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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지나도 사과·배 가격 급등···가락시장 숨겨진 비밀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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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지나도 사과·배 가격 급등···가락시장 숨겨진 비밀은?

경불진 이피디 2024. 2. 19.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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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지나면 싸지려나.

국민들의 이런 기대가 무참히 깨지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로 꼽히는 사과, 배 이야기인데요. 지난 설 차례상에 사과, 배를 올린 집이 크게 줄었다고 하죠. 사과 하나, 배 하나에 무려 만원이나 하기 때문에 달랑 하나만 올리거나 아예 바나나 등 다른 과일로 대체한 집들도 많고요. 깨끗하고 큰 것만 올리던 관습에서 벗어나 못난이 과일을 올린 집들도 있다고 합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죠.

 

그런데 다들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설을 앞두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에 설만 지나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요. 정부나 언론에서 사과, 배 가격 급등 원인으로 지난해 이상 기온에 때문에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설 수요가 늘어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거든요. 공급량이 늘어나긴 힘들겠지만 제수수요는 줄어들테니 가격이 좀 안정될 것으로 여겨졌죠. 실제로 과거에는 그랬거든요. 재해 등으로 농수산물 물가가 높았던 해에도 설만 지나면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잖아요.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합니다. 설이 지났는데 가격이 오히려 더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어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밝힌 통계를 보면 13일 기준 사과(후지) 가격은 10개에 29398원으로 설 연휴 직전인 지난 8(25243)보다 16.5%나 급등했습니다. 1년 전보다는 28.1% 오른 수준입니다. (신고) 가격은 10개에 36506원으로 설 연휴 직전(31739)보다 15.0% 상승했습니다. 1년 전보다는 19.7% 비싸진 가격입니다. 설에도 못 먹었던 사과나 배를 이제는 먹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무참히 깨지고 있는 거죠.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과 가격이 우주 최고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설을 앞두고 진행됐던 정부의 할인지원율을 최대 30%에서 현재 20%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설 연휴를 앞두고 물가 대응을 위해 사과·배 공급 물량은 평소보다 2배 이상 확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금사과, 금배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뛰었잖아요. 한 개에 만원이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까지 가격이 올라갔고요. 그런데 더 이상 오르지 않을 줄 알았던 사과, 배 가격이 더 뛰었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젠 다이아몬드 사과, 다이아몬드 배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모 정치인이 스타벅스는 서민이 먹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는데 사과, 배도 이젠 귀족 과일로 불러야 할까요? 도대체 사과, 배 가격이 왜 이렇게 뛰는지 궁금합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시스템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과일 등 농산물 유통구조를 아시나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생산농가산지유통인 or 생산자단체도매시장소매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 경로를 거칩니다. 물론 생산자단체나 산지유통인에서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 유통업체나 대량 수요처로 바로 가기도 하고요. 이런 것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거쳐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가락시장이죠. 한 두 번쯤 들어본 곳이고 서울 어디 있는 곳인지는 대략 알것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아는 분은 드뭅니다. 가락시장에 가보면 정말 많은 농산물이 거래되죠. 그게 어느 정도 일까요? 지난해 약 227만톤에 달합니다. 금액으로 치면 연간 5조원이 넘는데요. 이는 국내 농산물 유통시장 거래량의 30% 정도에 달합니다. 몇 년전만해도 60%가 넘었지만 최근 온라인 농산물 거래가 늘면서 떨어진 수치입니다.

 

문제는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의 상당수가 팔리는 방식인데요. 어떤 방식일까요? 바로 경매. 뉴스나 다큐에서 가끔 보셨을 것입니다. 경매사들이 수신호로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 이런 모습이 매일 아침 가락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거죠. 물론 농산물 경매의 장점이 있습니다. 1985년 가락시장이 생기기 전까지 농민들은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로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가락시장에 경매제를 도입하면서 달라졌는데요. 경매회사인 도매법인은 농산물 수집을, 중도매인은 경매로 상품을 낙찰받도록 만든 것이죠. 이렇게 바뀌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수수료를 챙기는 도매법인은 비싸게 팔아야 이익이 더 남고, 중도매인은 싸게 사야 이윤을 보는 구조가 만들어진거죠. 즉 농민 입장에선 나 대신 가격을 올려주는 우군이 생긴 것입니다. 도매법인은 비싸게 팔아야 자기에게도 수수료가 많이 떨어지거든요. 게다가 가격 공시로 거래 투명성도 높일 수 있었죠.

