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이피디 픽]테라·루나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본문
가상화폐 루나 사태가 일파만파입니다. 한때 10만 원이 넘었던 코인 루나의 가격은 열흘도 안 된 지금 0.2원 수준까지 폭락한 것으로 두고, 애당초 다단계 사기 수법인, 돌려막기, '폰지 사기'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터져나오는 건데요, 여기에 루나 발행업체는 국내 법인을 없앤 것으로 드러나 '먹튀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가 이 코인 발행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거래소 대표 등을 불러서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습니다. 윤재옥 정무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해 청문회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왜 국회까지 나서야 할까요? 예전 방송에서도 전했듯이 까다로운 소비자 보호 장치가 돼 있는 상장 주식이나 펀드·보험 등 제도권 금융상품과 달리 가상화폐의 공시·판매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담당하도록 했지만 자금 세탁 방지와 관련한 사안만 규제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가 나도 이로 인한 피해가 다른 금융권으로 전이될 위험을 모니터링 밖에 할 수 없습니다. 현행법으로는 코인 거래를 강제로 중단시키거나 발행사 혹은 거래소를 제재할 권한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가상화폐 법적권한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국가가 거래를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세금을 걷겠다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며 과세 절차의 중요성만 강조했습니다. 감시나 감독에 대한 언급은 없었죠. 오히려 가상자산 업계에 훨씬 더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가상자산을 시장의 법적 자산으로 인정한다면, 가상자산 거래 역시 유가증권시장과 같은 발행, 유통관리, 규제장치 설정 등 준비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시장의 원활한 작동과 내재가치 일시 증발 등의 위험요인을 방지할 수 있는 논의에도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과 같은 폭락 사태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이런 차이에 많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어느 후보에게 표를 줬는지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청문회 증인으로 권 대표와 함께 국내 코인거래소 대표 등을 불러봤자 소잃고 외양간을 고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350492?ucode=L-VnqkdqZB
하지만 그냥 나둘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투자금 수십조 원이 증발했고, 국내 피해자만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청문회가 열리면 권 대표와 코인 거래소 등이 코인의 폭락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지, 투자자 보호 조치는 제대로 했는지 따져 물을 수 있습니다. 권 대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사태로 이익을 본 것이 없다"고 주장한 것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더라고요. 현재 권 대표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여야가 사전 조사와 증인 출석 요구 등에 합의하면 청문회를 열 수 있습니다.
다만 핵심 증인인 권 대표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고, 국회가 후반기 상임위 구성을 다시 해야 하는 만큼 청문회 개최 논의는 늦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루나를 발행하는 기업 테라폼랩스의 본사 소재지는 싱가포르에 있어 수사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12일에는 권 대표 집의 초인종을 눌러 권 대표 소재를 확인했다 붙잡힌 아프리카TV BJ도 있었죠. 이 BJ는 루나 코인에 20억~30억원이나 투자했다고 주장하는데요. 당시 집에 있던 권 대표 배우자에게 “남편이 집에 있나”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은 권 대표의 배우자를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 보호) 대상자로 지정했다는 군요.
이런 와중에 권 대표는 트위터를 열심히 했나 봅니다. 자신이 세운 지원재단에 “재단이 갖고 있는 자산 내역을 공개했는데, 비트코인이 313개밖에 안 남았다”는 트윗을 올렸다는 군요.
그런데 열흘 전만 해도 8만 394개를 갖고 있었으니까, 8만 개 넘게 사라졌습니다. 현재 시세로 3조 원 어치입니다. 따라서 재단은 비트코인을 판 돈으로 테라의 가격 방어에 다 썼다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나도 할만큼 다했다고 강조한 것이죠.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인지는 확실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일주일 사이 3조 원을 투입했는데도, 테라 가격 폭락을 막지 못하고 다 날린 셈입니다. 게다가 재단은 남은 비트코인 120억 원에 불과합니다. 권대표는 남은 돈을 소액 투자자 보상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전체 손실규모는 50조 원이나 됩니다. 새발의 피인 셈이죠.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권 대표는 다음주 금요일에 제2의 테라 생태계를 만들어 테라를 부활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권 대표가 이렇게 실패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거죠. 실패했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제 꼬꼬문에서도 핀란드에서는 실패의 날을 기념한다고 했으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전제조건이 있겠죠. 실패를 철저히 반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권 대표는 2020년 말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베이시스 캐시(BAC)’를 공동 설립했다는 사실이 들어났습니다. 당시 권 대표는 ‘릭(Rick)’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베이시스 캐시는 이번에 난리가 난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T)와 비슷합니다. 실물 자산에 담보를 둔 것이 아닌 알고리즘 기반으로 코인 1개당 1달러로 가치를 연동시키는 코인입니다. 그러나 베이시스 캐시 역시 테라 사례처럼 가치를 유지하는 데엔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초반부터 1달러 가치가 붕괴하기 시작하면서 17일 기준 0.007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 9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법에 저촉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입니다. 이에 SEC는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고 소환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권 대표는 본인이 한국 국적이며, 본사 역시 싱가포르에 있기에 SEC에 권한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불응했죠. 그러면서 뉴욕 법원에 소환 관련 문건을 제출했고, 권 대표 측은 소환을 거부하겠다는 서류를 냈습니다. 뉴욕 법원은 권 대표가 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으나, 권 대표는 아직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고선 또 다시 테라·루나로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것입니다. 특히 지난번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이번에는 희한한 약속까지 합니다. 20% 이자 보장을 내세운 것이죠. 제로금리에서 간신히 벗어난 시점에 이자가 20%라···. 진짜 보장만 한다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런데 문제가 있죠. 권대표가 주장하듯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는 개당 가격이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데 연동을 하는 것일까요? 1달러에 연동하려면 그만큼 달러나 금, 미국 국채가 있어야 정상이죠. 하지만 권 대표는 자매 코인인 루나와 알고리즘 연동을 통해 시세를 유지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테라 가격이 떨어지면 루나로 바꿔주고 루나 가격이 떨어지면 테라로 바꿔주면 결국 원래 발행 가격이 1달러에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선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며 비트코인을 사들였습니다. 한마디로 시소처럼 말이죠.
그런데 시소놀이도 적당히 무게가 맞아야 되잖아요. 갑자기 너무 무거운 사람이 타면 시소놀이가 불가능하죠. 한꺼번에 대량 매도가 나오면 작동이 멈춘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20% 이자 보장. 이건 폰지사기와 너무나 흡사합니다. 가상화폐 이더리움 창시자는 "20% 수익율은 바보같은 말" 이라고 했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세계 유명 펀드도 이런 약속은 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데도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어 성공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집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기본을 무시하고 실패를 성공으로 만들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루나가 이렇게 폭락하는 와중에도 단기 차익을 노린 사람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거죠. 한 유튜버는 루나가 폭락하던 지난주 목요일밤 3천 9백만 원을 투자했다가, 3천 3백만 원을 날렸습니다.
실제로 루나가 폭락한 다음날에도,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루나는 1,633억 건이나 거래됐습니다. 업비트가 이번 사태 이후 루나로 챙긴 수수료만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업비트로 단타로 들어오는 게 140만 배 거래량이 증가했다고 얘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사실은 들어보셨나요?
루나·테라처럼 상장 폐지된 가상화폐가 얼마나 있을까요? 지난 5년 사이에만 무려 541종이나 됩니다. 투자자 피해액은 1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화폐 시장 규제 완화를 하겠다고 후보시절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는 어떤 대안을 내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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