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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차라리 잘됐다’는 생각 드는 까닭은?

경불진 이피디 2023. 12. 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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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가 역시나가 됐습니다.

오늘 새벽에 발표된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서 부산이 실패했거든요. 정부는 물론 거의 모든 언론들이 박빙이라면서 2차 투표만 가면 뒤집을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또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가 불참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로마를 찍을 국가 중 상당수가 한국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희망을 지폈거든요. 엑스포 유치를 위한 현정부는 물론 정재계가 총력을 다했다며 지구를 400바퀴나 돌았다며 이정도면 표심을 충분히 움직였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더 나아가 표심이 이미 박빙이라며 9회말 역전이 눈앞에 있다고 주장한 언론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판 대역전극도, 각본 없는 반전 드라마도 없었습니다. 박빙이라는 정부와 언론들의 주장과는 달리 무려 90표라는 엄청난 표차이가 났거든요. 사우디는 1차 투표에 참여한 총 165개국 중 119개국 표를 얻은 반면 한국 29, 이탈리아 17표에 그쳤습니다. 이 정도면 참패중의 참패죠.

그런데 이미 조짐은 있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 힘 대표는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우디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윤석열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다해 원팀으로 뛰는 모습은 전세계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벌써 참패를 예상하고 쉴드를 치는 모습이었죠. 현정부의 주특기인 전정부탓.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해외 순방을 많이 다녔고 해외 정상들도 많이 만났다면서요. 순방비도 역대급으로 썼고요. 그거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것 아니었나요? 게다가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는 직접 발표에 나서 최고의 엑스포를 준비하기 위해 완벽하게 투자해왔다고 강조했잖아요.

 

그런데도 참패가 결정된 후 박형준 부산시장은 또다시 무엇보다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밝혔습니다. 도대체 핑계거리가 그렇게 없나요?

 

그래서 마음에는 안들지만 핑계거리를 만들어 줄까합니다. 현 정부는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하면 무려 61조원이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죠. 생산유발효과가 43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8조원. 여기에 고용창출효과는 무려 50만명. 우리나라 제2의 도시지만 사람들이 빠져나가 활략을 잃고 있는 부산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산 만이 아니죠. 61조원이 경제적 효과라면 1%대에 불과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상승에도 도움이 될 수 있죠. 갈수록 침체되는 소비도 살아날 수 있고요.

https://youtu.be/gQ7r3IlojaU?si=y5I4BT-BSScfV9AW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과거에 열렸던 엑스포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99387일부터 3개월 동안 열렸던 대전엑스포. 당시 관람객은 무려 14006000명이나 됐습니다. 우리 국민만으로 계산한다면, 3분의 1가량이 엑스포를 구경한 셈입니다. 하지만 재미난 보도가 있습니다. 입장권은 14228000장이 팔렸거든요. 사용되지 않은 226000장은 환불 등으로 처리됐다고 합니다. 따라서 관람객 숫자도 정확한지 의문입니다. 정부 발표는 640억원 흑자라고 하지만 믿기 힘들고요. 게다가 엑스포 이후 사후관리에만 매년 5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합니다. 사후활용을 제대로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죠.

 

더 나아가 이명박 시절인 2012512일부터 3개월 동안 열렸던 여수엑스포는 그야말로 실패작이었습니다. 관람객 수도 대전엑스포보다 훨씬 적은 800만 명으로 낮춰잡았습니다.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려 휴가를 여수로 가라고 압박했을 정도였죠. 입장료를 깎아주는 할인권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폐막을 앞두고 며칠 동안은 공짜 입장으로 숫자를 채우기도 했죠, 해외에서 판매된 입장권은 56000장으로 목표 55만 장의 10% 수준에 그쳤습니다. 결국, 여수엑스포는 2250억 원의 적자 엑스포가 되고 말았습니다, 수입 목표는 3814억 원이었지만, 정작 벌어들인 돈은 1555억 원에 그쳤습니다.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이번 엑스포 바로 전에 열리는 2025년 등록 엑스포 개최지를 아시나요? 바로 일본의 오사카. 오사카는 엑스포를 통해 2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이번 엑스포에 외국인 350만명을 포함해 총 282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오고 약 2조엔(18조원)의 경제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하지만 그 꿈이 산산조각날 처지입니다. 왜냐면 오사카 박람회와 관련한 예산이 당초보다 거의 2배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한마디로 돈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는 거죠. 오사카 박람회의 당초 예산은 1250억엔이었지만 디자인 설계 변경 등으로 한 차례 1850억엔으로 600억엔 증액한 데 더해 이번에 추가로 500억엔 더 늘었다고 합니다. 2350억엔은 당초 전망에서 80% 늘어난 것입니다.

https://youtu.be/uvY-nDPsjpQ?si=sW-EiWqx2AdHNxlv

뎌 큰 문제는 엑스포에 참여하는 국가·기업도 아직까지 건설 계획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국제박람회협회에 따르면 현재 153개 국가와 8개의 국제기구가 오사카 엑스포에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50개 국가는 자체적으로 대형 파빌리온을 짓고 미래 기술을 전시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최근까지 건설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곳은 우리나라와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소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막대한 돈을 쓰고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도쿄 올림픽의 재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의 개최 경비는 2019년 말 기준 13500억엔(당시 환율로 약 14조원)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추가된 경비는 약 3720억 원에 달했습니다. 당초 일본은 추가 경비의 일부를 도쿄올림픽 예상 수입으로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무관중 개최가 결정되면서 이 계획도 물거품이 됐죠. 이에따라 도쿄 올림픽은 최소 7조원 이상이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미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엑스포 비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엑스포를 주최하는 일본국제박람회협회는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건설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고요.

 

하지만 일본 국민 반응도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교도통신이 지난 3510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6%는 오사카 엑스포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28.3%에 그쳤고요.

https://youtu.be/IIXJbIDNVcg?si=Eke_1ep5a5e6jy3F

여기서 한가지 의심도 들죠. 막판에 일본이 부산에 투표한다는 뉴스가 화제였는데요. “너희들도 당해봐라는 심정은 아니었을까요?

 

아무튼 부산 엑스포 개최 실패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준비했는데도 실패했는데 만일 개최권을 획득하더라도 잘 준비했을까요? 전세계적인 망신을 당한 잼버리를 보면 알 수 있죠. 따라서 우린 개최지 딴 것으로 할 일 다했다며 다음 정부에게 모든 것을 떠 넘길 것이 뻔합니다. 어차피 세수도 70조원 가까이 펑크 났기 때문에 개최지를 따내도 준비할 돈도 없었을 것입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우리 정부의 실력이 전세계에 등톨나 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하계·동계 올림픽, 월드컵, 사격·육상·수영 세계선수권에다 잼버리까지 굵직굵직한 행사 개최지 선정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개최지 선정에서 승승장구했었거든요. 그 저력을 이번에도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이 무참히 깨져버렸죠.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150개국 이상 엑스포 개최지 투표권이 있는 나라의 정상을 만나 설득했다고 강조했는데요. 겨우 29개국만 설득된 것이잖아요. 9회말 역전이라더니 2할도 되지 않는 타율이 드러나 버린 것이죠. 이런 외교력으로 복잡한 국제정세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정말 걱정입니다.

https://youtu.be/UfK0Xv5FWBI?si=J2ACMeoqLPhqtzQ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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