 

 

하지만 이런 경매시스템에 장점만 있지는 않겠죠. 경매를 하려면 산지에서 가락시장까지 농산물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죠. 게다가 경매는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공급이 조금이라도 줄면 가격이 팍 뛰고 공급이 조금이라도 늘면 가격이 팍 주는, 경제학적인 용어로 가격 탄력성이 너무 낮다는 거죠. 이는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잖아요.

 

게다가 도매시장 대형화·현대화도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대형화 현대화되는 좋을텐데 이게 왜 단점일까요? ‘팰릿 출하(박스·망 형태가 아닌 지게차 운반에 편한 팰릿에 적재하는 방식)’가 보편화되면서 선별 포장·운송에 돈이 더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생산자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소비자가에서 유통비용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농산물 유통 비용률은 10년 동안 41.8%47.5%6%포인트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우리가 1만짜리 금사과 한 개를 샀다면 유통비용이 무려 4750원이나 된다는 이야기죠. 이건 너무 높죠. 이러니 과일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도 괴롭지만 생산자도 눈물 흘린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죠.

 

문제는 이 와중에 웃고 있는 곳이 있다는 점이죠. 바로 도매법인. 가락시장이죠. 그런데 가락시장에 놀라운 비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산물의 30%나 취급하고 농안법에 의해 보호도 받는 가락시장은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이니 당연히 공공기관이거나 공기업이라고 여기실 것입니다. 소중한 우리 먹거리와 관련 있으니 너무나 당연하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가락시장은 도매법인인데 한 개가 아니라고 합니다. 무려 5개 법인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당연히 농협 등 관련기업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대아청과, 동화청과, 중앙청과, 서울청과, 한국청과. 이름만 보면 농업과 매우 관련있는 업체나 기관으로 보이죠. 그런데 대아청과는 호반건설로 유명한 호반그룹 소유입니다. 호반그룹은 서울신문도 인수했죠. 동화청과는 신라교역, 중앙청과는 아모레퍼시픽 자회사 태평양 개발, 서울청과는 고려철강, 한국청과는 일신여상 재단 아들 개인 소유입니다.

 

너무나 황당하지 않나요? 우리가 매일 먹고, 소비하는 농산물의 대표 가격을 결정하는 가락시장을 바로 대기업과 개인이 운영하는 다섯 곳에서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니 과일 가격이 떨어질리 있나요?

 

가락시장의 문제를 폭로한 월간원예 기사를 보면 이들 도매법인들은 가락시장이 개설된 이후 한 번도 퇴출(재지정 취소)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비싼 값으로 시장터도 살 필요 없이 공사에 낮은 시설사용료만 내면 됩니다. 이 때문에 다섯 곳의 청과 회사가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앉아서 농민들에게 수수료를 받아 매일 현금을 챙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다섯 곳의 청과 회사 도매법인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무려 26.1%. 일반 대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5% 수준인 것에 비해 무려 5배나 많습니다.

 

그렇다면 농민들에게 걷는 수수료는 낮을까요? 당연히 아니죠. , 배추 같은 대중적인 채소는 6~7%, 사과, 배 등 과일은 4~7%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고 있습니다. 소규모 농사를 짓는 대부분 농민 입장에서는 물류비, 유통비, 하역비에 수수료까지. 가락시장 경매에 농산물을 넘기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러니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뉴스도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경우 농부들이 눈물을 흘리며 폐기하는 뉴스를 보며 왜 아깝게 버릴까라는 의문을 다들 가졌을 것입니다. 마트나 시장에서 그 농산물을 사려고 보면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비쌌기 때문이죠. 그런데 앞에 설명드린 도매법인들의 수수료 착취를 감안하면 이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락시장까지 농산물을 배송하는 물류비에 하역비, 엄청나 수수료 등을 떼면 정말 산지에서 폐기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거죠.

 

또 정부가 설 앞두고 사과·배 물량은 두배 풀어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가 이해갑니다. 5개 도매법인의 보이지 않는 담합이 있지는 않았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싫어한다는 카르텔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공고한 카르텔이 사과와 배를 금사과, 금배를 넘어 다이아몬드사과, 다이아몬드 배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는 이에 대한 대책은 물론 언급조차 없네요. 그저 사과·배가 비싸니 오렌지 바나나 수입을 늘리겠다는 것 말고는 다른 대책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자칫 오렌지 바나나 먹으면 서민이고 사과 배 먹으면 귀족으로 나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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