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금리 인상 중단 시사한 캐나다 중앙은행, 포커고수가 분석한다면··· 본문
오늘은 서론이 조금 길 수 있는데요. 경제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나 생각할 수 있는데요. 끝까지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다 상관이 있거든요. 특히 요즘 가장 관심있는 금리와 큰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주목해서 들어주세요.
첫째. 인공지능이 인간을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여겼던 분야는?
퀴즈게임·체스·바둑···.
눈치 빠른 애청자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아실 것입니다. 인공지능(AI)가 인간에게 차례로 이긴 것들이죠. 특히 2016년 구글의 알파고가 ‘인류의 희망’ 이세돌 9단을 꺾은 것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충격이었습니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약 10의 700승으로, 우주에 떠 있는 별보다 많아 아무리 알파고라고 힘들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인공지능이 그 다음 인간을 이길 분야가 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고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이길 수 없는 분야도 있지 않을까하는 토론도 여기저기서 벌어졌죠.
애청자 여러분들은 인공지능이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분야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미술, 음악, 소설···. 이런 분야도 이미 인공지능이 활약하고 있죠.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인공지능이 그리거나 만든 미술, 음악이 예술 거장이 만든 것이라고 속을 만큼 뛰어난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포커에서 만큼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설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는데요. 웬 포커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포커는 화투 등과 마찬가지로 이기기 위한 전략이 비슷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로 정직하게 승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매번 좋은 패가 들어온다면 다행이겠지만 이겨도 크게 이기기 힘들죠. 또 매번 좋은 패가 들어올 가능성도 매우 적고요. 게다가 좋지 않은 패가 들어올 때마다 포기하면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포커 고수들이 공통적으로 쓰는 전략이 있죠. 다들 아실 것입니다. 블러핑. 소위 뻥카라고 하죠. 자신의 패가 좋을 때도 좋지 않은 것처럼 속여 상대가 더 많이 걸도록 유도하고 좋지 않은 패를 가졌을 때는 엄청 좋은 패인 것처럼 속여 상대가 포기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술이죠. 소위 연기를 기가막히게 해야 하는데요. 친구나 가족들 간에 포커나 화투를 치다보면 정말 연기가 끝내주는 사람이 꼭 한두명은 있죠. 이들의 블러핑에 다들 속아넘어가고요. 저도 명절 때 친척들과 화투를 치며 몇 번 블러핑을 해봤는데 아무도 속지 않더라고요. “니 얼굴에 써있다”며 오히려 웃음만 사곤 해서 아예 포기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사람을 속여야하는 것이니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더라도 인공지능이 블러핑을 한다는 것이 상상하기 힘들죠. 우리가 아는 인공지능은 블러핑의 기초인 거짓말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을 수 없는 게임으로 포커가 꼽혔던 것입니다.
그런데 기사를 검색해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이미 포커게임에서도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겼다고 합니다. 다들 코로나 때문에 정신없던 시기여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기사를 검색해보니 정말이더라고요,
https://smartstore.naver.com/kbjmall/products/4851516441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1월 18일자에 전한 내용인데요.
세계 최고의 포커 선수들이 25만달러(약 2억9790만원) 이상의 참가금을 내고 참가하는 ‘포커 수퍼 하이 롤러 월드 시리즈’(the World Series of Poker Super High Roller)에 세스 데이비스라는 선수도 있었는데요.
이들이 한 게임은 텍사스홀덤. 이 게임은 두 사람이 플레이하는 경우에도 모든 경우의 수가 316,000,000,000,000,000 가지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플레이어의 움직임이 전부 노출되는 체스나 주사위놀이와 달리 텍사스홈덤은 상대방의 패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정직하게 승부하는 건지, 블러핑을 하는 건지, 내 패를 예측한 건지, 판돈을 얼마 걸 건지 등 끝도 없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참여자수에 제한이 없으면 우주에 있는 원자수보다 경우의 수가 많게 되죠. 그래서 아무리 인공지능이라도 인간을 이기기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인데요.
그런데 세스 데이브스는 피오솔버(PioSOLVER)이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세계 최고의 포커선수들 사이에서 4등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 대가로 93만791달러(약 11억960만원), 참가비에 거의 4배를 벌었다는 군요. 놀랍죠. 어떻게 이렇게 좋은 성적을 냈을까요?
놀랍게도 피오솔버가 조건적 후회 최소화(counterfactual regret minimization)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정직과 블러핑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약한 상대를 만날 경우에는 블러핑을 더 많이 해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전략도 피오솔버가 쓸 수 있다는군요. 너무나 두려운 이야기 아닌가요?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하는 조언이 진짜 우리를 위한 것인지 혹시 블러핑이 아닌지 의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잖아요. 자칫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등장했던 액체금속 ‘T-1000’처럼 인간을 깜쪽같이 속이는 인공지능이 등장할까 너무나 두렵습니다.
둘째. 캐나다 금리인상이 주는 충격은?
