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대만 TSMC 열풍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은? 본문
아시아의 4마리용.
기억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1980~90년대 우리나라를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대만을 일컬어 불렀던 용어죠. 2차 대전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찬사였는데요. 실제로 이 네 나라는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과 높은 개방성을 바탕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거나 직전까지 갔죠. 덕분에 이들 나라의 성정전략은 개도국들의 교과서처럼 쓰이기도 했습니다. ‘경제학계의 아이돌 그룹’처럼 말이죠.
그런데 아이돌 그룹이 오래가는 경우가 드물잖아요. 찾아보니 우리나라 최장수 아이돌 그룹인 신화도 올해로 데뷔 24년 밖에 안됐더라고요. 10년 넘는 아이돌 그룹은 그렇게 많지 않고요.
아시아의 4마리용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2000년대 들어서 해체수순을 밟았는데요. 1997년 홍콩이 중국 본토에 반환되면서 ‘아시아의 4마리용’은 서서히 잊혀진 이름이 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게 IMF라는 반갑지 않은 선물을 안긴 아시아의 금융위기에 싱가포르도 한 때 휘청거렸습니다. 그리고 대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헬조선’으로 불렀던 것처럼 대만 젊은이들도 불과 5년전만해도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 성장에 절망하며 ‘귀신섬’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대만의 미래는 곧 귀신만 살 정도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만 남을 것이라는 자조였죠.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군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경제도 뛰어넘을 것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방역에서도 우리나라를 앞선다고 칭찬하는 언론도 많고요. 그런데 정작 대만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대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오늘 꼬꼬문시간에는 대한민국과 닮은 듯 닮지 않은 대만에 대한 궁금증을 살펴볼까 합니다.
애청자 여러분들은 대만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망고빙수나 카스테라 등 먹을 것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또 온천, 마시지 등 휴양지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요. 영화팬들 중에는 대만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죠. ‘나의 소녀시대’ ‘청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모어 댄 블루’···. 저도 나이가 들어 갱년기가 왔는데 갑자기 이런 로맨스 영화가 좋더라고요. 젊은 시절에 멋진 연애를 못했기 때문일까요? 물론 연애는 많이 못했지만 결혼 생활은 누구 못지않게 행복하게 보내고 있거든요.(와이프 듣고 있죠.)
아무튼 영화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대만 영화를 보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우리나라가 연상되거든요. 거리를 걷다가 싸이렌이 울리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우리나라의 교련수업처럼 고등학생들이 군사훈련을 하고···. 마치 박정희, 전두환 군사시절처럼 말이죠. 대만도 한때는 우리와 비슷했나 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북한 위협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처럼 대만도 중국이 언제든 공격해 올 수도 있다는 공포가 장난 아니죠.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런 공포가 더 심해졌다는 데요. 실제로 지난주 대만의 공영 방송이 아찔한 사고를 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죠.
기상 캐스터가 날씨 소식을 한창 전하고 있는데 자막에 ‘중국 인민해방군의 미사일 공격, 타이베이항 주요 시설 및 선박 파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지금 중국군이 대만을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전쟁 임박과 같은 무시무시한 자막이 무려 7분 넘게 나갔다는 군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공격은 없었죠. 대형 오보인데요. 시청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해당 방송은 긴급 정정 방송을 했습니다. 이어서, 해당 자막이 소방 훈련용으로 만들어졌으며, 기술적 오류로 잘못 나갔다고 해명했다는 군요. 이 사고로 PD와 편집자 8명은 중징계를, 방송국은 약 24억원 상당의 벌금을 물게 될 예정라고 합니다.
이런 해프닝이 있을 정도 대만에서 중국 공포는 장난이 아니라는 거죠. 중국 본토가 1949년 공산화된 후 쫓겨난 국민당 정권이 대만에 들어온 역사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만의 역사나 정치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넘어가고요.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339119?ucode=L-hYipAKeB
최근 대만이 주목받는 것은 역시 경제입니다. 대만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한때 귀신섬이라고 불렸던 대만 경제가 살아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일단 대만 경제 현황을 짚어봐야겠죠.
