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그나무상]같은 은행이라도 지점별 대출 금리가 다르다?! 본문
경제 관련 뉴스를 보다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금리입니다. 기준금리가 올랐다 내렸다. 대출금리, 예금금리가 어떻게 됐다, 예대마진이 줄었다 늘었다 등 하루에도 몇 개씩 관련 기사가 나오죠. 특히 미국은 물론 유럽, 영국, 일본 등의 기준금리 변화를 다루는 뉴스도 종종 접하게 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들 나라의 금리 변화가 우리 금리까지 흔들어 놓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작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내려갔을 경우 많은 언론들이 이렇게 보도하죠.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금리가 내려갈 것이다. 이 뉴스를 믿고 은행에 가면 어떻게 될까요? 정작 창구에서 제시하는 대출 금리는 오히려 더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간혹 있고요.
정말 이상하죠. 기준금리는 그야말로 기준금리인데 기준이 바뀌었는데 대출 금리는 반대로 가기도 하다니. 과거 운동장 조회 때 교장 선생님이 줄이 맞지 않다고 기준을 옮겼는데 뒤에 있는 학생들이 줄을 더 삐뚤게 섰다가 단체 기합을 받았던 기억까지 나는군요.
아무튼 기준금리와 대출 금리의 등락이 정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대출 금리의 구조를 제대로 분석해 봐야 할텐데요. 그런데 이에 앞서 재미난 자료를 먼저 살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 3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인데요.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일단 이자 높게 불러’…은행의 속내는···. 도대체 은행의 속내가 뭘까요? 자료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상황이나 영업점에 따라 다른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같은 손님이어도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른 가격표를 받아드는 셈이다. ‘혹시 내가 호구는 아닐까’ 하는 찝찝함을 지울 수 없다.’
정말 놀랍죠. 그런데 실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서울 중랑구 ‘리버센 SK VIEW 롯데캐슬’ 청약 당첨자들은 연 6.92%로 수협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가산금리는 4%로 인근 아파트 중도금 대출금리보다 훨씬 높았다는 거죠. 그래서 고금리에 대해 당첨자들이 항의하자 수협은행은 금리를 1%가량 낮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문이 들죠. 만일 항의하지 않았다면···. 그냥 호구되는 거잖아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결국 같은 고객이 대출을 받아도 차주가 하기에 따라 훨씬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아니고 정말 이게 가능한 것일까요?
그래서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앞서 언급했던 대출 금리의 구조입니다. “대출 금리는 어떻게 결정될까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하실 것입니다. “기준금리에 은행 마진 붙이는 것 아닌가요?”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 더하는 거라는데요.”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간단히 살펴보면 정답이지만 대출금리가 이렇게 간단히 결정되는지는 않죠. 생각보다 복잡한 방식을 거친다고 합니다.
대출금리=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
이를 세분화해보면
대출기준금리+리스크프리미엄+유동성프리미엄+신용프리미엄+자본비용+업무원가+법적비용+목표이익율+부수거래감면+본부조정+영업점장 전결조정=최종대출금리
무려 11가지. 정말 복잡하죠. 그런데 이건 알려진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대출 기준금리는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한국은행 발표 기준금리가 아닙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대출기준금리는 일반적으로 코픽스 금리를 의미합니다. 은행이 시장에서 조달한 수신상품 자금의 평균비용을 가중평균해서 계산하는데요. 여기에는 은행의 정기예금, 정기적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CD), 금융채 등이 포함됩니다. 한 달에 한 번 국내 은행들로부터 자금조달에 소요된 비용을 취합해 은행연합회에서 산출해 매월 15일 경에 고시하고 있습니다.
코픽스는 크게 4가지인데요. 우선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은행이 한 달간 신규로 취급한 수신상품 금액의 가중평균금리를 뜻하고요. 잔액기준 코픽스는 은행이 월말에 보유하고 있는 수신상품 잔액을 기준으로 가중평균한 금리를 말합니다. 단기 코픽스는 은행이 매주 주간 신규로 취급한 만기 3개월의 수신상품 금액을 가중평균한 금리이며,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산출대상 수신상품에 기타 예수금, 기타 차입금, 결제성자금 등을 추가로 포함해 은행이 월말 보유하고 있는 자금 잔액의 가중평균금리를 뜻하죠.
이처럼 코픽스 금리는 수신(예금)금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지수라고도 합니다. 즉 마트가 라면이나 콜라를 팔기 위해 얼마나 사오냐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사오는 가격이 높아지면 파는 가격도 높일 수 밖에 없죠. 반대로 낮아지면 가격도 내리고요. 코픽스의 변화도 결국 변동형 대출상품 금리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683492?ucode=L-cYlmqQUB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주택관련 대출 상품을 보면 일반적으로 4가지 조합이 있습니다. 변동금리냐 고정금리냐 그리고 코픽스 신규취급기준이냐? 코픽스 신잔액기준이냐? 물론 여기에 단기기준, 잔액기준도 있고 금융채 연동도 있긴 하지만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4가지 조합만 살펴보겠습니다.
