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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다음은 누구?…살생부 도는 건설업계

경불진 이피디 2023. 12. 3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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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역대급 사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색코뿔소마냥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부동산PF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고 분양보증 사고는 11년 만에 최다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그동안 가짜뉴스라고 항변하던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살생부가 돌고 있다는 소민도 있고요. 이에 정부는 올해 초 큰 재미를 본 특례보금자리론을 업그레이드한 신생아 특례 대출로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든 살리려고 용을 쓰고 있는데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올 것이 왔다.”

어제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소문만 무성했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당할 수 있다는 기사가 떴기 때문인데요. 다들 알다시피 태영건설은 시공능력순위 16위 중견 건설사죠. 게다가 SBS의 관계사이기도 하고요. 한때는 지배주주였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관계사로 바뀌었지만 두 회사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태영건설은 약 35000억원으로 알려진 PF 우발 채무를 갚기 위해 계열사 매각을 고려한다는 소식에 어제 SBS 주가가 10%나 상승했습니다. 부채를 갚으려면 약 4조원 대로 평가받는 SBS를 팔아야 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죠. 하지만 가장 알짜인 SBS를 팔려고 할까요? 아마도 끝까지 버티지 않을까요? 방송이라는 특성상 총선을 앞둔 현정부와의 모종의 딜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태영건설은 이번 주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 만기 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1월 초에도 대출 만기가 줄줄이 대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 또 다른 대출이 튀어나올 수 있고요. 태영건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PF 지급보증이 5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사업장이 무려 14. 대출잔액이 500억원 이상인 사업장도 30곳에 육박합니다. 이를 틀어막는데 정부가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까요?

왜냐면 태영건설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건설사가 수두룩하기 때문이죠. 나이스신용평가가 취합한 주요 건설사 10곳의 정비사업을 제외한 PF 보증 규모는 올해 9월 말 기준 202918억원. 이는 1년 전인 202291987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로 올 하반기 들어 20조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이 중 착공이나 분양조차 시작하지 못한 사업장 규모가 70%를 넘는 건설사도 있습니다. 미착공 등 분양이 개시되지 않은 비중이 높을 경우 이자비용 등이 올라가면서 채무위험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대형 건설사들의 신용등급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2GS건설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0, 동부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0으로 강등했습니다. 또 지난 11월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습니다. 미수금 등에 대한 대손인식 등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업계에서는 롯데건설(A+)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A0) 역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6개 건설사의 합산 PF 보증 규모는 283000억원 수준. 태영건설 외에도 롯데건설(212.7%)·현대건설(121.9%)등 타 대형건설사의 자기자본대비 PF 규모가 적지 않습니다. 16개 건설사 합산 PF 1년 이내 만기 도래 금액(올해 6월 기준)60%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것 만이 아니죠. 아파트 신축 공사가 중단되는 것을 넘어 분양 보증 사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삿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수분양자들이 뒷통수를 쎄게 맞은 셈인데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금까지 발생한 분양보증 사고는 11, 사고액은 약 7553억원에 달합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사고액이 4881억원이었는데, 4개월 만에 3000억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는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부동산 경기가 폭락했던 지난 2012(14·9564억원) 이후 최대 규모.

 

분양보증이란 시행사·시공사 등 주택 사업자가 부도·파산을 겪어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HUG가 계약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대신 지급해 주는 일종의 보험을 말합니다. 현행법상 분양사업자는 아파트를 선분양할 경우 의무적으로 분양보증에 가입해야 하죠. 그런데 이런 분양보증 사고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21~2022년에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올들어 급증한 것입니다.

 

그럼 분양보증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요? 아파트가 이미 분양을 마친 경우라면 입주예정자들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아파트를 끝까지 지어서 집을 받는 분양 이행, 그동안 낸 분양대금을 돌려받는 환급 이행중 고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재비 급등으로 공사를 이어받을 시공사를 찾기도 어렵고, 공사가 80% 이상 진행된 경우 환급도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분양 보증 사고를 둘러싼 분쟁이 줄줄이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큽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또다른 꼼수를 동원할 태세입니다. 이미 예고된 것이긴 한데요. 국토교통부는 국회 예산 심의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도 주택도시기금 운용 계획이 확정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내년부터 연소득이 8500만원 이하인 출생 가구는 연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매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신생아특례대출. 한마디로 아이 낳으면 대출 더 빌려주겠으니 집사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빚내서 집사라. 이걸로 정부가 풀겠다는 돈이 무려 266000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나요. 둔촌주공을 살리겠다며 올해초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왔을 때 벌어진 일을. 하향안정화되던 집값이 마지막 불꽃처럼 불타 올랐잖아요. 이에 속은 많은 사람들이 영끌을 해서 집을 마련했다가 후회하고 있고요. 그런데 또다시 정부는 비슷한 일을 벌일 작정인 듯합니다.

 

하지만 아드레날린도 처음에는 효과가 크지만 여러번 맞으면 오히려 쇼크를 일으키죠. 병을 더 키울 수 있고요. 현재 부동산 시장이 그렇지 않나요?

PIR 지수라는 것이 있죠. 월급을 쓰지 않고 꼬박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데요. 현실적으론 이것에 세배 이상은 더 필요하겠죠. 아무것도 먹지않고 쓰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이 수치가 서울에서는 무려 15.2년입니다. 그럼 현실적으로는 45년이 넘는다는 이야기인데요. 직장생활을 45년은 해야 서울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가능할까요?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8PIR은 얼마였을까요? 7.4. 이 정도면 노동자들이 집을 사기위해 노력해볼 수 있는 기간 아닌가요? 적어도 이 근처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조정돼 노동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아이도 낳고 경제도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건설사 부도 급증, 분양보증 사고 11년 만에 최다 등 악재가 쏟아지고 있는데 정부는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사태를 숨기는 데만 급급한 것 같습니다. 신생아 특례 대출이라는 너무나 뻔한 꼼수로 빚내서 집사라2를 강요하고 있고요. 내년 4월 총선때까지 만이라도 부동산 거품을 터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빗장은 열렸고 구멍은 숭숭 뚫리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텐데 땜질처방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앞으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라도 마음 단단히 먹고 대비해야 합니다. 자칫 터지는 거품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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