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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의 굴욕?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 급락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4. 9. 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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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간고사 수학은 95점 이지만 국어, 영어는 100점 맞았어요.”

 

자녀가 이런 소리를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정말 열심히 공부했구나”라고 칭찬하실 건가요?

 

“아니 수학은 왜 100점 못받았어”라고 타박하실 건가요?

 

만일 후자라면 자녀가 좀 억울할 수도 있겠죠. 열심히 공부했지만 워낙 시험이 어려운 탓일 수도,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높은 것일 수도 있잖아요.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이런 심정일 것 같습니다. 나름 열심히 해서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실적을 받았는데도 주가는 급락했기 때문이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잭슨홀 발표보다 시장의 더 큰 기대를 모았던 엔비디아의 실적이 오늘 새벽에 발표됐습니다. 장 마감 직후 발표된 성적표를 보면 ‘A’급이거든요. 지난 2분기에 3004000만 달러(401785억원)의 매출과 0.68달러(909)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전망한 월가 예상치 매출 287억 달러와 주당 순이익 0.64달러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 1년 전보다는 매출이 122% 급증했습니다.

 

이 정도면 어닝 서프라이즈. 칭찬을 들어도 여러 번 들어야 할 정도입니다. 주가도 급등하고요.

앞으로의 기대도 좋습니다.

 

엔비디아는 이어 3분기(810) 매출은 32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이 역시 월가 전망치 317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4분기 기대는 더 높습니다. 차세대 인공지능(AI)반도체칩인 블랙웰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인데요. 블랙웰의 매출 규모만도 수십억달러 이를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습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호퍼 칩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며 블랙웰에 대한 기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쐐기도 박았죠. 5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한 것인데요. 젠슨 황의 주가를 띄우겠다고 작정한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정말 냉혹했습니다.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주가가 2.10% 하락 마감한데이어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6%가 넘게 하락중입니다. 한때는 8%까지 폭락했었는데요. 한마디로 젠슨 황의 굴욕이죠.

도대체 시장은 왜 칭찬 대신 굴욕을 선물했을까요?

 

첫째, 신뢰가 깨졌기 때문. 최근 엔비디아 주가를 이끈 것은 차세대 AI반도체인 블랙웰에 대한 기대감이었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지난 3월에 처음 공개된 블랙웰은 현 세대 GPU보다 2배 강력해 기존 서버 교체 수요를 높일 것이란 기대를 받았죠.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돼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이달초 언론들이 블랙웰 결함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TSMC의 엔지니어들이 대량 생산 준비 과정에서 설계 결함을 뒤늦게 발견했다는 건데요. 대량 생산 직전에 중대한 설계 결함이 발견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이 때문에 출하가 석 달 지연될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죠.

 

시장은 오늘 실적발표에서 젠슨 황 CEO가 이런 의혹을 해소해주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적발표후 투자자들 대상으로 한 어닝콜에서 엔비디아는 블랙웰의 생산 지연설을 사실상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당초 계획인 올 3분기가 아닌 4분기에 블랙웰이 출시될 것이라 답한 것인데요.

 

이런 모습에 시장이 실망한 것이죠. 그래서 시간외 거래 낙폭이 더 컸던 것입니다.

둘째. 매출 성장률 둔화. 엔비디아 실적이 기대이상인 것은 확실합니다. 문제는 성장률이 기대이하라는 점인데요.

 

실제로 엔비디아는 3개 분기 연속 전년동기비 200%를 웃도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한마디로 올백을 한 것이죠. 하지만 2분기 매출 성장률은 122%. 웬만한 기업이라면 정말 축하할만한 성적이지만 엔비디아이기 때문에 실망이 큽니다. 마치 항상 100점 맞던 아이가 95점 맞아 혼나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걱정될 수도 있습니다. 200% 넘게 늘어나던 매출성장율이 122%로 뚝 떨어지고 3분기에도 8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240%, 올해 150% 주가가 폭등했던 것을 감안하면 122%, 80% 매출 성장률로는 만족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승일로이던 영업이익률도 꺾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지난해 1분기 66.8%에서 올 1분기 78.4%로 솟아오르던 영업이익률은 올 2분기 75.1%로 낮아졌습니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더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크게 남긴다는 거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엔비디아가 지금처럼 호실적은 내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1993년 설립된 후 한동안 그래픽카드 회사로만 알려졌다가 2018년 젠슨 황이 “AI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회사 체질까지 바뀌었는데요. 20208월에는 삼성전자의 시총을 뛰어넘었고 이젠 전세계 시총 1, 2위를 다툴 정도입니다.

 

이런 성공에는 젠슨 황 CEO 개인의 매력도 한 몫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그는 스티브 잡스 고() 애플 창업자의 상징이 검은색 터틀넥인 것처럼 항상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죠. 연설도 스티브 잡스 급으로 잘하고요.

 

하지만 젠슨 황 CEO가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항상 30일 뒤 파산을 생각하며 사업한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데요. 이번 위기 아닌 위기를 젠슨 황이 어떻게 넘어갈까요? 젠슨 황의 앞으로 행보를 더 유심히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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