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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둔촌주공’ 사태 되나?···‘대조1구역’ 공사 중단 파장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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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둔촌주공’ 사태 되나?···‘대조1구역’ 공사 중단 파장은?

경불진 이피디 2023. 12. 2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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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희 동네 커뮤니티가 호떡집에 불난 듯 난리가 났습니다.

바로 옆 대조동에서 큰 일이 벌어졌는데요. 한달 전부터 무성했던 소문이 사실로 들어나면서 지역사회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저희 동네 만이 일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자칫대형 태풍의 전조일 수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일단 사건은 이미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지난 16일 은평구 대조1구역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공사비 미지급 상태가 지속할 경우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는 내용입니다. 현대건설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년 11일부터 공사 중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대체 대조1구역이 뭔데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이 재개발은 한때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불렸습니다. 112000부지에 지하 4~지상 25, 28개 동 2451세대 규모.

총 사업비는 5807억원. 둔촌주공만큼은 아니지만 작지 않은 규모죠.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불광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연신내역에 GTX(수도권 광역급행열차) 착공도 예정돼 있어 교통여건도 훌륭합니다. 인근에 NC백화점 및 제일쇼핑프라자, 제일시장, 대조전통시장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도 많죠.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수주를 맡아 이름도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덕분에 은평구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 10월 착공 당시까지는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이 정상적으로 운영됐지만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조직이 와해되면서 올해 상반기 예정됐던 분양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양을 시작도 못했으니 재개발조합에 돈이 있을리 없죠. 따라서 착공후 현대건설이 받지 못한 공사비가 약 18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3000억원 규모 신용공여(연대보증)를 제공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공사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푼도.

현대건설은 조합 집행부에 공사비 지급을 독촉하는 내용의 공문을 수차례 보냈지만 효과는 없었다는 군요.

 

현재 공정률은 20% 수준. 조합이 공사비를 지급하려면 일반분양을 실시해야 합니다. 분양을 하려면 조합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대조1구역 조합장 자리는 지난 2월 이후 열 달 째 공석. 법원이 직무대행을 지정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측의 항고로 총회 자체가 열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사비 지급이 언제 가능할지 '시계제로' 상태죠. 이 때문에 현대건설은 공사비를 더 투입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언론에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둔촌주공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20224~10월까지 공사를 중단했었죠. 준공 지연에 따라 금융비용은 더 늘어났고요. 이에 분양참패가 현실화되자 정부가 둔촌주공 살리기에 적극 나섰죠.

 

중도금 대출 기준 폐지, 실거주의무 폐지, 전매제한 완화 등 거의 모든 부동산 규제를 다 풀어 버립니다.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실거주의무 폐지는 국회에서 가로 막혔지만요. 여기에 무려 40조원에 달하는 특례보금자리론까지 풀면서 빚내서 집사라2’를 시전했죠. 그래서 간신히 둔촌주공 살리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럼 현정부는 강북 최대어인 대조1구역 살리기에도 나설까요? 문제는 대조1구역은 둔촌주공 사태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인데요. 둔촌주공 조합은 협상할 재건축조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조1구역은 시공사가 협상할 수 있는 상대방이 모호합니다. 조합은 지난 9월 조합장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고 지난 2월 직무정지됐던 전 조합장 A씨를 다시 조합장으로 뽑았는데요. 새 집행부는 지난 113일 임시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조합원 B씨가 총회개최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총회가 취소됐습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금융비용 증가와 공기 연장 등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앉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세대당 추가 분담금은 얼마나 될까요? 둔촌주공은 평균 12800만원이나 됐었잖아요. 그런데 대조1구역은 15000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장난이 아니죠.

 

문제는 대조1구역만이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부동산R114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분양 예정이었지만 미뤄진 단지는 모두 17, 16333가구에 달합니다. 연내 분양 예정이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진주아파트)는 시공사(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가 물가 인상과 문화재발굴에 따른 지연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메이플자이’,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리츠카운티’, 서초구 방배동의 '방배 신일해피트리 등도 공사비 증액 등 문제로 분양이 미뤄지고 있고요. 이러면 공사대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죠. 강남 노른자위에 있는 아파트들마저 이렇다고 합니다.

