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1위 농심 가격 올리는데도 오뚜기·삼양이 “계획없다”는 이유는? 본문
“매주 한 가지씩 오른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면 이런 하소연이 터져 나옵니다. 갈 때마다 뭔가 오른 먹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음 달부터 서민경제에 영향이 큰 라면이 또 오를 예정입니다. 이유야 세계적으로 곡물가격이 오르고 환율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과연 그 이유만 있을까요?
농심이 다음 달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11.3% 올리기로 했습니다. 또 새우깡 등 과자 가격도 5% 넘게 올립니다. 가격 인상 폭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 등입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기준으로 신라면 가격은 봉지당 평균 736원에서 820원으로, 새우깡은 1천100원에서 1천180원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3년~5년마다 가격을 올렸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라면은 1년, 과자는 6개월 만에 또 인상하는 겁니다.
라면, 과자 만이 아니죠. 또 다른 서민 음식인 햄버거는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가격 인상 대열에 올랐습니다. 맥도날드가 오늘부터 빅맥 등 제품 가격을 4.8% 올렸습니다.
이에따라 지난달 말부터 주말이 다가오면 제품 가격이 오르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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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품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멈추기 어려워 보인다고 언론들은 주장합니다. 2분기 정점을 찍은 국제 곡물 가격이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이제 반영되고 있는 데다, 가파르게 오른 환율이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른 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 가격마저 높게 형성된 만큼 당분간 체감 물가는 더 오를 전망입니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유가 그것만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라면 업계 부동의 1위 농심. 신라면 등으로 내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가 2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국내와 해외 자회사들까지 다 합친 연결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7562억원으로 16%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4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국내 실적이 충격 수준으로 안 좋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농심은 국내 시장에서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30억 원 영업적자를 봤는데요. 농심이 국내 사업에서 적자를 낸 건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해외에서 장사는 괜찮게 했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적자가 더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농심과 언론들은 라면 만들 때 들어가는 밀가루와 팜유 등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2분기 농심의 적자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요?
농심의 재무제표를 분석해보면 국내시장에서 농심은 매출에서 원가 부담인 원재료 비용을 뺀 매출총이익은 1,340억 원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해 동기보다 8%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마이너스 30억 원이 됐잖아요, 이유가 뭘까요? 재무제표에 판매관리비로 1,370억 원을 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00억 원이나 더 썼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더 썼을까요? 판매관리비 내역을 보니 운송보관 등 물류 관련 비용은 20% 수준 늘긴 했지만 마케팅 비용인 광고선전비가 전년 대비 40%로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보통 기업들은 실적이 안 좋을 땐 판관비를 줄이려고 애쓰잖아요. 그런데 농심은 오히려 이 비용을 크게 늘린 겁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라면 등 시장이 매출 성장이 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하고, 붐업을 위해서, 광고선전비를 더 쓴 것이고, 실제로 매출은 늘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라면 시장의 매출은 상승세입니다. 이 덕분에 경쟁사인 오뚜기와 삼양은 큰 폭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2분기 연결기준 오뚜기는 32% 늘어난 477억원, 삼양은 무려 92%나 늘어난 273억원 영업 흑자를 거뒀습니다.
그런데 희한하죠. 국제 곡물가 팜유 등 원가 부담이란 악조건은 이들 회사도 똑같았는데, 농심의 흑자는 줄어들고 오뚜기와 삼양의 흑자는 늘어났을까요?
일단 사업 구조상 이득을 봤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불닭볶으면의 인기로 수출 비중이 약 70%인 삼양은 고환율 상황에서 환율 이익을 많이 봤다고 합니다. 오뚜기는 라면 매출 비중이 25%로 높지 않아 소위 한 사업에 '몰빵'했을 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농심은 라면 비중이 약 80%로 압도적이고, 수출 비중은 10%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농심은 수출용 라면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신라면 레드'에서 유럽연합 기준치를 초과하는 잔류농약 성분이 검출돼, 해당 제품들이 회수된 바 있고요. 3월엔 이탈리아에서 팔린 '신라면 김치'에 대해, 작년 8월에는 독일에서 팔린 '해물탕면'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회수 조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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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면 농심의 부진이 단순히 내수위주이기 때문이라고만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엉뚱한 광고비 지출로 낭비하고 유럽이 잔류농약이나 발암물질 기준을 높이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신동원 농심 회장의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요.
그래서 일까요? 업계 1위인 농심이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이 쫓아갈 수 밖에 없다고들 언론들이 강조했는데요.
업계 2위인 오뚜기는 라면 제품 생산 비용이 늘었지만 판매 비중이 높지 않아 다른 제품군에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구조라며 가격인상 계획이 아직까지 없다고 합니다. 삼양식품도 예전 같으면 한두 달 안에 농심을 따라서 가격을 올렸겠지만 고환율 영향으로 채산성이 좋아져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가격 인상 계획이 현재는 없다는 거죠.
원재료 값이 오르고 환율도 치솟으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논리도 이젠 구시대적인 이론입니다. 오뚜기나 삼양처럼 충분히 다른 요인으로 커버할 수 있는데도 관행적으로 손쉬운 가격인상 카드를 커내는 업체에게는 소비자들이 레드카드를 꺼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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