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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이제 시작이라는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4. 1. 1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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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로는 10년 만에 워크아웃 결정. 말 많았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지난주 확정됐죠.

지난 11일 산업은행이 연 제1차 태영건설 채권단 협의회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투표를 실시한 결과 96.1% 동의를 얻었는데요. 알짜 계열사인 SBS를 매각하는 것도 아닌데 동의율이 매우 높죠. 그럼 태영건설은 완전히 살아나는 것일까요? 태영건설이 짓고 있는 데시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발 뻗고 잠을 자도 될까요? 워크아웃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워크아웃이란 용어를 정확히 알아야 될텐데요.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워크아웃은 몸매유지를 위해 하는 운동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동네 헬스장에서나 쓰일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해진지는 꽤 됐습니다. 우리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들어간 직후인 1998, 모든 신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워크아웃(work out)’이란 말이 나왔었기 때문인데요.

 

우리경제가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 이후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고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쳤죠. 수많은 기업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에는 100조원이 넘는 국민세금이 쏟아 넣어야 했죠. 이 돈을 내기위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집에 있는 금붙이까지 팔아야 했었죠.

 

그만큼 워크아웃이 우리경제에 미친 충격이 컸죠. 하지만 이후 워크아웃이란 용어가 자주 들리진 않았습니다. 그나마 알려진 것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 워크아웃이죠.

 

그렇게 한동안 잊힌줄 알았던 워크아웃이란 단어가 2024년 벽두부터 언론의 전면을 차지했습니다. 국내 16위 시공능력을 가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워크아웃을 신청만하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패사례도 꽤 있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워크아웃이란 우리말로 기업개선작업이라고 불리며 기업 구조조정의 한 방식입니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옥석을 가려 살릴 곳은 살리고 퇴출시킬 곳은 퇴출시키는 작업이죠. 원칙은 상당히 쉽고 명확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업개선이라는 것이 앞서 언급했던 몸매유지를 위해 하는 운동과 비슷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거의 모든 분들이 다이어트를 결심하죠. 운동도 하고 식사도 조절하고···. 하지만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죠.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아마 10명중 1명도 안될 것입니다. 그만큼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있을 정도잖아요.

 

기업개선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이유로 실적악화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 중에 이번만 넘어가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채권단이 판단해야 워크아웃을 받아들여줍니다.

https://youtu.be/x7jHfOqAE48?si=1CgEq1Ddv85_nmVb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여러 아이디어중 우리 정부가 채택한 것은 영국 런던의 구조조정 방식(London approach)’입니다. 1980년대 경제위기가 닥치자 영국은 기업 구조조정의 임무를 채권은행에 맡겼죠.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기업 사정을 가장 잘 알 터이니 그들이 판단해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정하라는 얘기입니다. 채권은행들이 살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채권 회수에 들어가고 이 채권을 갚지 못하는 기업은 부도 처리되죠. 하지만 채권은행들이 일시적으로 돈을 회수하지 않고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주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으로 판단한다면 은행이 나서서 기업을 도와주도록 했습니다. 이 방식을 워크아웃이라고 불렀죠.

 

제도만 놓고 보면 흠잡을 곳이 별로 없습니다.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이 기업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니 이 정보를 활용해 옥석을 제대로 가릴 수 있잖아요. 또 기업이 회생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자금이니 자금을 담당하는 은행이 주도하는 것도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워크아웃이 실제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면 제도의 취지와 많이 달랐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7월 고합그룹을 시작으로 워크아웃이 본격 시행됐거든요. 당시는 외환위기의 후폭풍으로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때였습니다. IMF라는 쓰나미에 모든 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죠. 정부가 방치했다가는 수많은 기업은 망하고 우리경제는 폭삭 주저앉을 위기였습니다. 이 때 정부가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했죠.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 은행들은 기업 부실이 쌓여가면서 기업과 동반부실화 되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워크아웃을 주도할 의사도 능력도 없었죠. 이런 환경에서 정부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워크아웃을 사실상 주도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영국과 차이납니다. 영국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주도적으로 워크아웃을 진행했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채권단 자율협약의 형태를 띠면서 기업구조조정위원회라는 민간단체가 채권단과 함께 워크아웃을 진행하도록 했지만 뒤에는 항상 정부가 있었습니다.

 

이후 재계서열 6위부터 64위까지의 기업을 대상으로 워크아웃 신청을 받았고 2000년까지 총 83개 기업에 대해 워크아웃이 진행됐죠. 정부가 기업의 옥석을 가리고 채권단을 압박해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다 기업이 망하고 은행이 부실화되면 국민세금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을 살렸습니다. 이런 방식이 한국식 워크아웃 제도였죠.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워크아웃은 정부가 주도한 관치였다는 것입니다.

https://youtu.be/2W2fEefBIMY?si=qEYkqV0dHKvI-Qip

이런 점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작업이 기업은 물론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태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워크아웃은 한번 시작되면 봇물 터지듯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기업 구조조정은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채권단에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하는 것이죠. 채권단도 회생이 불확실한 기업에 돈을 넣어야하기 때문에 꺼려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갈 데까지 간 기업이 마지막 희망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무슨 이야기일까요? 한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것은 그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업종이 위험하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태영건설 협력사의 숫자가 581개에 달하고 이들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 규모도 7조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모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협력사로 불똥이 튈 수 밖에 없죠. 또 태영건설이 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도 37000억 원에 달합니다. PF가 건설업계의 뇌관이 되고 있어 태영건설 파장이 이미 다른 기업들에게도 옮겨붙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의 절반 이상인 70조원이 부실화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실제로 건산연은 지난해 상반기 중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 PF 만기 연장비율이 브릿지론(시공·인허가 전 자금 조달)70%, PF(시공 결정 이후 자금조달)50%라며 모두 71조원이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https://youtu.be/uyraIVs9HUY?si=9UTeAc0ICmIphE5d

구체적으로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집계한 건설업체의 PF 우발채무는 228000억원 규모.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지난해 8월 말 기준·한기평)로 추산됩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도 부채비율이 400%가 넘는 상태고 시공평가 22위인 동부건설의 경우 지난달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한기평)됐습니다.

