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코어 묻고 슈퍼코어CPI? 금리 논쟁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본문
지난주 금요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올렸죠. 무려 7회 연속 금리인상. 정말 역대급 금리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기준금리는 3.5%. 14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치솟았습니다. 경기침체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물가인상 압력이 아직도 너무 거세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지난해 가장 유행했던 ‘중꺾마’를 빗대 ‘중꺾금’이라고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금리라는 말이겠죠.
그럼 금리는 앞으로도 꺾이지 않을까요? 도대체 금리는 어디까지 올라갈까요?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이 여기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이젠 금리 정점에 도달에 다시 재테크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부추깁니다. 금리만 꺾이면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면서요. 과거 IMF위기 때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고도 하죠.
그런데 이러는 사이에 우리가 놓치는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도대체 뭘까요? 중꺽금에 대해 궁금한 질문들을 하나하나 풀어보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동결 가능성도 있었다?
사실 이번 금리 결정 전 일각에서는 동결 가능성도 제기했었습니다.
씨티는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 이유로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하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규제를 풀면서 빚내서 집사라2까지 하고 있는데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또 올리면 부동산 연착륙은 물건너 가는 거고요. 그래서 시티는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 시킬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죠.
하나증권도 비슷하게 전망했습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부동산 규제 완화가 발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측이 완전히 엇나갔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금리인하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물가가 정책목표상으로 수렴해가는 것을 확신하기 전까지 인하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도 중요하고 경기침체도 우려되지만 아직까지는 물가가 목표 수준보다 너무 높다는 거죠. 한은의 목표는 여전히 2%이지만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5%,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6.3%로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굳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언론들에게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같은날 발표된 전월 대비 수입물가지수가 8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거든요. 수출입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118.03으로, 11월 125.51보다 무려 6% 낮아졌습니다. 이는 두 달 연속 하락으로, 전월 대비 하락 폭은 6.1% 하락했던 2009년 4월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컸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외부요인 덕분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입물가지수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안정됐고요. 따라서 언론들은 수입물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 1월 물가상승률도 5% 안팎에서 소폭 둔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합니다.
이렇게 수입물가가 내려가고 있는데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었을까요? 많은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이창용 총재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동산 연착륙 시켜야 하는데 왜 금리를 또 올리냐는 거죠. 그러면서 ‘이젠 정점이다’고 강조합니다. 다음달 23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금리를 또 올리지 마라는 압박이죠.
이런 압박을 받으면서도 왜 금리를 올렸을까요? 여기서 우리가 숫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13년8개월 만에 최대로 하락했다는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측정한 것인데 전년 같은달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당연히 이것도 떨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한국은행에 들어가면 보도자료 코너에 ‘2022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란 제목의 보도자료가 있습니다. 이걸보면 깜놀할 수준입니다.
왜냐면 수입물가지수 등락률을 나타낸 그래프가 있는데요. 등락이 너무 심하거든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월대비 등락률은 지난 11월과 12월 크게 낮아진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전년동월대비도 등락륙도 크게 낮아졌는데요. 그런데 낮아진 것이 9.1% 하락이 아니라 상승입니다. 즉 수입물가는 전월대비는 크게 낮아졌지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아직도 올라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이런 상승폭은 9월 24.2%, 10월 19.4%, 11월 14.0%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물가 목표인 2%보다는 4배 이상이나 높죠. 이런 상태를 무시하고 금리를 동결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요?
에너지 곡물 등 많은 것을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써는 수입물가가 더 안정될 필요성이 크다는 거죠.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602920?ucode=L-cYlmqQUB
◆그래도 금리인상은 이젠 끝난 것 아닐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설레발을 치더라고요. 금리 정점이다, 더 이상 금리 인상은 없다는 희망회로를 가동하던데요. 물론 그럴 정도로 우리 물가 상승세가 멈추고 대외여건이 나아지면 좋은 텐데요.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일단 우리 물가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국제유가 흐름세가 좋지 않습니다. 지난 한주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약 7.7%, 브렌트유는 8%가량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죠. 그래서 한때 60달러 대를 넘보던 유가는 다시 80달러 대로 올라섰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중국 변수가 가장 크죠. 최근 ‘위드 코로나’ 전환한 중국에서 경제 활동 증가할 것이란 기대로 상승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실제 위드 코로나 전환이후 중국 주요 15개 도시에서 교통 혼잡 지수가 일주일 사이에 31%나 상승했다고 합니다. 14억 인구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석유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이야기죠.
더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입니다. 현재 많은 언론들은 미국의 기준금리도 곧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연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만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매파보다는 비둘기파가 우세할 것이란 주장이죠.
하지만 현재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12일 발표된 미국의 전년 대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 시장 전망치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달 7.1%에 비하면 많이 내려갔잖아요. 실제로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는 전년대비이고요. 전월 대비로는 어떨까요? -0.1%입니다. 11월 0.1%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정말 물가가 잡히는 걸까요? 한번 우리나라와 비교해볼까요? 우리나라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5%, 전월 대비 0.2%, 미국은 전년 대비 6.5%, 전월대비 –0.1%, 아직 수치는 미국이 높긴 하지만 하락폭이 훨씬 크죠.
◆슈퍼로 부족, 초슈퍼까지
따라서 미국 물가가 잡히는 것 같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안심해도 될까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코어CPI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이게 잡혀야 진짜 물가가 내려간다고요. 요즘 슈퍼 코어 CPI란 것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초근원물가를 뜻하는 것인데요. 물가에서 에너지하고 식음료 뺀 걸 근원물가라고 하잖아요. 그럼 초근원물가는 뭘 더 뺄까요? 바로 렌트비 등 주택관련 항목까지 제외한 것입니다.
