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챗GPT’열풍이 기후위기 악화시킨다? 본문
기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무려 2만 명이상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 대홍수도 지구 온난화 때문이잖아요. 여기에 캐나다와 미국 서부, 하와이 등에서의 대형 산불, 유럽의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의 극한 폭우도 과도한 탄소 배출이 만들어낸 인재이고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태양광 등 재활용 에너지를 늘여야 한다고들 하는데요. 경불진 애청자 여러분들도 열심히 실천하고 계실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도 활발하죠. 우리나라 대통령은 잘 모르지만 경불진 애청자분들은 너무나 잘 알고 계신 RE100. 재생에너지만 100% 쓰는 운동에 우리가 알만한 기업 거의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죠. BMW, 볼보, 이케아, GM, 피앤지, 레고, 나이키,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삼성, 현대차,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들도 있죠. 특히 이들 기업 중에는 유독 눈에 많이 뜨이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IT. 삼성, SK텔레콤은 물론 HP, 구글, MS, 어도비, 브리티시텔레콤, SAP, 소니 등이 다수 포진해 있는데요.
RE100 실천, 탄소 중립에서 역시 IT기업들이 앞서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따지고 보면 IT덕분에 우편을 주고 받느라 불필요한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고 정보를 찾기 위해 굳이 도서관 등에 가면서 탄소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죠. 거의 모든 것을 손바닥으로도 처리할 수 있으니 지구를 지키는 최고의 도우미는 역시 IT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관한 것이 있거든요, RE100의 실천으로 탄소를 줄이는데 IT기업들이 공헌하는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지구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거든요. 자칫 탄소 중립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도대체 IT기업들이 낭비하고 있는 자원이 뭘까요? 한가지 더. IT기업만 욕할 것도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도 소중한 자원을 아끼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데도 하지 못하는 것도 있거든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부족국가’라는 이야기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평가해 물이 부족하다고 분류한 나라를 뜻하는데요. 강우 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누어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000㎥ 미만은 물 기근 국가, 1000㎥ 이상에서 1700㎥ 미만은 물 부족 국가, 1700㎥ 이상은 물 풍요 국가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그럼 문제.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 일까요? 아닐까요? 올 여름은 물론 지난 주말에도 내렸던 많은 비를 생각하면 물부족국가 아니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입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973㎜보다 많은 1283㎜이지만,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죠. 게다가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림으로써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가는 한편,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다고 합니다.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이미 1993년 1470㎥로 줄어 물 부족 국가에 해당됐다는군요. 따라서 리비아·모로코·이집트·오만·키프로스·남아프리카공화국·폴란드·벨기에·아이티 등과 함께 물 부족국가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어쩐지 올 봄에도 전라도 지역 가뭄이 심각했다고 하더니만.
그런데 우리보다 더 물부족이 심각해 물기근국가로 분류된 나라는 지부티·쿠웨이트·몰타·바레인·바베이도스·싱가포르 등 19개국입니다. 반면 미국·영국·일본 등 119개국이 물 풍요 국가라는 군요.
다만 2006년 세계물포럼에서 발표한 각국의 물 빈곤지수, UN이 2012년 발표한 물부족 국가 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물 부족이 아닌 국가'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물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외신에서 놀랍고도 두려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RE100도 실천하는 세계적인 IT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간한 연례 환경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MS의 2022년 회계연도 물 사용량은 무려 64억 리터(ℓ)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올림픽용 수영장 2500개 이상을 채우고도 남는 규모죠. 특히 우리나라 전체가 1년 동안 쓰는 물 사용량이 552억 리터 정도 되거든요. 그런데 MS가 12%가 넘는 물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엄청나죠.
특히 MS의 이런 물소비는 전년 대비 34%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탄소는 줄였는데 물사용량은 되레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MS만 욕할 것이 아닙니다.
구글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 늘어난 211억 ℓ의 용수 사용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미국 서부 지역의 골프장 37개가 연간으로 사용하는 물과 맞먹는 규모로 우리나라 사용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도 2021년에 13억3000만갤런의 물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죠? IT업체들이 왜 이렇게 물을 많이 쓸까요? 컴퓨터나 서버 등은 물에 닿으면 망가질텐데 말이죠.
당연히 이유가 있겠죠. 요즘 IT업체들이 사운을 걸고 매달리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AI 열풍. 이 분야에서 한발이라도 앞서나가기 위해서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다 쓰고 있죠. 그런데 이런 생성형AI가 제대로 발전하고 돌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엄청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가 기반이 되야 하는데 이를 저장하려면 서버가 엄청나게 큰 것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데이터센터라는 것을 만들어 거대서버를 때려 넣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서버를 돌릴 때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고사양 게임이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돌리면 우리가 쓰는 PC도 뜨거워지잖아요. 그래서 열을 식히기 위해 쿨링팬이 미친 듯이 돌아가는데요. 데이터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은 쿨링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을 이용해서 열을 식히고 있다는 거죠. 바로 수냉식 시스템. 전문가들은 이런 설명도 합니다. 에어컨 등을 설치해 식히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전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는 거죠. 반면 수냉식 데이터센터의 소비전력은 공기냉각 같은 방법을 사용할 때보다 전력사용량을 약 10% 감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구글은 2021년 데이터센터에 수냉시설을 적용해 데이터센터 탄소배출량을 약 30만톤 줄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탄소를 줄였지만 물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이죠. 한 연구에 따르면 GPT-3를 훈련하는데 3.5~5㎖의 물이 사용되고, 자연어 처리 AI가 20개의 답변을 처리할 때마다 500㎖의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https://youtu.be/hdMiwaZGCPQ?si=0AhLuK6WYkQJtscL
특히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 나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생성형 AI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억 달러에서 2032년 1조3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는데요. 연평균 성장률(CAGR)이 42%에 달하죠.