 

롯데건설도 동부건설에 앞서 자료를 내고 미착공 PF 32천억원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해야 했을 정도입니다. 대형건설사가 이럴 정도인데 중소형 건설사들은 안봐도 비디오죠.

 

두 번째. 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워크아웃은 성공하기까지 숱한 난제들이 있습니다.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것은 기업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고 자칫 소중한 돈을 날릴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채권단은 물론 대주주 경영진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먼저 자기 것부터 챙기려고 합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하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업보다 특정 집단을 위한 워크아웃이 될 가능성이 높고 구조조정은 산으로 가는현상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워크아웃 진행 절차 때문인데요.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채권단이 모여 협의회를 만들죠. 다음으로 워크아웃 방안이 표결에 부쳐져 채권액 기준으로 75%의 동의를 받아야 워크아웃이 진행됩니다. 이후에는 바로 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할까요?

 

그게 아닙니다. 채권단은 3-4개월간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기업에 대한 실사를 하게 됩니다. 실사결과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되면 기업개선계획을 확정하죠. 이 계획을 확정할 때도 채권단의 75%가 동의해야 합니다. 향후 과정에서도 여러차례 동의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 때마다 통과되는 것이 쉽지 않죠.

 

외환위기 당시 워크아웃 투표를 할 때도 대형 시중은행들은 채권액도 많고 정부 눈치도 보느라 워크아웃에 우호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은행이나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은 하루라도 빨리 자신들의 채권을 회수하고 싶어 했죠. 다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하지 못했던 것이고요. 앞서 설명드린대로 우리나라 워크아웃은 관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구조조정의 전도사란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감위 관료들은 수시로 주요 채권단과 회의를 하면서 때론 설득하고 때론 협박까지 하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했죠. 무리한 관치금융으로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관료 주도로 행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대통령이 전권을 맡길 만큼 정부 관료들에게 힘을 실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럼 이번 2024년 진행되는 워크아웃에서도 정부가 직접 나설까요? ‘자유와 시장경제를 모토로 표방하고 있는 현정부가 총대를 매려고 할까요? 경제는 정부가 살리는 것이 아니라는 대통령이 워크아웃에 관심이나 둘까요? 총선 이후로만 미루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https://youtu.be/6D_uhgzFePI?si=ASgaBqQ26XljQXJa

셋째, 결국 혈세 투입. 태영건설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금융회사 차입금은 단기 6608억 원, 장기 14942억 원 등 총 21550억 원입니다. 채권액을 금융회사별로 따져보면 산업은행이 9.3%를 차지해 가장 많죠. 다음으로 KB국민은행(7.4%), 기업은행(4.6%), 우리은행(3.3%), 신한은행(3%), 하나은행 (2.9%) 등입니다. 은행권 전체의 채권액 비율은 32%.

 

즉 은행이 단결해 워크아웃을 진행하려고 해도 동의를 위한 정족수(75%)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 못합니다. 채권액 기준 70%에 달하는 2금융권을 포함해 다양한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취합해야만 워크아웃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외환위기 때에는 대기업들의 대형은행 채권 비율이 높아 정부와 몇몇 은행이 주도하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었지만, 갈수록 이해관계자가 다양해져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말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과거 쌍용건설의 경우 19993월 워크아웃이 시작된 후 재무구조 개선으로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인수합병(M&A)이 실패하면서 기업환경이 악화되어 20133월 다시 워크아웃이 시작됐죠. 하지만 이때는 채권단과의 마찰로 결국 2013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처럼 워크아웃 시작 이후에도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만큼 기업 구조조정은 지난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혈세도 어쩔 수 없이 투입되고요.

 

이번 태영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채권단이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빚을 일부 탕감하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채권단 수장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입니다. 또한 태영건설의 부실 PF 사업장도 대부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래저래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에 실패한다면 혈세만 낭비하고 결국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큰 문제는 워크아웃, 특히 한국식 워크아웃은 자본주의 논리와도 상충됩니다. 건설사로 돈을 잘 벌 때의 과실은 오너 경영진이 가져가고, 이들의 경영 실패로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 '모두의 돈'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망할 기업은 망하게 두는 것이 더 자본주의 논리에 맞다는 거죠. 대마불사라며 큰 기업이니 살려야 한다는 논리는 자유시장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방송에서도 설명했듯이 기촉법 일몰로 워크아웃이 사라졌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살아나면서 태영건설이 엉뚱한(?) 수혜를 입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두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태영건설 워크 아웃과정에 혈세가 얼마나 투입되는지. 그리고 부실경영에 책임있는 윤세영 회장 등 사주가 얼마나 사재를 진짜 내놓고 반성하는지. 그 과정에서 정부는 얼마나 공정하게 워크아웃을 감독하는지.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의 소중한 혈세만 낭비하는 것은 물론 외환위기와 같은 파고에 휘말릴지도 모릅니다.

 

https://youtu.be/wgwqGMT4APk?si=R4FmTh4AlIohs7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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