충격적인 이야기라 서론이 너무 길어졌죠. 갑자기 경제방송에 인공지능이 블러핑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세계 금융시장에서 블러핑 논란이 가열되고 있거든요. 중앙은행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놓고 블러핑이다, 아니다라는 말들이 정말 많은데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논란은 바로 캐나다 중앙은행입니다. 지난주 목요일 전세계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죠.
캐나다 중앙은행(BOC)가 정례 금리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는데요. 그런데 논란은 캐나다 중앙은행의 발표였습니다.
금리중단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단호하게 말했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고 언론들이 난리입니다, 그러면서 근거도 들죠, 캐나다는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더 빨리, 더 공격적으로 올렸다는 건데요. 지난해 3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20여 일 앞서 금리 인상 레이스를 시작했고요. 지난해 7월에는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며 같은 달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던 연준을 추월했습니다. 결국 지난 10개월 동안 8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며 지난해 3월 초 0.2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이달 4.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런 캐나다가 피벗(Pivot·정책 전환)도 가장 빨리 하겠다고 나섰으니 전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이젠 금리 인상은 끝났다고 전문가들은 설레발을 쳤습니다. 덕분에 주식시장도 반등했고 달러가치는 하락했고요.
더 나아가 많은 전문가들이 오는 2월1일 미국의 기준금리도 0.25% 포인트만 올리는데 그치고 더 이상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동안 득세했던 매파의 입김은 줄어들고 비둘기파가 다시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거죠. 그래서 빠르면 올 2분기부터는 미국은 물론 한국도 본격적인 금리인하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회로도 돌립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611684?ucode=L-cYlmqQUB
셋째, 캐나다는 왜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했을까?
그런데 왜 금리인하에 대해 희망회로라는 표현을 썼을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캐나다가 왜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했는지 현재 경제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에 앞서 한가지 집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번에 동결한 것이 아닙니다. 0.25%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여기서 주요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발표되기 전 시장에서는 어떻게 예측했느냐인데요. 시장에서도 베이비스텝을 전망했을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측했습니다. 비영리 경제연구단체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지난해에만 기준금리를 7차례 인상하면서 물가상승 억제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캐나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8.1%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6.3%까지 떨어졌죠. 하지만 아직 높은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베이비스텝을 한 것인데요.
여기서 궁금한 것이 생기죠. 왜 굳이 금리인상은 이젠 없다는 식으로 캐나다 중앙은행이 이야기했을까요?
여기서 한가지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아합니다. 중앙은행의 말 한마디가 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죠, 실제로 너무 모호하게 이야기한다는 비판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말까지 했었죠.
“모호하게 말하는 게 중앙은행원이 배워야 하는 미덕이다.”
그런데도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것은 매우 단호한 표현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일단 캐나다 경제 사정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캐나다도 우리나라처럼 수출이 안될까요? 그건 아닙니다. 더 심각한 것이 있는데 우리와 비슷합니다.
캐나다 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드넓은 자연, 광활한 영토. 그런데 부동산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부동산 불패론을 거론하시기도 할 것입니다. 사실 캐나다는 우리나라 못지않는 ‘부동산 불패론’이 팽배했던 나라였거든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캐나다 집값은 잠깐 하락(-9%)했을 뿐, 곧바로 다시 회복했죠. 특히 당시 미국 집값은 40% 가까이 폭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떨어진 것도 아니죠. 그래서 우리나라 분들 중에서도 캐나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물론 중국 사람들이 더 많긴 하지만요.
그런데 캐나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왜 만들어졌을까요? 바로 인구 때문이라고 합니다. 캐나다 인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걸까요? 통계를 찾아보니 그건 아닙니다. 캐나다 여성의 평균 출생아수는 1.53명으로 선진국 중에서는 많은 편이지만 인구가 늘어날 수준은 아니라는 거죠. 적어도 2.1명은 돼야 하잖아요. 그런데도 캐나다 인구는 매년 0.8~1% 씩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비결이 뭘까요?
바로 이민 때문이라는 거죠. 2021년 기준 캐나다 인구는 약 3700만명인데 이중 이민자가 얼마나 될까요? 무려 83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캐나다 인구 네 명 중 한 명꼴로 이민자 출신이라는 거죠. 이렇게 몰려드는 이민자 덕분에 집은 모자를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지난 20여 년 동안 캐나다에서 ‘집은 사두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자산‘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요? 최근 블룸버그 기사에 소개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캄리 씨는 아내와 함께 차에 앉아 구매 희망자들이 토론토 교외에 있는 자신의 타운하우스를 둘려보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현재 3주택자인 그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집값이 급등하는 걸 보고 빚을 내서 주택 두 채를 구입했죠. 하지만 두 대출 모두 지난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고, 다시 대출을 받기엔 이자율이 감당할 수 없게 높아진 걸 알고 결국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주택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매년 사람들은 집값이 앞으로 떨어질 거라고 말했지만 (예전엔) 매년 그렇지 않았어요. 막상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급속히 진행됐죠.”
