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집값 안 떨어진다”고 장담하더니···이제와서 잠 못드는 영끌족? 본문
전셋값 폭등세 내년에도 계속된다…6.5% 상승 전망···아시아경제 2021.11.04.
"내년에도 집값·전셋값 모두 올라"…일자리 지역 '주목’···한국경제TV2021.11.22.
2022년 부동산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이데일리 2021.12.11.
집값 안 떨어진다… "상승폭 줄겠지만 상승세는 유지될 것"···브릿지경제2022.01.01.
"집값 떨어진다? 올해도 오를 것···여유되면 당장 사야" 서울경제 1월2일자
경제지들이 지난해부터 보도했던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강남불패는 계속된다. 부동산 상승도 지속된다. 당장 영끌해서라도 부동산 사라는 이야기죠.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내집마련하지 못한다고 경고하면서요.
그런데 한달여만에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됐을까요?
거래절벽이란 말이 이젠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2월 들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8곳에서 아파트 매매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군요.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들어 이날까지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거래는 불과 41건. 월 단위 역대 최소 거래량을 경신할 수준의 기록입니다. 특히 강남구를 비롯해 광진·도봉·동작·서대문·성동·용산·중구 등 서울 25개구 중 8개구가 이 기간 거래 0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한 곳은 구로구였지만 6건에 불과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적은 수준일까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7월만해도 4703건이었습니다. 이후 9월 2000건대로 내려앉았습니다. 11~12월에는 1000건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은 815건으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죠. 1년 전(5795건)과 비교하면 86% 감소한 수치입니다. 물론 1월 신고기한(거래 후 30일 이내)이 아직 남아 있지만 1000건 밑으로 떨어져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낮은 거래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2015년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엄청납니다. 2015년은 연간 12만 건이 넘어 월평균 거래량도 1만이 훌쩍 넘었습니다. 100분의 1토막이 난 것이죠.
거래량이 줄면 어떻게 될까요? 가격이 유지되기 힘들겠죠.
2월 첫 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보다 0.01%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습니다. 서울 25개구 중 중랑구(0.01%)를 제외한 24개 구가 하락 또는 보합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집값을 떠받치던 강남4구가 전주보다 0.01% 떨어진 게 눈에 띕니다. 송파가 전주 대비 0.02% 떨어지며 2020년 6월 1주(-0.03%) 이후 88주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 영향을 줬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불과 1주일 만에 5억원이나 떨어진 곳이 있을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런대도 많은 언론들은 전세대란을 운운합니다.
서울 입주물량 반토막…전세난민 쏟아지나···뉴데일리2022.01.30.
그런데요. 지난달 전셋값은 어떻게 됐을까요? 16일 국회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2021년 전국 전세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전세 신규 계약 중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보합한 거래는 5514건으로 전체의 약 53%를 차지했습니다. 12월 아파트 전세 하락·보합 거래 비중은 지난해 기준 최고치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도 하락·보합 거래가 12월 들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신규 거래 중 하락·보합 거래 비중은 55.6%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월(11월) 대비 6.8%포인트(p) 늘어난 수치입니다.
많은 경제지들은 아파트 상승세가 꺾이면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전세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난리쳤는데요. 전세 구하기 점점 힘들어질 것. 앞서 뉴데일리처럼 전세난민이 늘어날 것이라면서요,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반대죠.
전세대신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처음으로 7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2년 새 40% 급증해 역대 가장 많았는데요. 지난 2019년 5만1,000건 수준에서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해 임대차 3 법이 시행된 2020년엔 6만800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체 전월세거래에서 월세가 자치하는 비중도 37.4%에 달해 역대 최고치인데요. 올 1월 월세 비중은 42%로 더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보증금이 월세 240개월치보다 많은 준전세가 지난해 3만3,000여 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는데요. 준전세는 보증금도 많은데 매달 월세도 내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월세가 늘어난다? 혹시 전세난민 때문일까요?
임차인 입장에선 전세보다 월세살이가 좀 더 유리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 전세금을 대출받은 분들은 최근에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 대략 4~5%대이고, 이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7%가 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따라서 월세보다 대출받은 전세자금 이자가 더 비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월세가 더 이득이라는 거죠. 게다가 무주택 세대주로서 총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인 노동자,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을 임차하는 경우라면 연말정산 때 월세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습니다. 굳이 전세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집주인들 입장에서도 금리가 올랐어도 예금이자보다는 월세 수익이 높고,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월세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월세를 선호한다는 거죠.
즉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전세가 세계 트렌드에 맞게 월세로 재편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전세난민이라고 지적질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요?
또 하나의 부동산 시장 트렌드가 있습니다. 그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던 아파트 가격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높은 분양가였죠. 시세보다 훨씬 높은 분양가로 건설사들이 엄청난 이득을 챙기면서 주변 시세까지 다 끌어올렸잖아요.
그런데 최근 분양시장에서도 하락 기류가 감지되자 건설사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나섰습니다.
지난해 10월 입주가 시작된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 아파트의 경우, 최근 보류지 6가구를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했는데 시세보다 1억 5천만 원가량 낮은 가격에 팔렸습니다.
보류지는 조합이 향후 조합원 수 변화와 소송 등에 대비해 분양을 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물건을 뜻하는데 그동안에는 시세에 맞춰 나와도 잘 팔렸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믿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최근 보류지는 입찰자가 없어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달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다가 취소했습니다. 분양가를 낮춰 재공급하겠다는 거죠. 더 나아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분양가와 대출 장벽을 낮춰 미분양 가능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라는 군요,
올해 서울 첫 분양 단지인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GS건설 알선으로 9억 원 초과 주택의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조정했습니다. 분양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자,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분양가, 대출 문턱을 대폭 낮춘 겁니다.
이쯤되면 올해 전셋값 폭등세 계속된다, 집값·전셋값 모두 올라라고 했던 언론들이 해명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한두달 전의 이야기와 너무나 다르잖아요.
이런 지적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부동산 보도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를 공개했는데, 연구서에 따르면 응답자 1005명 중 84%는 "부동산 보도가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합니다. 지금 집사지 않으면 평생 부동산 못산다는 경고에 두려움을 느껴 실제 영끌한 사람들도 있다는 거죠.
그럼 언론에 속은 분들은 소송해야 하지 않을까요? 너네 들 때문에 영끌했는데 책임지라고요. 건설사 보도자료만 가지고 실시간 중계하듯 보도하는 관행, 제발 사라져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분석해서 써야지 전문가 멘트라고 그대로 내보내니 틀려도 말고 식의 보도가 쏟아졌잖아요. 공포를 부추기면서요. 이젠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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