캘리포니아 주립대(UC) 리버사이드의 샤오레이 렌 교수는 “데이터센터의 위치나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챗GPT 이용자들이 질문이나 프롬프트를 5~50번 입력할 때 챗GPT는 500밀리리터(㎖)의 물을 쓴다”며 “저마다 물 관련 미션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지만 물 사용량이 늘어나는 건 바꿀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IT업체들은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해수나 재생 폐수 등 담수 대체품 사용을 추진하고, 폐수를 처리하는 부류 처리장도 건설하고 있죠.
이를 통해 하수처리장에서 흘러나온 물이 강으로 배출하기 전 구글로 흘러들어와 냉각에 사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핀란드 하미나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바다에서 냉각수를 조달하기도 하는데요.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을 바다로 돌려보내기 전에 원래 온도에 가깝게 냉각시키는 시설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성형AI 등장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수요에 따른 물 사용량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그나무상
이는 물부족국가인 우리나라에도 시급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데이터 센터가 몇 곳이나 있을까요?
2012년만해도 122곳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187곳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2032년까지 데이터센터 신설 계획이 몇곳이나 될까요? 무려 1224곳. 10년 사이에 7배나 늘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2032년까지 수도권에 짓겠다고 밝힌 데이터센터가 무려 925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체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의 75.6%가 수도권에 생긴다는 건데요.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전력부터 문제죠. 데이터센터 1곳당 평균 연간 전력 사용량은 25기가와트시(GWh) 수준. 4인 가구 6000세대가 쓰는 전력을 데이터센터 한곳이 소비합니다.
따라서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2020년 말 1762메가와트(㎿)에서 2032년 7만7684㎿로 폭증하는데요. 이중 수도권은 전체의 72.3%인 5만6149㎿가 필요하다는 계산이죠. 이는 원전 40기가 돌아야 조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한국전력에서는 이미 이 정도 전력을 공급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데이터센터 40개(4.3%) 정도에만 전력을 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 정부는 부담금 할인 혜택 등으로 데이터센터 분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는데요. 서울, 경기도, 인천이 아닌 지역에 신설되는 데이터센터에 전기 시설부담금 50% 할인 등 혜택을 준다는 거죠. 덕분에 전남 해남 일대 대규모 민관협력 도시개발 사업 ‘솔라시도’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집적화 단지가 생기고 경북 포항에도 국내 최초의 육양국(국가 간 연결된 해저 광케이블을 지상 통신망과 연결해주는 중간기지 역할) 연계 데이터센터 캠퍼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강원도에도 춘천시 일대에 데이터센터 집적 단지인 ‘K-클라우드 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전남 장성군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가, 충북 제천시에는 인터넷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군요.
https://youtu.be/hdMiwaZGCPQ?si=0AhLuK6WYkQJtscL
그런데 이는 전력문제만 따진 것이고요. 물 부족은 해결할 수 있을까요? 현정부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도 공개하지 않고 있고요.
이미 전세계 시민단체들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70여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친 우루과이에서는 시민단체의 항의 시위로 구글이 데이터센터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가뭄으로 고통받는 스페인에서도 농민들 중심으로 메타의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이 거세고요.
이젠 우리나라도 데이터센터 건립에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뜩이나 전력은 물론 물까지 부족한데 마구잡이 식으로 건립되는 데이터센터를 그냥 나둬도 될까요? 적어도 전기와 물을 얼마나 쓰는지 데이터를 공개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 만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할 일도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당장 할 수 있는 세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메일함에 잠들어 있는 이메일을 당장 삭제하자. 한 통은 약 4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또, 데이터 1메가 사용 시 11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데이터양이 늘면 데이터센터의 증가로 전력소비량도 증가하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물사용량도 증가하고요. 따라서 불필요한 메일을 삭제해야 하고요, 광고성 스팸메일은 차단합니다. 또 오래된 메일은 주기적으로 삭제하고요.
둘째.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행위만으로도 데이터센터 수요를 증가시킵니다. 스마트폰에서 무심코 누르는 '좋아요'마저 상대방의 스마트폰으로 전달되기까지 모뎀과 안테나, 케이블과 데이터센터 등 엄청난 인프라가 동원되고, 이 과정에서 물과 자재,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좋아요도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셋째.
화면 밝기를 줄이자.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기기를 절전모드로 하고 화면의 밝기도 낮추는 걸 추천합니다. 또 스트리밍 대신 다운로드로 대체하고 영상을 보지 않을 땐 꺼두는 것이 물부족을 해결하는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막고 후손들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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