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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동아줄이 사라졌다?···‘기촉법’의 불편한 진실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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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동아줄이 사라졌다?···‘기촉법’의 불편한 진실은?

경불진 이피디 2023. 10. 2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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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고수준의 빚공화국이라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무려 107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문제지만 기업부채도 만만치 않거든요, 기업부채는 가계부채보다 무려 159조원이나 많은 12382000억 원에 달합니다.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있는데도 기업부채는 지난달에만 113000억 원이나 늘어났습니다. 이는 202210(137000억 원 증가) 이후 11개월 만의 가장 큰 증가폭이자, 9월 기준으로는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기록.

 

규모만이 문제가 아니죠. 연체율도 오르고 있는데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6%,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 오히려 기업 연체율이 더 높습니다.

 

이 때문에 좀비기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경제인협회가 외부감사대상 기업 23273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기업들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1배로 1년 전(7.35)에 비해 크게 낮아졌습니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인데요. 특히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낼 수 없는 좀비기업은 3017곳으로 1년 새 8.7% 늘었다고 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걱정스러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애청자 여러분들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름에서 성격을 유추할 수 있는데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빠르게 하는 법인 듯한데요. 이를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법이 지난 15일부로 효력을 상실했거든요. 이 때문에 언론들, 특히 경제지들이 위기기업들의 마지막 동아줄이 사라졌다며 난리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오늘은 기촉법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 구조조정 제도에 대해 살펴보면서 앞으로의 파장도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 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번에 일몰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연관된 것은 바로 워크아웃입니다. 일단 의미 차이를 살펴봐야 겠죠.

 

가장 먼저 자율협약. 가장 낮은 단계의 구조조정입니다. 자율협약법에 따라 채권단이 주도합니다. 여기서 채권단은 주로 은행인데요. 기업은 채권단에 추가로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자산 매각이나 임금삭감, 정리해고 등을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렇게 기업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자율협약이란 말이 붙었습니다. 다만 기업이 자율협약을 한다고 다 돈을 대주는 것은 아니죠. 채권단인 은행이 이런 자구책을 검토한 뒤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채권만기 연장이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추가자금을 지원해줍니다. 특히 채권단 100%가 동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뭔가 찝찝하죠.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어려워진 기업이 스스로 살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그냥 시늉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업 스스로 하는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도 없습니다. 자산매각을 하겠다고 한 후 자금지원을 받은 다음에 입을 싹 씻어도 법적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조조정은커녕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죠. 게다가 채권단 100% 동의도 쉽지 않겠죠. 특히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 살리기 보다는 채권자들, 즉 은행들이 돈 떼이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크고요. 따라서 자율협약을 하다보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속도도 상당히 느릴 수 밖에 있고요. 따라서 자율협약을 통해 기업이 회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https://youtu.be/jEB0cidTU5c?si=c2PSpeohrWdZE6Aq

다음으로는 워크아웃이 있는데요. 기업스스로 진행하는 자율협약과는 달리 돈을 빌려준 은행 등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워크아웃은 앞서 언급했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진행됩니다. 법적 구속력도 있다는 거죠. 따라서 아무 기업이나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만 가능합니다. D등급은 조금 후에 설명할 법정관리에 들어갑니다. 특히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무래도 자율협약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쎌 수 밖에 없다고 하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일단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경영권을 어떻게 될까요? 채권단이 주도한다고 했으니 채권단으로 넘어가야 겠죠. 채권단이 받아야할 돈을 회사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해 버리면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갈 수 있거든요. 이러면 기존 경영진을 해고하고 새로운 관리인을 임명할 수도 있죠. 이를 통해 기업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고요. 법적 구속력도 있기 때문에 채권단이 결정한 사안은 기업이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래야 만기연장 등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죠. 따라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가능합니다.

