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세종대왕과 새로운 경제이론 'MMT' 본문
가장 존경하는 인물하면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분이 계시죠. 바로 조선의 4대 왕인 세종대왕님이시죠. 세종대왕은 한글은 물론 측우기, 해시계, 물시계 등 당시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지원하신 분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세종대왕의 수많은 업적 중 덜 알려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복지 정책인데요. 당시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아니 현대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복지정책을 만드셨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장애인 지원 정책입니다. 우선 장애인 부양가족에게는 시정을 줬습니다. 부모의 나이 70세 이상인 사람에게도 시정을 줬는데요. 시정이 뭘까요? 시정이 뭘까요? 각종 국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징표였습니다. 즉 국역에서 빼주는 대신 장애인이나 나이 드신 부모님을 잘 돌보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장애인 활동 보조인, 장애인 돌보미, 사회복지사와 비슷한 제도인 셈입니다. 특히 이런 시정은 아들이 먼저 죽으면 손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도 했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세종대왕은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도 시행했습니다. 국가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한 것은 세계 최초가 아닐까요? 아무튼 어떤 교육이냐면요. 점괘를 치는 점복사, 경을 낭독하는 독경사,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 등의 교육입니다. 시각장애인도 자기 밥값을 할 수 있는 전문직 교육을 시킨 셈이죠. 무려 600년 전에 말이죠. 그럼 서민들을 위해서만 이런 정책을 썼을까요?
세종대왕 때 유명했던 명재상 문경공 경재 허조 선생이 있습니다.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까지 오른 그야말로 실세중의 실세였는데요. 조선왕조의 인사원칙을 확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허조 선생은 놀랍게도 어깨와 등이 유난히 구부러진 분이었습니다. 척추장애인이었던 거죠. 척추장애인을 지금으로치면 부총리에 올려다니 놀랍지 않나요.
세종대왕은 아동복지 분야에서도 놀라운 정책을 마련했는데요. 의탁할 곳 없는, 버려진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그들을 관찰하며 돌보도록 담당관청을 지정했습니다.
지역별로 관비를 선발해 제생원에서 가르친 후 부녀자를 치료하게 한 의녀제도 확충도 세종대왕의 세심한 여성복지 정책의 하나인데요. 의녀는 지금으로 치면 간호사입니다. 그럼 세종대왕이 왜 의녀를 확충했을까요? 당시 유교가 지배하는 사회였기 때문에 남녀가 유별한 탓에, 부녀자들이 남자들인 의원에게 진료받기를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병을 숨기거나 참다가 시기를 놓치고, 그러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죠, 이를 안 세종대왕이 부녀자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녀를 확충한 것입니다. 세종대왕의 맞춤형 복지지원 정책인 셈이죠. 놀랍죠.
노인복지에서도 빼어났는데요. 나이 90이 된 자에게는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쌀 2석을 하사했다고 합니다. 귀한 쌀을 양반, 사대부 관료가 아닌 천인에게도 줬다는 것이죠. 또 나이 80이 된 자는 나라에서 베푸는 양로연에 참석하게 해서 위로했답니다. 이것도 역시 신분귀천을 가리지 않고 말이죠.
지금도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지정해서 이 날을 전후해서 모범 노인과 관련해 유공자 표창, 기념식과 위로행사를 하고 있죠. 정부와 지자체가 후원하고 대한노인회 주관해서 시행하고 있는데요. 어째 600년 전보다 미흡해보지이 않나요?
아직 놀라기에는 이릅니다. 세종대왕의 복지 정책의 결정판이 있기 때문이죠. 바로 출산휴가입니다. 출산휴가는 600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아직 익숙하지 않죠. 익숙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쓰지 못하게 막고 있죠. 실제로 지난 8일 KBS 뉴스를 보니 첫째 자녀를 임신한 직장여성 3명 중 2명이 경력 단절을 겪는다고 합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고 출산휴가를 쓰겠고 했더니 “양심이 없다”는 질책을 받았다는 여성노동자도 있다고 합니다. 아니 어떻게 아이를 임신한 것이 양심이 없는 것일까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놈의 양심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편해서 애를 낳지 않는다는 황당한 타박만 할 놈일테니까요. 아무튼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 결과 첫째 아이를 임신한 뒤 직장여성 66%가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일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직장을 유지하던 나머지도 둘째를 임신하면 그중 절반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군요. 이런 상황에서 출산휴가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600년 세종대왕은 출산휴가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냥 하루 이틀 쉬게하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현재 대한민국의 회사들이 양심없다고 타박하며 주는 출산휴가와 비교해볼까요. 일단 현재 대한민국의 출산휴가는 자녀가 한명일 때는 90일, 쌍둥이 등 두명이상일 때는 120일을 줍니다. 출산휴가 동안의 급여는 대기업의 경우 60일분은 회사에서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나머지 30일분은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며 중소기업의 경우는 90일간의 휴가 급여를 고용보험에서 지급하고 (월 1,600,000원 한도) 최초 60일분은 회사에서 통상임금과 출산 전후휴가 급여의 차액만큼을 지급합니다.
