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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뒷이야기

뇌물 때문에 망한 나라는 있어도 뇌물 단속 때문에 망한 나라는 없다!!

경불진 이피디 2019. 11. 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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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화려했던 제국이나 왕국이 망한 이유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뇌물로 인한 권력층의 부패가 쇠락의 주요 요인이었다는 점이죠.

인류사 최고의 제국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의 명나라도 뇌물로 망했습니다. 황제들이 하나같이 무능해 관리들이 부패해 멸망했죠. 서양의 이집트, 로마 문명도 말기에는 뇌물로 인한 폐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죠. 우리나라의 조선도 따지고 보면 관리들의 부패로 인해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뇌물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또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명 인사들의 탈세와 재산 은닉 정황이 드러난 파나마 페이퍼스유출을 계기로 뇌물파문이 거세지자 사상 첫 반부패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뇌물로 망했던 과거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죠.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제안해 40개국이 참석한 이번 회의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입니다. 영국은 자국에서 부동산을 구매하는 해외 기업 실소유주를 공개하는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도입키로 했으나 이 같은 조치에 동참하기로 약속한 국가는 영국을 제외하고 프랑스, 네덜란드, 나이지리아, 케냐, 아프가니스탄 5개국에 그쳤습니다. 호주,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6개국은 동참 여부를 좀 더 검토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도 물론 동참 안했죠.

케이먼군도의 금융회사 케이먼파이낸스의 주드 수콧 대표가 주요 20개국(G20)과 주요 글로벌 금융센터가 모두 실소유주를 담은 기업명부 신설에 참여할 때만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공염불이었습니다.

부패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인데도 개별국의 대응이 여전히 소극적이어서 강력한 반부패 공동전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이미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가 개최될 때부터 회의적이었습니다. 최근 사법당국의 수사 등을 통해 부패의 온상임이 드러난 국제축구연맹(FIFA)과 파나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주요 조세회피처 국가들은 이번 회의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참담한 현실이지만 캐머런 총리는 의지를 굳히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누가 무엇을 소유했는지 모른다면 가난한 나라에서 돈을 훔쳐서 훔친 돈을 부자 나라에 숨기는 행위를 결코 중단시킬 수 없다. 그래서 다섯 나라가 회사 소유권을 등록 제도를 만들고 여섯 나라 이상이 비슷한 제도를 만들기로 논의를 시작한 게 중요하다. 이제 이들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통제하는지를 알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효성 논란에 앞서 왜 이런 회의가 열렸을까요. 파나마 페이퍼스로 드러나 유명인들의 조세회피 때문 만일까요. 전문가들은 파나마 페이퍼스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보다 더 큰 실체가 있다는 이야기죠. 이번 회의에 앞서 국제 통화기금(IMF)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기절초풍할 정도입니다.

 

부패: 비용과 경감 전략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 분야에서만 한 해 동안 오고가는 전 세계 뇌물 규모가 무려 15000~2조 달러에 달합니다. 2356조원에 달한다는 이야기죠. 2015년 세계 11위였던 우리나라 GDP14351억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GDP1.5배가 넘는 액수가 뇌물로 쓰였다는 말입니다. 세계 8위인 이탈리아(18487억 달러)보다 많고 7위인 인도(22887억달러)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특히 이같은 뇌물 규모는 전 세계 경제 규모의 2%에 해당할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부패는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교육과 보건의료 분야 등 사회 보장성 지출을 줄어들게 한다부정부패는 정부 신뢰와 윤리 기준을 좀먹어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까지 발생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라가르드 IMF 총재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예로 들면서 그는 싱가포르에 부패가 만연하던 시기에 부패에 대한 무관용(Zero-tolerance) 정책을 실시해 경쟁력 있는 국가를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부패에 대한 무관용 정책이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IMF에 따르면 GDP2%가 뇌물이라고 하는데 이보다 낮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는 이런 자료가 나왔습니다. 법무부와 국세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2014년 접수된 뇌물사건은 2256건에 이릅니다. 이는 2013년의 1782건에 비해 26%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당시인 20157월 말 현재 벌써 1729건입니다.

 

적발된 뇌물 금액도 연간 300억 원에 이릅니다. 하루 1억 원의 검은돈이 뇌물로 오갔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겠죠. 왜냐면 최근 김영란법을 놓고 거세지고 있는 논란 때문입니다. 김영란법은 직무와 관련된 사람한테 제공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식사는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까지로 정한 것이 골자입니다.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농민이나 소상공인의 말을 빌어 김영란법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1면 기사를 털어 김영란법의 시행령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에 따라 5만 원짜리 가상 선물세트를 만들어 보이며 선물이나 경조사에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시름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외식업계의 매출 감소 예상치는 연 매출의 5%4조 원, 전국한우협회의 매출 감소 추정치는 1조 원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면 돌아가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은 뇌물공화국이란 말과 다름없고, 그렇다면 김영란법의 필요성이 더 커지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일보의 김영란법이 민생을 흔든다?’는 칼럼에서도 반부패법 시행만으로 농수축산가가 다 망하고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국가 경제가 휘청거리게 된다면 과연 그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며 김영란법에 정작 보완해야 할 것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이해충동 방지조항이 빠진 점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논란이 있다는 것조차 이상하지 않나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은 어찌보면 적은 돈일 수 있습니다. 미풍양속이라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이런 돈을 아무 목적없이 주는 사람도 있을까요.

 

최근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2016 아시아·태평양 국가 부패인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부패지수 6.17로 총 16개 조사 대상국 중 8위였습니다. 이 정도면 나름 선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을 절대 점수 기준으로 중간 수준(8)이라고 보면 안 된다. 오히려 부유한 선진국으로서 한국이 저개발국에서나 나올 법한 최악의 부패지수를 받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싱가포르(1.67)가 차지했고, 호주와 일본이 각각 2.673.00으로 2, 3위에 올랐습니다. 홍콩·마카오·미국·말레이시아·대만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부패지수가 5점이하입니다. 하지만 한국부터는 6.28로 커지고 태국·중국·필리핀이 바로 뒤를 잇습니다.

 

부패지수 설문에 참여한 외국인 기업가의 말도 부끄럽지 그지없습니다. 이 기업가는 한국의 부패는 아주 정교화됐다. 깊이 보지 않으면 부패가 적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며 정부 관료나 바이어들은 외국인 기업가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돈을 요구하지 않지만 한국인들 사이에서 뇌물은 흔한 문화라고 꼬집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과 접대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6만원짜리 식사를 하고 인원이 2배 더 있었던 것처럼 늘려 기록하든지, 고가의 선물은 5만원짜리 여러 개를 나눠 보내는 식으로 어떻게든 편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선물로 포장된 뇌물과 접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증거입니다. 조선 말기처럼 뇌물과 접대가 없으면 사업하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뇌물규모는 전세계 평균인 2%를 훌쩍 뛰어넘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820%)을 넘는 25%로 추정되고 있으니 산술 계산적으로도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뇌물 때문에 망한 나라는 있어도 뇌물 단속 때문에 망한 나라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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