바로 캐나다의 다주택자 사례입니다. 팬데믹 기간(2020~2021년) 동안 50%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저금리를 틈타 소위 영끌하다시피했던 사람들이 집을 던지고 있다는 거죠. 아무리 이민자가 늘어나도 금리 앞에는 장사 없다는 거죠.
캐나다 주택가격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 지난해 3월부터 연속으로 빠지면서 지난해에만 7.8%나 하락했습니다. 고점 대비로 따지면 13% 폭락. 캐나다의 지난해 집값 하락률은 주요국 중 세계 4위입니다.
참고로 세계 1위는 어디일까요? 놀랍게도 복지천국 스웨덴입니다. 무려 14%나 빠졌습니다. 2위는 전에도 한번 살펴봤던 뉴질랜드 –11%. 그리고 3위가 대한민국 –8%입니다.(이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스웨덴, 뉴질랜드 부동산은 나중에 다시 살펴보고요.)
그런데 캐나다의 바로 이웃나라인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도 빠지긴 했지만 –2%에 그쳤습니다.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금리의 차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 주택담보대출은 절반 넘게 변동금리 또는 만기 1~2년짜리 단기 고정금리 대출이라는 군요. 우리나라와 비슷하죠. 따라서 1~2년 전 연 1.5%도 안 되는 싼 금리로 빚을 잔뜩 냈던 캐나다 대출자들이 이제 연 5% 넘는 금리를 감당해야 하니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캐나다의 부동산은 올해가 더 심각합니다. 로이터의 최근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캐나다는 주요국 중 올해 집값이 가장 많이(-10%) 떨어질 나라로 꼽혔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 중앙은행은 물가에만 포커싱을 두고 금리를 올리는 것은 힘들어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베이비스텝을 하면서 금리인상은 더 이상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것이죠. 즉 부동산 폭락을 어떻게든 막겠다며 바로 앞서 언급했던 블러핑을 한 것입니다. 그만큼 캐나다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위기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문제는 이런 블러핑이 시장에 먹힐까라는 점이겠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많은 언론들은 캐나다 중앙은행이 이례적으로 단호하게 금리인상이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하지만 뭔가 찝찝한 점이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정말 블러핑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상대를 속이기 위해서 뭔 소리든 다하겠죠. “내 손모가지 건다”며 강하게 나가야 상대가 떨어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캐나다 중앙은행 발표를 보면 좀 이상합니다.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한다”며 금리인상은 더 이상 없다는 뉘양스를 강하게 풍겼습니다. 그런데 앞에 조건이 있네요. “경제와 물가 정세가 현재 전망대로 진행하면.”
이게 뭔소리일까요? 경제와 물가 정세가 현재 전망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다음에도 금리를 또 올릴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이게 어디 단호한 것인가요? 단호박 근처도 가지 못했죠.
무조건 다음번에는 동결하겠다고 해도 속을까 말까인데 경제와 물가가 현재 전망대로라는 조건이 있으니 이건 블러핑에 속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런데도 언론들이나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 끝난 것처럼 전하며 곧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설레발칩니다. 그리고 실제 시장은 반응했고요.
사실 포커 전문가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블러핑이 정말로 필요한 이유는 이기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장기적으로 상대가 내 패를 파악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 있다는 거죠. 쉽게 말해서 블러핑 없이 강한 패를 들면 세게 베팅을, 약한 패를 들면 바로 죽는 식으로 지나치게 정직한 플레이를 반복하다 보면, 상대는 어느새 내 베팅만 보고도 어떤 카드를 들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게 되잖아요. 이렇게 패턴을 완벽히 읽히고 나면, 자신이 세게 걸면 상대는 바로 빠져나가버리는 식으로 큰돈을 딸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중간 중간에 자신의 실제 패를 무시하는 변칙적인 베팅을 섞는 것으로 상대의 판단을 조금이라도 흐리게 만드는 것이 블러핑의 진짜 묘미인데요. 캐나다 중앙은행도 이런 변칙적인 블러핑을 쓰는 것입니다. 너무 강하지는 않지만 얕은 수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미 연준도 마찬가지고요. 금리 인상에 대해 블러핑하듯 강경발언은 쏟아내고 있잖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시장은 이에 매번 요동칩니다. 시장 전문가들이 포커 고수들에게 좀 배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의 “모호하게 말하는 게 중앙은행원이 배워야 하는 미덕”이란 말은 매우 의미가 있는데요.
반면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매우 불안해 보입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나 국민의힘에서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인데요. 박근혜 정부의 “척하면 척” 발언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독립기구인 한국은행이 대통령실이나 정치권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는 거죠. 이러다간 자칫 캐나다 중앙은행처럼 금리인상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하라는 압박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한국은행은 물가와의 전쟁에서 아예 패를 다 까고 게임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면 외국자본이나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고요. 그러면 승부는 안봐도 비디오죠. 제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아니면 이젠 블러핑 전략도 자유롭게 쓰는 인공지능에는 정책을 맡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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