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도와달라며 “SBS 못팔아”···태영이 배짱 튕기는 이유는? 본문

카테고리 없음

도와달라며 “SBS 못팔아”···태영이 배짱 튕기는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4. 1. 8. 07:05
반응형

2의 한보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1997년 대한민국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IMF 금융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한보건설 사태가 거론되잖아요. 최근 벌어지는 부동산 PF발 태영건설 사태가 비슷한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인데요. 특히 태영을 넘어 다른 건설사들의 위기설도 불거지고 있어 사태 추이를 정말 유심히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 경불진에서 태영 다음은 누구?살생부 도는 건설업계란 제목으로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위기를 전했는데요.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이 부채를 갚기 위해 여러 계열사를 매각하겠지만 가장 알짜인 SBS는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더 나아가 총선을 앞둔 현정부와 모종의 딜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 구조 개선, 워크아웃에 몰린 태영 건설이 어제 채권단에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윤세영 회장이 다시 기회를 달라면서 눈물로 호소했는데요.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어떻게든 태영을 살려내겠습니다.”

 

그런데 이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시나요? 망하기 일보직전인 그룹 회장이 채권단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계획을 보여줘야잖아요.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채권단도 감동해서 도와줄 생각을 할 수 있죠. 예를들어 이번 수능을 망쳐 재수를 결심한 수험생이라면 머리라도 밀어버리는 결의를 보여줘야 부모님도 열심히 하라고 팍팍 밀어줄 수 있잖아요.

 

태영과 윤 회장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는 거죠. “그냥 열심히 할테니 믿어달라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칫 생돈을 날 수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 감동해서 믿어줄 바보가 어디 있나요?

 

당연히 채권단의 반응은 차가웠죠. 태영이 당초 약속한 자구계획을 처음부터 이행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 만이 아닙니다. 태영그룹이 지난달 28일 제출한 경영정상화 사업계획서에서 태영 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 지원에 쓰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지키지 않았다고 채권단을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매각대금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럼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요?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 채무 변재에 썼다는 거죠. 이건 명백한 약속위반이라고 채권단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눈물을 흘리며 지원을 호소했던 윤 회장은 사재출연에 대한 채권단의 질문도 받기 전에 자리를 떠나 버렸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태도는 아니지 않나요?

 

한마디로 태영건설과 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는 워크아웃을 신청하고도 첫 채권자 설명회에서 어떤 구체적 자구책도 내놓지 않은 셈입니다. 한마디로 배째라고 배짱을 튀긴 것이죠.

 

이에 채권자 75%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죠. 워크아웃이 개시도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아무리 고개가 빳빳한 사람이라도 도움을 요청할 때는 과도하게 숙이기 마련인데 이건 도와주려면 돕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잖아요. 이유가 뭘까요?

 

이를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등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태영건설 사태가 논의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 부총리는 시장안정조치는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50조원+α 수준으로 가동한 이후 부동산 PF와 건설사 지원 조치가 추가돼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 중이라면서 필요시에는 추가 확대해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라고 강조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뭘까요? 태영건설이 부도나지 않게 우리 혈세를 쏟아 붓겠다는 거잖아요.

현정부는 지난해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 선()구제 후()회수를 위한 예산 2조 원은 사적 거래이기 때문에 세금을 사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부했거든요. 그런데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위기를 맞은 태영건설같은 부동산 기업 부실에는 무려 85조원을 팍팍 쓴다고 합니다. 태영건설을 위기로 몰아넣은 부동산PF는 사적거래가 아닌 공적거래인가요? 정말 기가 막히죠.

 

그런데 현정부가 이러는 속셈은 너무나 뻔하죠. 4월총선 전에 태영건설이 부도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떻게든 막겠다는 거죠. 게다가 태영건설의 채권단 중 주채권은행이 어디일까요? 바로 산업은행입니다. 정부의 입깁이 강하게 미칠 수밖에 없는 국책은행입니다. 이를 모를리 없는 태영건설과 윤 회장은 배째라는 식으로 나서는 것이고요. 문제가 터져도 정부가 어떻게든 막아줄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특히 정부는 올해초부터 저출산 대책이라며 신생아특례대출을 하고 있잖아요. 무려 27조원이나. 이게 부동산 뛰우기, 빚내서 집사라2라는 사실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건은 하나를 막으면 다른 곳에서 터지기 마련이죠.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말이죠. ‘2둔촌주공우려가 또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방송에서 언급했던 대조1구역 이야기가 아닙니다. 또 다른 2둔촌주공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강남입니다.

 

주인공은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 2678가구의 대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는데요.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총 공사비를 기존 7947억원에서 14492억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를 조합에서 지난달 26일 임시총회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부결됐다고 합니다. 조합원 한 가구 당 14000만원 가량을 추가로 내야하는 데 받아들일 조합원은 거의 없겠죠.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 예정이었던 일반분양도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선 시공단-조합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방송에서 다뤘던 대조1구역의 경우 예정대로 11일자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문제는 공사중단이 늘어날수록 조합은 물론 건설사들의 피해도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가뜩이나 부동산PF 부실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다 미분양까지 급증하고 있어 태영건설처럼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만 무려 366곳이 폐업하고, 19곳이 부도가 났습니다. 이 중 지난달 부도 처리된 건설사만 총 8곳에 달하고 있죠.

 

이를 현정부가 생각하는 85조원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4월까지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이 버틸 수 있을까요?

 

동상에 걸려 발가락 하나가 썩어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섭고 아프지만 잘라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체나 목숨을 잃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정부는 그럴 용기도, 현명함도 없는 듯합니다.

https://youtu.be/HHjJ66MebRc?si=X43Fb9VpXmo_6omK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