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우리나라 과학기술, 중국과 비교하면? 본문
Q.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R&D예산을 대폭 깎으면서 우리나라 과학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앞서나갔던 우리 과학 기술 수준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A. 과학은 한 나라를 먹여살린다고 하죠. 따라서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자국의 과학 기술 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요. 유독 한 나라만이 아닌 듯하죠. 말로는 과학 R&D에 대폭 투자한다고 하고서는 뒤로는 R&D 예산을 대폭 깎아버렸잖아요.
문제는 이렇게 과학 R&D 예산을 깎아도 될만큼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이 월등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5개국의 국가핵심기술 수준을 비교 분석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 최고 수준의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한국은 미국의 81.5% 수준(격차 3.2년)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은 82.6%(격차 3년)로 4위, 일본은 86.4%(격차 2.2년)로 3위였습니다. EU는 미국의 94.7% 수준으로 0.9년의 기술 격차를 보이며 2위에 올랐고요.
직전 2020년 조사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80% 수준으로 최하위였고 한국은 80.1%로 아슬아슬하게 4위를 기록하며 중국보다 앞섰습니다. 하지만 2년 사이에 역전당한 셈입니다.
중국의 과학기술이 한국을 따라잡은 것은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해진 2012년 조사 이후 이번이 처음인데요. 특히 136개 국가핵심기술 가운데 중요한 AI,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자력 등 50개 국가전략기술로 범위를 좁히면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한국을 더욱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핵심기술에서 중국의 추격과 역전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은 네이처 등 주요 국제학술지에 투고된 논문 수, 피인용 연구자 수 등 주요 지표에서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까지도 위협하며 ‘과학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6월 네이처가 논문의 질과 양 등을 고려해 평가한 자연과학 연구 영향력 지표에서 중국은 미국을 추월해 1위로 올라선 바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중국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1년간 피인용 상위 1% 논문을 4만8270건 발표해 전 세계 2위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은 6562건에 그쳐 세계 14위에 머물렀고요.
특히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AI 분야에서는 중국이 1위인 미국의 90.9%(격차 1.3년) 수준까지 쫓아갔고 한국은 78.8%(2.2년) 수준에 그쳤습니다. 한국이 중국보다 0.9년 뒤처진 셈입니다.
중국이 한국보다 가장 앞선 기술은 우주항공·해양 분야 기술. 이 분야에서 중국은 1위인 미국과의 격차가 5.8년이었고 한국은 11.8년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한국보다 6년이나 앞선 것입니다.
이 같은 중국의 ‘과학굴기’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 중국은 국가 주요 연구과제의 책임자 중 절반 이상을 40대 이하 신진 과학자가 맡도록 하는 등 젊은 과학자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R&D 예산 삭감으로 젊은 과학자들이 조국을 등지려고 하고 있으니 중국에 역전된 과학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자원도 없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 할까요?
https://youtu.be/8ids9PYFnpQ?si=TLi8Ea_Dl9M3C_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