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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폐지 논란에서 뛰어나온 한화의 ‘RSU’는?

경불진 이피디 2024. 1. 2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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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거기다가 할증세까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했던 말입니다. 한마디로 상속세는 세금폭탄이고 우리 경제 발전을 막는다는 논리인데요.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기업들이 가업승계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화두를 던지자 경제지들도 난리입니다. 삼성 오너가도 상속세 부담 때문에 허덕일 정도라면서 높은 상속세 탓에 상속 이후 경영권이 약화하거나 원활한 경영권 승계 제도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타박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상속세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내 재벌들의 꼼수도 들여다 볼 예정입니다.

 

첫째. 우리나라가 상속세율이 과도하게 높다.

 

많은 언론들이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 50%로 일본(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난리입니다. ‘징벌적 상속세로 불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죠.

 

하지만 상속세가 소득세의 보완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세율이 높다는 지적은 고려할 요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득세 과세체계에 비과세나 감면 등이 OECD 회원국에 비해 많기 때문입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우리나라와 영국·일본·미국의 세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상속세 최소 공제금액 배율은 12.5배로 집계됐습니다. 연소득의 12.5배 규모의 재산에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영국(9.8), 일본(7.7)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의 공제율입니다. 상속세가 낮은 미국은 183.4배에 육박했습니다.

 

우리나라 상속세 체계는 일괄공제 5억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재산에서 채무를 차감하고 남은 순자산이 5억원 이하면 상속세가 면세되고, 5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부과되는 방식입니다. 순 자산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상속세의 특성 때문입니다.

 

영국은 2021년 환율 기준 325000파운드(51154만원), 일본은 기초 공제액 3000만엔에 각 상속인 수마다 600만엔을 추가로 공제해주고 있습니다. 1인 기준 약 37492만원 수준.

 

영국과 일본의 GNI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면세 허들'이 높게 형성된 셈입니다.

 

이는 상속세 면세자 비율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피상속인 수는 348159~351648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 상속세 과세 대상자 수는 1181~15760명으로 약 2.9~4.5%만이 상속세 과세 대상입니다. 즉 약 95.5~97.1%의 피상속인은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2021년 기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35.3%에 불과합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상속세 면세자의 비율이 근로소득자에 비해 3배가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두 번째. OECD 회원국엔 정말 상속세가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OECD 38개국 중에서 14개 국가가 상속세가 아예 없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상속세가 제일 높은 국가라며 상속세 인하를 지속해서 시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OECD 회원국에는 상속세가 없을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당수는 상속세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신 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를 부과합니다. 그렇다면 상속세를 부과하는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를까요.

 

예를들어 보겠습니다.

 

A씨는 200010억원을 들여 부동산과 주식을 샀습니다. 그는 2020년 사망했는데, 부동산주식의 평가액은 5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이 재산을 자녀 B가 상속했고, B2030100억원에 부동산과 주식을 모두 양도했습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A가 사망한 2020년 그의 재산 50억원에 상속세를 부과하고, 2030B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합니다.

 

반면 캐나다·호주 등 상속세가 없는 국가에선 어떻게 할까요? 2020년 사망한 A가 재산을 양도한 것으로 판단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합니다. 스웨덴처럼 2030B가 양도할 때야 비로소 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 방식은 기업을 물려받아도 팔지 않으면 세금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OECD 회원국들에는 상속세가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상속세란 이름이 아닌 양도소득세로 거두고 있을 뿐입니다.

https://youtu.be/nV1Y0RcE7uI?si=n2bu6EuFEPyoAu1D

세 번째. 상속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부담스러워한다?!

많은 국민들이 상속세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언론들은 주장합니다. 상속세가 무서워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말이 되느냐고도 하는데요. 정말 상속세가 무서워서 포기할까요?

