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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맨다는 내년 정부 예산···왜 서민·중소기업만?

경불진 이피디 2022. 9. 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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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

윤석열 정부가 첫 예산안을 공개하면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 지출 증가율을 큰 폭으로 줄여 건전재정을 하겠다는 거죠. 그래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정부가 편성안 내년 예산안 규모는 총 639조 원입니다. 전년 대비 5.2% 증가로, 문재인 정부 때인 평균 증가율 8.7%보다 3.5%p가 낮습니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이 단행됩니다. 통상 10조 원 안팎이던 구조조정 규모보다 2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최근 3년간 100조 원을 넘나드는 재정수지 적자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피해 회복을 위해 늘렸던 지출을 모두 줄이면서, '확장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나랏빚을 늘리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고 합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에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재정사업이 3년 연속 미흡한 경우에는 사업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2025년까지 앞선 전망 때보다 7%p 이상 대폭 낮추기로 했다고 강조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보다 줄인다고 강조하는데 구체적으로 뭘 줄이는 것일까요?

 

분야별로는 국방과 복지, 환경, 연구개발 예산이 올해보다 늘어난 반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사회간접자본,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은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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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 예산이 삭감됐습니다. 스마트 공장 구축 예산은 2천억원, 수소차 보급은 2,600억원 깎였습니다. 수소차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앞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죠. 코로나로 힘든 소상공인들을 돕고 소비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올해 6천억원이 배정됐던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됐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상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죠.

 

또 늘었다는 복지예산도 과연 늘은건지 의문입니다. 일단 수치상으로는 내년 보건복지 예산은 108조 규모인데요. 올해보다 11.8%, 11조 넘게 늘었습니다.

 

일단 기초생활수급액이 4인 가구 기준 5.47% 인상됐습니다. 생계급여는 최대 154만 원에서 162만 원까지 8만 원 정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집값이 올라 생계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될 뻔한 35천여 가구 등을 위해 재산 기준도 완화했습니다.

 

노인 기초연금도 4.7% 올랐고, 보육시설에서 나온 청년들에게 자립 수당을 매달 10만 원 더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저출산 대책도 내놨는데요. 영아 수당을 부모 급여로 바꾸고, 0세 부모에게는 매달 70만 원을, 1세의 경우는 35만 원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예산상의 액수가 더 커지긴 했지만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이 돈 받는 분들한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생계급여가 올랐다 해도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는 못 쫓아가기 때문이죠. 기초수급 대상의 재산 기준을 완화해준 것도 집값이 너무 올라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기초연금 등 예산이 늘어난 대부분 항목이 고령화나 물가상승분에 따라 자연스레 증가한 것이란 지적도 있고요.

 

특히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재벌기업 중심 예산안이다.

 

이게 뭔소리일까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보다는 재벌기업에게 지원이나 세제혜택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짜여졌다는 겁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면서도 늘린 예산이 있는데 반도체 기술 초격차 확보 지원에 1조원, 핵심 국방기술개발에 14천억원. 그런데 둘 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화만 신났다는 거죠.

 

반면 중소기업 예산은 대폭 줄었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육성 예산은 56천억원 줄였고, 창업과 벤처 투자는 6천억원 줄였습니다. 이젠 청년들이 창업을 해도 지원받기 힘들어진다는 거죠.

 

세금 혜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세금 감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에게 돌아가는 혜택의 비율은 69.8%로 올해보다 1.2%p 낮아집니다. 반면 재벌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은 전체의 16.8%로 오히려 1.2%p 높아집니다.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는 분야가 반도체, 백신, 배터리 같이 재벌기업들이 주도하는 산업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주거 취약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대폭 깎였습니다. 올해 225천억원에서, 내년 168천억원으로 25%나 줄였습니다. 대신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 같이, 공공임대가 아닌 분양 예산을 늘렸습니다. 건설사를 보유한 재벌들만 신나게 된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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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임금을 직접 지원하는 일자리 가운데 공공 노인 일자리를 6만 개 넘게 줄입니다. 대신 민간 일자리를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전체 노인 일자리는 23천 개 감소합니다. 청년 고용 기업에 지원금 주는 사업도 축소하는 등 일자리 예산만 2조 원 줄였습니다.

민간 주도로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여기서 민간은 재벌 대기업을 뜻하는 것 아닐까요?

 

반면 내년 예산안을 두고 가장 뿔난 사람들은 공무원이란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부가 지출을 최대한 줄이겠다며 장차관급은 내년 보수 10%를 반납하고 5급 이하 공무원 보수도 1.7%만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차관급 보수를 10% 반납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물론 절반 이상 반납한다고 더 좋겠지만요. 문제는 하위직 공무원이죠. 올해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기본급 기준)168만원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밝힌 1.7% 인상분(28560)을 반영하면 내년 월급은 170만원을 조금 넘어섭니다. 이는 내년 최저임금 201508(시간당 9620)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죠.

 

이러니 공시생 커뮤니티에는 취업준비생 시절 받던 아르바이트 시급보다도 낮다고 한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올해 9급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은 29.21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죠.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것도 생기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한남동 관전 개조에 따른 국방부, 합참, 외교부 등의 연쇄이전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었다면 줄어든 중소기업 벤처 지원예산,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늘리고 하위직 공무원 인금 인상 등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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