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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 줄였는데 12억 더 내라고?···‘미운오리’ 전락한 재건축

경불진 이피디 2024. 2. 1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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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청자 여러분들은 재건축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로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떠올리기도 할 것입니다. 재건축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렵지 되기만 하면 내돈 한푼 들이지 않고 평수를 늘리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심지어는 1+1으로 재건축하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재건축을 노리고 녹물 나오는 구축 아파트에 투자했던 분들도 많았죠. 실제로 재건축 재테크를 큰 돈을 버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같은 향수를 표로 연결시키고 싶은지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를 내놨었죠. 최장 20년이나 걸리던 재건축 기간을 패스트 트랙을 써서 최대 5~6년 줄여주겠다고 합니다. 시간이 돈인 재건축사업에서 최대 30% 기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재건축 이익은 늘어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주민들이 환영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재건축을 할 수 있는데도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과 서울 성모병원 건넌편에 조금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요. 바로 1987년 준공된 반포미도 1. 이 단지는 지하철 고속터미널역,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법원종합청사와 모두 인접한 핵심지. 다만 아크로비스타. 반포래미안 등 주변의 신축아파트 사이에서 좀 튀어보입니다. 지은지 37년이나 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오래된 아파트에서 자주 있었던 복도식입니다. 아무래도 살기 불편하겠죠.

 

이 때문에 재건축 추진이 2017년부터 진작 시작 됐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재건축 승인을 받았는데요. 그것도 무려 49층으로. 과거 반포 재건축 시장에서 최고 35층 룰이 엄격하게 적용됐었거든요, 그런데 반포미도1차는 서초구 정비사업장 중 처음으로 ‘49층 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계획대로 재건축이 완료되면 반포동 일대 고급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스카이라인을 갖춘 아파트 단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죠. 주민들의 기대도 높을 수 밖에 없고요.

 

런데 어제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재건축 분담금이 최대 13억원으로 책정됐다는 소식인데요. 물론 동일 평형(84)을 분양받으면 추가 부담금은 5660만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공짜로도 가능했던 평수를 늘리면 33200만원에서 137000만원까지 내야 합니다. 부담이 엄청나죠. ‘이 아파트의 추정 분양가가 166800만원이니 이 정도는 부담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시세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요.

 

그런데 시세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분담금은 그야말로 추정.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재건축 곳곳에서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마찰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8337’. 5년여 전 재건축을 추진할 때 같은 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가구당 분담금은 3~4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 시세가 올라가고 있으니 이 정도는 부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죠.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를 근거로 조합이 분담금을 다시 계산했는데요. 그 결과가 까무라칠 정도입니다. 전용면적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면적을 줄여 97아파트를 받아도, 내야 하는 분담금은 무려 121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3평이나 줄였는데, 현재 매매 시세가 16억에서 18억원인데 분담금이 12억원이 넘는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재건축 하다가 자칫 파산할 수도 있을 지경입니다. 이에 놀란 조합원들은 과도한 분담금을 거부하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결성했는데요.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이 곳만이 아니죠. 서울 노원구 상계뉴타운 최대어로 꼽히는 상계2구역재개발 사업도 가관입니다. 지난해 말 열린 총회에서 분담금을 확정하는 안건이 조합원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는데요. 이유는 공사비와 금융 비용이 급등하면서 조합원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분담금이 늘자 조합원들이 반발한 것이죠. 얼마나 높아졌을까요?

 

2022년 조합원 분양 당시 제시된 분양가는 전용 5955000만원, 전용 8477000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총회에서 제시된 분양가는 각각 68000만원, 92000만원으로 가구당 부담이 1억원 이상 늘었습니다. 2억에서 4억대의 다세대 주택을 재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1억원도 엄청난 부담일 수 밖에 없죠. 이 때문에 두달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합니다. 조합 측은 마른 수건 짜듯 조합 운영비라도 아껴 분담금을 낮춰 오는 5월 총회에서 승인을 받겠다는 입장지만 갈수록 공사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잖아요. 5월에는 1억원보다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할텐데 이를 조합원들이 받아 들일 수 있을까요?

 

이른바 영끌성지로 불렸던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1987년 지어져 38년이나 된 이 단지는 전용면적 31단일 크기지만, 대단지로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상계동 내에서도 재건축 기대주로 평가받았거든요. 그러나 최근 재건축 사업에 잡음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단지 조합원이 전용 84아파트를 받기 위해선 분담금을 5억원 이상 내야 합니다. 현재 시세가 4억원대인데 분담금이 5억원이라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이 때문에 조합은 초강수를 뒀습니다. 시공사인 GS 건설과 계약을 취소한 것이죠. 하지만 시공사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까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자칫 재건축을 위해 사업비용으로 사용한 돈과 이자 비용 등을 모두 돌려주고 소송 비용까지 주민들이 부담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일까요? 재미난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올해 초에 이런 기사가 있었습니다.

114일자 매경 기사인데요. ‘한강변에 서울숲 옆 성수 70층 재개발 탄력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무려 70층짜리 스카이라인이 생긴다는 건데요. 지난해 서울시가 성수전략정비구역의 높이 제한을 기존 160m에서 300m로 올리면서 70층 이상 개발 가능해지자 한강의 풍경이 바뀔 것이란 기대죠. 무려 70층짜리 아파트. 63빌딩보다 높을테니 뷰는 엄청나게 좋겠죠. 옥상에서 서해 앞바다도 보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어제 재미난 기사가 나왔습니다. 가장 속도가 빠른 1지구 조합에서 70층이 아니라 49층으로만 지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분담금이 너무 높아진다는 거죠.

 

정부는 더 높게 지으라고 하는데 조합에서 됐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49층도 너무 높긴 합니다. 20층 정도로 줄이면 더 좋았을 듯한데요.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분담금을 놓고 주민들간의 갈등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재건축을 해야 돈을 번다는 측과 분담금이 너무 높아 싫다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인데요. 과거처럼 분담금 없이 재건축을 할 수 있는 단지가 있다면 이런 갈등은 없겠죠. 하지만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이런 단지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재건축을 아예 포기하는 단지도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게 정상이지 않나요? 안전에 위험만 없다면 고쳐서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이득입니다. 영국의 아파트 평균수명은 128년이나 된다고 하잖아요. 일본도 54.2년인데 우리나라는 28.8. 너무 짧은 것 아닌가요?

 

이래저래 재건축 규제 풀어줘 표를 얻으려고 했던 여당이나 재건축 투자에 나섰던 영끌족들의 발등이 불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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