 

실제로 상속세를 걱정해야 할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세금을 내는 소수의 피상속인 가운데서도 극소수가 대부분의 상속세를 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분위별 통계를 낸 지난 4(2018~2021) 상속세 납부자 가운데 상위 10%(전체 피상속인 중 평균 0.26%)가 전체 상속세(결정세액 기준)의 평균 75%를 냈습니다. 즉 매년 1000 건의 상속이 이뤄진다고 할 때 2~3명이 상속세 대부분을 낸다는 얘기입니다. 국민 대부분은 상속세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특히 최근 전체 상속에서 최상위 부자의 몫이 커지면서 이들이 내는 세금의 몫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입니다. 빈익빈부익부가 극심해졌기 때문인데요. 지난해에는 고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26조 원이 넘는 상속 효과 등으로 상속세 납부자 가운데 상위 10%(1576)가 내는 상속세 비중이 전체의 92.3%로 늘었습니다. 슈퍼 부자가 아니라면 상속세는 아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죠.

 

그런데도 정부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상속 전후 경영권이 약화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상속세 부담으로 승계를 미루다가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혼란을 겪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인데요.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오너 일가의 분쟁이 대표적이라는 거죠.

 

그런데 뭔가 이상한점이 있지 않나요? 우리 언론들 대부분은 오너가란 용어를 자연스럽게 씁니다. 정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오너가란 용어가 맞는 것일까요? 세계 최대 기업으로 통하는 애플이나 구글에서 오너가란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스웨덴의 이케아나 독일의 벤츠 등에서도 오너가 따로 있나요?

https://youtu.be/2W2fEefBIMY?si=YnIBrifJS-8q4jrQ

기업의 오너, 즉 주인은 바로 주주와 노동자이기 때문이죠. 사주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기업 대부분 사주들의 지분도 매우 적잖아요. 미적분 방정식보다 복잡한 지배구조로 적은 지분을 가지고 전체 그룹을 좌지우지할 뿐인데요. 세계 어느 나라(일본을 제외한)에서 이런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나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한다는 대한민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서 너무나 이상하잖아요?

 

오너가라는 후진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상속세 폐지가 필요하다면 그건 거부해야 하는 것이 정부 역할 아닐까요? 걸핏하면 글로벌 스탠다드를 찾는 현정부에서는 그러면 안되죠.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재벌들은 정부나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상속세의 허점을 잘 파고들고 있습니다. 상속세를 적게 내기 위해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는 거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화에서 터졌는데요.

 

지난 4일 한화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흥미로운 공시를 일제히 냈습니다. 공시 문서 제목은 주식등의대량상황보고서입니다.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변동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공시인데요. 여기에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관련 내용 담겨져 있습니다. 처음 접하는 이걸로 한화그룹은 상속세 부담을 크게 덜면서도 그들말로 가업승계를 했는데요.

 

도대체 RSU가 뭘까요?

 

RSU, 즉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은 스톡옵션과 흡사합니다. 스톡옵션은 다들 아시다시피 기업 임직원에게 일정수량의 주식을 매수할 권리를 주는 것이죠. 인재를 영입할 때 당장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면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주당 얼마에 살 권리가 있으니 그것보다 주가가 더 올라가면 이득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죠. 주가가 뛰면 팔고 회사를 떠날 수도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카카오 임원진이 먹튀를 해서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 바로 스톡옵션 때문이었습니다.

 

RSU는 이런 스톡옵션의 단점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경영진이나 임직원에게 매년 보너스를 주는 대신, 10년 뒤에도 회사 그만두지 않고 성과를 올리면 그 때 주식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죠. 10년이란 자물쇠가 있으니 최소한 먹튀는 막을 수 있다는 거죠. 이 때문에 애플·구글·아마존 페이팔 등 채택 스타트업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미국에선 이미 RSU가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합니다.

 

문제는 한화가 이를 가업승계의 꼼수로 활용했다는 점인데요. RSU를 주는 인재는 어떤 인재일까요? 아무래도 외부인재일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한화는 RSU를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에게 줬습니다. 여기서 따져보자고요. 김동관 부회장의 능력은 차치하더라도 RSU는 인재가 적어도 10년은 열심히 일하라는 약속을 받고 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김동관 부회장이 10년 내에 회사를 관둘 일이 있을까요? 재벌집 큰 아들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설마 삼성이나 LG로 가진 않겠죠.