대만은 중국 본토 푸젠성과 대만해협을 두고 마주하고 있는 섬나라죠. 중국 본토와의 거리가 약 150km 정도 된다고 합니다. 대한해협 너비가 50~200km 정도 되니까 우리나라와 일본 만큼 떨어져 있다고 보면 되겠죠. 면적은 359만ha입니다. 1004만ha인 우리나라의 10분의 4정도 되는군요. 인구는 2388만명으로 이것도 우리의 절반보다 조금 적습니다. GDP는 6690억 달러로 세계 20위. 이것도 1조6382억 달러로 세계 9위인 우리나라의 절반 보다 적고요.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의 절반보다 조금씩 적군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1인당 GDP. 대만은 2만 8,371달러 세계25위입니다. 3만 1,637.3달러로 세계23위인 우리나라와 차이가 거의 없죠.
그런데 최근 대만에서는 한국 경제를 곧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오고 있다고 조선일보 같은 우리나라 언론들은 연일 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같은 이란 표현을 왜 썼는지는 조금 있다가 알아보고요.
일단 언론이 전한 내용을 살펴볼께요.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3만4,990달러를 기록하는 반면 대만의 GDP는 3만6,000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합니다. 한국은 전년 대비 190달러 증가했으나 대만은 무려 2,200달러나 급상승한 수치라는 거죠. 그래서 한강의 기적에 이어 ICT 대혁명으로 2003년 한국이 대만의 GDP를 추월한 지 19년 만에 서로 자리를 바꿔 재차 골든 크로스가 벌어진다고 난리입니다.
대만의 성장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언론들이 꼽는 비밀은 두 가지입니다.
일단 첫 번째 코로나 방역을 너무나 잘했다는 거죠. 중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사실이 드러나자 즉시 중국발 항공편을 차단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고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격리하는 조처를 하는 등 정부의 발빠른 조치 덕분이라고 칭찬합니다. 그래서 지난달 말까지만해도 대만의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수는 100명을 밑돌았죠. 한 때 10만 명을 넘던 대한민국과 비교하며 많은 언론들의 우리나라의 방역 무능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최근 대만도 시각해지고 있다는 군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 1만명대로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대만 위생복리부는 5월 5일까지 일일 확진자 수가 최대 3만8000명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대만의 백신 접종률은 2차 접종을 기준으로 80% 미만입니다.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 인근 아시아 경제 선진국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죠.
게다가 대부분의 언론들이 언급하지 않는 더 놀라운 통계도 있습니다. 대만은 지금까지 확진자수가 8만8000여 명으로 적긴 적습니다. 인구가 2388만명인 것을 감안하면요.
그런데 사망자도 그럴까요? 사망자가 860여명. 사망률이 1%에 달합니다. 적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와 비교해볼까요? 우리나라는 확진자수가 1700만명을 넘었죠. 그럼 대만과 같은 1% 사망률이라면 사망자가 무려 17만명이나 돼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코로나 사망자 수는 2만2000여명. 사망률이 0.1%에 불과합니다. 대만의 10분 1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전세계 코로나 사망률을 살펴보면 미국 1.2%, 캐나다 1.%, 영국 0.8%, 프랑스 0.5%, 독일 0.5%, 일본 0.4%입니다. 심지어 페루 6%, 멕시코 5.7%인 나라도 있습니다. 이런 수치를 감안할 때 방역모범국은 어느 나라일까요? 문재인 정부를 방역 무능이라고 비판하는 언론들이 왜 전세계 코로나 사망률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꼽는 대만 성장 비밀 두 번째는 반도체입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반도체의 힘… 대만, 증시 시총도 한국 제쳤다’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강국 대만이 한국,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맹주(盟主)로 올라설 것이란 신호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대만의 올해 1인당 GDP가 3만6050달러로 한국(3만4990달러)을 19년 만에 넘어설 것이라고 최근 예측했다. 대만 대표 기업인 TSMC의 시가총액(595조여 원)은 이미 3년 전 삼성전자를 넘어섰고, 대만 증시의 작년 전체 시가총액(약 2797조원) 역시 한국(2649조원)을 제쳤다. 대만 인구는 2320만여명으로 한국(5160만여명)의 절반이 안 된다.
경제 성과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대만(8위)은 한국(23위)을 여유 있게 따돌렸고 심지어 미국(10위)까지 처음으로 제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는 경제 성과와 정부·기업의 효율성,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순위다.