배우자도 출산휴가를 쓸 수 있죠. 배우자 출산휴가는 5일, 그중에서 3일은 유급휴가입니다.
그럼 세종대왕은 출산휴가 정책은 어떨까요?
세종대왕은 가장 낮은 자, 노비신분인 관비들에게도 출산휴가를 보장했습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척 놀랍죠.
그런데 원래 조선 초 관비에게 주어지는 출산휴가가 없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겨우 7일. 출산하고 몸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복직해서 또 고된 일을 하니 관비들 사망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런 사실을 안 세종대왕은 세종 8년, 4월 17일 관비들에게 출산휴가 대폭 늘렸습니다. 그럼 얼마로 늘렸을까요. 기존에 7일이었으니 한 30일정도? 놀랍게도 100일입니다. 잠깐 이건 현재 출산휴가 90일보다도 많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해도 관비들의 출산 후 사망률이 줄지 않았다고 합니다. 출산 직전까지 죽도록 고된 노동을 해야 하니 난산에 사산도 많았고, 그 영향으로 출산하는 관비들의 사망률도 여전히 높았답니다. 현재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군요.
아무튼 이를 확인한 세종대왕은 세종 12년 10월 19일 또다시 영을 내립니다. 관비들에게 출산 직전 1개월 전 출산휴가를 쓰도록 했습니다. 그럼 어찌되는 것일까요? 출산 전 1개월에 출산 후 100일. 총 130일의 휴가가 보장된 것이죠.
그런데도 출산 후 사망률이 줄지 않았습니다. 관비들이 출산 후 몸조리를 해야하는데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세종대왕은 세종 16년 4월 26일 또 영을 내립니다. 관비들의 남편에게 30일의 출산휴가를 주어 산모와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했다는 군요. 현재 남편들의 출산휴가는 겨우 5일이잖아요. 문재인 정부가 올해부터 남편의 출산휴가를 10일로 늘린다고는 하는데 좀 부족해보이죠.
그런데 세종의 이런 정책에 반대는 없었을까요? 관비에게도 출산휴가를 쏘는 세종대왕에게 사대부관료들은 자기들에게도 해주지 않는 배려를 한다고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세종대왕은 한마디로 물리쳤는데요.
“그대의 집에는 그대를 대신해 부인을 보살펴 줄 이가 많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아무리 세종대왕이 복지에 예산을 쓰고 싶어도 돈이 없었으면 불가능할텐데요. 막대한 재원이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앞서 살펴봤듯이 세종대왕은 측우기, 해시계, 물시계 등 과학기술을 발전시켰죠. 바로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또 이양법 보급에도 힘을 쓰셨습니다. 날씨와 땅, 종자 보관과 뿌리기, 모내기, 김매기, 물 대기, 거름주기 등이 자세히 적힌 ‘농사직설’을 편찬해 널리 배포했죠. 경복궁 후원에 직접 1결(약 4,000㎡)의 땅을 갈아 유효성도 검증했습니다. 이 덕분에 어떻게 됐을까요? 농업생산력이 급증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세종대왕 때 농업생산력이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합니다. 덕분에 부농층이 성장했죠. 여기에 4군6진의 개척 등으로 땅도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세수가 넘쳐났습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죠. 이렇게 늘어난 세수를 놓고 세종대왕을 현대국가와 비교할 만큼 과감한 복지정책을 펴신 것입니다. 자한당이나 보수언론 등의 주장처럼 세금을 깎은 것이 아니라요.
