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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또다시 금리 동결···‘양치기 소년’ 한은의 선택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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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또다시 금리 동결···‘양치기 소년’ 한은의 선택은?

경불진 이피디 2023. 11. 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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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

 

다들 아시는 속담이죠. 최근 이 속담을 떠오르게 하는 일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뱁새는 누구고 황새는 누구일까요?

 

오늘 새벽 미국 연준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했죠. 만장일치였다고 합니다. 이미 시장에서 98% 확률로 동결을 외쳤는데요. 시장의 기대대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점도표 발표는 없거든요. 따라서 제롬 파월 의장의 말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좀더 매파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블러핑인지 진짜 속마음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이슈도 있었죠. 기준금리 발표에 앞서 미 재무부가 중요한 계획을 밝혔거든요. 바로 국채발행 계획. 이게 왜 중요한지, 우리 기준금리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미 연준은 기준 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5.25~5.50%. 이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의 금리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지표의 둔화세가 계속되고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장이 전망한 대로 두 번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입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93.7%로 하락한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9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4.1%로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있고요.

 

여기에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고공 행진하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도 줄었다는 게 시장의 분석입니다. 경불진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최근 요동을 쳤죠. 지난달 16년 만에 5% 선을 넘은 뒤 4.8~4.9%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르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을 높아지겠죠. 그러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인상한 것 같은 효과가 일어납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9월 이후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긴축으로 인해 향후 1년간 경제활동이 0.6%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이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올린 것과 맞먹는, 0.75% 포인트를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덕분에 미 연준이 두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던 것이죠.

https://youtu.be/I1Ux3WKcmh8?si=CVu7O0acD_mQ62_m

 

그럼 문제는 올해 마지막 12FOMC. 이 때도 금리를 동결할까요?

 

통상적으로 연준이 12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기준금리 결정은 13. 10여일 뒤에 뭐가 있나요? 바로 미국 최대의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있잖아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올려 경기를 망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진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벌써 12월에도 동결할 것이란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해외변수가 심상치 않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과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유가 등이 출렁이면서 연준을 움직일 큰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거죠.

 

이 때문일까요? 연준의 보도자료 강도가 달라졌습니다.

 

최근 지표에 따르면 3분기에 경제활동이 강한(strong) 속도로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증가세는 연초 이후 완만해졌으나 여전히 강세이며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9월 보도자료와 크게 차이는 없지만 단어 하나가 바뀌었거든요. 9월에는 경제활동이 '견고한(solid)'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번에는 강한으로 표현했거든요. 표현에 다소 쎄진 셈이죠.

 

파월의 발언도 쎄졌을 까요?

 

파월 의장은 한두 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다시 인상을 하는 것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최근 인플레 수치가 4% 아래(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3.7%)로 떨어져 물가가 목표(2%)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라며 인플레를 2%까지 지속적으로 낮추는 과정은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죠.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특히 다음 발언을 주목해야 할 것 같은데요.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파월은 사실 위원회는 현재 금리인하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우리는 여전히 첫 번째 질문에 매우 집중하고 있고 그것은 인플레를 낮춰 목표인 2%가 지속 가능하도록 충분히 제한적 통화정책을 달성하느냐라고 답했습니다.

 

한마디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대한 꿈을 깨라는 말이죠.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입니다.

 

다만 오늘 새벽 미 증시는 다우존스 0.67%, S&P500지수 1.05%, 나스닥지수 1.64% 등 상승마감했습니다. 파월이 지난 여름 인플레이션 상당히 양호했다는 말도 했거든요. 이건도 비둘기파 적인 발언이죠. 따라서 시장은 여전히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은 것 같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https://youtu.be/6D_uhgzFePI?si=jocQEq2LkN0_B9Yo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죠. 미 증시가 기준금리보다 더 반응을 한 것이 있거든요. 앞서 언급했던 국채발행 계획.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까지 겹쳐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넣어야 하는데 방법이 국채 발행말고는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미 국채 가격은 급락하고 금리는 수직상승했죠.

 

그런데 기준금리 발표에 앞서 미 재무부가 올 4분기 국채 발행을 소폭 늘리지만 장기물은 시장 예상보다 확대 규모를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 5년물 국채는 매월 30억달러어치 더 발행하기로 했지만 10년물과 30년물 국채 발행 증액 규모를 8월에 발표했던 것보다 각각 10억달러씩 줄이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따라 다음주 분기 재정수요 충족을 위한 국채 발행 규모는 1120억달러어치로 지난 8월 발행 규모 1140억달러보다 20억달러 줄어듭니다.

 

덕분에 급등하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2.34% 내린 4.761%를 기록했습니다. 덕분에 미 정부의 재정 부담은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닙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제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된다면 국채발행 규모를 다시 늘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국채 금리는 또다시 급등할 수도 있죠.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죠. 미국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성장률이 연율로 4.9%에 이르는 데다, 구인 건수도 시장 예상치를 넘어설 정도 경제 상황이 좋습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매우 적죠. 따라서 언제든 금리 인상을 단핼 할 수도 있습니다. 국채 발행 등을 조정해 물가를 잡을 카드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오는 30일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미 연준의 동결로 한숨을 놓을 수 있을까요? 여유가 있을까요?

 

이창용 총재는 지난 1일 이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내년 유가를 84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9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면 물가 등 예측도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간 전쟁 확대로 중동 위기가 가속화돼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기존 물가 전망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일주일 새 1조원이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멈추지 않고 있거든요. 여기에 기업부채는 더 많고요. 정말 폭발 직전인 듯한데요. 미 국채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로 치솟았는데도 말이죠. 따라서 시중금리 인상만으로는 미친 듯한 대출 수요를 억누리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국과는 달리 여유가 전혀 없는 상태라는 거죠. 즉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때문에 이 총재는 먼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조정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옵니다.

 

“한국은행이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시장은 이제 한국은행을 믿지 않는다.”

 

지난 101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또 다시 동결했기 때문인데요. 올해 2월부터 9개월간 6연속 동결. 한은이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죠. 말만 하면 뭐하냐 행동을 하지 않는데···. 양치기 소년. 요즘 유행하는 말따행따아니냐는 거죠.

 

이런 비난을 받는 한은이 오는 30일 어떤 결단을 내릴까요? 또다시 말따행따의 전형을 보일지 아니면 결단을 내릴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더 이상 주저하다가는, 황새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면 뒤늦게 쫓아가다가는 가랑이 찢어지고, 폭탄이 터지지 않을까 너무나 걱정됩니다. 이 총재의 경고도 먹히지 않으니 이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물가 잡는 것이 최고 목표라고 했던 취임일성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단 금리인상으로 피해를 볼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반드시 마련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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