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백내장 수술 함부로 했다가는 진짜 ‘눈탱이’ 맞는다?! 본문
제가 얼마 전 미용실에 머리를 깎으러 갔을 때 미용실 사장님이 “혹시 백내장 수술 하셨어요”라고 묻더라고요. 노안이 왔는지 눈이 침침해서 안과에 갔는데 백내장 수술을 권해 고민이라면서요. 실손보험들면 돈 한푼 들지 않으니 이참에 백내장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성급히 결정 내리지 말고 백내장이 진짜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백내장이 아닌데도 돈을 챙기려고 수술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고. 믿을 만한 병원에 가서 다시 진찰 받아보시라고 했는데요. 돌아온 사장님 말씀은 믿을만한 병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이 필요없는데도 수술을 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잖아요. 브로커까지 동원해서 과잉 수술을 하는 병원도 수도 없이 적발됐고요.
급기야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국민이 윤석열 새 정부에게 바라는 점을 제안하는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만들었더니 8000건이 넘는 청원 1위가 둔촌주공 재건축이나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관련 민원이 아니라 백내장 관련 민원이었다는 거죠.
그런데 백내장 과잉 수술을 잡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백내장 보험금 미지급 관련 청원글이라고 합니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리일까요?
노안으로 안과를 찾은 사람들은 이런 권유를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실손 보험있으면 서두르라고. 앞으로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니, 시간 지나면 보험금을 받기 어려진다면서요. 바로 백내장 이야기죠. 한쪽 눈 수술에 20분씩, 총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간단한 수술이지만 비용은 1000만원이 넘는데 실손 보험이 있으면 거의 공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해라. 나중에 하면 생돈 1000만원을 날릴 수 있다고 부추기는 거죠.
문제는 이런 꼬임에 넘어갔던 환자들 중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금융당국과 보험협회 등이 백내장 질병이 없거나 수술이 불필요한 것이 명확한데도 시력교정 등을 목적으로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고 지난달부터 단속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음달까지 ‘특별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는데 포상금이 최대 3000만원. 특별신고기간 제보자가 구체적 증거(사진, 동영상, 병원서류 등)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거나 참고인 진술 등 적극적인 수사협조를 할 경우 최대 3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거죠. 신고는 금감원 또는 보험회사로 하면 됩니다.
금융당국과 보험협회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백내장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청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보 주요 3개사의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지난해 월평균 지급액이 112억원에서 올해 1월 149억원, 2월 180억원으로 전년 월평균 대비 각각 33%, 60.7% 증가했다고 합니다. 손보 10개사의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지난해 월평균 지급액은 792억원에서 올해 1월 1022억원, 2월 1089억원으로 월평균 대비 각각 29%, 37.5% 늘었고요. 특히 지급된 전체 실손보험금 가운데 백내장 하나가 차지한 비중이 무려 10%를 넘는다고 합니다. 수만가지 병이 있는데 한가지 병이 10%가 넘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죠. 물론 고령화로 인해 백내장 환자가 늘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과잉수술을 의심할 수 밖에 없죠.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351455?ucode=L-cYlmqQUB
이런 단속이 강화되면서 의사와 상담사의 말만 믿고 백내장 수술을 했던 사람들 중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이같은 피해로 단체 SNS에 모인 사람들이 7백 명이 넘습니다. 이들은 금융당국에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해 소비자원에 들어온 상담은 4월 한 달에만 300건이 넘는데,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백내장 수술이 진짜 필요한 경우도 있잖아요. 백내장은 증상 4단계 중에 3단계 이상이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는군요. 하지만 암처럼 걸렸다, 안 걸렸다 이렇게 판정이 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따라서 의사의 재량이 상당부분 작용한다는 거죠.
여기서 잠깐. 백내장이랑 노안은 비슷하잖아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관련 기사를 살펴보니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노안과 백내장은 둘다 노화로 발생하는 안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차이는 노안의 경우 돋보기를 착용하면 시야가 뚜렷해지지만, 지속적으로 흐리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노안이겠네요.
하지만 명확히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많겠죠.
다시 돌아와서 금융당국과 보험협회가 너무 방치한 것이란 지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수술 다 끝난 환자들에게 지급을 거부할 게 아니라 미리 알릴 수도 있잖아요. 두 군데 이상에서 검증받아라, 아니면 우리가 지정한 병원에서 진료받길 바란다 라며 사전 권고할 수 있고요.
특히 이런 통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의원급 안과 8백여 곳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가능한 백내장 수술이 약 15만 건이 이뤄졌는데요. 절반 이상을 상위 40개 병원이 했다고 합니다. 매우 의심스럽죠.
문제는 이런 상황을 아는 금감원이나 보험사가 왜 손놓고 있었냐는 거죠.
물론 환자들도 조심해야 합니다. 환자들도 혹시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시력 교정 등을 함께 권하는 병원이라면 의심해야 한다는 거죠. 다른 병원에서 한 번 더 확인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일상에서 백내장을 미리 예방하는 방법도 알아두면 좋을 듯합니다. 스마트폰이나 PC 등을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피하고 눈에 충분한 휴식을 줘야겠죠.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눈을 자주 깜빡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군요. 또, 안구 건조는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실내 적정 습도를 유지하고 야외활동 중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일상 속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진짜 백내장이라고 수술을 서두를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외신에 보니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학교 연구팀이 백내장을 수술 대신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군요. 백내장 치료제가 곧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약이 언제 나올지 모르니 심각한 백내장의 경우는 의사와 상의해서 미루지 말고 수술해야 겠죠.
또 한가지. 피부과에 가시면 피부관련 치료를 권유받을 때가 많습니다. 아토피 등 피부 치료용 시술인 리쥬에이드·키오머3를 미용 목적으로 시술을 권하는데 이것도 실손보험이 된다고 꼬드긴다고 하는데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백내장과 마찬가지로 이런 시술도 과잉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주의하셔야 할 듯 합니다.
무엇보다도 공짜라면 양재물을 마신다는 속담처럼 스스로가 행동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 아파서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공짜니까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낸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사기행위가 같습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자꾸 수술을 권한다면 앞서 알려드린대로 신고해서 포상금을 받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 신고는 금감원 보험사기 신고 센터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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