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외환위기 때로 돌아갔나?…2000원대 도시락 나왔다!! 본문
‘나라가 한순간에 2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최근 여기저기서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도 그렇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때문인데요. 음식값이 오르자 점심 한 끼 제대로 먹는 것도 부담이죠. 그래서 런치플레이션이란 용어도 생겼났고요. 그래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떼우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일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1만원은 줘야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4000~5000원이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것도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 쏟아지면서 급기야 2000원대 도시락이 다시 등장했다고 합니다.
CU는 초저가 도시락 2종을 2900원에 선보였다는데요.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의 평균 가격은 4500원 수준으로 CU를 기준으로 2000원대 도시락이 출시된 것은 약 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마트24는 새콤달콤유부초밥을 25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갑기 보다는 정말 눈물겹지 않나요? 하루종일 폭염속에서 일해야 하는 직장인이 이걸 먹고 견딜 수 있을까요?
그런데도 이 초저렴 도시락이 인기인 까닭은 월급 빼고 모든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죠.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6.3%.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11월 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5.4%) 5%대에서 한 달 만에 6.0%(6월)까지 치솟은 뒤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습니다.
물가 인상을 견인한 것은 역시 기름값. 경유가 1년 전보다 47% 올랐고, 휘발유도 25% 넘게 뛰었습니다. 농·축·수산물도 7% 넘게 올랐는데, 배추와 오이가 1년 전보다 72% 넘게 올랐습니다. 정부가 폭염에 맞춰 올린 탓에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1년 전보다 15.7% 상승해, 물가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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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1992년 10월 이후 3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치킨 가격은 11.4% 올라 3개월째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9% 상승했는데, 이는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정부는 가격인상을 최소화해 달라고 업계에 읍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통할 리 있나요? 특히 국제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다며 식품업계가 연일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요.
CJ 제일제당이 카놀라유를 29% 올리는 등 편의점 식용유 가격을 인상했고, 동원도 참치캔 가격을 10%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버거킹과 롯데리아, KFC는 올해 들어 벌써 가격을 두 번이나 올렸습니다.
이렇듯 정부의 물가 대책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습니다.
예전에도 지적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대책이 수입할 때 붙는 할당관세를 0%, 그러니까 관세를 없앴는데요. 즐겨먹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커피원두 등 식품을 중심으로 30여 개 품목에 적용이 됐습니다. 쇠고기의 경우 원래 미국산은 11% 호주산은 16% 관세가 붙습니다. 이걸 0%로 내렸으니 그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가격도 떨어지겠거니 싶었지만 오히려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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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관세 적용 전후 수입 고기 가격을 봤더니 미국산 갈비 2.5%, 호주산 갈비 4.4%, 삼겹살도 0.2% 올랐습니다.
커피도 무관세인데 카페에서 사 먹는 가격은 변화가 없어요? 커피원두는 구분해서 볼 게 볶은원두와 볶지않은 생두가 있는데 둘 다 무관세는 적용되는데 부가가치세 면제는 생두에만 적용됩니다. 따라서 볶은원두를 수입해서 쓰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은 세금 인하 효과가 크지 않고 그래서 소비자가격도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또 생두를 쓰더라도 가격인하가 어려운 경영 상황을 호소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하소연에도 정부는 조만간 물가 고공행진이 끝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물론 제시하는 근거도 있습니다. 물가 상승세를 주도해 온 기름값이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주춤해지고, 지난해 워낙 많이 올랐던 기저효과를 거론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9월 말 늦어도 10월에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고요,
하지만 폭염 때문에 채소와 과일값이 치솟고 있고,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는 점, 또 환율 여파 등으로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거란 반론도 있습니다. 특히 이런 반론에 힘이 실리는 것은 얼마전에도 지적했던 기대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죠.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요?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나중에 필요한 물건도 쟁여두는 가수요가 늘어납니다. 물건 값이 조만간 또 오를테니 조금이라도 쌀 때 사두자는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요. 그러면 물가는 더 올라갈 수 밖에 없겠죠. 현재 국가 부도위기에 몰린 스리랑카, 에콰도르,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지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런 가수요, 사재기가 늘어날 조짐이라는 거죠,
한은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6월(3.9%)보다 0.8%포인트(p)나 더 올랐습니다. 물론 10%를 훌쩍 넘는 남미 등의 국가에 비해서는 낮지만 이 수치는 우리나라에서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게다가 상승 폭도 2개월 연속 최대.
물가 관리를 제 1목표로 삼는 한은 입장에선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국회 기재위에서 “물가 오름세를 잡지 못하면 국민의 실질소득이 더 떨어지고, 뒤에 (물가 상승세를) 잡으려면 더 큰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금리를 통해서라도 물가 오름세 심리를 꺾는 것이 거시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세를 꺾는 방법이 뭘까요? 금리 인상 말고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8월25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고민에 쌓이는 데요.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면 경기침체가 우려되기 때문에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할 것인가? 아니면 물가부터 잡는 것이 시급하니 경기침체가 우려되더라도 빅스텝, 자인언츠스텝으로 물가 기대심리를 완전히 잠재워야 할까?
정부나 언론에서는 서민들이 너무 힘들다며 0.25%p 인상을 지지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아프더라도 쎄게 한번 맞고 끝내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많고요.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면, 금리 인상의 폭과 크기를 그때 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 빅 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휴가를 떠난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물가를 잡아달라는 당부만 했다고 합니다. 한덕수 총리는 물가상승률이 완화됐다는 황당한 통계를 언론에 제시하고요. 물가급등, 금리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 추석 차례상도 편의점 도시락으로 차리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됩니다. 조상님들도 2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에 화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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