그럼 두 번의 선택이 필요한데 변동이냐 고정이냐. 아무래도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을 선택하고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대부분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정 금리 상품이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고정과 변동의 금리치가 너무 커서 금리상승기에도 고정을 선택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주거래은행만 알아볼 것이 아니라 금융소비자 포털 파인(fine.fss.or.kr) 등에서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신규취급기준이냐? 신잔액기준이냐 중에서도 선택해야 하는데요. 금리가 인상기에 있다면 금리변동이 느린 잔액기준 코픽스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고, 금리 인하기에는 금리변동을 빠르게 반영하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선택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긴 합니다. 따라서 여러 은행들 중 유리한 선택이 가능한 곳과 거래해야 겠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죠. 앞으로 내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이 10개가 더 있습니다.
두 번째 나오는 리스크 프리미엄부터 리스크프리미엄,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목표이익률까지를 보통 가산금리라고 합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 리스크프리미엄 : 자금조달금리와 대출 기준금리 간 차이 등
- 유동성프리미엄 : 자금재조달의 불확실성에 따른 유동성리스크 관리비용 등
- 신용프리미엄 : 고객의 신용등급, 담보 종류 등에 따른 평균 예상 손실비용 등
- 자본비용 :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하여 보유해야 하는 필요자본의 기회비용 등
- 업무원가 : 대출취급에 따른 은행 인건비·전산처리비용 등
- 법적비용 : 보증기관 출연료와 교육세 등 각종 세금
- 목표이익률 : 은행이 부과하는 마진율
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대출해주고 은행이 절대 손해보지 않도록 각종 비용은 물론 마진까지 다 털어 넣은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각 항목별로 내 대출금리에 얼마나 반영되는 지 알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특히 목표이익률은 은행 내부에서도 몇 사람만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따라서 높게 설정된 목표이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은행들은 대출수요를 억제할 때는 가산금리를 올리지만 대출문턱을 낮출 때는 가산금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출 한도만을 풀어준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니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영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따라서 민주당의 박주민 의원 등은 가산금리를 세부항목별로 공개하라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하는데요. 가산금리 결정은 영업기밀이라는 은행들의 항변에 아직도 통과되지 않고 있군요.
https://smartstore.naver.com/kbjmall/products/8045347796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은행들이 공개하지 않으니 아무 소용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렇진 않습니다.
대출 상당을 할 때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따로 물어보면 알려주거든요. 특히 변동금리를 선택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왜냐면 변동금리에서 변동되는 금리는 기준금리만이거든요. 가산금리는 대출받을 때 금리가 대출기간 내내 대부분 고정됩니다.
이 때문에 이런 경우도 있다는 거죠. A대출의 적용금리는 3.5%인데 기준금리 2% 가산금리 1.5%로 구성돼 있고 B대출은 적용금리는 3.7%인데 기준금리는 2.5% 가산금리 1.2%로 구성돼 있을 경우. 만일 앞으로 금리가 올라간다고 할 경우에는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전체 금리는 높지만 고정된 가산금리가 낮은 B대출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대출 상품을 선택할 때 이점도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직 아닙니다.
가감조정전결 금리란 것이 있습니다. 부수거래감면, 본부조정, 영업점장전결 조정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일단 부수거래감면이 도대체 뭘까요?
부수거래 감면금리란 은행에서 주로 대출 상품을 가입할 때, 부수거래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금리를 인하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 부수거래가 뭔지 알아야겠죠. 부수거래란 ‘금리우대’를 조건으로 은행에서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대금리가 여기에 해당하죠. 급여이체를 한다거나 카드 발급·사용, 자동이체 개설이나 예금이나 적금 가입 등을 하면 대출금리 혜택을 주는 경우들이 있죠. 바로 이것이 부수거래 감면금리입니다.
따라서 이런 혜택이 있다면 무조건 챙겨야죠. 다만 대출 할 때만 만들었다가 해지하는 것은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대출기간동안 유지가 조건이거든요. 따라서 관련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본부조정, 영업점장전결조정도 있죠. 이건 용어 그대로입니다. 본부나 영업점장이 한도내에서 마음대로 대출 금리를 깎아줄 수 있다는 거죠. 혹시 기준이 있을까요? 물론 없진 않겠지만 사실상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에 불과한 기준이죠.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주장이 나오는 거죠. 일단 금리 높게 부른 후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만 본부조정, 영업점장전결조정으로 깎아준다는 것입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대출을 받을 때 그냥 주어진 금리를 받아드리면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대금리 챙기고 본부조정, 영업점장전결조정도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이 때 강압적으로 하면 안되겠죠. 사정을 잘 설명하고 부탁해야겠죠.
영업정잠 전결조정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왜냐면 같은 은행이더라도 지점별로 금리가 차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따라서 대출을 받을 때 여러 지점에 발품을 팔면 조금이나마 이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대출금리 결정 구조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대출금리가 무려 11가지 요소로 결정된다는 점도 놀랍지만 가산금리와 가감조정금리의 어떤 부분에서 변동이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이해할 수 없죠. 게다가 마진은 마진대로 다 챙기면서 본부조정, 영업점장전결조정 등으로 엿장수 마음대로 금리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도 가능한 구조라니 황당하기 까지 합니다. 이러니 은행들이 금리답합하고 보너스 잔치한다는 의심을 사는 것 아닐까요?
은행에 호구 잡히지 않도록 대출 받을 때 가산금리 꼼꼼히 살피고 영업점장전결금리 혜택도 챙겨달라고 반드시 요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불투명한 금리 결정이 영업비밀이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은행들이 더 이상 대지 못하도록 가산금리공개법이 하루 빨리 통과되도록 국회의원들을 독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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