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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피디 픽]대기업된 두나무, 총수없는 쿠팡의 불편한 진실은? 본문
지난 화요일 최근 인재를 쓸어담고 있는 ‘네카라쿠배 당토직야 몰두센’ 이야기를 했었죠. 이들 기업 때문에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물론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한국은행도 긴장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취업시장만이 아닙니다. 이들 기업이 재벌순위도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재벌 순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자산 5조 원이 넘는 76개 대기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몰두센의 형님 바로 두나무입니다.
지난 시간에도 설명드렸듯이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죠. 2017년 10월에 처음 문을 연 업력이 채 5년이 갓 넘은 신생 회사입니다. 그런데 코인 열풍을 타고 현금을 쓸어담으면서, 단 1년 만에 자산이 8배나 늘어났습니다.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매출은 3조 7천억 원인데, 영업이익이 3조 2천억 원. 엄청나죠. 그런데 이걸로 놀라기에는 부족합니다. 더 놀라운 실적이 있는데요. 여러분들이 생각할 때 영업이익율이 최고를 찍으면 얼마나 될까요? 아무래도 IT업체가 영업이익율이 높잖아요. 네이버의 지난해 영업이익율은 18.43%,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25.82%입니다. 삼성전자도 19.20%. 5~10%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제조업에 비해 높죠.
그럼 두나무의 영업이익율은 얼마나 될까요? 무려 88%나 됩니다. 이게 가능한 수치일까요? 이 정도면 그냥 현금을 쓸어담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일까요? 지난 꼬꼬문에서도 알아봤지만 두나무는 등기이사를 제외한 직원 370명의 1인당 평균 연봉이 무려 3억9300만원. 얼마전까지만 해도 꿈의 직장으로 불렸던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 1억4400만원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많습니다. 게다가 일단 연간 50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를 제공합니다. 또 1년 이상 재직한 임직원에겐 사내 대출을 통해 1억원까지 무이자로 주택 자금을 지원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퍼줘도 돈이 남아도는지 두나무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생긴 회사가 자회사를 몇 개나 불렸을까요? 많아야 5개?
무려 14개나 됩니다. 엔터테인먼트, 중고 명품시계 거래, 부동산 투자까지 그야말로 문어발 식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총 자산규모는 10조 8천억 원. 불과 1년 만에 8배나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몸집을 불렸으니 어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 5조 원이 넘는 76개 대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자산 10조 원도 넘어서, 상호출자 금지 대상 대기업에도 단숨에 이름을 등재시켰죠.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고, 내부거래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견해도 있습니다. 두나무의 주력은 가상화폐 거래잖아요. 가상화폐 거래소는 아직 금융사로 분류돼있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나무의 자산 10조 원에는 고객들이 현금으로 넣어놓은 예치금 5조 8천억 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60%에 가깝죠. 참고로 일반 금융회사는 고객 예치금을 자산에서 제외합니다.
따라서 가상자산 거래가 앞으로 금융보험업으로 분류가 된다면 고객이 맡긴 예치금은 자산에서 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는거죠.
그런데 더 불편한 점도 있죠. 가상화폐 투자하신 분들이 계실텐데요. 돈 버신 분 계신가요? 살림이 좀 나아졌습니까? 아마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마이너스인 분들이 많죠. 실제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가상화폐 투자자 3명 중 1명이 20% 넘게 손실을 받다고 합니다. 이렇게 손실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잦은 거래. 특히 젊은 층등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위 단타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투자는 바로 두나무 같은 거래소의 배만 불려주게 되죠.
대기업 집단 순위를 뒤흔든 것은 두나무 뿐만이 아닙니다.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이른바 재계 5대 기업의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재계 3위를 유지하던 SK가 현대차를 제치고 대기업집단 2위로 올라섰습니다. 반도체 매출 증가와 인수 합병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자산이 20조 원 넘게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카카오가 15위, 네이버 22위, 넷마블 35위, 넥슨 39위로 IT와 게임 업체들은 순위가 급상승했고,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만든 크래프톤도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에 진입했습니다. 무려 59위.
또 대기업 두 곳은 동일인으로 불리는 기업 총수가 바뀌었습니다. 구자홍 회장의 뒤를 이어 사촌 동생인 구자은 회장이 LS그룹의 총수가 됐습니다. 또, 국내 1위 게임회사인 넥슨은 창업주 김정주 이사에 이어 공동경영을 해온 아내 유정현 NXC 감사가 총수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더. ‘네카라쿠배 당토직야 몰두센’ 중 한 회사를 또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76곳을 지정하면서 동일인, 다시 말해 총수도 함께 명시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6촌 이내' 총수 일가의 사업 현황과 주식 보유 현황 등을 공정위에 매년 보고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이 자료를 근거로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 등을 감시하고 규제합니다.
그런데 유독 한 회사만 여기서 빠집니다. 바로 쿠팡.
쿠파은 국내 1위 온라인 쇼핑몰이죠.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총수 없는 대기업'이 됐습니다.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입니다. 공정위는 지난달 서울 잠실에 있는 쿠팡 본사를 현장조사까지 했지만, 결국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못했습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단 겁니다.
통상 전문가 사이에선 공정위가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의식한 게 아니냔 분석도 나옵니다.
명목상 미국인 투자자인 김 의장이 국내에서 총수 규제를 받으면, 서로의 국민에게 가장 유리한 대우를 해주기로 한 한·미 FTA 조항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논란을 올해도 해법을 내지 못하고 내년으로 미룬 공정위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다른 대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고요.
실제로 네이버는 5년 전 공정위에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벤처기업인데 “‘재벌 총수’란 이름에서 오는 이미지 타격이 우려된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공정위는 네이버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해진 창업자를 총수로 정했습니다. 당연한 결정입니다. 그런데 왜 이 당연한 결정이 쿠팡에는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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