물론 조세개편은 하셨죠. 우리가 고등학교때 무작정 달달 외우며 배웠던 ‘연분 9등, 전분 6등법’인데요. 이전까지 세금은 조관이나 감사가 해당 지역에 나가 그해의 곡물 산출량을 조사해 올리면 그 기준에 따라 세금으로 거두어 들일 미곡의 양을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조사의 정확성과 야합이었습니다. 관리가 해당 지역 양반과 친분이 있을 경우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나라의 세금을 정하는 일은 쉽사리 결정할 일이 아니니 백성의 뜻을 물어보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종대왕은 모두가 알고 또 납득할만한 세금 납부가 되기를 바라신 것이죠. 이후 5개월 동안 백성의 의사를 묻는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총 17만여 명을 대상으로 가부를 알아 본 결과 9만 8000여 명이 찬성, 7만 4000여 명이 반대를 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를통해 그 유명한 토지의 비옥도와 풍흉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연분 9등, 전분 6등법’을 마련한 것입니다. 기존 3단계 세법을 더욱 세분화해 부자에게 많은 세금을, 가난한 사람에게는 적은 세금을 내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자한당이나 보수언론이 그토록 싫어하는 부자증세였던 셈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도 세종대왕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취약계층, 서민들을 특별히 생각한다는 점에서 닮은 점도 많죠. 특히 세수가 넘친다는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문재인 대통령도 세종대왕처럼 과감한 복지정책을 도입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리라 믿습니다. 자한당, 보수언론이 반대가 극심하더라도 기본 소득 등을 과감히 추진하는 국민투표를 해보면 어떨까요? 세종대왕 때만큼 출산휴가를 늘리고 아동·노인·장애인 복지를 확충해보면 어떨까요? 서민들의 삶을 돌보는 소방관, 사회복지사와 같은 공무원도 팍팍 늘리고요. 세금이 25조원이나 남는다고 자한당이나 보수에서 난리치는데 서민들의 삶이 쓰면 되잖아요. 600년 전 세종대왕도 했던 일이라면서요.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 이론도 있습니다. MMT(Modern Money Theory·현대화폐이론)라고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이 이론은 멀게는 18세기 영국 경제학자 제임스 스튜어트, 가깝게는 20세기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조지프 슘페터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요. 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와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등 스타 진보 정치인들이 주창해 화제가 된 이론입니다.
그동안 진보 정치인들은 큰 정부, 과감한 정부지출, 공공 서비스 확대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번번이 ‘정부 부채나 재정 적자를 늘려 국가 경제를 불안케 한다’거나 ‘시장에 과도한 통화를 공급해 물가 급등을 초래한다’는 반박에 힘을 얻지 못했죠. 하지만 MMT는 이런 반박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짚고 있습니다. 오히려 주류경제학에서 강조하는 균형재정론이 때로는 국가 경제를 망가뜨리고 가장 어려운 계층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주장하죠. 신재민이 홍카콜라 마시면서 공부해야 할 내용인 것 같은데요.
민간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빚을 지는 것은 악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죠. 정부도 수입(세수)을 넘어서 돈을 쓰게(지출) 되면, 가계나 기업 등 민간 부문과 마찬가지로 파산한다고 생각하죠. 따라서 ‘피 같은 세금’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MMT는 이렇게 말합니다. “법정 통화가 존재하고 통화를 무한정 발행할 수 있는 정부는 파산하지 않는다. 외려 정부의 지출 축소는 민간 부문의 적자(또는 부채)를 키울 뿐이다.” “세금 낭비)걱정이 우선이 아니라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완전고용)을 하도록 하는 게 먼저이다.” “세수로 충당되지 않는 지출 재원은 정부가 돈을 찍거나 국채를 발행하면 될 일이다.”
그럼 MB처럼 4대강에 돈을 팡팡 쓰는 것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냐라고 항변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MMT가 정부에 무한정 돈을 쓰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도한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또 민간 부문에서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지출을 피하라는 전제조건이 있죠. 물가 불안 등의 부작용을 피하면서도 정부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영역에 돈을 쓰라고 MMT는 강조합니다.
그럼 이런 영역이 어디일까요? 바로 공공 일자리입니다. 시장 자율로 달성되기 어려운 완전고용을 공무원 등 공공기관 종사자의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 지출로 이룰 수 있다고 MMT는 강조하죠.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늘리기처럼 말이죠. MB가 했던 4대강을 파란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특히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통한 사후 재분배가 아니라 재정을 사용한 사전 재분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MMT의 주장입니다. 소득을 낮은 이들을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올리는 것입니다. 바로 소득주도성장처럼 말이죠. 쌓인 곳간을 열어 복지정책에 쓰는 것은 세종대왕은 물론 MMT에서도 적극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젠 자한당이나 보수언론이 주장처럼 곳간이 쌓였으니 부자감세에 나설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시죠. 역사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를 위해 넘쳐나는 재정을 써도 된다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으시죠. 문재인 정부에서는 나라 곳간에만 돈이 쌓인다는 비난이 사라질 수 있도록 복지정책을 과감히 늘리고 일자리 창출도 적극적으로 해주길 부탁드립니다. 600년 전 세종대왕이 해냈던 것처럼 말이죠. 믿어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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