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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억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영화 ‘종이달’ 그리고 경제적 자유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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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억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영화 ‘종이달’ 그리고 경제적 자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2. 5. 1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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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화 이야기로 시작을 할까 합니다. 그런데 들으시다보면 요즘 대한민국을 발깍 뒤집어놓은 사건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어떤 사건일까요?

 

시작은 1만 엔(10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결제를 하려는데 돈이 딱 10만원 모자랐다는 거죠. 하지만 이미 골랐던 화장품 중 하나를 뺀 상황이었습니다. 더 빼는 것은 체면이 깎일 수 있는 상황. 그런데 마침 가방에는 고객 돈이 들어있습니다. 이게 뭔소리냐 하실 수 있을 것 같아 설명을 드리자면 배경은 1994~95.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는 은행원이 고객 집에 직접 찾아가 업무를 보던 시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재래시장 같은 곳에는 은행원이 직접 찾아가서 입금할 돈도 맡아주고 했었죠. 요즘도 간혹 있긴 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화장품을 고르던 사람은 바로 일본 은행원. 원하는 화장품을 사려니 10만원이 모자란데 마침 고객이 맡긴 돈이 가방에 있다면···. 애청자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338736?ucode=L-hYipAKeB

 

[꼬꼬문]614억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영화 ‘종이달’ 그리고 경제적 자유는?

614억 이라는 어마무시한 횡령사건이 우리은행에서 벌어졌는데···. 우리은행은 벌써 4년 연속 횡령사건에 휘말렸다고···. 그런데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횡령 건수는? 영화 종이달도

www.podbbang.com

 

영화 속 주인공은 더 이상 체면을 깎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고객 돈이 들어 있는 봉투에서 10만 원을 뺐습니다. 바로 현금 인출해서 채워 넣으면 되니까. ‘어차피 돌려줄 돈이니까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그 때 이 주인공은 알았을까요? 10만 원에서 시작된 돈이 나중에 수억 원으로 늘어날 줄.

 

이 영화의 제목은 종이달입니다. 주인공은 한 때 국내에서도 인기 있었던 미야자와 리에가 맡았고요. 그런데 이 영화는 동명 소설이 있다는 군요. 소설의 작가는 몇 개의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종이달일까요? 종이달은 일본인들에게 좋았던 한 때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사진관이 일본에 처음 등장했을 때 초승달이 거린 스튜디오에서 가족이나 커플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었다는 군요.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을 정도면 가족과 연인의 가장 행복한 시절, 전성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화무십일홍이란 말처럼 전성기가 영원하긴 힘들죠. 영화의 배경인 1994년은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때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거품경제 취해 씀씀이가 헤펐죠. 영화속 주인공도 유혹에 빠집니다. 한번 돈 맛을 본 후 부터는 범죄 수익을 유흥비로 탕진하는 절도범이나 강도들처럼, 고객 돈을 자신의 쾌락을 위해 탕진하기 시작했죠. 부자 행세를 하며 대학생 불륜남의 등록금을 대주고 그와 특급 호텔에 묵으며 34일 간 질펀하게 놀기도 했습니다. 그 남자에게 컴퓨터를 사주고 집을 얻어 준 뒤 동거 흉내도 냈고요. 그 탕진은 그녀가 살아온 삶이 아닌 그녀가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꿈꾸던 행복한 한 때의 실현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결말이 어떨지는 아마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종이달은 곧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군요. 특히 주연 배우가 스카이캐슬에서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를 외쳤던 김서형 씨라고 합니다. 나오면 꼭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 종이달이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범죄를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국내에서도 비슷한 다른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바로 최근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유독 많잖아요. 올해초 오스템임플란트에서 2000억원대 횡령 사건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죠. 계양전기, 강동구청, LG유플러스에서도 횡령 사건이 들통나더니 이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은행까지 횡령에 휘말립니다. 특히 이번 횡령은 영화 종이달처럼 은행원이 저질렀다는 점에는 충격이 너무나 크죠.

 

다들 아시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면 정말 황당합니다.

 

https://youtu.be/QUMFJhDsuuU

지난달 27일이었죠. 우리은행의 직원이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 됐는데요. 금액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무려 614억원. 혐의자는 우리은행 본점 직원 A씨입니다. A씨는 2012년부터 6년 동안, 세 번에 걸쳐 회삿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럼 600억 원이 넘는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2010년 무렵 이란의 한 가전업체가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고 했는데, 우리은행은 이때 매각을 주관했습니다. 당시 은행이 업체에게 계약금을 받아뒀는데 계약은 불발됐고, 미국 금융제재로 이란에 돈을 못 보내면서 돈이 그대로 묶여 있던 사이, 전 모씨가 일부를 빼돌린 겁니다. 그런데 전 씨만이 아닙니다. 전 씨의 동생도 그 다음날 공범으로 긴급체포 됐습니다. 횡령한 돈을 동생 사업에 투자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 직원은 빼돌린 돈을 다 써버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혐의를 인정한 뒤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던 우리은행 직원 전모 씨는 변호인이 오자 입을 열었습니다. 전씨는 자신의 동생이 뉴질랜드의 골프장 리조트 개발 사업 채권을 인수하고, 부지를 사들이는데 80억 원을 사용하는 등 빼돌린 돈 100억 원가량을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씨는 나머지 돈 5백억여 원은 파생 금융 상품 등에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계좌에서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인출해 써버렸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직영 살고 나와 쓸 수 있기 빼돌려놓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겠죠.