 

그러면 건설사들은 어떻게 버티나요? 경불진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경고했던 PF부실 문제가 점점 불거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금압박에 시달리면서 중소건설사의 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범현대가 정대선 사장이 창업한 에이치엔 아이엔씨, 대창기업 같은 중소건설사들도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광주 해광건설과 경남 창원 남명건설 등은 부도 처리된 상태입니다.

 

이런 건설업계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총 551. 전년 362곳 대비 약 1.5배 급증했습니다. 2006557곳을 기록한 이래 17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올 상반기 112곳이었던 지방 건설사 폐업이 하반기 들어 189곳으로 증가하는 등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폐업이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2020년 말 925천억 원이었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잔액은 지난 9월 기준 134조 원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 반면 같은 기간 0.55% 수준이던 연체율은 2.42%까지 올라왔습니다. 자칫 대규모 손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PF 문제가 심각하다며 부실PF에 대해서는 산소호흡기를 떼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자칫 건설사 위험이 PF나 브릿지론을 크게 늘려온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설명입니다. 위기가 금융까지 번지면 정말 IMF급 태풍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은 어떻게든 사전에 막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현정부의 특기가 말따행따잖아요. 서울 강남 청담동의 프라마호텔 부지를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인 르피에드 청담’. 이름만 들어도 강남 노른자위를 사업성이 높을 것이라고 짐작되죠. 그런데 이것마저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새마을금고가 지난 8월 토지 매입인허가 비용 등에 투입되는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거부했습니다. 새마을금고가 건설업과 부동산 대출액이 56조 원에 달하는데요. 특히 부동산 PF 연체율이 20%가 넘습니다. 그래서 구조 조정이 필요한 상황인데. 사업성이 부족해 보이는 르피에드 청담을 포기한 것입니다. 포기해도 되는 것이 새마을금고는 경공매로 청담동 땅을 매각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거든요. 물론 시행사나 후순위 채권자인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 등은 전액 손실 위험을 볼 수 있지만요.

그런데 갑자기 지난 5일 만기를 연장했습니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특히 재미난 것은 만기 연장 시한이 내년 5. 뭔가 기시감이 들죠.

 

즉 현정부는 부동산 구조조정에 전혀 뜻이 없어 보입니다. 총선에 악영향을 우려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내년 5월 이후로 폭탄 터지는 것을 죄다 미루는 듯합니다.

 

여기서 재미난 장면도 연출되죠. 총선에 차출된 추경호 부총리 후임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홍성국 민주당 의원이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PF 문제를 빨리 해소하라며 민간에서 얘기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미루고, 시중에서 내년 410일 총선 이후에 터뜨리려고 한다는 음모론이 돌 정도로 민심이 흉흉하다지금 이대로 계속 (PF문제를)연장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의원님 말에 동의하며, 그렇지만 저희 정부 출범 당시 이런 상황이 전개되고 어떻게 질서 있게 연 착륙시키느냐가 과제 아니겠냐어떤 다른 정치 일정을 가지고 지금 미루는 것은 분명히 아니며, 저희가 질서 있는 어떤 연착륙을 위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합니다.

 

이건 사실상 정부차원에서 PF 만기를 미루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닌가요? 물론 연착륙이라는 허상을 위해 하고 있다고는 했지만요. 게다가 정말 연착륙을 원한다며 PF만기 연장보다 비싼 부동산 거품, 분양가부터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가장 큰 문제가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 가격 때문이잖아요. 분양을 하지 못할 정도로 비싸게 만들어 놓은 다음에 팔리지 않는다고 징징거리면 정부가 대출 늘리는 등 각종 규제 풀어서 해결해주는 것은 결코 연착륙이 아닙니다.

 

정말 이러다 크게 터지는 것 아닐까요? 회색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는데 현정부는 연착륙과 총선이란 열매에만 정신 팔려있다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닐까요? 자칫 대조1구역이 폭풍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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