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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진실

최저임금으로 빅맥을 가장 많이 먹을 수 있는 나라는?

경불진 이피디 2020. 11.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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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이슈 중의 하나가 최저임금입니다. 올해는 노사 양측의 입장이 더욱 엇갈리고 있습니다. 노동자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알바, 플랫폼 노동자, 하청,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지키는 안전망인 최저임금의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용자측은 중소 영세 사업장이나 소상공인이 지난 3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경영난을 겪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치명타를 맞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 하락또는 동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애청자 여러분들은 어떤 측의 의견에 동의하는 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많은 분들이 쉽게 결정하기 힘들어하실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힘들어진 최저임금 노동자도 불쌍해 보이지만 최저임금을 주는 중소 영세 사업장이나 소상공인도 힘들어 보이거든요. 물론 경불진의 현명하신 많은 애청자님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최저임금보다 재벌 대기업의 갑질과 비정상적인 임대료라는 사실은 알고 있긴 하지만요.

 

아무튼 최저임금 논란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통계를 지금부터 살펴볼까 합니다. 우선 전세계에서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나라는 몇나라나 될까요? 100개국 150개국?

 

정답은 정확한 수를 알기 힘들다입니다. 이유는 각 나라의 경제상황이나 사회· 문화에 따라 우리가 이야기하는 최저임금과 비슷한 것이 있는 나라들이 많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최저시급이 딱 정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국민들만 적용하는 국가들도 많고요. 예를들어 사우디 같은 경우는 공공부문에는 월 800달러의 최저임금을 적용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예외고 민간부분에는 최저임금이 아예 없습니다. 짐바브웨는 농업과 가사 노동자에게만 최저임금 월 227달러를 규정하고 있죠. 스위스도 일부 주에서만 시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나라들도 최저임금제도가 있다고 해야 할지 좀 헷갈립니다.

 

특히 아예 최저임금이 시행되고 있지 않은 나라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선진국인데요.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키프로스, 리히텐슈타인,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입니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은 왜 최저임금이 없을까요? 이들 유럽 국가에서는 노사 간 협상에 의해 자율적으로 정해지는 임금 시스템에 국가가 법적, 제도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고 있습니다. 대신 착취 노동과 무보수 노동을 불법으로 규정하죠. 이렇게 자율적으로 임금이 정해지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대체로 노조가 강하기 때문에 저 나라들의 평균 시급은 웬만한 국가들의 최저임금을 아득하게 능가합니다. 2018년 기준으로 스웨덴은 약 48천원, 덴마크는 약 57천원, 노르웨이는 약 66천원에 달합니다. 게다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서울과 물가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 나라들보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오히려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특정 직종(청소부, 경비원)을 제외한 모든 직종에 최저임금이 없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본격적인 통계입니다. 세계에서 최저 임금이 가장 높은 10 대 국가는 어디일까요?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금, 연차 휴가, 병가, 직원의 사회 보험료, 공휴일 및 지정된 국가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기여금은 다 뺀 순위입니다. 즉 공제 전의 최저임금 실제 금액으로 순위를 매긴 것입니다. OECD가 조사해서 발표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요.

 

그럼 대망의 1위는 어디일까요? 대표적인 복지국인 북유럽 국가들이 빠져버려 좀 어려운데요. 그래도 영국? 미국? 독일? 등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아마 정답을 맞히신 분은 한명도 없을 듯한데요.

 

1위는 놀랍게도 룩셈부르크입니다. 네덜란드, 벨기에와 함께 베네룩스 3국으로 불리는 나라죠. 룩셈부르크는 1 인당 GDP에서도 114000달러로 당당히 세계 1위입니다. 때문에 최저임금도 세계 탑이죠. 2020년 현재 룩셈부르크의 최저임금은 13.78달러입니다. 우리돈으로 16600원 정도 하는 군요. 우리나라의 2배가 넘습니다. 특히 룩셈부르크의 이같은 최저임금은 18세 이상의 미숙련 노동자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숙련된 노동자는 20%를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계산으로 19000원이 넘군요.

 

그럼 2위는 어디일까요? 아무래도 룩셈부르크만큼 잘사는 나라중에 있을텐데요. 참고로 1인당 GDP순위는 1위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스위스, 노르웨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미국, 덴마크, 호주, 스웨덴 순입니다. 이중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덴마크, 스웨덴은 최저임금이 없다고 했으니 스위스, 아일랜드, 미국, 호주의 싸움일텐데요. 어디일까요?

 

2위는 호주입니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12.14달러입니다. 14000원이 넘는 수준인데요. 1인당GDP57305달러로 9위이지만 최저임금 순위는 2위군요. 특히 최저시급은 그야말로 기본이고 노동자의 연령이나 숙련도에 따른 수당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최저시급보다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호주인에 해당하는 이야기고요. 워킹홀리데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합니다.

