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1폰 2번호’ e심이 ‘이심전심’이 되지 않는 이유는? 본문
애청자 여러분들은 스마트폰을 몇 개 쓰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애청자분들은 하나만 쓴다고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영업을 하거나 배달 노동자인 분들 중에서는 스마트폰을 여러 대 들고 다는 분들이 많죠. 일반적인 노동자분들 중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업무용과 개인용 전화를 분리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전화나 카톡을 할 때 자칫 친구에게 보내야 할 문자나 사진을 팀장이나 부장에게 보내는 참사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업무용과 개인용을 혼합해서 쓰다가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아예 제 주변에도 스마트폰을 두 개, 세 개 들고 다니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인가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휴대전화 회선은 5천 5백만 건으로 우리나라 총 인구 수, 5천 백만 명보다도 많습니다.
저는 많이 바쁘지 않아서인지 하나만 쓰고 있습니다. 물론 업무용과 개인용을 분리하고 싶긴 하지만 단말기 가격이 걱정되는데다 스마트폰 하나도 귀찮은데 두 개를 들고 다니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싫거든요. 그런데 최근 저같은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e심’이 곧 출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해당서비스에 대한 궁금한 질문들을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kbjmall/products/4875486249
첫째. ‘e심’과 ‘투넘버 서비스’는 뭐가 다를까요?
오는 9월 1일부터 이통 3사가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전화번호 2개를 쓸 수 있는 ‘e심’(eSIM) 서비스를 도입하죠. 그런데 기존 이통사들의 투넘버 서비스도 단말기 하나에 2가지 전화번호를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투넘버’는 하나의 계약에 가상번호를 포함한 2개의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e심은 하나의 휴대전화에 아예 '2개의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둘째 똑같이 두 개 번호를 쓰는 건데 차이가 있을까요?
일단 투넘버부터 살펴볼까요? 현재 SK텔레콤의 '넘버플러스Ⅱ', KT의 '듀얼번호 Lite', LG유플러스의 '톡톡 듀얼넘버' 등의 이름으로 투넘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리점이나 고객센터를 찾아가거나 전화할 필요없이 각 통신앱의 부가서비스에서 신청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하나의 휴대전화로 2개의 전화번호를 이용할 수 있죠. 스마트폰 화면에 원폰, 투폰 등으로 어느 번호를 쓸 것인지 선택하게 됩니다. 초기화면도 다르게 설정할 수 있고요. 게다가 메시지는 물론 사진 등 개인 콘텐츠를 분리해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월 3300~3850원 정도. “생각보다 저렴하네”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렴한 만큼 단점도 있습니다. 투넘버 서비스는 앞서 설명처럼 하나의 계약에 가상번호를 포함한 2개의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두 개가 됩니다. 하지만 두 번째 생긴 번호는 이통사 측에서 임의로 제공하는 가상번호이기 때문에 별도의 본인인증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또 별도 인증이 필요한 앱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통화나 문자 내역을 확인할 때도 어떤 번호로 연락이 온 것인지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투폰 번호로 전화를 걸기 위해서는 *281(SKT), *77(KT), *77#(LG유플러스) 등 특정 번호를 먼저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습니다. 가상번호라는 한계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불편이긴 합니다. 요금도 저렴하잖아요. 하지만 업무에 쫓기는 분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불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활성화된 e심을 도입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9월 1일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고요.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439083?ucode=L-nShQDMYB
셋째. e심은 투넘버의 단점을 다 보안한 것인가요?
유심은 휴대전화기의 유심 슬롯에 넣고 뺄 수 있게 되어 있죠. 하지만 e심은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습니다. 가로 6mm, 세로 5mm 크기의 e심 하드웨어의 크기는 유심 중 가장 작은 나노심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죠. 따라서 e심이 내장된 폰을 사면 처음에는 e심에 가입자 정보가 없고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고객이 통신사 요금제에 가입하고 통신사로부터 전달받은 QR코드를 스캔해 프로파일을 깔 수 있죠.
e심 파일 형태로 구매하면 되기에 초기 구입 비용 또한 기존 유심(7700원)보다 약 65% 저렴한 2700원 수준입니다.
이렇게 e심을 구입하면 유심과 e심이 아예 별도로 적용되기 때문에 투넘버 서비스처럼 '진짜 번호+가상번호'가 아닌 '진짜 번호 2개'를 하나의 휴대전화에서 개통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앱 아이디 등도 2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유심과 e심의 가입 이통사나 요금제를 따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2개 전화번호를 쓰는 주 목적이 업무용과 개인용 분리인데 업무용 번호는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통신사의 고가 요금제로, 나머지 하나는 수신용 등으로만 활용하는 저가 요금제에 유리한 통신사를 쓰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무용으로는 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하고 개인용으로는 월 1만원 대 이하 요금제에 가입해 쓰는 식으로 말이죠. 특히 알뜰폰도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용 e심을 위해 알뜰폰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게다가 약정기간이 끝나면 통신료의 25%나 할인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단말기가 아닌 '회선'별로 적용하기 때문에 e심 회선을 추가 개통한 경우에도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이에 따라 기존 통신사에서 받고 있던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한 채 e심으로 다른 통신사 요금제에 동시 가입하면 추가 약정할인을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e심의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요금. 투넘버 서비스의 경우에는 매월 3000원대의 요금만 내면 되지만, 듀얼심 활용을 위해서는 e심 설치 비용(2700원)을 낸 이후에도 매월 자신이 선택한 요금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알뜰폰 최저가 요금제도 월 7000~8000원대 수준인 만큼 매월 더 많은 요금을 추가로 더 내야 합니다.
