변화되는 극적인 순간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말콤 글래드웰의 동명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란 예기치 못한 일들이 갑자기 폭발하는 바로 그 지점을 일컫는다고 묘사했습니다. 인기없던 제품이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게되는 극적인 순간이 티핑 포인트에 해당됩니다.

 

알파고를 앞세운 AI를 비롯해 드론, 3D프린터 등이 티핑포인트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