 

경찰은 회사자금을 횡령해 숨겨놨던 오스템 임플란트 직원처럼, 금이나 고급 차량을 샀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600억 원대 횡령이 시중은행에서 10년 가까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에 금융당국에도 비상이 걸렸죠.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 법인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회계 법인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회계 감사를 맡으면서 '적정'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잠깐. 정작 금융감독원도 할말이 없게 됐습니다. 횡령 사건이 벌어진 기간동안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11번이나 검사했지만 이런 정황을 전혀 적발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아직 정확한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말 이상하죠. 600억원이 넘게 사라졌는데도 우리은행 내부 감사는 물론 외부 회계 법인 감사는 물론 금감원 검사에도 걸리지 않다니···.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고려대 회계학과의 이만우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있는데요.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600억원 대의 횡령범죄는 대조계정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이 교수는 우리은행의 이번 사고가 본인이 1980년 회계법인에 근무했던 시절, 증권회사 회계감사의 인차지(in-charge:필드업무 책임자)를 수행하다가 적발한 대조계정 사기와 비슷해 보인다고 경험담을 소개했습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문제의 증권사 회계부장은 고객이 맡긴 증권을 대조계정인 보관증권자산과 보관증권부채로 각각 기표해 재무상태표에서는 제외시키고 주석으로만 표시했다고 합니다. 이후 회계부장은 해당 증권을 몰래 매각해 본인이 횡령했다는 거죠. 회계부장은 회사내에서의 실물확인 때는 외부에서 증권을 빌려 임시로 맞춰놓는 방식으로 범죄를 숨겼는데 외부회계감사에서 배당금 수입처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이번 우리은행 사건도 문제의 자금을 보상예치금자산과 보상예수금부채라는 대조계정으로 주석처리만 하고 예치금 자산은 캠코로 보낸척 가공계좌를 만들었다가 개인적으로 횡령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후 보증예치금이 청구돼 계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조계정의 부채는 있는데 자산은 가공임이 드러난 것이라며 결국 우리은행 회계에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가공자산이 존재한 것이라는 거죠.

 

이 교수는 이어 이같은 대조계정을 악용한 횡령 범죄는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보증금 등 예탁금을 받는 모든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유형의 범죄가 만연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경고가 과장된 것이 결코 아니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은행과 보험, 자산운용, 신용카드, 저축은행 등에서 발생한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가 무려 40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금액은 총 1795000만 원이나 된다는 군요. 특히 이 가운데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산업·SC제일·씨티·부산은행 등 10개 은행의 비중은 약 90%(1613000만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농협은행이 676000만 원으로 피해 금액이 가장 많았으며, 부산은행(45억 원), 하나은행(361000만 원), 국민은행(49000만 원), 우리은행(4억 원) 순이었다는 군요.

 

신뢰를 먹고 사는 금융기관에서, 그것도 가장 신뢰가 높은 것으로 여겼던 시중은행에서 이렇게 많은 금융사고가 있었다는 놀랍지 않나요. 혹시 지난해에만 금융사고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요?

 

금융감독원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2016년 이후 약 5년간 발생한 시중은행의 횡령 등 금융사고는 무려 4900억원에 육박합니다. 기업은행 직원이 2016년부터 76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부당하게 실행한 사실이 적발된 사건,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가상화폐에 투자를 위해 영업점 직원이 은행 자금 1억8천500만원을 횡령한 사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시재금을 횡령한 사건 등 끝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4년 연속 횡령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위를 더 넓혀볼까요, 대기업과 중소기업까지 포함한 횡령범죄는 얼마나 될까요? 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횡령범죄는 무려 6819건에 이릅니다. 1년 동안 6만명이 넘는 인원이 회삿돈에 손을 댔다는 의미입니다. 하루 166건 꼴이고요. 개인·기업의 횡령 피해액은 연간 27376억원에 달할 정도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보고서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공인부정조사인협회(ACFE)2019년 전 세계적으로 총 23개 업종 125개국에서 벌어진 기업부정사고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약 2504건의 기업 부정 사고가 보고됐다는 군요. 특히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895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6만 건이 넘는데 미국과 캐나다는 890여건. 기준이 좀 다르긴 하지만 놀랍죠.

 

보고 사례를 통한 전체 손실 규모는 약 36억 달러(약 4.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민국에서만 2조7000억원이 넘는데 말이죠. 대한민국을 횡령공화국이라고 손가락질해도 할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개인의 일탈, 조직 내 시스템 부족, 경영진과 이사회의 감시 소홀, 현행법상 약한 처벌 수준 등 다양한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의문은 기업 내부의 시스템이 과연 부족했냐는 겁니다.