일본마저 제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 산하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작년 말 일본의 1인당 GDP가 한국(2027년), 대만(2028년)에 잇따라 추월당한다는 예측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리스크를 안은 채 ‘세계의 하청 공장’ 역할을 자처해온 대만의 화려한 부활, ‘대만 쇼크’다.‘
그러면서 대만 경제가 이렇게 살아난 비결을 대만 정부의 집요한 반도체 육성 정책이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 배경에는 2016년 취임한 차이잉원 총통의 첨단 산업 육성책이 있다고 언론들은 호들갑을 떱니다. “기술이 대만 안보를 보장한다”며 첨단 기업에 각종 우대책을 내놨고, 특히 반도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현재 대만은 반도체를 앞세워 미국, 일본과 ‘3각 협력 체제’를 구축하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고 합니다. 반도체는 지난해 대만 수출액의 37%, GDP(국내총생산)의 18%를 차지한 핵심 산업이라면서 동시에 중국으로부터 자국을 지키는 핵심 국방 자산이라고 강조합니다. 미·중 모두에 중요한 반도체가 대만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줄 것이란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 전략이라는 거죠.
이 덕분에 반도체 위탁생산,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란 이름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런 TSMC가 이미 2019년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른 뒤 그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 4,911억대만달러(약 20조7,980억원), 영업이익 2,238억대만달러(약 9조4,78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5%, 영업이익은 48.7% 늘어난 규모입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77조7815억원, 영업이익 14조1214억원의 실적을 기록해 TSMC보다 많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9%, 영업이익은 50.5% 증가했고요. 반도체 부문만 떼서 봐서 1분기 매출 26조8700원, 영업이익 8조4500억원을 기록해 TSMC에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TSMC가 606조원으로 402조원에 그친 삼성전자보다 훨씬 많군요. 그만큼 TSMC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겠죠. 대만의 반도체 굴기가 대단하긴 하죠.
그러면서 우리언론들은 은근 슬쩍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재용 없는 삼성” 실적 대박에도 대만 반도체에 더 밀렸다(헤럴드 경제)
이재용 '족쇄'에 韓 반도체 '위기론'…대만과 격차 더 벌어졌다(아이뉴스24)
위기의 삼성 '이재용만 유일'…"日기업 몰락 전철 밟나"(한국경제)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죠. 거의 모든 언론들이 이재용 사면을 외칩니다. 대만이 반도체를 앞세워 저렇게 잘나가고 있는데 왜 문재인 정부는 이재용에게 족쇄를 채워놨냐는 거죠. 그래서 새 정부 들어서기 전에 사면하라고 난리칩니다.
그런데 이재용이 지금 족쇄를 차고 있나요? 가석방 상태지만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있잖아요.
2021년 가석방 상태에서도 미국에 가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만났잖아요. 가석방 상태에서 미국 출장이 가능한 건가요?
게다가 이재용이 가석방 되면 8만원 대였던 삼성전자 주가가 쫙 올라갈 것이라고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죠.
실제로 MBN같은 경우 2021년 8월 10일 ‘삼성전자, 이재용 가석방 속 '10만 전자' 등극?…외인 매수 급증’이란 기사를 썼네요. 총수가 복귀해서 대규모 투자 결정이 내려지면 주가가 반등할 수 밖에 없다는 거였죠. 당시 경불진은 반대일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런데 지금 주가는 어떤 가요? 10만전자는 커녕 6만전자에 머물고 있습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언론들이 띄우지 못해 안달 난 대만경제 진실은 어떨까요?
일단 많은 언론들이 잘 거론하지 않는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TSMC의 성장에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들 언급하는 언론이 많죠. 그래서 대부분은 대만정부가 TSMC의 기술개발과 투자에 지원을 했다고들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다 일까요?
TSMC는 세계 1위의 파운드리 업체입니다. 파운드리라고 하면 AMD, 인텔, 애플,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설계도를 주면서 “이대로 AP나 반도체 칩을 만들어주세요”라고 맡기면 그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회사죠. 건축으로 따지면 시공사입니다. 지난 시간에도 언급했듯이 10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 회사들이 갑, TSMC 같은 파운더리가 을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파운드리 업체 중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고 초정밀 제조 기술이 있는 회사가 TSMC와 삼성전자 두 회사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갑과 을이 바뀌었죠. 특히 TSMC는 삼성전자보다 뛰어난 파운드리 제조 기술이 있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추격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업력에서 나온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TSMC는 파운드리 업력이 30년이 넘는 회사고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 10년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여기까지 보면 대만정부가 미래를 내다보고 지원을 잘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만정부의 역할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복잡하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이재용 등 오너일가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라는 복잡한 구조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죠. 이재용이 직접 보유한 지분은 1.63% 밖에 안됩니다.