 

그럼 3위는 어디일까요? 앞서 1인당GDP 10위에서 빠져있던 아일랜드, 미국 중 하나일까요? 놀랍게도 3위는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노동자의 나라 프랑스입니다. 프랑스의 2020년 최저시급은 11.66달러. 14000원이 살짝 넘는군요. 프랑스는 1인당 GDP41463달러로 세계 22위이지만 최저임금은 3위라니. 역시 노동자의 나라라고 불러도 될 듯합니다.

 

영광의 4위는 어딜까요? 2위 옆에 있는 나라입니다. 뉴질랜드. 뉴질랜드의 최저임금은 11.2달러입니다. 1인당 GDP41966달러로 세계 20위인 걸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순위죠.

 

그럼 5위죠. 유럽의 강국 독일입니다. 최저시급이 10.87달러군요. 1인당 GDP48195달러로 세계 15위고요. 다만 독일은 노사 협상으로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더 높다는 군요.

 

이제 6위는 어디일까요? 네덜란드입니다. 10.44달러로 우리 돈으로 12500원 정도하는 군요. 1인당 GDP52978달러로 세계 11위고요. 재미난 것은 네달란드의 최저임금은 주당 40 시간 기준으로 차이가 큽니다. 그럼 주당 40시간 이상이 많을까요? 이하가 많을까요? 우리 정서로는 더 많이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시급을 줄 것 같죠. 하지만 네덜란드는 주당 40시간 미만에 더 많은 최저시급을 준다고 합니다.

 

그럼 럭키 세븐차례인데요. 벨기에군요. 10.38달러입니다. 벨기에의 1인당 GDP46566달러로 세계 16위고요. 특히 벨기에의 최저시급은 고용기간이 길수록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죠.

 

그럼 8위는 어느 나랄까요? 한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를 자랑했던 영국입니다. 10.34달러입니다. 영국은 1인당 GDP41966달러로 세계 20위지만 최저임금 순위는 매우 높군요. 특히 영국의 최저 임금은 연령별로 세분화한 것이 장점입니다. 나이가 올라갈수록 당연히 최저임금도 상승하죠. 25세 이상의 최저시급은 11.03달러입니다.

 

9위는 영국 옆 아일랜드입니다. 9.62달러군요. 아일랜드는 1인당 GDP77449달러로 세계 4위지만 최저임금 순위는 9위에 그쳤네요. 최저임금 체계도 좀 독특합니다. 18 세 미만의 직원은 공식적인 최저시급의 70 %만 받습니다. 18 세 이상의 직원도 입사 첫 해에는 80%만 받죠. 두번째 년도가 되도 90%에 그칩니다. 1인당 GDP는 높은데 좀 실망스럽죠. 아마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을 유혹하기 위해 이런 짓거리를 했을 것이란 추측이 드네요.

 

그럼 마지막 10위는 어디일까요? 1인당GDP 10위에서 미국이 아직도 안 나왔는데요.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미국 바로 위 캐나다입니다. 9.52달러군요. 캐나다는 1인당 GDP46556달러로 세계 17위고요. 다만 캐나다의 최저 임금은 주별로 결정하기 때문에 차이가 큽니다.

 

지금까지 최저임금 10위까지 알아봤는데요. 미국이 아직 없죠. 우리나라와 일본도 없고요. 그래서 궁금한 나라 몇 개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순서대로 11위는 일본입니다. 9.01달러군요. 1인당 GDP39286달러로 세계 23. 최저임금을 시행하지 않는 복지국가들을 감안하면 그저그런 순위네요.

 

12위가 이스라엘이고 13위에 가서야 미국이 나옵니다. 7.25달러입니다. 미국은 1인당 GDP62641달러로 세계 7위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 낮은 순위입니다. 인종갈등의 원인이 빈부격차에 있다는 지난 방송을 다시 증명해주는 것 같군요.

 

그리고 그 다음 14위가 한국이군요. 6.84달러. 올해 최저임금 8590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인당 GDP3346달러로 세계 26. 1위당 GDP와 최저임금 순위가 일본과 차이가 딱 세계단 씩입니다. 빠른 시간내에 일본에게 세계단을 앞서야 할텐데요.

 

지금까지 세계 GDP와 최저임금 순위를 살펴봤는데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3050클럽에 가입한 국가답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또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려야 할까요? 동결 또는 내려야 할까요?

여러분의 판단을 돕기 위한 통계를 하나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최저임금과 함께 서민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지표가 물가죠. 전세계의 물가수준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높여야 할지 내려야할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텐데요. 이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지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빅맥지수입니다. 세계적으로 똑같은 품질·크기로 판매되는 제품인 맥도날드 빅맥의 가격으로 각 국의 물가를 비교해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영국에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분기에 발표하는 지수인데요.