 

대규모 인원감축, 자산매각, 체질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이 어느 정도 정상화됐다고 판단되면 채권단은 회의를 열어 워크아웃 졸업 여부를 결정하게 되죠. 진행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과는 다르다고 하죠. 워크아웃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촉법에 의해 워크아웃이 다소 변질됐거든요. 정부가 개입한다는 겁니다. “왜 정부가 끼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워크아웃 관련 기사를 보면 등장하는 채권단이 주로 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들입니다. 이런 국채은행은 당연히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죠. 따라서 정부의 의지에 따라 해당 기업의 운명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자금난에 빠진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정부는 일단 산업은행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원래 경영진에게 경영권도 보장해 줍니다. 돈을 줄테니 자구노력을 해보라는 거죠. 한마디로 비싼 돈들여 좋은 학원 보내줄테니 공부열심히 하라고 다독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에 관심없는 아이가 학원만 좋다고 공부하나요? 오히려 학원 간다는 핑계로 더 놀 수도 있죠. 정부주도의 워크아웃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정부가 자금을 줘가면서 구조조정하라고 했는데 해당 기업은 그 돈을 엉뚱한 데 쓰기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특히 여기서 문제는 정부가 주는 돈이 대통령이나 공무원들 월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낸 세금. 혈세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워크아웃기업 살리려고 국민혈세 펑펑 같은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을 살려야 할 돈이 엉뚱하게 채권단, 즉 은행손실을 회복하는 쪽으로 흘려들어가는 경우도 많고요.

https://youtu.be/mjvcl9H2QVs?si=bywqGJQ6Q7YQnKYQ

마지막으로 법정관리는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입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라는 무시무시한 법에 따라 진행되죠. 특히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기업 경영권은 채권단도 아닌 법원에 넘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법원은 기존 경영진을 해임하고 법정관리인을 임명해 회사의 경영과 재산관리 처분을 맡기게 되죠.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법원은 채무 조정을 통해 기업 채무 중 일부를 탕감해줍니다. 다만 기업이 채무상환계획을 잘 지키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죠. 기업이 계획대로 빚을 잘 갚아나가면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한다면 법원은 기업을 파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무시무시하죠.

 

그럼 진행속도는 어떨까요? 법에 따라 하는 것이니 만큼 상대적으로 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해관계 조정 등 장시간이 필요하죠.

 

이런 법정관리는 아무나 받아주지는 않습니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기업이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스스로 채무상환계획 즉 회생계획안도 직접 짜서 법원에 제출해야 하죠.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해당 기업이 살아날 수 있을지,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지는 않은지 등을 판단해 해당기업을 법정관리를 회생 시킬지 아니면 청산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게 끝이 아니죠. 이 계획안이 받아들여지는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회생채권자 3분의 2이상 회생담보권자 4분의 3 이상, 주주 2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합니다. 다만 계획은 계획일 뿐 제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겠죠.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대부분은 청산절차를 받게 되곤 합니다.

 

정리해보자면 기업구조조정은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 순으로 강도가 쎄집니다. 자율협약은 말그대로 자율이고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경영권은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법정관리는 법원이 가진다는 점이 다르죠. 특히 워크아웃은 정부가 개입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진행속도는 워크아웃은 빠른 반면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는 닐리리 만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https://youtu.be/A_l3BuMinoA?si=-HpnuR-gXNETqwjS

그럼 여기서 문제. 어려움에 처해진 기업이 구조조정을 한다면 어떤 방식을 가장 선호할까요? 아무래도 자율협약이 아니라 워크아웃을 가장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뻔하죠.

 

경영권을 보장 받을 수 있잖아요. 정부가 혈세를 지원해주니 경영진이 손 안대고 코 풀 수 있는 셈이죠. 게다가 채권자의 75%만 동의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데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니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매도 기왕 맞을 거면 아프더라도 짧게 맞고 끝내는 것을 대부분 바라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비해 자율협약은 강도가 낮기 하지만 이를 시작하려면 채권단 100%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기업이 아니고선 이런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는 거죠. 게다가 진행 속도도 느릴 수 밖에 없죠.