게다가 e심 서비스를 쓰려면 '프로파일'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e심에 저장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하는 것은 e심이 내장된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합니다. 현재는 이달 새로 출시된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와 아이폰 일부 기종에서만 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4'와 '플립4',애플의 경우 아이폰XS시리즈, 아이폰11시리즈, 아이폰12시리즈, 아이폰13시리즈에서만 e심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kbjmall/products/5528883860
넷째,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활성화됐다는데 우리나라 도입이 늦어진 이유가 뭘까요?
e심은 이미 해외 60여 개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은 도입된지 벌써 4~5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삼성 갤럭시의 경우 미국 등에 수출할 때는 e심을 탑재해 팔아왔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스마트워치에만 e심을 적용해 왔습니다. 그러다 뒤늦게 풀린 것인데요.
통신사들은 이런 핑계를 댔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영토가 큰 국가의 경우 통신사마다 지역별로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e심이 필요한 반면 우리나라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죠. 대한민국 내에 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이 어디냐는 것입니다. 과거 SKT가 마라도까지 가서 짜장면 시키신 분 광고를 하며 이를 보여주지 않았냐는 거죠. 그래서 굳이 우리나라는 e심이 필요없으니 투넘버나 쓰라고 해왔습니다.
그런데 통신사들이 e심 도입을 막은 진짜 이유가 뭘까요? 앞서 설명에 답이 있는데요. e심은 이미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다고 했죠. 그래서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하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할 필요도 없이 온라인으로 가입절차가 끝납니다. 통신사에서 보내준 QR코드를 스캔해 프로파일만 깔면 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한번 가입한 후 다른 통신사로 옮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에 통신사를 바꿀 때 새로 유심을 구매해야 했기 때문에 대리점에 방문하는 등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e심은 프로파일을 삭제하고 다시 설치하기만 하면 끝. 통신사 갈아타기가 너무 쉽다는 거죠.
이 때문일까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는데도 통신3사의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e심 도입으로 얻을 것이 적은 탓이죠. 현재 2개 이상 번호를 사용하는 가입자들은 공시지원금 때문이라도 통신3사 회선을 복수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e심이 활성화되면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유심판매 비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개 당 7700원인 유심 판매로 통신사들이 얼마나 벌까요? 매년 1000억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e심은 유심의 3분의 1인 2500원에 불과하잖아요. 게다가 e심 서버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모듈 라이센스 비용 등도 있기 때문에 수익은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e심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다음달에 시작돼도 통신3사의 전용 요금제 출시와 마케팅 공세은 보기 힘들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e심 서비스가 나오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알뜰폰 시장도 아직까지는 잠잠합니다. 일부 업체가 e심 요금제를 내놓긴 했지만 쏟아지진 않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크게 두가지죠.
일단 e심 서비스가 시작되지만 쓸 수 있는 단말기 제한적입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4'와 '플립4',애플의 경우 아이폰XS시리즈, 아이폰11시리즈, 아이폰12시리즈, 아이폰13시리즈 이외의 스마트폰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갤럭시의 경우 외국에 수출하는 것은 e심을 지원하지만 국내용은 e심 기능이 빠진 경우도 있습니다.
세계 최고 IT강국 국민들이 왜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5년전부터 사용한 서비스를 이제야 쓸 수 있게 하는 건지 아마 다들 짐작하실 것입니다.
또 알뜰폰 가입자가 13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컸지만 알뜰폰 사업자 중 상당수가 통신3사의 자회사입니다. 통신3사 자회사의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습니다. 따라서 본사에 손해끼치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까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약 1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1분기 영업실적과 합한 상반기 실적으로 따지면 약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입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있는데도 통신 3사 모두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통신 3사의 서비스는 갈수록 후퇴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얼마 전 거론했던 5G중간요금제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데이터 구간만 쏙 빠져 있었죠. 그런데 뒤늦게 시작하는 e심 서비스도 정작 사용할 단말기가 없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5G 같이 돈 되는 기술은 세계 최초로 도입하면서도, 왜 돈 안 되는 기술은 미루고 감추기만 할까요? 전국민을 호갱으로 보고 있는 것을 아닐까요?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고 있는 통신요금이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따지고 25% 요금할인 등 챙길 것은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스마트한 소비자가 늘어나야 통신사들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서비스와 요금제를 내놓을 것이니까요.
'하루에 지식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IQ 204라는 백강현 군, 세계 최고 IQ는? (0) | 2022.09.05 |
---|---|
직장인 선호 대기업에 삼성전자가 없다? (1) | 2022.09.05 |
허리띠 졸라맨다는 내년 정부 예산···왜 서민·중소기업만? (1) | 2022.09.05 |
뒷북 대응으로 되살아난 론스타···책임은 누가? (1) | 2022.09.05 |
너 그거 아니···한반도 위협했던 역대 태풍 (0) | 2022.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