그럼 TSMC도 그럴까요? TSMC는 1987년에 공기업으로 설립됐습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사에서 25년간 재직하며 반도체 사업부 부사장까지 지낸 모리스 창 박사가 대만 정부를 설득해서 설립했죠. 그래서 현재까지 CEO를 맡고 있고요. 이후 1992년 민영화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아직도 최대주주는 지분 약 6%를 갖고 있는 대만 정부의 국가개발기금입니다. 따라서 TSMC의 지분구조는 우리나라로 치면 공기업과 비슷합니다. CEO는 소유권이 없고 후계자를 양성하고 경영만 맡고 있죠.
따라서 TSMC의 성공이 그렇게 부럽고 대만정부의 역할을 왜 못하냐고 따지려면 삼성전자를 TSMC처럼 공기업으로 만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총수인 이재용을 왜 풀어주지 않느냐고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경영을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TSMC를 부러워하면서 재벌 총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계란을 한바구에 담지 말라’는 재테크 격언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재테크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나가는 한쪽 산업만 너무 비대하게 커지면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핀란드의 노키아죠.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노키아는 핀란드 전체 수출의 20%, GDP의 25%를 차지하면서 핀란드 경제의 전성기를 이끌었죠. 하지만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한 때 핀란드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한나라 경제의 4분1에 해당하는 것이 망했으니 그럴 만도 하죠. 전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국가였던 핀란드는 한동안 실업위협과 물가 공포에 떨어야 했죠. 이후 대대적인 혁신으로 계란을 분산하는 스타트업 국가로 변신에 성공하긴 했지만요.
이렇게 핀란드를 언급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만에서 TSMC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GDP의 약 18%에 달한다고 합니다. 대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아 무려 23%나 된다는군요. 참고로 삼성전자의 시총비중은 18%입니다.
문제는 반도체를 비롯한 IT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무려 70%에 달한다는 군요. 물론 우리나라도 IT산업 비중이 크긴 합니다. 쏠림이 지나치다는 거죠. 그래도 우리나라는 40% 정도입니다. IT 산업이 주력 산업이지만 조선, 자동차, 화학, 문화콘텐츠, 게임, 헬스 등 다양한 산업이 있잖아요. 삼성전자도 있지만 현대차도 있고, 대우조선, LG엔솔, 바이브, SK에너지 등 다양한 기업도 있고요.
물론 4차 산업혁명이 한창 중이고 전세계가 IT산업에 열광하고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산업이 전체의 70%는 너무 지나치죠. 자칫 닷컴버블처럼 IT산업이 흔들리면 큰 일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TSMC 자체의 약점도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가 없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의 갤시리즈처럼 말이죠. 한때 대만 스마트폰도 유명했습니다. HTC란 브랜드로 전 세계 시장에서 한때 반향을 일으켰죠.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의 공세에 밀려 이젠 존재감이 사라진 상태죠. IT산업이 70%나 차지한다고 하지만 대만 브랜드로 생각나는 것이 매우 드물 것입니다. 한마디로 메이드 인 대만 제품이 거의 없다는 거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IT산업에 지나치게 쏠린데다 브랜드 없이 중간재만 만들어 납품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인 대만이 한국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2년이나 우리를 옥좼던 코로나가 서서히 풀려가듯이 TSMC를 키웠던 반도체 대란이 끝나면 대만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중국의 끊임없는 위협은 문제가 없을까요? 미국은 언제까지 대만과 TSMC에 우호적일까요? 대만 카스테라 열풍처럼 현재 TSMC의 열풍도 언제 한순간에 꺼질지 모릅니다.
그리고 대만과 TSMC를 거론하면 이재용 사면론을 펴는 언론들도 이런 사실을 분명히 알텐데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다들 알고 계시죠?
'하루에 지식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슬라, 상하이에 제2공장 건설 추진…연 45만대 추가생산” (0) | 2022.05.13 |
---|---|
지겨운 스팸 전화 탈출 비법은? (0) | 2022.05.13 |
614억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영화 ‘종이달’ 그리고 경제적 자유는? (0) | 2022.05.13 |
[이피디 픽]대기업된 두나무, 총수없는 쿠팡의 불편한 진실은? (0) | 2022.05.13 |
대한민국에 ‘돈룩업’ 공포가 몰려오나? (0) | 2022.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