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금융 F4’라더니 ‘샤워실 바보’?···빚내 집사라더니 다시 대출 규제 본문

하루에 지식 하나

금융 F4’라더니 ‘샤워실 바보’?···빚내 집사라더니 다시 대출 규제

경불진 이피디 2023. 9. 18. 05:24
반응형

‘샤워실의 바보’라는 개념이 있죠.
시장의 자유를 강조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것인데요. 샤워실에서 갑자기 물을 틀면 차가운 물이 나오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바보는 수도꼭지를 뜨거운 물 쪽으로 돌려 버리고, 이에 뜨거운 물이 나오면 깜짝 놀라 다시 수도꼭지를 차가운 물 쪽으로 돌리죠. 그러면 다시 차가운 물이 나오고. 몇 번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런 바보같은 형태와 똑같은 것이 있는데요. 바로 어설픈 정부의 경재 개입을 일컫죠. 자칫 경제를 망쳐놓게 된다는 것인데요.

최근 정부가 하는 모습이 딱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냉탕과 온탕을, 그것도 너무 빠르게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국민들은 멀미까지 날 지경인데요.

시작은 지난해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던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 이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금리가 폭등하는 등 난리가 났었잖아요. 그러면서 부동산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이 돌지 않았죠. 이 때문에 발생했던 것이 바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1만 2032가구)인 둔촌주공이 미분양 위기입니다. 자칫 부동산 시장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죠. 한마디로 샤워실에서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찬물이 쏟아진 것입니다.

그러자 정부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바로 수도꼭지를 온수로 돌렸죠. 그것도 급격하게. 즉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선 것입니다. 중도금 대출 규제를 없앴고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높이는 식으로 대출을 늘리도록 한 것이죠. 

이것만으로 찬물이 계속되자 올들어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손을 뎁니다. 무주택자·1주택자가 9억원 이하 집을 살 때 DSR 규제를 예외로 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은 것이죠. 역전세난 우려를 명분으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용도로 빌리는 대출에 대해서도 DSR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중 금리도 떨어뜨렸죠. 


하지만 아직도 물이 차갑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뜬금없이 시중 은행들이 50년 주담대 상품을 파는 것을 사실상 허가했는데요. 그래서 시중은행들이 이를 미친 듯이 팔았죠. 한마디로 ‘빚내서 집사라 시즌2’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도꼭지를 온수로 돌려 놓으니 어떻게 될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살이 데일만큼 뜨거운 물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죠. 

가계부채가 연일 역대급 기록을 새로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이건 살이 데일 정도가 아니라 타들어가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입니다. 지난 한달 사이에 가계부채가 무려 6조9000억원이나 늘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8월 은행 가계대출은 무려 1075조원입니다. 미국은 국방비로 천조국인데 우리나라는 가계부채로 천조국 달성은 한 셈이죠.


왜 이렇게 가계부채가 늘어난 지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고 50년 주담대까지 나오니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땡기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주담대는 올 초 잠시 감소세를 보이다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지난달에는 무려 7조 원 늘었습니다. 2020년 2월 7조8000억 원 늘어난 이후 최대 폭 증가. 그래서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무려 827조 8000억 원에 달합니다, 

특히 최근에 인기를 끈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들어 8조 3000억 원가량이 공급됐는데 이 가운데 6조 7000억 원, 83.5%가 7월과 8월에 집중됐습니다. 중장년층인 40~50대 이용 비중이 57%를 차지했고, 무주택자보다 주택을 보유한 경우가 더 많아 투기 수요로 활용될 여지가 큽니다. 이젠 쏟아지는 온수가 뜨거운 물로 변한 셈이죠. 자칫 살을 데일 위기에 처한 것이죠.

국제통화기금(IMF)마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정부에 가계대출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권고할 정도입니다.

이러자 정부도 깜짝 놀란 듯합니다. 그러면 서서히 수도꼭지를 돌리면 되잖아요. 하지만 이번에도 급발진. 급하게 수도꼭지를 찬물 쪽으로 확 틀어버리는데요.

어제 정부가 소득 1억 원, 집값 6억 원 이상에 적용되는 일반형 특례론을 27일부터 판매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문재는 당초 내년 1월 말까지 1년간 공급하겠다는 밝혔던 계획은 한순간에 뒤집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겠죠.

여기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대출 한도도 까다롭게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40년 안에 갚는 것으로 가정하고, 향후 금리가 더 오른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연봉 5,000만 원 직장인의 경우 대출액이 이전보다 6,000만 원 줄어듭니다.

게다가 변동금리 대출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엄격한 수준의 DSR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Stress) DSR 제도'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가계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부랴부랴 내놓을 수 있는 처방을 쏟아내고 있는 것인데요. 문제는 이렇게 수도꼭지를 냉탕·온탕쪽으로 왔다갔다 확 틀어버리면 샤워를 할 수나 있을까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에 잇따라 놀라 자빠질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수도꼭지가 망가져 버릴 수도 있고요. 물가와 경기를 조절하는 금융당국의 수도꼭지가 망가지면 어떻게 될까요? 가계부채 폭탄, 물가 폭탄 등이 한꺼번에 터지는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F4’라는 용어 아시나요?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잘생긴 F4말고 우리나라 금융계에도 F4가 있다고 하는데요,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월3일, 범금융인 신년인사회에서 “F4가 원팀 정신으로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는데요. 여기서 F는 flower가 아니라 finance라고 하는데요. 아무튼 이 말이 나오고 얼마지나지 않은 1월 30알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F4, 이렇게 경험 많은 금융당국자와 여러분의 협조로 큰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리스크를 관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졌던 부동산 PF문제와 둔촌주공 사태 등을 F4가 잘 해결했다는 칭찬이잖아요.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부동산 연착륙이 가능해 보인다는 의미도 담긴 듯한데요. 

칭찬을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만 잘못된 칭찬은 아이를 망칠 수 있다고 하죠. 대통령의 칭찬에 신이 나서 F4는 신나게 수도꼭지 돌려댄 것입니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한 것이죠. 샤워실의 바보처럼 말이죠. 문제는 수도꼭지 놀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미 시중에서는 가계부채가 조금 줄어든다는 뉴스만 나와도 다시 온탕으로 수도꼭지를 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죠. 그러면 F4는 어떻게 할까요? 수도꼭지를 더 냉탕쪽으로 돌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는 사이에 애꿎은 서민들만 고통받는 것이죠. 

더 화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F4가 수도꼭지를 가지고 장난치는 사이에 은행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인데요. 올 상반기 순이익만 무려 14조1000억원. 지난해 동기 대비 43.9%나 증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은행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하며 F4에게 감시하라고 했었잖아요. 그래서 예대마진을 발표한다고 엄포까지 놨었는데요. 은행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자장사를 열심히 한 셈입니다. 윤 대통령과 F4가 수도꼭지 놀이에 한눈이 팔려 있는 사이에 말이죠.

그럼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요? 우리국민들이 나서서 F4부터 해체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수도꼭지가지고 더 이상 장난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경제는 절대 나아지지 않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kbjmall/products/4875486249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