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카카오 김범수를 포토라인에 세운 진짜 이유는?

요즘 가장 핫한 주식 종목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것이 있죠. 바로 카카오. 경영진 사법리스크 등 연일 구설에 오르면 주가가 그야말로 폭락했는데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벌써 속이 쓰리신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나요?　한때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 그리고 불편한 진실은 없을까요?

 

지난 23일이었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소환돼 16시간이나 조사를 받았습니다. 김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자정을 한참 넘긴 새벽 1시 40분이 돼서야 금감원을 나섰는데요.

 

김범수 전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 과정에서 주가를 고의로 끌어올려, 경쟁자의 인수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8월 금융당국은 김 전 의장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특정 가격 이상으로 주식을 사들이자'는 논의가 담긴 실무진들의 통화와 문자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카오 2인자인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는 이미 지난주 구속됐고요. 따라서 김 전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조만간 신청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김 전 의장의 의혹을 좀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언론을 뜨겁게 달군 뉴스가 있었죠. 이수만이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가 인수하려고 한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이에 하이브가 흑기사로 나섰다는 이야기 기억나실 것입니다. 그래서 카카오 대 하이브 1조원 대 쩐의 전쟁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들도 많이 쏟아졌죠.

사실 SM 매각설은 2021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하던 중 올해 2월 7일, SM 경영진이 카카오에 지분을 판다는 소식이 발표되면서 사실로 다가왔죠. 이에 대해 SM 최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법적으로 대응합니다. 내가 세운 SM을 카카오가 인수한다는 것을 반대한다는 거죠.

 

이 때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SM 최대주주가 됐죠. 하지만 이걸로 부족하다고 느껴 바로 다음 날, SM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최대 25%까지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M 경영진은 즉각 반발했고 여론전은 격렬해졌습니다. 초반 승기는 하이브가 잡았습니다. 법원이 이수만 전 총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승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SM 주가가 12만 원을 넘어 갔거든요. 하이브가 SM 소액주주들에게 12만원을 주고 사겠다고 하는데 시장에서 12만원보다 넘게 팔리면 누가 하이브에 팔겠습니까. 이 때문에 바람에 하이브 공개매수는 실패합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이번엔 카카오가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주당 15만 원 공개 매수, 지분 최대 35%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이러자 하이브가 포기를 선언합니다. 보유한 SM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플랫폼을 협업하는 방식으로 카카오와 전격 합의하죠. 결국 카카오는 전체 주식의 39.87%를 확보해 SM 최대주주주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가격이 의심스럽다고 지목합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급격하게 오른 게 수상하다는 취지죠. 따라서 사모펀드 운영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이 SM에 대한 대량 매수 주문을 넣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원아시아 사장이 구속된 배재현 대표와 친분이 있는데다 카카오 계열사에 수천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 사실 등을 토대로, 카카오와 원아시아가 공모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죠. 또 지분이 5% 이상일 경우 해야 하는 주식대량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습니다. 이런 혐의가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카카오의 주가는 폭락합니다.

 

그런데 잘잘못을 떠나 따져 봐야할 것이 있어 보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카카오나 김범수 전 의장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창업초기에 보여줬던 반짝거림은 사라지고 이제는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침해 등 대기업을 흉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전 의장도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승계 작업을 한 듯한 정황까지 있고요. 국내 재벌들의 나쁜 속성을 따라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요.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카카오에 대한 잣대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정권에 밉보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일단 시세조정 관련해서 김 전 의장을 소환한 곳이 어딜까요? 당연히 검찰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닙니다. 금감원. 금감원이 현역 경영진도 아닌 총수급 창업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입니다.

 

금감원은 설립목적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주가조작 등에 대해서는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에서 수사하긴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경위가 좀 수상한데요. SM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하이브가 카카오와 관련해 비정상적 매입행위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거든요. 요청을 받고 금감원은 이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서울 남부지검에 이첩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다시 금감원 내 특사경을 가져왔어요. 물론 남부지검 지휘를 받는다고 하지만요.

 

이 때문에 ‘경제검찰’인 특사경의 위상에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2019년 출범이래 김범수 의장 정도의 '거물'을 소환하고 포토라인까지 세우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복현 금감원장이 기분이 좋아졌는지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어제는 ‘금융의 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도 저희가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아마도 이번 주 내에 해당 건을 검찰에 송치하게 될 때 저희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양벌규정을 적용해 카카오 임직원뿐 아니라 법인까지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어 이 원장은 “불법 거래를 통해서 이룩하고자 하는 기업적 내지는 경제적 구조가 있다면 그것들을 저희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뭔소리일까요? 카카오의 SM 인수를 무산시킬 방도를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소리일까요? 카카오의 SM 인수 무효화는 금감원의 소관 영역이 아닙니다. 게다가 아직 시세조종 의혹이지 아직 사법부의 판단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정상아닌 가요? 그런데 기자들 앞에서 죄가 확정된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요? 이 때문에 김범수 전의장이 호남출신이라 이런 일을 당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 원장이 이러는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최초의 검사출신 금감원장이죠. 게다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하마평도 돌고 있습니다. 물론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요.

 

아무튼 일부 언론들도 부화뇌동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법까지 거론하며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상실해 매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합니다. 아직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것도 아닌데 카뱅의 매각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한투가 인수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내 계좌 안전할까’라며 불안감까지 조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출렁거리고 카카오에 투자한 개미들의 속은 타들어간다는 거죠. 물론 잘못한 것이 있으면 처벌 받아야 합니다. 다만 잘못한 만큼만 처벌 받아야 합니다. 그보다 과하거나 덜하다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혐의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언론에 범죄사실을 흘려 주가를 흔드는 것은 뭔가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카카오도 반성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재벌들의 나쁜 행태를 흉내내려는 생각 접고 초창기 마음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쇄신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주가도 다시 회복되고 경영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youtu.be/I1Ux3WKcmh8?si=jMrGrGKJRbPmTf1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