 

법정관리도 강도가 쎌 뿐만 아니라 법적 요건도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장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죠. 게다가 회생채권자 3분의 2이상, 회생담보권자 4분의 3 이상, 주주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는다는 것도 난관일 수 밖에 없고요.

 

그런데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워크아웃이 왜 일몰됐을까요? 워크아웃이 예전부터 있었던 제도가 아닙니다. 대기업 연쇄 부도가 났던 외환위기 당시 획일적인 회생·파산 대신 시장에 의한 기업 재도약 지원을 위해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됐습니다. 정부의 혈세 투입으로 살아난 기업들이 있자 이를 기촉법이라는 법적 근거를 만든 것입니다. 다만 채권단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죠. 그러나 기업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5차례 일몰 연장을 거쳐 22년간 유지됐죠.

 

하지만 이번에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해 일몰됐습니다. 따라서 기존 워크아웃을 진행하던 기업은 그대로 절차를 진행하지만 신규 신청은 중단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부실기업들은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만 가능해집니다.

 

여기에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앞서 워크아웃은 정부가 개입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정부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망하는 것이 좋을까요? 존속되는 것이 좋을까요? 일자리 문제 등 때문에 아무리 부실하더라도 존속시키려고 하겠죠. 웬만하면 다 살리려고 할 것입니다. 심지어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기업도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우리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혈세가 투입되는데요. 이러면 망해야 할 기업이 일단은 살아날 수 있잖아요. 목숨이 얼마남지 않은 환자가 아드레날린 맞고 잠시 살아나는 듯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병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환자는 안타깝게도 죽고 말죠. 기업도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혈세 투입하면 살아나는 듯 보였던 기업이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요? 구조조정, 경영합리화하지 않으면 혈세만 쪽쪽 빨아먹는 좀비기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https://youtu.be/GrF5aYdkMmY?si=Y9jBpX3xW9OjsiTy

이런 부작용 때문에 워크아웃 제도를 일몰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반면 재계에서는 금융위기 겪으면서 워크아웃제도가 구조조정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며 언론을 통해 기촉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특히 자율협약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채권단 간의 의견차이로 배가 산으로 갈수 있고 법정관리로 바로 넘어가면 많은 기업들이 결국 도산하고 만다는 우려가 크다는 거죠. 특히 최근 경제가 좋지 않으면서 한계에 몰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워크아웃마저 사라진다면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도 하죠.

 

물론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들마저 줄도산한다면 큰일이죠.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좀비기업을 언제까지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가면서 연명해줘야 할까요? 과연 워크아웃을 한다고 살아날 수 있을까요?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촉법을 통한 워크아웃에 들어간 145곳 중 회생한 기업이 겨우 61곳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회생률이 42.1%. 물론 법정관리기업은 102곳 중 28곳만 회생해 성공률이 27.5%에 불과한 것에 비해서는 높지만 정부가 혈세를 투입한 것에 비하면 성과가 적은 것 아닌가요? 게다가 아크아웃으로 회생했다가 다시 워크아웃에 빠지는 기업들도 많다고 합니다.

 

고통스럽지만 환부를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워크아웃을 통해 정부의 혈세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을 지금이라도 솎아내는 것이 우리 경제를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따라서 일몰된 워크아웃을 되살리려면 원래 취지대로 되돌리는 작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채권단이 바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것입니다. 단순히 혈세 투입만 바라는 워크아웃은 우리 경제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해보입니다. 어차피 현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특기잖아요.

 

그러나 저러나 앞으로 법정관리가 늘어나면서 기업 파산이 증가할 수 있는데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서 마련하고 있을까요? 기대하기 힘들겠죠? 역시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경제는 결코 좋아질 수 없습니다.

https://youtu.be/I1Ux3WKcmh8?si=0Wa-6vsoieiF7i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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