 

그런데 한화는 굳이 김동관 부회장에게 왜 RSU를 줬을까요? 일단 스톡옵션은 대주주에게 지급이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RSU에는 이런 금지조항이 없죠. 설마 대주주에게 RSU를 지급하진 않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이런 틈새를 한화가 파고 든 셈이죠. 이런 것 연구할 사이에 로켓 연구나 더 열심히 하지 말이죠.

https://youtu.be/HHjJ66MebRc?si=kBizW82SI6ZqHqtN

아무튼 김동관 부회장이 받기로 약속한 RSU한화에서 누적 약 267천주, 한화솔루션 약 198천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약 52천주입니다. 현재가치로 따져보면 김 부회장의 RSU 가치는 한화는 1357천만원, 한화솔루션 1194천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345천만원이나 됩니다. 모두 3896천만원 상당. 모두 지급 시점으로부터 10년 뒤에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전환할 권리가 붙은 특수주식이죠. 언젠가 회장이 될 김동관씨의 그룹 지배력 확대에 영향을 줄 씨앗들입니다.

 

그런데 김 부회장은 이것만 받았을까요? 세 곳에서 월급도 받았습니다. 공시가 되지 않은 한화가 지급한 2020년 월급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급한 2021년치 월급을 빼고 공시된 정보로만 따져보니, 모두 1588천만원입니다. 엄청나죠.

 

이게 무슨 문제냐고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론들이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 힘들다고 난리친 대목과 연관됩니다. 경영권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더 사들여야 하죠. 지분율이 극히 낮은 우리 재벌 특성상. 그런데 일반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려면 상속세도 내야 하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RSU를 받으면 달라지죠? 이유가 뭘까요?

 

기업이 RSU를 주려면 어떻게 할까요? 주식을 사서 주거나 증자를 해서? 그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만일 그렇게 하면 돈이 많이 들거나 지분율이 낮아지겠죠. 하지만 기존에 자사주 매입한 것으로 준다면? 돈도 들지 않고 김동관의 지분율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기업승계가 된다는 거죠. 손안대고 코푸는 셈이죠.

 

문제는 이런 꼼수를 한화만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재벌들도 줄줄이 쫓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이를 막지는 못할까요? 이미 국회에는 RSU를 대주주에게 주는 것을 막자는 법률안이 상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왜 통과되지 않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상속세는 젊은층의 사회 출발점 평등이란 정치적 이념적 당위성이 짙은 세목입니다. 100m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90m 앞에 있는 재벌집 아들의 출발선을 상속세를 통해 가난한 농부 아들이 서있는 지점 언저리로 내리자는 게 상속세의 취지죠.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에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119조 제2). 헌법재판소도 상속세 제도는 재산 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96헌가19)”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SI8knuL8eo

 

미국 작가 토머스 페인(Thomas Paine)극도의 빈부가 교차하는 굴곡진 얼굴을 가진 사회에서는 극단적인 폭력이 자행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폭력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속세는 필요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구약성서에는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에 빚을 탕감해 주었다고 적혀 있죠. 경주 최부자집의 가훈 육훈六訓에도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고 했고요. 이는 그런 폭력을 미리 막고자 하는 예방주사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외신하나가 눈에 띕니다.

 

독일 화학제약회사인 바스프의 창업자 프리드리히 엥엘스의 후손인 마를레네 엥엘호른. 올해 서른한 살의 그녀는 2022년 사망한 할머니로부터 2,500만 유로(360여억 원)을 상속받았습니다.

 

상속세가 폐지된 오스트리아에선 이 거액의 상속 재산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요. 그런데 엥엘호른은 이것이 부당하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 태어날 때부터 복권에 당첨된 겁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위치가 이렇게 출생 신분으로 결정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엥엘호른은 최근 오스트리아 시민 수천 명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상속 재산을 사회에 재분배하기 위한 위원회에 참여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이에 응답한 시민들 가운데 최종적으로 50명을 선정해 이들과 함께 상속 재산을 적절한 방법으로 사회에 재분배할 계획인데요.

 

엥엘호른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은 뭐라고 할까요? 그나저나 상속세 많이 내도 좋으니 상속이란 걸 받아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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