도대체 이걸 왜 뺄까요? 코로나 이후 엄청난 돈을 풀면서 렌트비 등 주거관련 비용이 미국도 급증했었는데요. 연준이 긴축기조로 돌아서면 렌트비는 폭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는 것처럼 말이죠. 실제로 지난해 11월 집계된 미국 렌트비는 0.4%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이 하락폭은 2015년 이후 가장 크다고 합니다. 이처럼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 데 주거관련 물가만 내리니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거죠. 그래서 이를 뺀 물가를 봐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렌트비를 제외한 슈퍼코어CPI는 어떨까요? 앞서 살펴본대로 일반 CPI는 지난해 12월 전년대비 6.5%, 전월대비 –0.1%였죠. 그런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전년대비 5.7%, 전월대비 0.3%로 양호합니다. 하지만 초근원 CPI는 전년대비 7.4%, 전월대비 0.4%나 상승했습니다. 즉 주거비는 낮아졌지만 다른 물가는 여전히 많이 오르고 있다는 거죠.
이유는 서비스 가격, 임금 가격이 안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준에서는 이런 조치를 취하는 듯합니다. 산불이 난 후 큰 불이 꺼지더라도 소방대원들이 할 일이 많죠. 바로 잔불정리. 나뭇잎 아래 등에 작은 불씨가 남아있는 것을 그냥 나두면 다시 산불이 일어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불이 커진 뒤 불에 탄 곳을 뒤지면서 작은 불씨도 남겨두지 않으려고 소방대원들이 한참동안 고생하시는 데요.
지금 연준의 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 일단 역대급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으로 큰 불은 잡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잔불 작업이 남았다는 거죠. 유가나 식료품, 주거비 등의 물가는 잡혔지만 아직 서비스, 임금부문에 잔불이 남아있다는 거죠. 이 불을 완전히 끄지 않으면 언제 다시 활활 타오를지도 모르고요. 게다가 국제유가도 다시 불붙을 조짐이니 당장 금리 기조를 바꾸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이참에 초슈퍼CPI의 불씨마저 다 잡아야한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일자리 사정이 너무나 좋습니다. 일자리는 170개인데 일하려는 사람은 100명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거죠. 그래서 사람 구하기 경쟁이 벌어지는 부러운 상황인데요.
특히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5000건으로 전주(20만6000건)보다 되레 감소했습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69만7000건에서 163만4000건으로 줄었고요. 일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가 널려 있다는 거죠.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연준의 최종 금리는 5.25% 이상으로 여전히 봐야 할 듯합니다. 일자리, 슈퍼근원CPI가 꺾이지 않는 한요. 그러면 오는 2월 0.25%p 베이비스텝을 한다고 했을 때 두 번 이상은 베이비스텝을 더 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높게 6%까지 갈수도 있고요. 실제로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간 최고경영자(CEO)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5% 수준의 기준금리는 부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6%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하기도 했죠.
◆우리 기준금리는?
그럼 문제는 우리나라 기준금리잖아요. 만일 미국이 5.25%로 올린다면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5%이기 때문에 금리차가 1.75%포인트입니다. 이는 1999년 6월에서 2001년 3월 1.5%포인트보다 더 벌어진 역대 최대차입니다. 이렇게 벌어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고요.
그래서인가 지난번 시간에 우리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소수의견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우리도 미연준처럼 점도표, 즉 K점도표를 찍는데요. 미국은 12명이지만 우리는 6명입니다. 지난번 금통위에서 3.5%가 가장 많았던 3명, 3.75%까지는 갈 거야라는 게 2명, 3.25 동결할 거야라는 분도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3명이 3.5%, 3명이 3.75%를 찍었습니다. 즉 3.75%까지 갈 것이란 의견이 한명더 늘었습니다. 금리 인상이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데 기준금리 정점 논란 때문에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저금리 시대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0%대 기준금리는 이제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는 거죠. 조금만 버티면 금리가 다시 내려갈테고 또다시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일 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얼마전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도 많은 경제 석학들이 저금리시대의 종말을 선언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의식이 없거나 알면서도 비관론을 애써 외면하려는 인식이 아직도 세계 각국에 팽배하다”며 “팬데믹 경제 위기 때 그랬듯, 각국 정부가 재정을 풀어 구제금융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집을 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제로금리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이어 “연준은 금리를 5% 이상 올린 이후 한동안 유지하기 전까지는 인하하는 것도 매우 꺼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심지어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연준의 물가 목표치(2%)를 2.5%나 3%로 올리는 게(현실화) 나아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젠 세계의 공장 중국의 역할이 축소됐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저물가를 기대하기 힘드니 기준선을 올리자는 거죠. 따라서 저금리의 기준도 과거와 같은 제로나 마이너스가 아니라 더 올라가야 한다는 겁니다.
즉 정부는 우리 부동산을 연착륙 시키겠다며 빚내서 집사라 시즌 2를 강행하고 있고 건설사가 사주인 많은 언론들은 금리만 꺾이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으니 지금부터 준비하라고 부추기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설명드린 것처럼 상황은 쉽지 않습니다. 기준선 자체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죠.
혹시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래도 정부나 언론의 이야기처럼 다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물론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긴하죠. 저는 0%에 가깝다고 보지만요. 아무튼 그걸 다 떠나 경불진에서도 여러차례 이야기드린 내용인데요. 손실회피성향. 인간 대부분은 이익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죠. 만일 투자를 해서 돈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만일 실패를 해서 손실을 본다면 그로인한 타격은 몇배나 더 크다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혼란한 시기에 굳이 인생을 걸고 모험을 해야 할까요? 물론 정말 원한다면 할 수 없지만요. 인생을 거는 것은 재테크가 아니라 도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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