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행복경제학을 아시나요? 본문
행복경제학. 좀 이상하죠? 행복이란 것이 측정 불가능하잖아요. 상당히 주관적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모든 것을 수치화하려는 주류 경제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행복은 측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돈 많은 사람이 행복하겠거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주류 경제학이죠. 하지만 돈 많다고 행복한 것은 결코 아니잖아요. 돈이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결코 아니죠. 곧 감옥에 갈지 모르는 조단위 갑부 재드래곤이 행복할 것이라고 여기는 국민은 많이 않잖아요.
그런데 행동경제학 등 비주류 경제학이 주류경제학의 이런 모순을 지적하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행복경제학입니다. 돈 보다는 가족·복지·환경·문화 등과 같이 우리의 삶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행복경제학이죠. 정말 행복경제학이라는 것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하실 수 있는데요.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런던정경대학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님이 행복경제학의 대가, 아버지로 불린다고 합니다. 레이어드 교수님은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경제자문을 지내기도 했는데요. 2011년에 펴낸 저서 ‘행복의 함정’이란 책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분입니다. 레이어드 교수님은 행복경제학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인간의 물질적 욕망에는 만족점(Satiation point)이란 게 있어 어느 정도 욕심을 채우면 더 이상 욕구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일정수준을 넘어선 이후부터는 돈이 아무리 많아져도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는 주장이죠. 즉 일정수준을 훨씬 넘어선 재드래곤이나 몽구엉아는 매년 수십조원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반면 일정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이피디·박피디는 단돈 10만원만 꽁돈이 생겨도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행복해하고요. 조중동 기자나 자한당에서는 결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요.
레이어드 교수님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단언합니다.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으며, 그 어떤 나라에서도 소득은 행복의 주요 요소가 아니다.”
레이어드 교수님은 특히 부유한 나라에서는 소득의 한계효용(소득이 늘 때 추가로 발생하는 만족감)이 낮기 때문에 사람들은 행복을 경제적 이익에 종속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해 인간관계, 건강 등과 같은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 가치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며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관계지만 일터와 공동체에서 맺는 인간관계도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레이어드 교수님은 이런 면에서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유럽에서는 18세기 계몽운동 때부터 행복을 정책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당시에는 행복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해 이를 최대화하는 방법을 몰랐지만, 이제 정부가 정신 건강, 가족관계 등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파악한 이상 정책의 우선순위를 이에 두고 추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이젠 MB때 말도 되지 않는 ‘부자 되세요’에서 벗어나 ‘행복하세요’라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죠. 2018년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57위에 불과한 순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레이어드 교수님은 강조합니다.
“성인기 삶의 만족도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변수는 아동기의 학업 성취도가 아니라 정서적 건강이라며 어릴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평생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고요.
아들들에게 성적을 강요하고 경쟁을 시키기 보다는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느끼게 해줘야 어른이 돼서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긴데요. 말은 쉬운데 실천은 쉽지 않죠.
레이어드 교수님은 “행복도가 높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학교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가르치며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우하도록 교육해 사회적 신뢰를 강화했지만 미국이나 영국은 서로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교육 정책을 펼쳐 상호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한국은 지금이라도 경쟁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사회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중동과 자한당에서는 동의하기 힘들겠지만요.
여러분은 레이어드 교수님이 한국 사회에 던진 충고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기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일정수준을 넘어선 이후부터는 돈이 아무리 많아져도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정말일까하는 의심도 드시고요? 우선 행복경제학에 대한 검증을 해보겠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앵거스 디턴 프리스턴대 교수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갤럽이 2008~2009년 미국 성인 4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공동으로 분석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가’. 그리고 0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한 것이죠. 또 ‘어제 하루 대부분 동안 어떤 감정을 느꼈나’를 질문하고 ‘스트레스’ ‘행복’ ‘즐거움’ ‘근심’ 등에서 고르도록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소득과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것이죠.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는 계속 올라가는 반면 행복감은 연봉 7만5000달러(약 8400만원)에서 멈췄다는 군요.
잠깐. 행복과 만족이 다른 것일까요? 여기에는 철학적인 해석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우선 행복은 마음의 상태와 감정으로 정의됩니다. 인간은 행복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조차도 모든 요구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만족은 욕망이 충족되는 상태입니다. 바라는 것들을 소지하고 즐기는 곳에서 만족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 재드래곤 같은 사람은 만족은 할 수 있지만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설명 드리면 어떨까요? 이피디같은 경우에는 막걸리 한잔에도 행복을 느낍니다. 물론 만족도 높아지고요. 반면 재드리곤이 막걸리를 먹는다면 어떨까요? 알콜에 대한 만족은 조금 높아지겠지만 결코 행복하진 않겠죠.