 

최근 횡령이 일어난 금융업체나 상장사는 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관련 인력을 확보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마련해야 하죠.

 

그런데 최근 일어났던 횡령 사건들을 보면 일련의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반문하게 됩니다. 해당 사건들 모두 직원 개인이 거액을 횡령했는데도 범죄가 들통나기 전까지 누구도 몰랐던 나홀로 범죄였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론 기업들의 내부 통제 장치가 무용지물로 전락한 셈입니다.

 

우리은행 횡령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횡령이 시작된 건 10년 전. 마지막으로 돈을 빼낸 것도 무려 4년 전입니다. 그런데 왜 이제야 횡령 혐의가 드러났을까요?

 

앞서 설명드린대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매각 작업에서 횡령이 시작됐는데요.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최대주주로 57%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이란 가전기업 엔텍합에 매각하려 했습니다. 매각 주관사이자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주채권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은 2010년 매각 계약을 주관하며 계약금 578억 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매각 협상 과정에서 계약이 취소됐고, 받았던 계약금은 우리은행이 관리했습니다. 당시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 있던 전 모씨는 대우일렉트로닉스 관련 업무를 했기에 계약금도 관리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란 업체가 가만히 있을리 없겠죠. 2015년 국제소송을 제기해 3년만인 2018년 승소했습니다. 엔텍합에 돈을 돌려줘야 했지만, 그동안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송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이 돈은 우리은행에 잠자고 있는 줄 알았죠.

 

하지만 지난 1월 미국이 송금을 특별 허용하면서 우리은행은 돈을 돌려주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계좌를 점검하다가 깜짝 놀란 것입니다. 그제서야 돈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상금 송금을 위한 특별 허가가 없었다면 횡령은 더 늦게 발견됐을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모를 수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전씨가 2018년 마지막으로 돈을 빼돌렸을 때는 자산관리공사(캠코)에 계약금 관리 업무를 넘기는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서를 위조해 팀장을 속이고 승인을 받아 캠코에 돈을 보내는 것처럼 송금했다는 겁니다. 당시 전씨가 돈을 보냈던 우리은행 계좌는 마지막 범행 후 해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죠. 어떻게 팀장도 모를 수 있을까? 짜고 친 고스톱 아닐까요? 일단 드러난 바로는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군요. 대부분의 금융사는 물론 대기업들은 순환근무를 하죠. 몇 년에 한번씩 다른 부서로 발령 나잖아요. 그런데 유독 전씨는 돈을 빼돌린 기업개선부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고 합니다. 횡령 범행 기간을 포함하는 201111월부터 20187월까지 계속 이 부서에 있었다는 거죠. 그러다 잠시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가 1년만인 2019년부터 다시 돌아와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까지도 기업개선부 소속이었다는 군요.

 

황당하죠. 대기업이나 금융사가 순환보직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사고를 막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큽니다. 보직을 바꿔야 상호 견제할 수 있죠. 아무래도 한 부서에 오래 있으면 갑질이나 횡령 사고가 많잖아요. 그래서 순환보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금융지주 회장부터 몇 년씩 해먹으니 일반 은행원들도 순환보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군요. 덕분에 횡령사건을 끊이질 않고 있고요.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 횡령사건은 더 많을 수 있다는 거죠. 빼돌린 돈으로 투자에 성공한 뒤 공금을 메워 넣으면 드러나지도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횡령범들 중에는 회사에 돈 벌어주려했다는 황당한 변명을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번 횡령사건을 저지른 우리은행 전모씨도 비슷한 변명을 할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잠자고 있는 돈이니 잠시 쓰고 되돌려 놓으려고 했다면서요. 맨 처음 언급했던 영화 종이달의 주인공처럼 말이죠.

 

영화 종이달에는 주인공과 상반되는 캐릭터인 스미란 인물이 나옵니다. 25년 차 은행원이자 모범과 성실 그 자체인 인물이죠. 그리고 주인공의 부정을 밝혀낸 사람도 바로 스미입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만난 두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주인공인 리카가 하늘에 뜬 하얀 달을 손으로 지우거든요.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죠.

 

“진짜같이 보여도 진짜가 아닌, 처음부터 모든 게 다 가짜. 가짜니까 망가져도, 망가뜨려도 상관없잖아요.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서 '아, 난 자유롭구나' 하고.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걸 한 거예요.”

 

그러자 스미는 반문합니다. 행복해서 횡령한 거냐고. 믿어준 사람을 배신하고 돈을 훔쳐서 마음대로 쓰는 게 자유냐고. 그러면서 스미는 일갈하죠.

 

“분명 돈은 가짜일 수 있죠. 종이에 불과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돈으로는 자유로워질 수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돈만 있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죠. 주인공인 리카는 물론 우리은행 전모씨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횡령하기 전 돈에 쪼들리는 삶은 너무 지루하고 평범해서 망가져도, 망가뜨려도 상관없는 가짜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제어하고 있던 고삐를 풀고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큰돈을 썼던 리카와 우리은행 전모 씨 형제는 과연 자유로웠을까요? 돈 때문에 고민이라면 영화 종이달보시면서 돈과 자유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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