 

가장 최근 빅맥지수를 볼까요? 1위에 세계 56개국의 빅맥지수를 발표했는데요. 1위는 바로 스위스입니다. 빅맥 하나가 6.71달러나 된다는 군요. 2위는 노르웨이 5.97달러, 3위가 놀랍게도 맥도날드의 나라 미국이군요. 빅맥지수는 5.67달러입니다. 4위 스웨덴 5.44달러, 5위 캐나다 5.18달러 순인데요. 이후로 예상치 못한 나라들이 나오는군요. 6위 이스라엘 4.91달러, 7위 브라질 4.80달러, 9위 우루과이 4.78달러. 상당히 의외죠.

 

그럼 우리나라는 몇위일까요? 3.89달러로 18위입니다. 빅맥이 4600원 정도하나요? 놀랍게도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싸군요. 3.54달러로 26위입니다. 중국은 3.12달러로 36위고요. 딱 보기에도 빅맥지수로 본 우리나라의 물가가 비싸보이죠.

 

그러면 최저시급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빅맥지수와의 관계를 따져볼까요? 최저시급으로 빅맥을 많이 사먹을수록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볼 수 있겠죠.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각 나라의 인건비나 세금, 정부 규제, 경쟁상황 등 다양한 가격결정 요인들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데다, 각 나라에서 팔리는 빅맥이 똑같은 규격인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최근에는 제품 가격으로 물가수준과 적정환율을 가늠하는 지수로 빅맥지수 이외에도 김치지수, 애니콜지수, 아이팟지수 등도 있다고 하는데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안타깝게도 최저임금 통계와 빅맥지수가 모두 있는 나라는 전세계 18개국밖에 안됩니다. 따라서 한계는 더욱 있죠. 그래도 비교해보면 의미는 있겠죠.

 

그래서 두 데이터를 엑셀로 비교해 봤습니다. 최저시급으로 가장 많은 빅맥을 먹을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1위는 놀랍게도 터키입니다. 터키는 최저시급이 6.05달러인데 빅맥지수는 2.20달러에 불과해 무려 2.73개나 먹을 수 있군요.

 

2위는 최저임금 세계 2위인 호주입니다. 최저시급으로 빅맥 2.72개를 먹을 수 있습니다. 3위는 최저시급 4위인 뉴질랜드군요. 2.6개를 먹을 수 있네요. 4위는 놀랍게도 일본입니다. 최저시급 순위는 11위지만 빅맥지수도 26위에 그쳐 최저시급으로 빅맥 2.54개를 먹을 수 있습니다.

 

5위는 영국 2.34개이고요. 6위는 캐나다 1.83개입니다. 그 다음 7위가 한국이군요. 최저시급으로 빅맥 1.75개를 먹을 수 있네요. 8위 이스라엘 1.61, 9위 체코 1.37, 미국은 겨우 10위입니다. 1.27개에 그치는 군요. 그럼 최저시급으로 빅맥을 가장 적게 먹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우리나라의 최장시간 노동 1위자리를 다투는 멕시코입니다. 멕시코 노동자들은 최저시급으로 빅맥 0.39개 밖에 못 먹습니다. 빅맥하나 먹으려면 무려 3시간 넘게 일해야 하네요. 그래서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지는 모르겠습니다.

 

자 어떠신가요? 최저임금에 대한 기존 생각이 좀 달라지셨나요?

 

참고로 얼마전 청년유니온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편의점과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이 주당 평균 17.8시간 일을 하지만 주휴수당을 16%만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죠.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법적으로 지급해야할 고용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청년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이는 지난 58일부터 67일까지 총 660명의 39세 이하 청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이들은 평균 주 17.8시간 일하며 시간당 임금 8665원을 지급받았고 월 평균임금은 약 67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비율은 63.9%였으며 주휴수당 위반은 62.5%나 됐습니다.

 

물론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업주는 10년 전에 비해 상황이 좋아지기는 했습니다. 주휴수당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위반율을 계산해봤을 때 10년 전인 66%에 비해 올해는 11.7%로 위반율이 1/6가량 뚝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초단시간 고용으로 사측에서 필요한 고용인력을 '쪼개기'해 청년 노동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이죠. 초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주휴수당, 연차휴가, 퇴직금 등 각종 사회보험 혜택에서 법망에서 빗겨가 있는 상태입니다. 결국 주 30시간 고용 인력을 뽑아서 사회보험 혜택을 줘 월급을 인상시키느니 주 15시간 인력 2명을 뽑아 최저시급만 주고 고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분들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여유가 있는 중견·대기업들도 이런 짓거리를 한다는 점이죠. 정규직 노동자를 써야할 자리에 초단시간 노동자를 쓰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는 어떻게 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하죠. 이에 대한 국회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https://youtu.be/x7s3J0EUn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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