이처럼 소득이 높아질 경우 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정비례로 높아지죠. 하지만 행복감은 소득이 일정 수준, 즉 8400만원을 넘어서면 더 이상 높아지지 않습니다. 저희도 최고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빨리 연봉 8400만원이 되면 좋을텐데요.
아무튼 돈이 많으면 주위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만큼 삶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지만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하진 않다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이해되시죠? 네이버 노조가 많은 연봉에서도 파업하는 이유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란 사실도 알 수 있으시고요. 여기에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서 행복도가 높아진 것이 의미있다는 학자들의 주장도 고개가 끄덕여지시죠.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퍼듀대학과 버지니아대학의 심리학자들이 앞서 연구의 업그레이드 판을 내놨습니다. 이 연구는 지난해 월간 네이처 1월 호에 실렸는데요. 이 연구는 전세계 164개국 170만 명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를 토대로 분석했다고 합니다. 특히 나라별 소득은 구매력을 토대로 평균 계산했고 삶의 만족과 행복감에 관한 질문을 병행했다는 군요. 아무튼 규모면에서 디턴 교수와 카너먼 교수의 45만명 분석보다 훨씬 설득력 있겠죠.
그럼 결론은 뭘까요?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시작점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6700만원~ 8400만원(6만~7만5000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삶의 행복도는 약 1억 600만원(9만5000달러)에서 가장 높았죠. 물가와 임금의 상승으로 금액 자체는 바뀌었지만, 연소득과 행복의 비례상승은 앞서 디턴과 카너먼 교수의 연구에서처럼 일정 금액까지만 비례했습니다. 특히 이후 행복감은 소득과 별개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석을 담당했던 연구원은 “행복을 위해서는 끝없이 많은 돈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기준치가 있다”며 “욕구의 최적점에 도달한 뒤에는 더 많은 물질을 얻으려는 욕망에 휩싸이게 되고 사회적 비교에 집착하게 되면서 행복감이 오히려 낮아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강남의 졸부, 땅콩일가, 갑질 재벌가 등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물론 연봉 6700만원 이전 까지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도 높아지긴 하지만요. 우리도 빨리 이런 연봉 받고 싶네요.
지금까지 살펴본 행복경제학 어떠신가요? 수치만 따지고 돈만 밝히는 기존 경제학보다는 훨씬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실제 서민들의 삶에 딱 맞는 경제학 같기도 하고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의미있고 네이버 노조가 파업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행복경제학에 딱 맞는 유머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행복경제학과 관련해 곱씹으면서 들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밤샘 야근에 휴가도 없이 일만해서 회사 고위직에 오른 인물이 있습니다. 어차피 유머니까 기분이라도 좋게 이피디라고 할께요. 이피디가 JTBC 임원에 올라 연봉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액연봉을 받았다는 것이죠. 이피디는 당연히 비싼 집도 샀겠죠.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군요. 강남에 타워팰리스? 요즘은 더 뜨는 곳이 있다고 하던데요. 아무튼 으리으리한 집에 가구도 최고급, 가전도 눈 돌아갈 만큼 고급을 들였다고 합니다. 커피잔 마저도 유럽 왕실에서 내려온 초고가를 장만했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고생을 한꺼번에 보상 받으려는 듯이 돈을 쏟아 부었다는 것이죠. 어마어마한 연봉이 있으니 가능하겠죠.
그런데 어느 날 이피디가 갑자기 집에 들일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하도 급한 일이라 가정부에게 연락도 못하고 갔다는 것이죠. 그런데 거기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는 군요. 가정부가 자신이 마련한 최고급 가구에 앉아 최신 가전을 켜고 최고가 커피잔으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에 무슨 말일까요? 고액 연봉자인 이피디 본인은 비싼 소파, 찻잔, 가전 등을 구입만 했을 뿐 바쁜 업무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못했는데 저소득자인 가정부는 최고급 가구와 가전, 커피잔을 하루 종일 공짜로 즐기고 있던 것입니다.
이피디와 가정부 중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일까요? 여러분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대답은 달라질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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